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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문. 요약有. 친구가 점점 좋아져가요. 위험할 정도로.

연애게시판에 올리기는 하지만 연애는 아니고 짝사랑이네요.
 
 
 
 
걔는 남고 다니던 시절 만난 7년지기 친구에요. 사실상 유일한 친구이자 절친.
 
1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학기 첫날에 짝꿍이 되어서 같은 게임(스카이림) 좋아하는 걸 알게되고 친해졌어요.
 
이 녀석은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키도 크고 잘생겼는데 자기가 잘생긴거 진짜로 모르는 멍청이에요.
 
저희 학교가 두발 규제가 강했는데 단속 귀찮다고 6mm 반삭하고 다니고
 
옷도 아저씨처럼 입고 다니고 교복도 안줄이더라구요. 그래서인지 다행이 얘가 모태솔로에요.
 
거기에 고등학교 시절 내내 그 흔한 쌍시옷 들어가는 욕도 한번도 안하고
(요즘은 옆에 있는 사람들 때문인지 간간히 하더라구요.)
 
장난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면 장난인걸 파악 못하고 진짜로 하는 호구입니다.
(야, 백원 줄게 소시지빵 사와. 같은거)
 
운동도 정말 잘해요. 3년 내내 반대항 농구, 축구경기에 나간 녀석이라 워낙 인기가 많아서 반 전체랑 친했는데요.
 
그래도 선생님들한테 단짝이라고 불릴 정도로 저랑 같이 잘 붙어다녔어요.
 
그 뒤 대학은 다르게 갔지만 서로 아싸가 되서 공강날 맞춰 같이 놀러다니고 오히려 더 친해졌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어떻게 제가 이런 애랑 친해졌는지.
 
 
 
 
아무튼 좋긴 좋은데, 그게 화근이었어요.
 
이 녀석이 저 스펙으로 여자친구 하나 사귀지 않고 저랑 붙어다니니까 제가 되도않는 뇌내망상 막 하면서 혼자 연애 분위기를 냈거든요.
 
말 거는 것도 '야, 뭐해?'가 아니라 '자기야, 뭐하니?' 이렇게 되고.
 
약속 장소에서 저 오는 것도 모르고 멍하니 서서 기다리고 있을 때 다가가서 백허그를 하기도 하고.
 
근데 이 놈은 하도 착하니까 그런걸 다 받아줍니다. 먼저 드립까지 치면서 호응해줍니다.
 
그래서 분위기 파악 못하고 진짜 멋대로 입술박치기 할 뻔한 적도 있어요.
 
이 외에 같이 여행 갔을 때도 혹시나 발기할까봐 샤워나 목욕도 같이 못했고
 
인생 첫술 같이 마실 때도 취해서 나쁜짓 저지를까봐 전 마시는 시늉만 했어요.
 
뭐, 이 놈은 그런거 다 그냥 웃고 넘어갔겠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깔깔헤헤 하며 살다가 고등학교 졸업 후에 이 놈 집에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얘가 저희 집에 온 적은 많은데 저는 이 녀석 집에 처음 찾아가는 거였어요.
 
이 녀석 컴퓨터를 뒤지다가 ㅇ동을 발견했습니다.
 
전부 여자 나오는 영상이고 가끔 여자 둘만 나오는 영상도 있더라구요.
 
당연히 이럴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는데도 마음 속에서 뭔가가 푸시시 꺼지는 기분이었어요.
 
그 때는 ㅇ동폴더 다른 곳에 옮겨놓고 우헤헤 니 딸감 삭제함 이러고 장난이나 치고 나왔습니다.
 
집에 와서는 별 감정없이 묻어버리려고 했는데 그 때의 의미심장한 기분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게 벌써 3년 전 일인데 미칠 것 같아요.
 
전 사회복무요원이고 이 친구는 상근예비역이라서 한두주에 한번씩 주말에 만납니다.
 
그 때마다 가는 길이 아주 설레요. 근데 오는 길은 너무 ㅈ같아요.
 
집으로 오는 지하철 막차 안에서 '같이 살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침마다 눈뜨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만 주구장창 합니다.
 
