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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책 읽는 것 너무 힘드네요ㅎㅎ

이제 겨우 6개월 딸아이와 앞으로 함께 할 새털같이 많은 나날들
잘키워보겠다고 육아책 여러권 사서 틈날때마다 읽는데
영 진도가 안나가네요ㅎㅎ 읽다가 자꾸 멍하니 딴생각 하게 돼요
제 어린시절 생각이요
예를 들어 육아책에서 아이에게 이러이러한 행동과 말투는 독이 되므로 절대 해서는 안된다... 뭐 이런 구절이 나오면
어느순간 멍하니 제 어린시절의 어떤 순간을 떠올리며 우리부모님은 나한테 왜 그러셨을까... 생각하고 있는 거에요
그렇게 계속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가슴이 너무 아파요
우리부모님은 남들처럼 자식한테 사랑도 주며 혼도 내가며 키우셨고 나도 평범한 가정에서 그냥저냥 적당히 사랑도 받고 혼도 나가면서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스무살 넘어 저는 저스스로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했어요 항상 그늘과 우울 불안 자기부정의식이 있었죠
육아책을 읽다보면 아이한테 절대 하지말라고 하는 것들...형제와 비교하지마라 다른집아이와 비교하지마라
우리부모님은 다 하셨거든요 공부잘하는 동갑내기 사촌과 만날때마다 비교하셨고
어린마음에 쌓인 울분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그땐 그냥 부모님이 미워지는 내가 나쁘구나 했어요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아버지 사업이 망해서 계속 살아온 정든 고향을 떠나 이사를 간다고 통보를 받았어요
그당시엔 이사가는게 너무 싫었고 친구들과 헤어지는게 너무 싫었고 진짜 그 쪼그만것이 자살해버릴까 생각들 정도로  너무 싫어서 방에 들어가 혼자 울고 있는데 어머니가 들어오셨어요
저는 저를 위로해줄줄 알았는데 엄마는 화를 내셨죠 왜우냐고...그때 너무 당황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계속 울기만 하자 결국 엄마는 화만 내고 나가버리셨죠
지금 생각하면...그냥 안아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위로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그날이후 마음의 어딘가가 닫혔던 것 같아요
쓸데없는 이야기는 조잘조잘 잘 늘어놓으면서도 정작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부모님께 못하게 되었죠 내 속마음이라든가... 중학생때 학원차운행기사에게 성추행당했을때도 한마디도 못했고
새끼때부터 키운 강아지를 아버지 회사 아저씨들이 잡아먹었을때 방문을 잠그고 울부짖는 저에게 처음엔 달래다가 나중엔 적당히 하라며 화를 내시던 엄마
부모님도 내가 미워서 그런게 아니겠죠 그러면 안되는줄 모르셨겠죠
하지만 그분들의 큰딸인 저는 결과적으로 정신이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성인이 됐어요
항상 내탓하고 살았어요 난 왜이리 못나게 태어났지... 난 왜 밝게 긍정적으로 사고하지 못할까
육아책을 읽으면서 자꾸 내 부모님이 나한테 안그랬다면...그랬다면...달랐을까 수만가지 생각을 하다
이제와서 부모님탓 하면 뭐하나 그분들은 여전히 날 사랑하시고 단지 잘 모르셨을 뿐인걸...괜히 다커서 부모원망하는 내가 더 못나보이고
정말...ㅎㅎ 지금 제옆에서 곤히 자는 천사같은 내딸이 제발 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키울거예요
하루수십번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해주고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울면 왜우는지 물어봐주고 그칠때까지 기다려주고 다정하게 말해줄거예요 그랬구나 우리 딸이 그래서 속상했구나 힘들었구나...공감해줄거예요
남들은 형제가 있어야된다 둘째가져라 하지만 저는 제 형제로 인해 트라우마 생길 정도로 불행했기 때문에 외동아이로 키울거예요 어린시절의 내가 외동이기를 간절히 바랬던 것처럼... 

댓글
  • 꼬마아줌마 2017/10/30 17:22

    저도 그래서 안읽는책 몇권있습니다..  읽다보면 막화가나요.. 책에서 나온 최악의 예시가 하필 제어린시절이랑 똑같을때 넘 화가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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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코몽아로미 2017/10/30 17:34

    세상에 완벽한 사람, 부모는 없다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을때가 있었어요..
    엄마한테 맞으면서 자랐었고(물론 잘못한게 있었겠지만 그게 머리를 크게 맞으면서까지 잘못했던 일이었을지..)
    그동안 살아오면서 아이에게 이러면 안되겠다 싶은것들이 있지요
    책을 보면 실제랑 많이 달라서 힘들때가 많지만 내 직업은 엄마라고 생각하며 시간될때 육아서 읽으면서 공부한다고 생각하고있어요..
    엄마들이 힘내서 아이들 잘 살도록 인도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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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구몬 2017/10/30 18:05

