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당신! 그 삣삐라는 말을 꼭 해야 하는 거야?"
나의 Perfect한 Plan을 듣던 킹삣삐가 마침내 Voice를 높였다.
"벌써부터 윅한 소릴 하는 거야 킹삣삐? 하겠다고 한 건 다름 아닌 잇츠 유였던 거로 아는데?"
"그렇지만…! 트레이
"스땁! 오- 킹삣삐, 지금 마이 네임은 기가 트레이너라고 하지 않았어?"
기, 기가 트레이너…."
"뎃스 라잇! 이건 다 우삣삐를 위한 일이야 킹삣삐."
킹 헤일로의 룸 메이트 하루 우라라.
항상 밝은 얼굴로 주위를 기쁘게 하던 그녀가 최근 고민이 생겨 끙끙 앓고 있다는 건 트레센 내에서도 허투루 넘기기가 어려운 사안이었다. 특히 그녀의 룸메이트이자 친자매처럼 따르던 킹한테조차 고민을 털어놓지 않아서 내게 조언을 구해온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솔직히 내가 봤을 땐 친언니보단 엄마에 가까웠어도.
하여간에 작년 한 해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문구로 지친 이들에게 응원과 훈훈함을 전달해주었지만, 정작 그 말을 한 우라라가 최근 들어 적잖이 우울해하고 있었다.
그런 우라라를 위로하고자 킹은 부단히 노력했으나, 도리어 불편해진 관계에 어쩔 수 없니 내게 구조요청을 보낸 것이 2시간 전.
나는 이것이 긍정적인 밈의 존중과 의지를 이어나가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해서 기가채드란 밈을 배웠고, 그걸 킹에게 속성으로 가르쳐주는 중이었다.
"그래도, 이건 좀 과한 거 같은데…."
"오 킹삣삐. 킹삣삐는 너무 카인드해서 프라블람이야. 그게 베드한 건 아니지만, 때로는 베리 프렌들리하니까 털어놓지 못할 시크릿 정도는 있기 마련 아니겠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말 못할 고민쯤은 있는 법.
그래도 그 하루 우라라니까 잘 극복하겠지 하고 두었으나, 고민은 있는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해서 끙끙 앓는 시간이 길어지자 킹이 내게 상담을 요청해서 이런 대화로 이어졌다.
"그렇다고는 해도 꼭 심한 소리를 섞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플레젠트가 느껴지지 않겠어? 아무리 서비어한 말을 해도 인크레저민트해준다는 필을 주도록 유머러스함을 한 스푼 섞는 거지."
"그런 거라면…."
킹의 우려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외형은 악역영애 그 자체인데 인망은 두터워서 주위를 잘 챙겨주고 다니니.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그런 킹한테 쓴소리를 하라니까 거부감에 주저하는 듯했다.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지! 우라라 양이 킹한테도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이 있다면, 차라리 모르는 사람한테 고민을 털어놓게 하는 작전. 이잖아?"
좀 더 설득이 잘 먹히게 잠깐 컨셉을 버리면서.
"그건 그렇지만."
"뎀잇! 불평은 나중에! 지금 중요한 건 뭐? 브레이크 하려는 우삣삐의 마인드를 다시 라이즈시키는 거 아니겠어! 언제나 하드워크하던 킹삣삐가 고작 이런 것에 주저할 셈은 아니겠지?"
"…당신, 그렇게 내 마음을 자극하겠다 이거지? 좋아! 어울려줄게 기가 트레이너, 아니 트삣삐! 어디 두고 봐! 일류의 킹이 기가채드 밈을 익혀서 우라라 양을 얼마나 잘 위로해주는지를…!"
망설이던 킹의 표정이 평소처럼, 출주 직전에 보여주던, 각오를 다진듯한 얼굴이 됐다.
"뎃츠 라잇! 미의 하드 트레이닝을 받을 프레퍼레이션이 됐군!"
그리하여 킹 헤일로에서 기가 헤일로로 거듭나는 시간은 대략 반나절 정도 이어졌다.
