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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써보는 내 삶과 결혼이야기 - 이어서

https://todayhumor.com/?wedlock_10881

이어서 씁니다

이어쓰니 음슴체




"엄마 나는 물려받을 땅 많은 양반집 장손이면 좋겠어

다정다감하고 애교 있고 집안일도 같이 해야하고 키크고 호리호리한데 모델처럼 다부진 사람이면 좋겠네?  피부도 하얗고! 안경도!

어디 그런 선생님 같은 사람 없나?ㅋㅋ"

"너 농사짓는 사람이랑 결혼하겠다며? 그래서 애프터 다 거절했다 해놓고 조건이 너무 한거 아니니?"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저 이상형을 말하면서 나도 웃겼음

고만고만한 키에 뚱뚱하고 성격 지지한데 직장도 별로고 돈도 없는 나안테는 절대 있을 수 없을거라 생각하면서도 말함

사실 저 이상형을 말할때 학창시절에 재밌게 보던 만화를 다시 정주행하고 있었고

그때 보고있던 만화가 나루토와 다정다감이였음

거기에 나오는 사스케와 신새륜을 보고 저런 망언을 했었음

그리고 어제 글쓸때 술 취해 빼먹었는데 어릴때부터 나는 귀농하여 농사짓고 사는 아빠를 보며 내 인생의 중반을 넘으면 농사를 짓고 싶어했음

선을 계속 보면서도 선본 남자들의 빡빡하게 살아가는 직업이 마음에 안들어 농사짓는 사람이 아니라 싫다고 엄마안테 늘 말했었음


그러나 내 사랑하는 엄마는 자식들을 위해 특히 나를 위해 못하는 것이 없던 사람이였음

그리고 내가 엄마를 얼마나 믿고 따르는지도 알고 계셨음

아빠와 지금 엄마의 결혼식날 가장 들떳던건 나였음

힘든 밭일을 하고 돌아오면 혼자 방에서 축 쳐진 아빠의 모습이 불쌍했는데 더는 안불쌍한테니까

나도 엄마가 있어서 이제 놀림 안 받고 당당하게 엄마가 있다고 자랑 할 수 있었으니까

학창시절 친구가 없어 힘들어했던 내게

"엄마의 가장 친하고 소중한 친구는 OO(글쓴이)이야 나는 늘 OO이를 믿고 사랑해"

라며 늘 내게 힘을 줬고 그 결과 지금도 나는 엄마와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임

어릴땐 어릴때인지라 삐딱삐닥하게 엄마의 말을 거스르고 싸운적도 많았지만

사춘기를 보내고 점점 나이가 들수록 나는 완전한 엄마덕후가 되있었음


여튼 자식사랑이 철철 넘치는 엄마는 내가 몇번의 선자리를 날려먹은 뒤 저 사건뒤로 선보자라는 말을 안함

무엇보다 저 사건때 나는 이번보는 선이 마지막이다 라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였고 그래서 엄마는 더 신중했던것 같음

덕분에 맘 편하게 뒹굴거리던 내게 딱  한달뒤인 발렌타이데이날 혼술하는데 모르는 전화번호로 연락이 옴


"OO야 나 기억나지?"

나와 띠동갑 가까이 차이나는 우리집 막둥이(아빠랑 지금 엄마랑 낳은 딸) 어린이집 원장님이셨음

엄마늘 일을 쉬어본 적이 없는 슈퍼워킹맘임

막둥이를 임신했을 무렵 출산 전날까지 일하다가 퇴근해서 막둥이를 낳으심

그리고 낳자마자 얼마 안되어 복귀하심

그런 엄마로 인해 아빠와 나는 막둥이를 먹이고 재우고 똥기저귀 갈아주며 열심히 케어했었음

그러나 아빠도 일하고 나도 학교에 가야했기에 막둥이는 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어린이집에 꾸준히 다녔고

막둥이를 엄청 예뻐해주시고 케어해주신 원장님과 엄마는 손꼽을 정도로 친한 사이였음

나도 엄마랑 같이 시장보고 집에 들어가려고 막둥이가 있는 어린이집에 자주 갔었고 원장님도 날 반갑게 반겨줬었음

옛날 생각에 반가울 무렵 원장님은

"엄마랑 통화했는데 이런 인연이 있네! 마침 정말 OO(글쓴이)마음에 쏙 들을 남자가 있는데ㅎㅎ

내 딸 XX 알지? 남자가 내 사위 사촌동생인데 우리 사돈집이거든? 남자가 정말 괜찮아 연락처 줄테니까 연락해서 만나봐 알았지?ㅎㅎ"

