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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그리고 생각 하나

코닥동민 분들 잘 지내고 계신지요? 낯선 이름들이 많이 등장하여 그 분들께는 저도 낯선이이겠지요 ?
그래도 저를 아시는 분은 적어도 저를 반겨주시리라 믿고 간만에 소식을 전합니다.
3개월전에 미국에 연수를 왔습니다. 그 동안 활동도 제대로 못하고 가끔 댓글만 달았네요.
그 사이 준비할 것도 많고 적응하느라 정신도 없어고 예기치 않은 사고도 있어서 그랬네요...
이제 좀 적응이 되고 마음도 조금씩 차분해지기 시작해서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제가 겪었던 일을 짧게 나마 독백하듯이 일기 형식으로 끄적거려보았습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주욱 써내려간 글이라 앞뒤가 맞지도 않을 수 있도 있으니 양해 바래요^^.
코닥 동민 분들은 평균 연령이 높으니(^^;;) 그간 산 세월속에 쌓인 아량과 인품으로 저를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항상 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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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제가 연수를 받고 있는 대학의 오솔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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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의 글이 시작됩니다.~~~~~~~~^^;;;;
오늘 숲속 길을 걷는데,,, 내 앞에서 저 높이에서 낙엽들이 저마다의 비행법으로 떨어진다. 어떤 낙엽은 빙글 빙글 돌면서,,, 그리고 어떤 것은 추락하듯이 급히 떨어지는가 하면,,, 어떤 낙엽은 아주 고품스럽게 천천히 넓은 회전 반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참 아름답다….했는데,, 문득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낙엽도 천편일률적으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하나 같은 모습을 하지 않고 떨어지는 모습에 마치 인간의 삶도 그러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저마다 살아온 환경에 따라 생각하는 방법도,,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도,,, 그러한 과정에 쌓이는 삶의 대처 방법도,,, 즉 지혜도 저마다의 모습으로 달리 쌓인다.. 떨어지는 낙엽과 너무나도 일치하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는 나무들이 키가 작아서 그런 생각은 해본적도 없다. 키가 작아서 금새 떨어지기에 낙엽이 유영하는 모습을 감상할 길도 없이 그냥 직하한다.
하지만, 크나큰 단풍나무에서 떨어져 자신의 생을 다하여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떨어지는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내가 생을 다할 때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과연 땅으로 떨어질는지 잠시 생각에 빠져 보았다. 나는 기필코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질때에는 이생에서는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사느라 뒤 돌아볼 겨를없이 앞만보고 달리지만,, 마지막 순간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때만큼은 비가 내려 조기에 떨어지거나 바람이 불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어지기 보다는 화창한 가을날 바람 한 점 없을 때,,, 천천히 신선하고 다소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마시면서 그런 분위기를 즐기면서 그리고 누리면서 아주 느리게 느리게 큰 원을 그리며 이생을 아쉬워하며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한 달전 떨어지는 비에,,, 갑자기 불어온 돌풍에 아직 내 나뭇잎에 예쁜 단풍물이 들지도 않았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어질 뻔 했다… 교통 사고를 당한 것이다. 하마터번 가족 다 죽을 뻔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직도 그 일은 방금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고 또 생생하다.
사고가 난 날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수시로 깨어서 두 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몸을 쓰다듬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5주간의 병원 치료도 이제 끝이 나고 나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는 또 다른 때를 생각해본다. 아빠가 소방관인 한 가족이 제주도에 놀러왔다. 6세된 아이는 간질과 발달 장애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에 내려온 날 비극이 일어났다. 저녁에 도착하여 열과 함께 경련을 시작하고 숨이 멎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제주대병원 응급실을 통하여 중환자실에 입원하였다. 뇌염 진단하에 치료하였으나 이틀 뒤에 하늘나라로 갔다. 보호자와 밤을 새면서 밤새도록 환자 아빠와 같이 목놓아 울었다. 중환자실 바닥에 퍼질러 앉아 같이 울었다. 의사라는 직책은 이미 벗어던져 버렸고 아빠의 심정으로 같이 울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목놓아 울었다.
보통은 사망 선언하면 레지던트에게 나머지를 맡기고 밤이고 새벽이고 나는 퇴근을 한다. 그날은 갈 수가 없었다. 장의사가 간이용 침대를 갖고 와서 아이를 하얀천에 싸고 중환자실에서 나갈 때까지 아빠와 같이 손잡고 서 있었다.
벌써 6개월이나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장의사가 갖고 온 침대 시트에 옮기기전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자신의 얼굴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직 식지 않는 몸을 쓰다듬는다. 마치 아프리카 초원에서 죽은 아기 사자를 쓰다듬는 어미와 아빠 사자의 모습이 보였다. 비행기에 실려 가야하는데,,, 사람이 타는 곳이 아닌 화물칸에 실려가야 하는 아이의 운명에 아빠와 나는 다시 운다. 가슴이 미어진다.
아직도 생생하다. 사람을 살리는 소방관으로써 많은 사람을 살려 왔는데,,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면서… 정작 내 아이는 살리지 못하는 이 아빠가 무슨 소방관이냐며 자책아닌 자책을 하는 아빠의 울부짖음이 아직도 내 귀에 생생하다. 입원 둘째날 재발 살아만 다오… 미안해… 내가 너를 공부시킨다고 놀지도 못하게 하고 다그치고 야단치고 문제집 풀고 책 강제로 읽게 하고 윽박지르고 했는데… 미안해… 제발 살아만다오.. 그러면 나 아무것도 안시키고 계속 놀게할께.. 너 좋아하는 놀이공원에 매일 가고 매일매일 놀께.. 미안하다 아가야.. 라고 울부짖던 엄마의 모습도 기억에 생생하다..
삶의 현장에서 어여쁜 아가의 죽고사는 모습을 접하면서 직접 사망 선언을 해야하는 내 직업은 참으로 힘들고도 힘든 직업이다. 웬만한 정신력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다. 사망 선언하면서 울먹이지 않는 적이 없고 목이 메어 사망선언을 하는 순간에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티비에서 보면 아주 침착하게 때론 근엄한 목소리로 멋지게;; 사망선언을 하는데… 나는 절대 그리 못하겠고 자주 어떤 일을 하면 적응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데.. 혼자 먹은 밥은 언제나 항상 적응이 안되고 쓸쓸하고 외로운 것처럼 아이의 사망 선언을 하는 일은 절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사망 선언을 할 시점이 오면 가족들을 다 모으고 모니터를 보면서 청진을 하고 심음이 들리지 않고,,혈압이 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침착한 목소리로 의사로서 근엄하게 하고 싶지만 아직 체온이 마져 식지 않는 따뜻한 손을 잡으면 이내 내 마음은 무너져 버리고 울기시작한다…
5주간의 병원 치료가 끝나고 이제 이번주에는 차량도 수리하고 받는다…. 기나긴 시간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순간이다. 항상 기억하면서 건강의 소중함을 간직하며 크나큰 욕심 부리지않고 아이의 건강만을 생각하면서 살고자 오늘도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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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둘과 와이프 그리고 저 네 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상대방 차는 폐차되었지만 아직 제 차는 한달 반가량 수리중이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게 더 남기는 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믿습니다. 물론 상대방 운전자도 아주 건강하구요... 차만 그리되었습니다. 제 아이들은 찰과상.... 두통, 복통 등등..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건강하세요!!!!!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건강은 마치 공기와 같습니다. 숨쉬는 게 힘들어지면 신선한 공가 새롭게 느껴지고 목이 마르면 물을 찾듯이 아파야 후회가 밀려옵니다.
오늘도 화이팅!! 하세요^^.
댓글
  • Photato 2017/11/07 04:06