****
자신감 있게 떠들었으나, 오늘도 우라라의 고민을 소득 없이 못 들은 킹 헤일로. 기가채드 밈을 배우는 것에 문제가 있던 건 아니었다.
다만 여전히 엄마처럼 따르던 킹 헤일로에게 말 못할 고민을 끙끙 앓은 채로 피하는 하루 우라라였다.
고민에 따른 밤샘 습관. 고민으로 컨디션 저하. 집중력 하락에 훈련 미숙.
언제나 활기차던 하루 우라라의 우울함이 트레센의 모두에게 걱정을 끼치기에는 충분했다.
주위의 친구들도. 응원하는 팬들도. 학원의 관계자도. 도움받던 상점가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우라라를 응원하였으나, 사춘기라기엔 특유의 반항도 없이 껄끄러운 얼굴로 피하기만 해서 도대체 어떤 고민을 지녔는지 추측하기가 어려웠다.
하루 우라라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다른 이들의 노력도 있었는데.
"라, 라이스도 우라라짱이 걱정돼서 물어봤지만, 괜찮다고만 해서…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요."
하루 우라라와 자주 다니는 라이스 샤워도 그녀의 근심에 힘이 되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기색이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
우마무스메 덕후 아그네스 디지털은 자신도 하루 우라라의 우울함에 심려가 깊다며 매우 긴 의견을 표출했지만 여백이 부족했다.
"앙? 요즘 그 녀석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나보다 더 어울리는 해결사가 있거든. 그래서 참견하지 않기로 했어. 그보다 어이! 주문하지 않을 거면 기다리는 뒷사람을 위해서 비켜달라고!"
사고뭉치로 유명한 골드쉽은 뜻밖의 말을 뱉으며 오코노미야끼를 포장했다.
그렇게 킹 헤일로뿐만 아니라 하루 우라라의 지인들은 그녀를 위한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았지만.
"오늘도 고생했어요 우라라 양."
"킹 짱도 고생했어…."
한숨만 내시지 않았을 뿐, 낮은 어조가 깊은 고민을 짐작하게 하였다. 일찍이 고민을 물었다가 어색해지기만 해서 잠자코 넘어가기를 며칠. 언젠가 말해주겠지를 기다리기에는 킹 헤일로의 참을성은 한계에 다다랐다.
불편한 취침 시간이 지나고.
어제처럼 하루 우라라는 자신의 응어리를 풀고자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와서 트레센 학원 구석에 있는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로 향했다.
"와아아아아!"
그리고는 냉큼 외쳐서, 그 안은 텅 비어 있어 무심코 소리 지르고 싶어지는 곳이라, 분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소로 사용됐다.
"와아아아아아아!!"
사실 킹 헤일로에게는 이것으로 2번째 미행이었다. 혹여 큰나무 구멍에 소리 지르며 고민을 털어놓지 않을까 지켜봤었는데, 그냥 저렇게 소리 지르면서 울다가 기숙사로 돌아가기만 해서 킹 헤일로의 마음은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우마무스메 특유의 폐활량을 뽐내듯 제법 긴 함성. 야간에 민폐가 아닐까 싶었지만,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소리지리고 싶어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이윽고 끝난 소란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일어나는 거로 끝나는 듯했다.
"대체 뭐하는 거죠 하루 우라라 양! 아니, 우. 우삣삐!"
그리하여 오늘도 어떤 고민을 지녔는지 모른 채로 귀가하려고 하자, 다급히 뛰쳐나오는 킹 헤일로.
"흐에, 우삣삐?"
자세히 보니 눈물도 흘린 모양이라.
"거기서 한심하게 훌쩍거리고 있다니! 무 물론 진짜로 한심하단 건 아니에요…! 때로는 실컷 울어서 스트레스를 해소 하는 것도 훌륭한 해소법이니까요!"
가면을 쓴 채로 변장한 킹 헤일로가, 아니 기가 헤일로가 하루 우라라를 어중간하게 다그쳤다.