라며 바로 연락처를 쏘아줌

그러나 발렌타인데이날 커플들을 바라보며 즐겁게 혼술중이였기에 연락 안함

연락처 받고 몇일 뒤 남자에게서 문자가 왔으나

'안녕하세요 저는 AAA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OOO라고 합니다'

'사촌형님 장모님 통해서 연락처 받았습니다'

'네에'

딱 저렇게 두어마디 하고 연락이 끊겨버림

뭐야? 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렸고 그렇게 한달이 지남 잊어버림


연락처 받고 한달정도 지났을때 엄마가 원장님이 연락처 줬다는데 연락해봤냐고 슬그머니 물음

그제서야 아차 연락했었지 생각나서 휴대폰을 뒤졌는데 주고받았던 문자가 없음

생각해보니 술 진탕 먹은 날 연락 끊겼네? 끝났네? 라는 술기운 마인드로 지워버린게 생각남

그런 나를 보는 엄마의 표정은 정말.. 그렇게 무서웠던 적이 없었음

결국 연락처를 주셨던 원장님이 다시 전화 오심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연락을 안했다는 데에 속상하신 듯 한숨을 쉬시며 만날 날짜와 장소 심지어 메뉴까지 정해주심

지역에서 꽤 괜찮은 호텔 레스토랑의 스테이크가 들어간 코스요리였음

남자안테도 말해뒀으니 예쁘게 하고 만나기전에 연락해서 데리러오라 하라며 만나라 하심

뭐 한동안 편했지 한번 보고 오자 이번이 마지막이다 싶어 네네 하고 전화 끊음


선보기 전전날 혼자 맥주마시며 티비보다가 방송에 나오는 닭숯불구이가 정말 먹고 싶었음

내가 사는 지역 닭숯불구이를 하는 곳에 전화해 구워진거 포장 가능하냐 물어봄

그러나 직접 와서 먹어야 한다는 말만 들음

아무리 혼자 사는 인생 혼자 모든걸 하고 살았지만 연기 팡팡나는 고깃집에서 혼자 닭숯불구이를 구워먹을 자신은 없었음

엄마나 가족들에게 먹으러가자 하고 싶었지만 숯불구이 연기는 몸에 안좋다며 아빠가 금하던 음식이라 같이 먹으러 갈 사람이 없었음

갑자기 너무 서러움

술은 좋아하지만 음식중에 먹고 싶은게 있어 찾아먹은 적은 살며 손에 꼽힐 정도였는데

그런 내가 너무 먹고싶은데 같이 먹으러 갈 사람이 없어서 못먹는다는 현실이 너무 슬퍼서 엉엉 움

그리고 술기운에 선보기로 한 남자안테 문자함

'죄송한데요 만나기로 한거 닭숯불구이집에서 만나면 안됩니까? 닭숯불구이에 소맥이 너무 먹고싶어서요'

남자는 '소맥에 닭숯불구이 좋죠' 라며 콜함 그리고 연락 끊김

이틀 뒤 대망의 그날 선보러 나감


숯불구이는 연기와 냄새가 심하다 = 내가 가진 나풀나풀 예쁜 옷들은 재질때문에 냄새가 잘 안빠진다

불똥이 튈 수 있다 = 불똥이 튀어도 되는 옷은 작업복밖에 없다

위아래 까만 작업복에 막 입는 보라색 롱코트 하나 걸치고 나감

사실 닭숯불구이집 문을 열면서도 내 이상형은 말도 안되며 현실에 비추어 봤을때 그런 사람은 없다 라는 생각에 별 기대없이 문을 염

문을 열자마자 아직 쌀쌀한 날씨때메 찬바람이 들어가며 시선을 집중시킴

그런데 혼자 있는 남자는 안보임

뭐야 아직 안왔나 그래도 닭숯불구이는 먹겠구나 하고 자리잡으려고 들어가는 순간 왠지 모를 시선을 느낌

다시 한번 둘러보니 바로 문 앞 구석에 혼자 않은 남자가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보고 있음


하얀 피부에 쌍커풀 없는 큰 눈 오똑한 코

앉아있어서 키가 큰지는 모르겠으나 딱봐도 작아보이지 않고 호리호리 하면서 어깨가 딱 벌어지고 다부져 보였음

까만 캡모자와 아이돌 스타일의 옷차림

"안녕하세요 AAA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낮고 약간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인사하며 일어서는데 오.. 키 큼

