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로 소몰이 하는 걸로 유명한 호주.
넓은 평지에,
대찬정분지라 해서 지하수와 우물이 펑펑 솟아나고,
캥거루 덕에 포식동물도 많지 않음.
더 건조한 노던 준주 등에서도 브라만 같은 품종을 키운다.
얘들은 목장 얘기할 때 단위가 헥타르(1ha=3025평),
양, 소 거래할 때는 몇 만 두 단위.
품종우 살 때마저 로트 단위로 삼(대충 몇 천 마리).
이렇게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농장주들끼리 골치 아픈 일도 많음.
일단 가축 도둑질.
호주에서는 더핑(duffing)이라고 부르는데
호주 스케일답게 훔칠 때도 백 단위임ㅋㅋㅋㅋ
버기나 SUV로 몰고 가서 트럭에 태우면 끝임.
땅덩어리가 겁나 크고, 가축도 겁나 많으니 고작 몇 백 단위로는 바로 알기 힘듬.
그리고 이런 가축 도둑질도 그 사이즈가 어이 없지만
이런 도둑질에 비해 더 골치 아픈 문제가 토지 분쟁임.
일단 호주에는 목가적 임대(Pastoral lease)가 있음.
몇 십, 백 심지어 천 헥타르 단위의 목축지가 전부 목장주 소유는 아님.
특히 노던 준주 같은 곳의 목축지 상당수는 왕관령(crown’s land)임.
호주 주, 혹은 준주 정부가 소유한 사실상의 공유지.
호주는 이런 땅에서 양, 소 등의 가축 방목을 허락함.
(최근에는 낙타, 캥거루 등의 방목도 허가한다 함)
그런데 이게 딱 떨어지는 권리가 아님. 애초에 실소유도 아니고.
도심지나 작은 밭떼기처럼 눈에 들어오는 사이즈가 아니니까, 말 그대로 대초원이잖음.
자로 댄 듯이 깔끔하게 나눠서 분배할 수가 없음.
그러니까 목장주끼리 여기가 내 땅이네 아니네
가축 도둑이네, 니들이 우리 목장으로 소 몰고 들어온 거네
니들이 우리 물 쓰고 있네, 지하수 자체는 우리 쪽에 있네
싸움이 날 수 있음.
그리고 호주 원주민 토지권이 있다.
알다시피 호주 역사 자체가 영국놈들이 애보리진(:호주 원주민 부족들을 통틀어 일컫는 단어) 쫒아낸 역사임.
호주 정부도 근대부터 조금씩 애보리진의 권리를 인정하기 시작함.
이마저 관련 토지법률이 종류가 많아서 머리 쪼개지게 만듬.
그래도 대충 요약하면…
원주민 부족/집단이 전통적으로 살아왔던 토지고, 문화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인정받으면 토지의 공동 소유를 허락해줌.
말했듯 이거 ‘공동 소유’임.
그러니까 목장 임대주랑 원주민이랑 이용권이 공존함.
예를 들어 원주민이 부족 토지에 들어가서 소를 사냥했는데,
-님 우리 소 왜 쏨??
-혼자 어슬렁대는 소가 왜 님 소임? 야생소 아님?
-무리에서 떨어진 거거든? 제각이랑 브랜딩 아직 못한 거임. 하여간 니들 자꾸 목장에 기웃대는 거 짜증임.
-백인 놈이 미쳤나, 걍 인종차별이지? 야생소로 우기는 거 잖아.
이런 일이 빈번.
이런 토지권을 가진 원주민을 전통적 소유자(traditional owner)라고 부름.
그리고 더 헷갈리라고 전통적 소유자와 별개로 전통적 관리자(traditional custodian)라는 개념이 있음.
이건 특정 토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통의 원주민들을 가리키는 국가 공인 명칭인데, 법적인 권리는 아님.
하지만 법적으로 판단할 근거는 됨.
여기에 또 기업 임대까지 있음.
아까도 말했듯 왕관령은 주, 혹은 준주 정부 소유임.
당연히 정부는 수익을 위해 그 땅을 기업에게 임대해준다. 분야는 농업, 목축업, 제조부터 쓰레기 매립지까지 다양함.
문제는 거기 원주민이 살고 있거나,
목장이 방목 중이거나,
목장이 방목 중인데+원주민이 살고 있거나.
이러면 머리가 좀 아파지는데…
1. 목축적 임대권은 실점유에 따라오는 권리가 있음.
하지만 기업은 정부에 직접 권리를 돈 내고 획득했음.
2. 하지만 토지 위의 건물과 가축은 목장 소유임.
3. 엄밀히 말해 가축과 건물을 훼손하면 그건 재산 손해 맞음.
근데 토지 이용권 자체는 기업이 우선임.
4. 그러다 원주민들이 자기 땅이라고 주장함.
실제로 원주민들은 소유권을 가지고 있고, 단독/공용 소유권이 없더라도 개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
5. 기업의 토지조사부, 인류학부는 토지에 권리를 행사할 부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음(그러니 개발 계획을 세웠겠지?)
원주민들 입장에선 우리가 몇 천 년을 거기서 살았는데. 니들이 쫒아냈으니 당연히 딴 데서 사는 중이지, 백인놈들아.
6. 소유권이 아니더라도 전통적 관리자라는 개념에는 토지 보호에 대한 책임감과 결부되어 있음.
그리고 꼭 실거주가 아니더라도 전통이나 종교적으로 중요하면 개발 가부권 행사할 수 있는 거 맞음.
그러면 이렇게 삼자대면 하다가
분명 그 땅의 목장주끼리 의견이 갈리거나, 옛날에 부족과 분리되어 생긴 제 2의 원주민들이 나타나거나 별의별 찐빠가 일어남.
그리고 결정타인데,
호주는 연방 단위의 토지법이 없음. 토지법은 다 주법임.
그리고 그 주에서도 토지권을 다루는 기관이 여러 개임.
노던 준주의 경우 중앙 위원회, 북부 위원회, 원주민 권리권회, 원주민 토지 관리 기금…….
이게 비로 호주 토지법이 악몽 취급 받는 이유.
제국주의 영국 놈들이 역사적으로 개판 쳐놓아서 그 후폭풍이 아직도 계속됨.
나만정상인
2024/10/28 20:49
와 저기는 부동산전문변호사 같은 거 엄청 돈 많이 받겠다
공포의_인문학 빌런
2024/10/28 20:57
그래서 멜버른 같은 곳 부동산 변호사는 건축이나 유언 쪽 전문이 많은데
뉴사우스웨일스, 퀸즐랜드, 노던준주… 이런 곳은 부동산 변호사나 로펌 중에서도 농업/목축업 전문이 따로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