"이 목소린, 혹시 킹짱이야?"
"아니욧! 제 소개를 하죠. 저는 카리스마 악의 여간부, 기가 헤일로랍니다! 오-호호호홋!"
"기가 헤일로짱?"
서투른 변명임에도 갸웃거리는 거로 넘어가는 하루 우라라.
"킹짱이랑 목소리하고 복장이 비슷한데 둘이 아는 사이야?"
"유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답니다! 왜냐하면 저는 카리스마 악의 여간부 기가 헤일로기 때문이에요!"
"그렇구나-아. 근데 기가짱은 무슨 일이야?"
황당한 등장에 당황스러울 법도 하건만, 하루 우라라는 아무렇지 않게 마주했다.
더불어 눈가에 맺힌 눈물도 흔적만 남았고.
"최근 우삣삐한테 말 못할 고민이 있단 소식을 듣고 들어주려고 왔어요! 털어놓지 못하겠다는 말은 사절이니까 각오하도록 하세요!"
"우으, 우라라는 고민 같은 거, 없는데…."
"유 라이어! 거짓말하지 마세요!"
"으에?!"
"정말로 고민이 없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겠죠! 우삣삐가 워리를 말하기가 이지하지 않은 건 알겠어요! 벗, 계속 안고만 있으면 우삣삐의 인사이드가 문드러질 수도 있답니다!"
"인사이드가 문드러져?! 근데 문드러진다는 게 뭐야?"
"마음이 타들어 간다는 뜻이에요. 하여간에 우삣삐를 도와주려고 주변의 프렌들리가 노력했던 걸 우삣삐는 알고 있을 거에요! 그렇지만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죠. 그렇다면, 자! 초면인 미에게 혼잣말하듯 털어놓으셔도 된답니다!"
"…정말로 얘기해도 되는 걸까? 우라라의 고민."
"오브 콜스! 물론이에요 우삣삐! 어떤 고민인지는 몰라도 일단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무드가 베리 겟 베럴 해지는 게 느껴질 거에요."
처음에는 진짜 이 방법이 먹힐까 싶었으나, 생각 외로 쉽게 먹히자 내심 안도한 기가 헤일로. 그간 고민을 캐물어도 거북한 거리감이 돌아왔는데, 마침내 하루 우라라의 고민을 들게 되자 내용을 추측하며 귀 기울였다.
"사실, 우라라는. 그렇게까지 굉장한 우마무스메가 아니야…."
순간 그렇지 않다고 말하려다 꾹 참고 팔짱을 끼는 기가 헤일로.
"있잖아, 모두가 우라라를 응원해주는 건 좋았어.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 모두가 좋아해 줘서 좋았어. 그렇지만, 어느샌가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지치는 것이 보이니까. 헛된 기대를 품게 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자꾸 맴돌아. 우라라는 강하지 않은데…백 번을 도전했는데도 이기질 못했거든."
기가 헤일로도 짐작했었던 고민이 술술 나오는 한편으로 이 정도 고민은 짐작했던 예상 범위 내라서 조금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반면 우리가 너무 무관심했다기엔 온 정성을 쏟아 도와주려고 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쾌활함과 튼튼함이 장점인 하루 우라라였지만, 마음마저 굳건하겠지 생각했던 게 어쩌면 익숙함 속에 순응해버린 억측이 아니었을까?
그저 여태껏 무탈하게 달렸으니까, 앞으로도 괜찮겠지 싶은 그런.
"오, 우삣삐. 비 하트브로큰 하지 말라는 발드한 어드바이스는 하지 않겠어요. 벗, 이것은 알아줬으면 해요. 우삣삐가 도전한 백 전이란 숫자는 네버 이지한 넘버가 아니란 걸 말이죠."
우마무스메의 경기 횟수 평균을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두 자릿수가 되면 제법 뛰었다고 평가받는다. 심지어 몇 차례 달리지 못하고 은퇴하는 사례도 많은 마당에 무려 100전이다. 그 횟수만으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반대로 우삣삐에게 에스크 해보죠. 비록 그동안 빅토리한 적은 없어도, 그 익스피리언스가 베인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렇지는 않아. 우라라가 달렸던 경기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걸."
