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명량한 목소리는 극작가의 대본에 맞춰서 대사를 읊듯이 발성하여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눈동자, 산발하여 부스스한 머리카락, 지져분한 복장
모든것이 맞지 않아 밸런스가 심히 어긋난 여자는 오직 미소만이 밝게 빛나 방실방실 거린다.
그저 무엇이 그녀를 즐겁게 아니하는지 모르나.
읊고있는 대사를 들어보면, 이는 도시에 해결사들의 무용을 말함이 아닌가 싶다.
답답할 정도로 쌓여있는 책이 관중이요
뿌연 먼지 들을 흐트러짐은 무대를 빛내는 조명이요
벽면에 붙여진 각종 인물의 포스터는 그녀와 함께 하는 배우였다.
점점 물이 오른 1인 단막극은 한 배우의 감정이 고조 되면 될 수록 흥미진진하게 전개 되어 간다.
정의로운 해결사가 몸을 받쳐 동료들의 앞길을 뚫어내는 이야기에 스스로 북받쳐서
때론 슬퍼하고 때론 즐거우며 때론 정겨운 연극은
언제나 그녀를 즐겁게 아니하였다.
몇평이나 될까?
겨우 몸하나 뉘울수 있을만한 정도의 크기로 된 방안에는
그저 한사람이 누울수만 있다면 상관없다는 듯이 각종 해결사와 관련 된 물품으로 가득차 있었으며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행복하다 여기는 듯 보였다.
정열을 넘은 불타오르는 청춘과도 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해결사에게 닿지 않을 편지를 곱게 나마 끄적여 보는 그녀
해결사에 대한 그녀의 절정은 스스로 만나지 못한 해결사에 대한 환상까지 빚어내니.
거대한 대검을 든 츠바이 협회의 해결사로 추정되는 어느 포스터에 찍힌 인물이 말을 거는 듯한 상상마저 하게 되었다.
어느 조직이 늘 그러하듯이, 생각과 양심이 있다면 세간에 적어도 좋게 포장 되어 보여야 하기에.
'늘 가족같은 기업', '언제나 바르게 살자', '행복한 가치관을 위하여' 같은 문구를 홍보로 삼을 뿐 그것을 지키기 보단
도시가 늘 그러하듯이 이윤과 이익을 우선시 하는 법이지만
그 홍보 문구를 그저 진심으로 삼아.
'해결사란 곧 세상의 근심을 삭제하고 약자를 도우며, 근면을 미덕으로 삼는다'
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믿는 그녀였다.
그리고는 또 다시 있을 자신만의 단막극의 내용을 포스터 속 남성에게 자랑 스럽게 말하였고
상상 속 정의로운 남성 해결사는 아쉬움을 뒤로 하며 츠바이 협회와 있을 새로운 모험은 다음에 기약하였다
그리고 정의로운 모험은 늘 그러하듯 성공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그녀만의 법칙이 있었다.
그러다가...
바깥에서 들려오는 정중하지만 일정한 박자감이 있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모든 모험에 대한 것은 일체 뒤로 미뤄지는듯한 약간의 조용함이 방안에 머물다가.
또 다른 포스터 속 인물이 말을 걸어왔다.
앞서 그녀가 생각한 모험에서 비롯 된 것이 낭만과 기대감, 웅비할 기상을 뜻하는 바였다면
그녀의 내면에 내제 된 불안과 초조함 그리고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의미하는듯 방 너머 바깥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오로지 흥미만을 위해 구비된 물품만이 가득찬 이 방의 주인을 찾는 이가 누가 있을까?
그런 이가 있다면 필시 좋지 않은 일로 방문 하는 것이 뻔하다 라는 충고
허나
웅대한 모험심과 정의감 만큼이나 호기심도 넘치던 그녀였기에
문을 열어 볼까 싶은 찰나에...
꽤나 긁어대는 듯한 남성의 저음이 들리더니
채 열어 보기도 전에 강제로 문이 뜯겨 나가며 불청객이 그녀만의 성지에 흙발로 내 딛었다.
어떤 사유로 침범 했는지 그저 담담히 말하는 남자의 말
그것은 주인의 사정이나 생각은 전혀 알바가 아닌 무법자로서의 자세에서 비롯 된 혼잣말일 뿐이였다.
