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늦게(3년 전) 입문해 라이트하게 즐기고 있는 초보 또레나입니다.
아는 건 거의 없지만 이런저런 일본 경마 정보도 주워들으며 신나게 즐기던 중
원본마나 그 흔적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1년 전 하루 우라라 목장 방문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실패.
그 후 절차부심해서 이번 겨울 홋카이도에 목장 원정을 가기로 했습니다.
(인쇄해 간 주의문. 이 외에도 목장 사이트 하나하나 돌며 틈틈이 알아봤습니다)
(나름대로 준비하려고 했지만, 여행 직전까지 주말출근과 야근에 시달리는 저로썬 이 정도가 한계였네요.)
일본은 몇 번 가 봤지만 홋카이도는 처음이고, 일본 운전 경험도 한 번 뿐...
거기다 토종 부산인인 저는 눈길 운전 경험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홋카이도 순례는 렌터카가 필수죠.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심정으로 윈터 타이어에 사륜구동차를 빌렸습니다. 그러고도 사고 날 뻔 했으니 참 잘한 선택이었죠.
두서없는 서두는 이만 줄이고, 1월 24일부터 25일 아침까지 진행된 목장 투어 후기글을 시작하겠습니다.
부정확한 내용이나 실수가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바랍니다.
사실 친구랑 함께 한 4박 5일 일정 중 하루 양해를 구해 빠진 거라 모든 곳을 둘러볼 시간은 없었습니다.
토마코마이도 가보고 싶었는데 옆으로 지나갈 수 밖에 없었죠.
1월 25일 금요일 아침, 10시가 되자마자 도착한 곳은 니시야마 목장.
목장의 위치와 견학 전 예약 여부 정도만 알고 간 지라, 막상 목장에 도착했을 때는 어디로 가야할 지 거의 몰랐어요.
정문을 통과해도 되는지, 외부에 차를 대고 걸어와야 하는지.
다행히 들어가 보니 안내 표지판이 있어서 사무소 건물 앞에 차를 댔습니다.(사실 여기도 주차 가능한지 긴가민가함)
표지판엔 견학 전 미리 알려달라고 했던 거 같은데 사무소 건물엔 반대로 적혀있길래 혹시 몰라 안에 계신 분께 물어 봄.
저건 실제 깃발들일까요?
전날 삿포로 쪽은 눈이 내렸는데 날씨가 확 좋아져서 막 눈 쌓인 목장 풍경에 멋을 더합니다.
목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로 옆, 방목지로 이어지는 언덕으로 멋들어진 길이 닦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청운의 하늘을 달려나간 번개여 영원하라
1998년 황금세대의 클래식 2관마 세이운 스카이와
천재소녀여, 위대한 어머니로.
니시야마 목장을 구한 명마에게 감사를 담아.
단거리에서 그 사쿠라 바쿠신 오를 이긴 G1 스프린터 니시노 플라워의 묘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사진까지 새겨진 시작부터 강렬한 묘였는데, 이날 본 수많은 비석 중에서도 단연코 제일 정성이 들어간 물건이었네요.
니시야마 마주와 목장에게 이 두 말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 지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
사람도 없었고 첫 방문자인 거 같았기에 위에 쌓인 눈을 좀 치우고 돌아왔습니다.
(윗 사진 찍기 전엔 소복이 쌓여 있었음)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베르사유 리조트 팜
여기는 역대급으로 견학자 친화적인 목장이라 길찾기부터 주차, 접수까지 보이는 대로만 따라가면 됩니다.
안쪽에 있는 카페에서 견학 안내를 받는데, 옆에 화장실에 들어갔다 찍은 타니노 김렛 사진.
이 목장엔 개들이 많습니다. 본 것만 총 4마리. 주의사항에는 먹이를 주거나 거칠게 다루지는 말라고 적혀 있었어요.
멋대로 슬금슬금 따라오더니 뒤돌아보면 멈춥니다.
저희 말고 먼저 들어온 관광객 2명이 마방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도 딱히 짖지도 않는 게 사람 손을 많이 탔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저 왼쪽으로 보이는 마방 입구에는
용케도 안 박살 난 타니노 김렛 판넬이 보입니다.