"뎃츠 라잇. 뷰리풀한 마인드에요 우삣삐. 벗, 우삣삐의 워리는 이게 전부가 아니겠죠?"
킹 헤일로는 하루 우라라를 곁에서 봐왔기에, 고작 이런 고민 하나 때문에 이토록 전전긍긍하고 다니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에헤헤, 응. 기가 짱한테는 못 숨기겠네."
"오브 콜스. 앞서 미가 데클레이션한 걸 우삣삐가 확실하게 지킬 때까지 여기서 계속 기다리겠어요!"
하루 우라라의 고민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그렇게 헤아렸던 기가 헤일로는 하루 우라라 앞에 당당히 자리했다.
"기가 짱의 말대로 우라라가 달렸던 경기는 모두 소중해. 우라라가 달릴 때마다 모두가 응원해주고, 결승점을 넘으면 다들 아쉬워하면서도 고생했다며 칭찬해줬어. 우라라도 응원에 보답하려고 달렸어. 노력했어. 열심히 뛰었어. 때로는 실망해도 우라라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봐서 알고 있어. 사실, 모두 우라라의 경기에 지쳐가고 있단 걸."
"웨잇! 우삣삐! 이븐 잇프, 그렇다 해도 더 임폴탄트 띵 이즈 엔 언브레이커블 하트. 우삣삐가 체리시 잇한 멘탈 아르튜드는 우삣삐의 하트에 여전하단 걸 알고 있답니다! 우삣삐의 팬들도 우삣삐의 파이팅에 반해 치어링했을 거에요. "
"…정말 그럴까?"
"오, 우삣삐. 우리 잠시 걸어볼까요?"
위로를 강요하는 것도 안 좋다. 생각이 정돈되게, 역설적으로 생각 없이 걷는 것 또한 괜찮은 방법이었다.
"헤이 리쓴 우삣삐! 미도 우마무스메라서 우삣삐의 필링을 알고 있답니다. 에브리원스 익스페테이션스. 디자이어 폴 빅토리. 원 투 런 우마무스메의 인스팅크트. 일착을 위한 에포트. 모두가 위 우마무스메를 달리게 하는 다이나믹이니까요."
얼마간 걸으면서 천천히, 차근차근 존조리 타이른다.
"우삣삐는 루즈가 어프라이드한 게 아니에요. 그 뒤에 오는 시츄에이션을 마주하기가 스케어리한 거죠."
남들이 봤을 땐 뻔할 수 있는 고민이다.
기대를 받는 우마무스메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걱정이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마주하는 고뇌였으니.
경주하기 이전의 우마무스메라면 모를까, 일단 경주를 시작하면 맞닥뜨리는 지극히 우마무스메다운 염려였다.
그렇다고 그 근심의 깊이가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각자 마주하는 같고도 다를 수밖에 없는 고민은 온전하게 본인의 진심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킹 헤일로는 생각했다.
"자, 스타디움에 왔으니, 우마무스메인 위가 할 일은 데어 이스 온리 원, 라잇?"
그렇다면 우마무스메다운 해결법이 있지 않은가?
"에-? 지금?"
"오브 콜스! 워리는 일단 달리고 나서 하도록 하죠! 소, 아 유 레디 우삣삐?"
"응! 우라라는 준비됐어!"
"굿 걸. 아임 챌린지 유 우삣삐."
경기장은 더트. 마장은 다습. 거리는 1,200m.
날씨는 맑지만 어두운 대신 불빛이 우리가 달릴 길을 비추어서 환하다.
우라라 양에게 유리하고 나한테 불리한 경기장을 골랐다고 해서 일부러 봐주려는 건 아니야. 그저, 우라라 양의 환경에서 내가 도전하는 거니까. 언제나 도전하는 우라라 양에게 경의를 담아.
'탁-!'