    오랫만에 코닥동에서 뵙는군요...
    그리고...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 하나 하나가 모두 인생의 완성을 위한 퍼즐들이겠지요...
    속히 몸과 마음을 회복하시고 자주 좋은 사진들과 함께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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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치호치 2017/11/07 07:16

    가족들이 무탈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큰일날뻔 하셨네요. 요즘은 나이도 없고 제가 아는분도 그렇게 아둥바둥 열심히 살더니 젋은나이에 갑자기 횡하니 가버리더군요. 인생 무상입니다. 글을 읽어보니 숙연해지고 마음이 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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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에이브이illera 2017/11/07 08:40

    오랜만에 뵙습니다^^
    코닥동이 너무 조용해져서 참 아쉬웠는데,
    가끔씩이라도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코닥동에서 다시 활동할까 합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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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온 2017/11/07 08:55

    진심이 글에 보일수 있다는걸...
    알게해주신 글과 사진 잘보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가족분들과 좋은추억 많이 담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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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과미 2017/11/07 09:27

    낯선 곳에서 사고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지요.
    다행인 것은 가족분들이 많이 다치지 않고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네요.
    남은기간은 참 좋은 추억들을 만드시고 즐거운 연구년(?)생활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가족들이 특히 예쁜 따님들이 많은 추억과 배움을 가졌으면 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베이커리님은 참 좋은 의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은기간도 무탈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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