    저도 그래요 그래서 아이에게 누구야! 이렇게 큰 소리 내는 것 조차도 죄책감 들고 저는 조금이라도 그러지 않으려는 강박? 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마음도 아프구요.. 조금이라도 차별받는 기분을 느끼게 할 바이야 난 한명의 자식만을 낳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죠. 지금은 신경안정제등 을 먹으면서 상담받아요 저를 달래가면서 아이에게 나쁜쪽으로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으려구요. 글쓴님도 좋은 부모님이 될 수 잇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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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쵸콜렛케익 2017/10/30 19:18

    정말 완벽한 부모밑에 컸다면 육아서를 읽을 필요가없겠죠... 그게 아닐수록 내가받은 상처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하는거 같아요.
    은연중에 부모가 날 대하는대로 자식을 대할지도모르니..
    전에 어디서 본 글인데..
    우리나라는 거의 전국민이 정신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채 살고있대요.
    저희 할머니만해도 일제시대에 자라서 6.25전후에 부모님을 낳아키웠고..저희부모님은 어릴때 미군에게 옥수수죽 배급받아 먹던 이야기를 하시거든요...그뒤로 독재정권이 있었고..
    어떻게 보면 먹고사는게 급급하고 사람목숨이 파리목숨인 시절을 살아오셨고.. 잘못한 아이는 때리는게 당연했던 시대였었다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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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불에눕자 2017/10/31 08:49

    토닥토닥. 저는 미혼인데도 육아 관련 기사 등에서 그런 글 읽으면 글쓴이님이랑 똑같이 막 억울하고 화도 나고 그래요. 나도 따뜻하고 현명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나도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부모님 덕분에 저절로 알았다면 지금보다 더 멋진 사람이 되었을 텐데. 더 일찍 그 다음 단계를 향해서 나아갔을 텐데. 그래도 부모님과 똑같이 행동하지 않고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고 내 아이에게는 절대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시는 모습 대단하세요. 그것만으로도 잘 자라신 거예요. 훌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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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받아들여 2017/10/31 09:47

    저도 육아책이나 티비 등에서 본 것들을 보며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날 때가 많았어요 요즘은 가끔은 엄마한테 얘기합니다  엄마 예전에 나한테 이러이러 했는데 첵에선 그러면 안된다더라 저렇게 해야한다더라 엄마 그 때 나 너무 슬펐다 하는 식으로요 그럼 엄마는 미안하다고 그 때는 너무 여유도 없고 몰랐었다 지금이라면 안그랬을텐데..하십니다 사실 그런 말 들어도 마음의 상처가 다 낫는 건 아니지만 조금 후련한 기분은 들더라구요 부모님께 모든 사과를 받고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을지언정 우리는 우리 자식에게 똑같이 되물림되지 않도록 사슬을 끊어야 합니다 아프지만 공부 많이 해서 더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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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색머리앤 2017/10/31 10:36

    제마음이랑 너무 같아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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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숭 2017/10/31 11:41

    저는 미혼인데 아동발달과 교육? 그런 수업을 들으면서 계속 제가 생각났어요.  무난하게 적당히 사랑받고 혼나며 자란 거 같은데 제 맘 속에 자꾸 잊히지 않는 원망과 울분.. 그런 게 있어서요. 부모님이 오냐오냐하면서 키우면 애 버릇 버린다던 게 평범한 육아..? 였고 내 잘못으로 혼나긴 했지만 나는 부모님의 화풀이 대상이기도 했다는 것..
    그 이후에도  다큐며, 결게 오유 게시글이며  육아 정보글을 꽤 봅니다.
    이제 그 원은 흐려지고 무던해졌어요. 앞으로 내가 안 그러면 되구나, 싶고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서 좀 더 여유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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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탄 2017/10/31 13:39

    저도 서천석 책 읽으면서 나의 이런부분은 이렇게 키워진거구나 내아이에겐 최소한 큰 트라우마는 주지않게 노력해야겠다 하며 읽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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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tbc^^ 2017/10/31 18:01

    대부분의 육아책이 나에겐 자책감과 자괴감은 가지게 하고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을 부정적으로 만들어 버려요. 부모 세대도 부모 세대 방식으로 자녀를 키웠다고 봐요. 지금 우리가 하는 육아방법도 다 옳다고 장담할 순 없어요. 어느집 이야기인데 부모의 급한 성격으로 힘들어 본인이 자녀를 낳고 느긋하게 느긋한 맘으로 아이를 키우려고 했데요. 재촉하지 않고서 말이죠. 육아책에 써 있는 그대로 기다려 줘라. 허나 아이는 그게 가장 불만이였다네요. 그게 싫었다고 ㅜㅜ 육아책도 걸러 봐야지요. 좋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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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거쓰려고가입 2017/10/31 18:01

    이 글을 읽는데 왜 눈물이 나죠 ㅋㅋ ㅜㅜ
    좋은 엄마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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