형이 죽은 지 1년이 넘었는데 어디에 마음 풀을데가 없어 넋두리하듯이 풀어봅니다.
형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죽기 전날 어머니 목소리가 듣고 싶다며 어머니께 전화 한통 한게 전부였죠.
마지막 순간까지 저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이 떠났습니다. 수많은 빚과 처자식만을 남겨둔채 도망가듯이요.
이것저것 해결할 문제만이 산더미같았기에 지난 1년은 어떻게 지냈는지 돌이켜봐도 남는게 없었네요.
지나고나니 떠맡은 책임의 대가로 비어버린 통장잔고만이 남았더군요.
그렇게 1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머릿속에는 형의 죽음이 마치 핸드폰의 깨진 액정처럼 남아있습니다.
게임을 하고 인터넷 창을 올려보아도 일부러 안보이는척할뿐, 여전히 그 하얀 균열은 항상 내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요.
그리고 하루의 모든것을 마치고 잠에 들 때면 까만 배경에 무엇보다도 선명하게 보이는 그 조각조각에 찔리듯이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형제로써 함께했어야 마땅했던 모든 미래가 완전히 박살나고, 부모님보다도 나와 가장 오래 있어줬어야 했을 이가 영원히 부재할 것임에 슬픔에 잠기기도 하고,
부모님의 마음에 평생 대못을 박고, 형수님을 과부로 만들고 자식을 아비없는아이로 만들고 동생을 외동으로 만들고 남겨진 자의 삶에 그 어떤 대책도 없이 도망가듯 떠나갔음에 대한 배신감, 분노가 끓어오르기도 하고, 그럼에도 만약 저승이란 곳이 있다면 그래도 다시 만날때까지 좋은곳에 잘 있었으면 바라기도 하고. 내 손으로 진짜 개쳐맞아야 하니까요.
이렇게 사라지고 그의 모든것이 허무하게 끝났음에, 이 세상을 살고 가는 것에 그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공허함에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지난 세월 형제로 지냈음에도 아무말도 없이 떠난 그 마음속에 나는 과연 어떠한 존재였는지, 그렇게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을지, 하고싶은 말이 그렇게 없었을지 영원히 답을 알아내지 못할 질문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히 되뇌이기도 하고.
그때 내가 이렇게 저렇게 형을 막았더라면 일이 이지경까지 가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내가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있을만큼 능력이 좋았다면 나에게 먼저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텐데라며 의미없는 if를 반복하고, 파고드는 자기혐오에 잠식되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잠에 들기 전까지 일을 하고 어머니와 tv를 보며 농담ㄸㅁ기도 하고 게임을 하는 중에도 이러한 생각들이 물통 안에서 섞인 물감색처럼 소용돌이 치며 흐른 1년이었네요.
생각보다 꿈에 자주 나오기는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원하는 답을 들을 수는 없었죠.
평소엔 꿈에라도 나오면 흠씬 두들겨 패주겠다고 다짐했었건만,
정작 눈앞에 나타나니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제발 살아만 달라며 울부짖기만 하게 되더군요.
그럼에도 눈이 흐려지는게 보이기는 해도 단 한번도 입을 열어주진 않더라구요.
이따금 형 생각을 하며 우시는 부모님이나 형수님에게 남은 가족만을 생각해라, 앞으로 인생을 보란듯이 잘 살고 가야 형에게도 당당하지 않겠느냐, 떠난 사람 생각해봤자 슬픈 마음만 들지 이세상 어딘가에 행복하게 살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자 등 추억으로 남기고 꿋꿋이 살자는 식의 말로 가스라이팅?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작 제 마음속이 제일 질척이고 있다는 건 혼자만의 비밀입니다. 내가 아는 누구에게도 이런 정신병자같은 생각만 하고 살고 있다는 건 절대 알아선 안되요.
아직 떨쳐내기에 1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을 뿐이리라 믿습니다. 아니라면 누가 제 머리를 개쎄게 후려쳐줘서 딱 그부분만 지워줬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cromlee
2025/02/01 01:35
소중한 가족을 떠나 보내는데 그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싶네요. 이야기하신 대로,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담담해 지더라구요. 힘내십시요.
Kaede Takagaki
2025/02/01 01:50
언젠가 “아 내게도 형이 있었지”하고 문득 떠오를 날이 올 겁니다. 힘내세요.
신나게 놀아요
2025/02/01 02:36
저는...아버지가 돌아가신지 2년이나됬지만 아직도 기억납니다.... 물론 돌아가실때는못봣습니다 당시..코로나가 걸렸는데 하루먼저 걸리는바람에 먼저 격리해제가되서 집에서 자고잇었죠....그 다음날에 출근을해야하는 날이라서 그런데 새벽에 돌아가셧다는 전화를 받고 왔을땐 이미 운명하셧더라구요.... 그만큼 살아계실때도 별난분이셔서 더더욱 기억하는거겟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