그러면서 만날 때마다 넌지시 '나중에 나 독립하고 나면 우리 자취방 합치자. 돈 아끼고 좋잖아.'하면서 밑밥을 깝니다.
 
그럼 얘는 아주 해맑게 웃으면서 그러자고 대답합니다.
 
이런 걸 보면 얘는 절 딱 친구로만 보고 있는데 전 이 녀석 만날 날만 생각하며 살아요.
 
이번에 만나면 뭘할까. 뭘 먹을까. 어떤 영화를 예매해야 좋아할까. 전부 고심 끝에 계획하는데
 
가끔 그 주말에 얘가 사정이 있어서 나올 수가 없다 그러거나 다른 친구랑 선약이 있다하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짜증이 납니다.
 
어디 가지 않고 멀쩡히 있는 주말을 뺏긴 기분이에요.
 
그런 주말에는 어플로 잠자리 상대를 구하거나 주구장창 집에 틀어박혀서 게임만 합니다.
 
특히 게임할 때는 그 녀석 생각이 잠시라도 잊혀지거든요.
 
그리고 주머니 사정도 점점 나빠져만 가요. 어딜 가서 뭘하든 제가 돈을 다 쓰니까요.
 
이 놈이 막 저한테 빌붙고 그런게 절대 아닙니다.
 
부담스러워하는게 눈에 보이는데도 제가 멋대로 이것도 사주고 저것도 사주고 하면서 얘한테 돈을 막 써요. 그냥 그러고 싶어요.
 
좋아하는 거 있으면 기억해놨다가 나중에 자취방에 택배로 보내주기도 하고 아프다고 카톡오면 일 다 치워놓고 얘네 엄마 대신 간병하러 갑니다.
 
얘가 혼자 끙끙 앓고 있던 고민을 저한테 털어놓을 때나 술마시고 칭얼대며 안겨올 때가 제일 행복해요.
 
 
 
 
근데 아무리 그래봐야 전 그냥 친구잖아요. 절친.
 
아무리 잘해줘도 언젠가 '껌딱지 같이 엉겨붙어와서 부담스러운 친구' 같은 제목으로 오유 고게에 올라올지도 모르는 이 녀석의 친구일 뿐입니다.
 
이걸 떠올릴 때마다 너무 우울해요. 어플 같은 걸로 다름 사람 만나서 욕구를 풀고 나서도 걔 생각에 울적해요.
 
얘가 여자랑 같이 찍은 카톡 프사 볼 때마다 혹시라도 이 녀석에게 여자친구가 생길까봐 불안합니다.
 
오르지 못할 나무를 햇수로만 7년이나 올려다보고 있자니 목이 부러질 것 같아요.
 
그래서 얘한테 좀 심드렁해지고 싶어요.
 
ja위할 때마다 얘 생각하는 거나, 꿈에서 진짜 연인처럼 지내다가 깨어나서 허탈해하는 것 좀 그만두고 싶어요.
 
얘가 그냥 친구로만 느껴질 때가 되면 속도 편하고 지갑도 편해지겠죠.
 
근데 무슨수로 그렇게 될까요? 마음 먹은 것도 뜻대로 안되는데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요?
 
저 어떡하죠?
 
 
 
 
 
 
요약.
1. 작성자에게 짱짱 스윗한 남고 동창 절친있음.
2. 작성자는 게이. 동창 좋아함. 동창은 일반. 작성자한테 관심 ㄴㄴ
3. 짝사랑하는거 숨기고 친구로 지내는 중인데 작성자 삶이 햄보칼 수 없음
4. 저 어떡해요?
 
 
 
 
 
 
두서없고 뒤죽박죽인 긴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해요. 스크롤 쭉 내려서 요약만 본 사람들도 고마워요.
 