카페 바로 옆에 대 방목지도 있었지만 제 목표는 입구 쪽에 있습니다.
스폰서가 붙은 덕에 여유가 있는 건지, 이 목장의 모든 말들은 자기 이름이 새겨진 전용 마의를 입고 있네요.
히루노 다무르, 맨하탄 카페 아들이죠.
그리고 드디어 만난, 단연코 이번 여행의 1번 목표.
사상 최초 부녀 더비 우승을 이뤄낸 보드카의 아빠, 타니노 김렛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넓은 방목지가 아니라 1마리만 들어가는 울타리에 있는데(종마는 이렇게 한다더군요) 목장 진입로 바로 옆이라 접근성이 좋아요.
당근 먹을래?
뿁
오독오독
더 줘
타니노 김렛의 이름이 울타리와 마구에 새겨져 있습니다.
의외로 목장의 말들은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절대 건들지 말아야 할 말, 먹이주면 안 될 말은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요.
대신 순간적인 돌발행동을 할 수 있으니 말의 움직임에 주의하라고는 적혀 있네요.
그 외에도 사진 개인 게시 가능, Youtube는 허가 먼저 맡으라는 등등 기준이 널널한 목장이었습니다.
김렛 : 뭐야 저리 치워
울타리에는 더비 우승마 출신임을 가리키는 깃발이 걸려 있네요.
목장을 좀 구경하고 먹이로 줄 당근도 다시 사러 카페로 돌아왔습니다. 사진은 말딸과 관련이 없다 주장하는 넷케이바.
오쥬 쵸산(위에 지도에서 만지지 말라는 말)이라는 말도 유명하다는데 사실 잘 몰라요.
yogibo는 베개 회사죠. 고양이조차 안락삶의 극한을 달리고 있습니다.
경계를 하긴 해야할 거 같은데 너무 편해서 못 일어나는 저 얼굴을 보십쇼.
당근을 갖고 다시 찾은 방목지.
박살난 울타리가 있나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없었네요.
두 방목지 사이의 길.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 잘 받아먹는 로즈 킹덤과 달리 자꾸 흘리고 침도 질질 흘리는 김렛 옹
이빨이 약한지 울타리에 대고 눌러서 부수기도 하더라고요.
울타리 파괴자 이미지가 커서 강해 보였는데 나이는 속일 수 없네요.
안녕 김렛.
가다가 아쉬운 마음에 목장 간판을 찍었는데 이 길의 비밀은 나중에 알게 됩니다.
생각보다 일정이 확확 지나가서 시간이 남았습니다.
원래는 사일런스 스즈카의 묘에 가 보려 했는데 그건 거리가 너무 멀어서,
바로 시모카와베 목장에 가서 트리플 티아라 스틸 인 러브 묘지 방문.
여기는 목장 내 길도 살짝 복잡하고 내비가 길 안내도 이상하게 하는데 큰 대로 따라 들어가면 됩니다.
넉가래 거치대로 사용당하는 기수 동상 ㅋㅋㅋ
히다카 지역은 말 밖에 없습니다. 정말로 가도가도 말 목장 뿐이에요.
남쪽으로 갈수록 날씨가 좋아지고 눈도 사라져 마치 가을날 풍경처럼 변했네요.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꿈과 감동을 줘서 고마워
세기말 패왕, 티엠 오페라 오.
의 묘소입니다.
아비 오페라 하우스
어미 원스 웨드
99년 RTTT 세대의 사츠키상 우승마이자 2000년 고마왕도 완전제패를 달성한 G1 7승 명마.
업적에 맞게 묘비도 화려합니다.
이름이 특이해서 찍었는데 이제보니 위쪽에 메지로 맥퀸 자마가 있네요.
방문하기 편한 목장이고 입구 바로 앞에 묘가 있으니 히다카 쪽 가 본다면 꼭 가 보기 추천.
다음은 빅 레드 팜입니다. G1 6승 현창마 수문장이지만 그것보다는 기행으로 잘 알려진 골드 쉽이 있는 곳이죠.