출발 신호를 대신하여 손에 든 채찍을 소리 내서 이끄는 관심. 손을 아래로 내려 하늘 위로 던지려는 손짓에 하루 우라라도 기가 헤일로가 어떤 의미로 이러는지 알아차렸다.
상대는 백 전의 노련한 더트 우마무스메. 일류의 상대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
'휘익-'
채찍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던져지자 자세를 잡은 두 우마무스메.
출발 신호는 채찍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이내 고민은 접어두고, 둘은 달린다는 본능에 몸을 맡겼다.
*
동시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필시 코 차이였을 만큼 아슬아슬한 경기였다.
시간대가 어두워서인지. 판별해줄 사람이 없어서인지. 서로 이기려고 필사적이었는지.
등의 사유로 누가 먼저 들어왔는지는 몰랐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대등한 라이벌로 여기며 후회 없이 달렸다는 사실로.
"있잖아 기가 짱. 우라라는 있지, 두려웠던 걸지도 몰라. 모두의 기대는 보답하고 싶은데, 결과는 항상 실망스러웠으니까. 우라라는 이기지 못했는데 그게 좋다고 하는 말도 듣기도 했는데. 있지, 우라라는 그게 더 슬프다?"
벅차오르던 숨이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하루 우라라가 먼저 말을 꺼냈다.
"트레이너도, 학원의 친구들도, 상점가의 사람들도, 응원해주시는 팬분들도. 우라라가 은퇴하는 날까지 승리 한 번 못 보여주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겁을 먹었어. 그래서 응원하고 위로해주려고 하는 걸 알았음에도 그만 피해버리고 말았어. 있잖아, 우라라 나쁜 아이야."
"놉 우삣삐, 우삣삐는 네버 베드하지 않아요. 그리고 우삣삐의 워리가 뭔지 이제는 감이 잡히네요. 미도 한때는 빅토리하지 못해서 슬럼프에 빠졌던 적이 있었죠. 주위의 게즈도 스케어리 했고요. 엇 라스트, 당당히 빅토리를 거머쥐었답니다!"
"와-아. 기가 짱 대단해."
미승리인 하루 우라라 앞에서 차마 G1 우승을 했다고는 얘기를 못 했지만, 킹 헤일로는 염원하던 G1 우승을 위해 노력했던 과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만약, 미가 승리하지 못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썸타임 할 때가 있어요."
"승리하지 못했을 때?"
"예스. 에퍼트만 한다고 해서 이긴다면 에브리가 위너겠지만, 리얼리티는 크룰티하니까요. 애니웨이, 메이비 미가 승리도 없이 은퇴한다면 어땠을까 어메이진레이션했지만, 금방 솔루션이 나왔답니다."
"헤에-. 무슨 해답?"
"비록 승리하지 못해서 미련이 남을지언정 후회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한 미의 초이스는 절대로 틀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까 우삣삐, 레이스가 힘들면 기브 업해도 좋아요. 벗 우삣삐는 아직 달릴 수 있죠. 세상에는 달리고 싶음에도 달릴 수 없는 우마무스메들도 많아요. 벗 우삣삐는, 아직 달릴 수 있지 않나요?"
"…응! 우라라는 아직 달릴 수 있어!"
"뎃츠 라잇 우삣삐! 달릴 수 있다면 달리세요! 주위의 기대와 부응, 실망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우삣삐만의 레이스를 했으면 좋겠어요."
"우라라만의 레이스…."
몸에서 피어오른 열기가 식고, 더운 여름날의 시원한 밤 공기가 땀방울에 머물러줘서 달가웠다.
"고마워 기가 짱! 우라라 힘낼게!!"
하루 우라라를 괴롭게 하던 고민이 사라지고, 평소의 모습으로 기운찬 미소를 보여주는 하루 우라라.
"그거에요 우라라 양!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요! 자신을 믿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맞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야! 있지, 우라라는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잊고 있었는데, 기가 짱 덕분에 깨달았어!"
작년은 하루 우라라의 마음가짐이 올해까지 쭉 이어졌다고는 하기가 어렵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꺾이지 않으리라.
