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야….”
쓰러져 있음에도, 돈키호테의 창에 찔렸음에도, 누워있는 돈키호테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단테는 시계를 째깍거리며 고민했다.
방금 아비가 되는 자를 직접 찔렀는데도 멀쩡히 말하고 있다니. 산초, 아니 돈키호테에게 끝을 지으라는 가혹한 지시를, 관리자로서 행하여만 하는 것인가.
단테가 갈팡질팡하며 주머니에 넣은 손을 꿈틀거리자, 산초는 웃으며 대답했다.
“관리자 나리.”
“걱정하지 마시게 아버지는… 내가 마무리할 테니.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아버지와 혼자 있게 해줄 수 있겠는가?”
그렇게 단테는 돈키호테를 믿고 등을 돌리며 걸어갔다. 몇 번 뒤돌아볼지 생각이 맴돌았지만, 그래도 돈키호테를 믿고 가기로 했다. 돈키호테가 누구든 돈키호테니까.
“산초야…, 거기 있니?”
“예, 돈키호테 님 있고 말고요. 어디도 안 갑니다.”
“산초야, 눈이 멀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구나. 어디에 있니?”
산초는 조용히 랜스를 땅에 눕혀놓곤 앉았다. 그리곤 조심스레 돈키호테의 손을 꽉 잡았다. 해가 조금씩 떠오르고 있음에도, 돈키호테의 손은 차가워지고 있었다.
“산초야, 거기 있었구나.”
돈키호테는 손을 벌벌 떨면서 해가 떠오름에도, 산초가 잡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돈키호테는 보이지 않음에도 언제나 그렇듯 산초를 향해 웃고 있었다.
“돈키호테 님….”
“산초야. 세상을 돌아다닌 모험담과 이야기를 들려주겠니? 200년 넘게 바리가 찾아오지 않아 늘 궁금했단다. ”
“….”
마지막인데도, 창으로 찔렸는데도, 해결사의 모험담을 들려달라니. 시간이 지나도 아버지는 아버지였다. 끝까지 아버지의 계략에 이기지 못한 것을 깨달은 산초는 웃음을 이내 참지 못하였다.
“산초야, 무엇이 그렇게 웃기니?”
“아닙니다, 돈키호테 님. 처음에는 바리가…”
산초는 처음부터 설명해 나갔다. 레테 강을 먹은 이야기, 바리가 해결사 잡지를 갖다준 이야기, 그리고 이내 붉은 시선이 찾아왔다는 것을.
“호오, 특색이라는 자를 만났느냐. 나조차 만나지 못했는데 참으로 분하구나.”
“예, 아버지도 만나셨다면 고전을 면치 못하셨을 겁니다.”
“아쉽구나, 그런 자를 만났다면 결투 신청을 했을 터인데.”
산초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해결사로 동료를 만난 것부터 약속의 시계를 만난 것까지. 황금 가지를 목적으로 동료들과 모험담을 펼친 것까지를.
돈키호테는 산초의 모험담을 들으면서 감탄을 하면서도, 자신이 세상에 몰랐던 것이 많았음에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였다.
“고래? 이 세상에는 내가 참 알지 못했던 것이 많았구나.”
“예, 그곳 대호수에서 강적을 만났던 도중에 새로운 특색을 만났는데….”
"뭐라?!”
산초는 웃음을 터트리며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었다. 동료 해결사의 저택으로 간 이야기를, 붉은 시선이 구해준 모험담을, 그리고 마왕까지 만났던 것을.
“참으로 놀라운 자였습니다! 로시난테와는 다르게 머리 없는 말을 타면서 군대를 일으키는 자가….”
어느샌가 산초는 자신도 깨닫지 못한 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돈키호테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돈키호테는 그저 산초의 무용담에 웃으며 들을 뿐이었다.
워프 열차의 이야기까지 끝내자. 밝고 희망차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산초는 말을 잃고 말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다음에는….”
라만차 랜드에서라는 말을 이어 하지 못한 채. 그러자 돈키호테는 웃은 채로 닫고만 있었던 입을 천천히 열었다,
“산초야….”
“예! 돈키호테 님.”
“나… 좋은… 생각이 났다.”
“예? 이번에는 어떤.”
“다음에는… 모든 가족이…, 다 함께 모험을 떠나는 거다…!”
“….”
피를 토하면서도 웃는 돈키호테의 대답에 산초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시리면서도 벌벌 떨리는 돈키호테의 손을 더욱 세게 잡으면서 웃음을 애써 짓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뭡니까?”
“자 한 번 생각해봐라. 만약에 가족들이 모험을 떠난다면 말이다. 돌시네아는 처음에 꺼릴지도 몰라도, 늘 그렇듯이 어느새 웃으며 모험을 떠나겠지. 그리고 니콜리나는 옷이 없는 가난한 자들을 위해 가면과 옷을 만들어 줄 거다. 그리고 쿠리암브로는 나쁜 자들을 위해 고해를 하며 선한 자들로 만들어주겠지.”
“….”
산초는 이내 억지로 만들었던 웃음을 천천히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저 뒤에는 돌시네아도, 니콜리나도, 쿠리암브로도 이미 주검이 된 후였으니까. 그럼에도 산초는 돈키호테의 마지막만큼인 만큼 고여있는 눈물만은 해가 완전히 뜨기 전까지 참았다.
“그리고 너와 나, 로시난테를 타고 맨 앞에서 무시무시한 곰을 물리치는 거다. 그 뒤에는 돌시네아도, 니콜리나도, 쿠리암브로도 언젠가는 말을 타고선 다 같이 들판을 달리겠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치하십니다.”
“인생은… 유치할수록 재밌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산초는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웃고 있었다. 보이지 않음에도 돈키호테 또한 찾아오는 잠을 떨쳐내며 늘 웃어주던 웃음을 산초에 보여주었다. 이제는, 희미한 온기조차 사라지고 있었다.
“산초야….”
“예… 돈키호테님.”
“너무 피곤해서, 조금만… 조금만 일찍 잠에 드는 걸 용서해 주겠니?”
“……예, 돈키호테 님.”
“산초야.”
“예, 여기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름을 불러주지 않겠니?”
산초는 물론이죠 돈키호테 님이라고 말할 뻔하다 이내 도로 삼키었다. 그것은, 돈키호테가 원하던 말이 아닐 것으로 생각하였기에. 이내 잠시 고민하던 산초는 손을 잡은 채 대답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해결사 돈키호테 님.”
돈키호테는 그 말을 듣자 그저 환히 웃었다. 그러고는 이내 떨고 있던 손에 힘을 빼며 잠에 들었다. 돈키호테는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리며, 최초의 혈귀 해결사의 마지막을 바라보았다.
하늘까지 닿을 한 관람차도, 영원히 돌 것만 같은 회전목마도, 찬란했던 라만차 랜드도 어느덧 무너져갔다. 꿈은 깨어졌고 탑은 무너졌다.
그리고 밤을 물리치는 해는,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