사진은 제일 많이 찍었지만 아쉽게도 SNS 게재 금지라 올릴 수 있는 게 없네요.
아쉬운 대로 글로만 적자면
거의 오픈 직후에 들어갔는데 굉장히 큰 부지.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은 나보다 먼저 온 중년 일본 여성 2인조 뿐이었습니다.
골드 쉽은 방목지 저 멀리 있어서 줌을 땡겨도 작게 보일 거리에 있었어요.
사진 찍긴 글렀다 싶었지만 시간도 남겠다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울타리 앞에서 계속 기다렸는데,
노력이 가상했는지 아니면 본인이 골드 쉽 마음에 들었는지 얘가 풀을 먹으면서 슬금슬금 다가옴
(웃긴 게 누가봐도 이쪽을 보고 있으면서 아닌 척 했어요. 그 멀리서부터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옴)
끈기 있게 기다렸더니 노력이 가상했나 그 때부터 팬 서비스 종합선물 세트가 시작됐습니다. (비위주의)
방구 끼기, 똥 싸기(허리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게 명백히 엉덩이 내밀고 힘 주고 있었음), 이상한 표정 짓기, 지가 싼 똥 냄새 맡고 또 싸기
먼저 온 일본인 2인조도 있었는데 (이 분들은 제가 사진 못 찍나 싶어 자리 양보해줄 정도로 친절했습니다)
그 쪽으로 가다가도 계속 돌아와서 위에 적힌 서비스 하나씩 선보이는 게 얘가 확실히 팬서비스의 악마다 싶더라구요.
기다린 보람이 있는 뜻밖의 선물을 받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ㅋㅋㅋ
이 목장은 풍경도 좋고, 조경 자체에 공을 들인 티가 나니 꼭 방문해보길.
계획상으로는 마지막 목적지였던 유슌 메모리얼 파크.
원래는 나리타 브라이언 기념관이었다가 오구리 캡이 홀라당 먹어버린 비극의 장소입니다.
일본 경마를 양지로 끌어올린 아이돌 호스, 올해 방영될 신데렐라 그레이의 주역, 주인공이 되기 위해 태어난 회색마
오구리 캡 입니다.
인기에 걸맞은 융슝한 대접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그 외에도
야에노 무테키
나리타 브라이언 (왜 영어?)
브라이언 엄마
유키노 비진의 묘도 있습니다.
그런데 메모리얼관은 닫혀 있네요. 어째서냐 제기랄!
늠름한 오구리 캡을 뒤로 하고, 시간이 많이 남아 킵해뒀던 목적지로.
이곳은 경주마들의 비석이 모여있는 공원묘지입니다. (이름은 잘 모르겠네요.)
이 안내소 건물 안에 보드카 입간판이 있다던데 닫혀 있어서 못 봤어요.
저 동상을 중심으로 빙 둘러져 있는데 대충 알고 있는 애들만 간추리자면
사쿠라 유타카 오
위닝 티켓
타이키 셔틀
사쿠라 로렐
신데렐라 그레이의 또 하나의 주역
타마모 크로스
이건 별 건 없고 기분이 좋아지는 영상입니다.
메지로 라이언
사쿠라 치토세 오
사쿠라 치요노 오 등등이 있습니다.
바쿠신 오 빼고 알만한 사쿠라 군단은 다 모여 있는 셈이죠.
테스코 보이...? 라는데 얘는 몰?루
무튼 그렇게 발자국을 잔뜩 찍고 돌아왔습니다.
누왁
2025/01/29 23:23
정성추
G.D.G
2025/01/29 23:26
말딸 순례라고 해도될만한 분량...!
와 김렛에게 물린 유게이...!
귀한? 경험이네유
메로
2025/01/29 23:31
저 콘붕이방 옷걸이 슷자들은 경주 기록이나 낙찰가 등 콘붕이의 각종 기록들 ㅋㅋ
저런 컨셉룸 있는 건 몰랐는데 신기하네
겟타빔1
2025/01/29 23:32
테스코 보이는 미스터 시비,다이이치 루비,사쿠라 바쿠신 오,유키노 비진의 할아버지 되는 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