다 쓰고나니 그냥 지울 수 없어서 올리기는 하는데 금방 지울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게이분들 그럴 일 없겠지만 절대 일반 좋아하지 마세요.
댓글
  • 시인에게 2017/10/26 14:46

    뭐라 들릴 수 있는 말이 없네요.. 힘내시라는 말 밖에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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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마moo 2017/10/26 14:49

    저도 그런적있어요 전 여자구 1년정도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그냥 일부러 심드렁하려고 노력진짜많이 했어요 연락두 일부러 안하구 다른친구 만들어서 더 놀려고하고... 그친구랑 관련된게 아닌걸 일부러 더 만들어서 바쁘게 행동했어요 2년정도지나니까 진짜 친구가 됐더라구요 저는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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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계의여왕 2017/10/26 14:50

    극약처방으로 아예 관계를 끊어버리거나
    아니면 끝까지 숨겨서 친구사이로 지내는 수 밖에 없어보입니다.
    비동성인에게 동성애자의 사랑을 바라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고
    그렇다고 솔직하게 다 털어놓는 것도 두 사람 관계에 득이 될 것 같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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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J 2017/10/26 14:57

    전 그냥 제가 나쁜놈이라고 생각하고 지냅니다
    참 그런게, 얼굴 안본지 3년쯤 되는데도 아직도 맘속에 있더라구요 아주 ㅈ같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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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사나♥ 2017/10/26 14:59

    어플로 잠자리 상대를 구한다는게 그거 생각하는게
    맞나요??? 그렇다면 글쓴 분이 그냥 견디는게
    가능하면 조용히 견디시던지 아니면
    말끔하게 안만나는게 상대방에게 좋을꺼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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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유령 2017/10/26 15:07

    글쓰신거 보면 이미 안된다는거 잘 알고 계시지만, 혹시나.. 만에 하나라도 하는 마음이 있으신거 같은데.... 이건 좀 강하게 말씀을 드려하 할것 같네요.
    꿈도 꾸지 마세요. 이성애자가 동성애자에게 이성애 요구하는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잘 아실텐데 그 반대의 경우가 다를꺼라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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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ubi2627 2017/10/26 15:11

    아이고 마음 아파라... 제 주위에도 짝사랑만 계속하는 게이친구가 있어서 괜히 더 이야기가 공감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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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fe_Reader 2017/10/26 15:19

    그냥 멀어지세여.......
    계속 만나봤자 어차피 못이루어지는 건데 아예 얼굴 안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담배 끊으려면 줄이는게 아니라 아예 끊으라잖아요.
    덜 만나는게 아니라 그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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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생목록 2017/10/26 15:23

    동성이라서 문제는 아니닙니다. 일방적인 사랑이 문제인거죠. 이성간에도 그건 문제 되는거고요. 여기서 조언을 해줘도 결과는 글쓴이의 선택이 중요하지요.
    1. 솔직히 말한다.
    2. 끝까지 숨긴다.(단 진짜 끝까지 숨겨야 함. 안그러면 끝이 좋지 않음)
    3. 말하지 않고 조용히 정리한다.
    글쎄요. 짝사랑은 고백해도 안해도 후회입니다.
    동성이고 이성이고 간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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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심한처자 2017/10/26 15:24

    그냥 못 오를 나무를 동경하시는 건 아닌가요?
    정말 마음 깊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어플로 원나잇 상대를 구하나요...?
    그리고 이미 친구의 도를 넘어선 호의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냥 평생 숨기시는게 나을 것 같네요.
    혹시라도 절대 친구에게 친구의 선을 넘은 행동 하지 마세요. 그거 진짜 트라우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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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빛 2017/10/26 15:31

    솔직히 어플 얘기랑 원나잇 얘기에서 글 안읽고 내렸네요
    처음에는 짠하기도 하고 안타깝고 그랬는데...
    그냥 어느정도 거리를 두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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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ubleKiss 2017/10/26 15:31

    주말에 약속이 있거나 해서 못만나면 짜증난다, 여자친구가 생길까봐 불안하다, 혹시라도 나중에 오유에 글 올릴 것 같다 등
    이성애 동성애를 떠나서 이건 이미 사랑이란 감정보단 아주 강한 집착으로 보이네요. 이미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그 친구에게 편중되어 있단 것도 글 전체에서 느껴지고요.
    그대로 계속 친구로 남는다면 언젠가 결국 작성자님이 괴물이 되어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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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맘에들지않아 2017/10/26 15:33

