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본부 앞 광장.
마요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산책 나온 교주를 발견해서는 다짜고짜 붙들었다.
“교주. 집수리비 벌어야 함. 교주 귀지 파서 팔 거임.”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선언.
하지만 교주는 동요하지 않았다.
마요가 그의 신체 일부를 뜯어다 수집하고 보관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나저나 전당포에 물건 잔뜩 들여놓더니 또 무너졌구나.
입에서 간질거리는 한마디.
하지만 열심히 참았다.
굳이 사실을 들춰봤자 돌아오는 건 마요의 바람총뿐일 테니까.
“전에 팔았다던 손톱은 이해…….”
끼익―!
교주의 머릿속에서 급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울렸다.
분명 그가 엘리아스에 와서 상식이 깨지는 일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래도 지킬 선이라는 게 있었으니까.
“…하지 못했는데. 아무튼 귀밥이 어떻게 돈이 되는데.”
“엘프가 샘플로 비싸게 쳐줌.”
“엘레나는 내 클론이라도 만들 셈인가.”
“교주 짝퉁 나오면 다 때려부술 거임. 교주 희소성 떨어짐. 흐흐흐.”
“묘하게 믿음직하네. 근데 비싸게 팔리는 지는 어떻게 안 거야? 엘레나가 먼저 제시했나?”
“교주 잘 때 파서 팔아봄.”
“그렇구나~ 어쩐지 자고 일어나면 손발톱 짧아지고 머리가 시원해지더라.”
엘리아스산 침대의 특별한 기능인 줄 알았지 뭐야.
무심코 말했지만, 교주는 이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스스로에게 딴죽을 걸었다.
“엘프는 머리카락하고 손발톱도 종종 사감.”
“1년 동안 대체 얼마나 팔아먹은 거야.”
“집 새로 지을 만큼.”
“집을. 새로…….”
교주는 그 이상 깊게 물어보는 건 관두기로 하고, 마요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기로 했다.
***
성물 위에 앉은 마요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워서 귀가 파지길 수 분.
“교주 반대로 돌아봄. 반대쪽도 팔거임.”
“그래그래.”
머리를 돌리자 광장 풍경은 사라지고, 파요의 밝은 하늘색 옷만 시선에 들어왔다.
어쩌면 사제복일지도 몰라. 왕궁에서 ‘수집’했다거나.
교주가 아무래도 좋을 생각을 하는 사이, 마요는 교주의 반대쪽 귀에서도 귀지를 능숙하게 채취했다.
인체를 잘 알고 있다. 잘 때 파서 팔았다는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어쩌면 광장에서 귀지를 파이는 건 일종의 수치플레이일지도 모른다.
부그러움을 느낄 여지는 없는가.
교주가 냉정했다면 그렇게 생각하고 얼굴을 붉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냉정해지기엔 날씨가 너무 좋았다.
햇살의 포근함과 요정왕국에 감도는 활발한 분위기.
공기 중에 진하게 감도는 빵과 설탕의 뭉실뭉실한 단내.
이 모든 것이 교주의 뇌 속에 스며들어 주름을 펴고, 부드럽게 녹였다.
마치 뜨겁게 달궈진 모래사장위의 아이스크림처럼.
차가운 도시 중심에서 뜨겁게 데워진 도시락 위의 버터처럼.
적당한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은 보송보송한 이불과 에어컨의 조합 같은 마성이 있었다.
시야도 차단당했기 때문일까.
의식하지 못한 사이 밀려온 잠기운은 천천히, 용의주도하게 교주를 잠식해갔다.
멀리서 왕궁이 폭발하고 에르핀이 비명 지르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낭낭하게 에르피엔 전체로 퍼졌다.
언제나처럼 평화로운 일상 속.
이윽고 목표량을 달성한 마요는 교주를 깨우는 대신 곤히 잠든 자신의 수집품을 감상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것에 만족했다는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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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써봤어요.
Night_Watch
2024/10/28 06:47
오오.. 볼문학
루리웹-0017496008
2024/10/28 15:22
볼문학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