때 아닌 방문객의 불청어린 등장에 벙쩌서 뜨엄뜨엄 그저 사람사이에 의례 있는 말을 꺼내자
불청객은 '길잡이'라는 말을 하였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방문과 급작스러운 용무와 준비되지 않은 모험을 언급하는 것에
무척 당황하여 횡설수설 하듯 아무말이나 해버리는 그녀
(너 줘터져 볼래?)
상대방의 생각 따윈 건너 뛰는 용건만 말하는 남자
자신의 '붉은 눈동자'를 가리키며 말한다.
허나 영문도 모르는 표정으로 왜 그러는지 이해못할 남성의 고압적인 태도에 겁 질려 버린 그녀였다.
그렇기에 소심하게 나마 반항을 해보지만
그녀는 알 수 없지만, 사정이 무엇인지 대충 파악한듯 살짝 찌뿌렸던 인상을 조금이나마 희미한 미소와 함께
자신의 직책을 말하며 최대한 상냥하게 말을 하는 남자.
허나 다른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남자가 말한 '색'이란 말에 크게 놀라워 하던 여자는
아까전 하던 모험 단막극 때 보다 더 밝은 눈동자로 남자를 바라본다.
방안을 다시한번 훝어본 남자는 눈앞의 여성과 자신과의 관계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정리하고선
(??? : 규정위반은 한번 해놓고...)
마치 훈련소에서 부모님을 보내는 신고식이 끝난 이후 병사들을 다그치는 조교 마냥 앞서 있던 예의를 접어 두고 그녀를 대했다.
중요한 것을 언급하며 상체를 수구리며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 남자는
붉게 빛나는 눈동자를 다시한번 가리켰다
다만, 그저께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 있을 내일도
힘찬 모험활극을 계속 할 줄 알았던 그녀에게 당최 이건 무슨 일인지 도통 이해하지 못할 뿐이였다.
다만 상대방의 의사따윈 관심없는 폭력스러운 계약을 읊는 남자
하지만, '약속'이란 말과 '모험'이란 것에 뭔가 혹한 듯 정신이 얼떨떨하던 그녀는 갑자기 발을 들어 신발의 밑창에 적인 단어 하나를 말하더니
그것을 계약에 서명할 자신의 이름으로 삼았다.
허나
그것은 '거짓' 이라는 말이 어디선가 들리며 계약을 하자 말하던 남성에겐 새부리와도 같은 뽀족하고 날카로운 가면이 생겼다
그리고는 당신이 잊은 기억을 다시금 되살려 봐야 할 때 입니다.
라면서 옛날을 한번 떠올려 보자 말한다.
돈키호테.
그것은 그녀가 산초라 불리던 시절 모시던 옛 어버이의 이름이였다.
모험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며 늘 익사이팅하고 짜릿함을 원하던 어버이
산초 였던 그녀는 그런 어버이를 쫒으며 뒷수습을 하던 그런 자식이였다.
(산? : 엠시펄...)
동족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말에 그저 담담하게 받아 들리는 산초
늘 하던 일에 반대 부터 던지고 보던 자식이 이번에는 그저 수긍하는 자세를 취하자 의문이 드는 어버이 돈키호테
그에 '어버이가 원하는 것 쯤은 이미 오래전 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산초였다.
그에 어버이는 그럼 나 그냥 원하는데로 한다? 라면서 앞으로 있을 혈귀전쟁 이란 것에 대해 어떻게 반대편으로 참전할지 말해주었다.
(중간관리직의 비애)
산초는 그렇기에 무엇을 해야될지는 알아서 척척 준비하겠다 말한다.
(믿음이 가지 않는 관상)
'그것 참 신박하구나!' 라면서 그게 낫겠다 찬성했다.
다만, 산초가 생각하는 어버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한 문제는 '자식'일지도 모른다고 넌지시 말을 한다.
혈귀로서 가장 윗 가족에 있을 어버이를 위해 충성할 이들조차 선뜻 찬성하기 힘들 일이 바로 '인간'을 위함이라 경고한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말했다.