    그냥 진심도 안 느껴집니다
    좋아하는사람있는데 다른이와 잠자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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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레리독 2017/10/26 15:35

    본인의 성적 지향은 확실한거죠?
    흔한 사례긴 하지만 7년이라니 오래도 끄셨네요. 주변에 이런 일을 상담할 나이들고 경력 오래된 게이가 없나요?
    글 쓰신 걸로 봐서는 커뮤니티에는 나오지 않고 O스 상대만 찾는 은둔게이인 상태 같네요.
    은둔 게이 상태라면 본격적으로 게이 활동을 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일 것 같네요. 외모도 꾸미고, 운동도 하면서 친구를 만들고 바도 가고 클럽도 가고 이사람 저사람 알아가면서 진짜 연애 상대도 만들어보는거죠. 지금은 옆에 있는 그 친구 때문에 다른 남자(성욕 풀 대상 말고)는 필요 없을 것 같은 상태라서 필요가 느껴지지 않나요? 커뮤니티가 없는 게이는 행복하지 않답니다. 친구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요.
    아니면 아는 게이도 많고 정기적으로 놀러도 나가고 나 좋다는 남자도 있는데 아직 그 친구가 좋은 경우도 있겠죠. 결론은 관계를 끊거나, 고백해서 벌레취급 받거나 두 결말 중 하나일거에요. 그런데 의외로 잘 통하는 중간 쯤 되는 방법이 있어요. 좋아한다는 고백은 하지 말고 커밍아웃만 하세요. 잘되면 날 이해해주는 좋은 친구를 갖는거죠. 게다가 내가 게이임을 알고있는 이성애자 친구랑은 도저히 뭘 어떻게 해볼 생각이 들지 않아요. 물론 망상도 안되니 그러다 식게되는거죠. 안되봤자 어차피 망할거 좀 빨리 망하는거 뭐 어때요. 나중에 생각할 때 인생 첫 커밍아웃을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한테 용기내서 했다는 훈장도 생기고요. 힘들겠지만 평범한 게이 청년이 자라나는 과정입니다. 행복한 게이가 되세요. 익명도 아니고 해서 글쓴이가 읽은거 확인되면 삭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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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nisfree 2017/10/26 15:37

    다른 애인을 사겨보시는게..
    그러다보면 그친구 생각은 자연스레 안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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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영혼 2017/10/26 15:41

    쉽진 않겠지만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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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냐콩4 2017/10/26 15:52

    좀 다른 소리고 오지랖이지만 되도록 어플로 만나는 원나잇은 지양하시는게 좋겠습니다.
    꼭 그 친구가 아니더라도, 그 친구분은 추억이 되고 다른 소중한 분이 생기시면 그 분께 상처가 될 수도 있겠네요.
    작성자님 몸 자체도 소중히 하세요. 건강검진도 꼭 받으시구요.
    특히 어플 등을 통해 목적이 거의 하나인 사람들이 그닥 깔끔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제 편견이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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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밥디라라 2017/10/26 16:00

    남사친으로 오래 가세요. 순간의 잘못이 평생 다시는 못보는 사이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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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추딴딴 2017/10/26 16:05

    솔직하게 말하세요 그게친구사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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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일라 2017/10/26 16:14

    전 비슷한경험이 있습니다. 님의 반대편으로 말이죠. 그친구가 동성애자인건 이미 알고 있었어요. 동성애자인걸 이해하는것과 그 친구를 좋아하는건 별게 문제더군요.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고백받고 사랑하는건 쉬운일이 아니에요. 심지어 이성간에도 말이죠. 그 친구 다시는 못보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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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capeGoat 2017/10/26 16:14

    7년지기 절친이 친구라고 했던 행동들이
    다 작업이었고 스킨십이었다고 하면
    배신감이나 소름 엄청 들 거 같은데...
    양성애 끼가 있으면 몰라도 절대 고백하지 마세요
    친구 입장에선 역대급으로 징그럽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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