기운을 되찾은 하루 우라라가 기가 헤일로를 향해 다음 레이스를 약속하며 떠났다. 기가 헤일로도 결과를 떠나 하루 우라라의 레이스를 응원하겠다고 답했다.
****
하루 우라라가 다시금 밝은 표정을 되찾았단 소문이 퍼지는 건 금방이었다.
"우라라 짱 괜찮아? 라이스가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응? 라이스도 도움이 됐다고? 다행이다아…."
자책하던 라이스에게 긍정의 말을 건네는 하루 우라라의 모습이 포착되는 걸 시작으로.
"다시 우라라 씨의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다니 너무 좋아서 행복한데 심지어 친우 라이스 씨와 즐거운 모습으로 함께 다니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되니까 삶의 이유를 되찾은 거 같아요오오오!! 최근 우울해하던 우라라 씨를 복돋아 준 기가 짱이라는 우마무스메 짱은 대체 누구죠?! 정말 정말 감사해서 인사드리고 싶은데 저도 기가 짱이라는 우마무스메 짱을 너무 보고 싶어서 잠도 못자겠어요오오오!! 이름을 짐작하면 아마도 킹 씨가 그러신 거 같은데 설마 변장하고 우라라 씨를 다독여주다니 그건 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져야 그럴 수 있는 거죠오옷?!! 일류의 응원은 봄의 감사제 때 열렸던 운동회 말고는 못 볼 거 같았는데에에엣!! 오직 우라라 씨를 위해서 변장하고 고민을 해결해준 킹 씨를 떠올리면 고귀해서 녹아버릴 거 같하아아아…!"
(소리 없는 아우성)
"난 그 녀석이 해낼 줄 알았다니까? 그야 그 녀석의 보호자니까. 어이, 이거 가져가. 서비스다. 녀석에게 잘했다고 전해줘."
같은 자리에서 장사하던 골드쉽이 오코노미야끼 2개를 포장해서 주길래 감사히 받았다.
보답으로 재밌는 소식이라도 찾게 되면 알려줘야지.
"어머나, 우연이네."
트레이너실로 가는 길에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가 있는 곳에서 킹하고 마주쳤다.
"받아. 고루시가 전해 달래."
"그래? 나중에 감사 인사를 해야겠네."
골드쉽의 음식 솜씨는 제법 좋아서 소소하게 인기 있었다.
"어때 킹삣삐. 작전은 괜찮았어?"
"당신! 누가 들으면 어떡하려고!"
"아무렴. 그 복장을 보고 킹삣삐인 걸 눈치채지 못하는 건 우삣삐뿐일 걸?"
"진짜…!"
킹 헤일로와 티격태격하며 벤치를 찾으려고 걸었다. 원래는 트레이너실에서 먹을 생각이었지만,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다는 이론에 따라 자리만 찾고 있었다.
"하우으, 오늘도 구멍을 뚫어 혼났사와요."
그러던 와중에 킹을 잘 따르는 우마무스메 중 한 명인 카와카미 프린세스가 심란한 표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탓에 우리가 있는 건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
"어때 킹삣삐? 도움이 필요한 우마무스메를 위해서 또 출동해볼래?"
"…당신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요."
이 정도는 평범하게 왜 그러냐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긍정해서 놀랐다. 포장을 뜯으려던 오코노미야끼를 도로 회수하면서 대답 없이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물론 킹의 말대로 먼저 간 건 아니고.
킹삣삐 직관을 어떻게 참아.
"헤이 웨잇 카삣삐! 무슨 고민 있어?"
그리하여 적당한 자리에 숨어있자, 우울해하는 카와카미 프린세스 앞에 기가 헤일로가 자신감 있게 나타났다.
카니에타
2025/01/14 05:17
우라라가 저 단어들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거에서 놀랬어요
메에에여고생쟝下
2025/01/14 07:47
기가 헤일로 ㅋㅋㅋ
린성신관알타
2025/01/14 08:36
기가챠드 헤일로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