산뜻하게 '가족' 을 언급하는 것으로 이번 일에 대한 우려는 오로지 장로들에게 있을꺼라 확신했다.
그러다가 자식 이야기에 문득 어버이로서 자식에게 자손에 대해 물어본다.
그에 산초는 온갓 의문과 대답이 뒤섞인 무표정으로 짧게 서두를 말하고
이어서 왜 그런지에 대한 사유에 문장을 써내려 갔다.
'앞도 뒤도 없는 그저 오롯이 서있는 혼자가 좋다'
그것이 그녀에게 자손이 없는 이유였다
그에 어버이는 대수롭지 않게 그저 '때가 되면 말해주렴' 라며 넘어갔다.
죽은 뒤에 찾는 의미에 무슨 영광이 있을까 싶었다.
그저 인간을 주식을 삼아야 살 수 있는 동족에게 인간을 위해 칼을 겨눈다는 것에 얼마나 큰 명예가 있을지
혈귀로서의 본인도 장담하지 못할탠데
어버이는 그저 그렇게 말하였다.
다만,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이유도 결국은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자신감이였다.
오히려 승리로 끝날 전쟁 이후를 논하면서
모든 것을 수습하고 난 뒤에 계획을 살며시 말해둔다
다만, 행복이란 단어를 오랜만에 입안에서 굴려보는 산초는
언제 행복했었던가? 라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자식의 표정이 어떠하듯 그저 계획이 어떠하고 포부는 무엇인지 말하는 돈키호테
장밋빛으로 가득한 행복한 미래만이 있으리라 크게 장담하는 어버이를 두고 산초는 그저
늘 그러하듯 어버이의 뜻대로 이루어질 구성 될 미래를 어떻게 조성해야 될지만 생각했다.
다만 그 행복이 있어야 할 미래는 결코 행복이 도달 할 수 없는 미래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산초는 어버이의 계획을 기필코 말렸을 것이다.
꿈을 꾸는 것이 죄는 아닐지라도 '도시'는 그것을 죄로 만든다는 사실이 산초는 뭇내 원망 스러웠다.
그 뜻을 꺽어서 불경을 저지르고 말지라도 이루어지면 안되는 꿈이였다.
괴로움과 비극과 비명과 슬픔이 가득 고여버린 웅덩이를 산손과 산초는 내려다 보았다.
피를 갈구 하는 혈귀들을.
그 모습에 산초는 그저 생각했다.
인간의 편에 서서 괴롭고 고통스러울 동족간에 전쟁을 치루어야 했던 어버이를
동족들은 그저 어리섞은 이가 같은 혈귀를 배신하여 미망의 길을 걸어갈 뿐이라고 욕하고 헐뜯었지만.
어버이는 어느 성에 방문한 이와 대화를 나누고 생각 한 끝에 일으킨 전쟁의 의미를 우리에게 다시금 알려주었다.
고통의 굴레를 끊어내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라는 것과
그렇기에 진심으로 어버이의 생각에 찬동하는 이만을 데리고 그 수가 적더라도 확신에 찬 대의를 위해 싸울 것을 천명하였다.
다만 그때의 그녀는 생각했다.
어버이의 대의가 옳은지는 모르나 분명 혈귀로서는 미친짓임은 틀림없다고
허나 그럼에도
그를 따라 싸우겠다고 결심한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지라도 믿고 따르던 어버이가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면 따르는 것이 자식 된 도리라 여겼기에
따르리라 다시한번 맹새하였고
그녀의 말에 어버이의 자식 된 이들이 하나 둘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쿠리암브로는 그렇게 말하였다.
니콜리나는 앞으로 있을 전투에 대해 그저 고조하였고
(우효오오옷 진짜 이쁘잖아!!!)
...이상야릿한 표정을 보인체 어버이의 뜻을 수긍했다.
허나 이자리에 모인 우리들의 의지는 확고했다.
어버이를 따라 동족과 싸운다.
이유는 그저 인간을 위해서.
성에서 말했던 '행복'이란 것을 추구해야 하는 것일까?
산초는 전쟁 이후에도 그저 어버이의 뜻에 따라 그가 하고 하는 것을 돕고자 할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