그 남자를 보는 순간 속으로 '아 엄마.. 나 앞으로 더 잘할게' 다짐함

생각보다 서먹서먹 할 것 같던 선자리는 첫잔 소맥을 말다 잔을 깨버린 내 실수에 웃음이 터졌고

서로의 취미(UFC 시청, 독특한 장르의 영화보기, 게임)가 같다는 점에 말문이 트였으며

남자가 구워서 내 접시에 차근차근 올려주는 닭숯불구이로 화기애애해짐

이차로 간 투다리에 나의 처절한 다이어트 실패기와 남자의 고민인 M자탈모를 심각하게 논의하며 해법을 찾으려 고분군투했고

둘다 거하게 취할 정도로 마시고 빠빠이 헤어짐


일주일뒤 두번째 만나는 날 내가 먼저 결혼전제로 사귀자고 소리침

사귐

사귀다 알게된건 남자는 시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안경을 낌 나 만날때만 빼고 옴

모 대학 수학교육과를 나와 교생실습까지 마친 상태에서 진로를 틀어 농사를 짓는데 땅이 많음

책에 나오는 성씨와 종파를 가졌으며 고조할아버님부터 남자까지 쭉 장손임

무엇보다 애교많고 다정다감하며 기껏해야 스타나 롤 한두판 즐기고 나같은 집돌이임

'오오 어머니 당신은 내 최고의 신입니다' 를 외침


만난지 한달 뒤 회사로 나를 데려온 남자가 회사 주차장에서 이승기의 결혼해 줄래를 부르며 커플링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리지아꽃을 줌

이때 커플링은 만난지 열한달째 되는 우리의 결혼식때 결혼반지가 되어 단 한번도 빼지 않음

웃긴건 나는 프리지아꽃을 좋아한다고 남자안테 말해본 적이 없음


넉달째 되는 날 우리집에 인사옴

다섯달째 되는 날 남자집에 인사감

여섯달째 되는 날 상견례가 우리집 사정으로 미뤄지고 일곱달째 되는 날 상견례함

넉달 대충대충 준비한뒤 연락처 받은지 일년째 사귄지 열한달째 결혼함

그리고 지금 집안일의 반 이상을 해주는 다정다감하고 귀여운 애교에 행복해하며 깨볶으며 잘 살고 있음

(지금 생각해보면 날짜가 어떻게 저렇게 잘 맞았는지 신기함 오오)


신혼여행 후 화장품 선물 사들고 선자리를 주선해주신 원장님을 뵈러 갔었음

원장님께서 웃으시며 하시던 말이

"원래 AA(남자 지금의 내 남편)는 다른 사람 소개해 주려고 했었어

사돈집에서 AA(남자 지금의 내 남편)가 결혼은 커녕 여자에 관심이 없다고 장손인데 어떻게 좀 구해달라고 부탁한거라 엄청 신경썼거든

고르고 골라서 유치원 선생님이랑 만나게 해주려고 준비해서 여자쪽에 연락하고 연락처만 줬으면 됐었는데

연락주기로 한날에 OO(글쓴이) 엄마를 잔치집에서 만났다?

근데 OO(글쓴이) 엄마가 OO이 이상형 이야기를 하면서 혹시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을까 고민하더라고

그런데 바로 AA(남자 지금의 내 남편)가 생각나는거야

무엇보다 OO(글쓴이) 엄마가 어떤분인지는 이십년을 넘게 봐왔으니 잘 알고..

그래서 OO(글쓴이)랑 AA(남자 지금의 내 남편)랑 엮어줬지"

알고보니 원장님은 지역에서 소문난 결혼 성사 전문 이였음

원장님 덕분에 나는 비혼주의 독신주의에서 벗어남

(원장님 사랑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남자 지금의 남편과 사귀면서 "나 별론데 왜 만나?" 라고 물어봄

남편은 멀뚱멀뚱 나를 볼뿐 대답을 못함

뭔가 상처받을 대답이 나올까봐 애써 웃으며

"설마 나 처음 볼때 안경 안껴서 나 흐리게 본거 아냐?ㅎㅎ" 라고 물었더니 물개박수치며 좋아함

맴매맞음




친정부모님에 대해서 쓸게 한없이 많고

시부모님도 굉장히 멋지고 귀여운 분들이라 더 쓰고 싶은데..

연애하면서 결혼준비하면서 그리고 결혼생활 하면서 있었던 일들도 많고 더 쓰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못쓰겠네요

사위사랑 일등이신 친정 엄마가 사위 꼬기 먹여 몸보신 시킨다고 상차려서 기다리신대요:D

오유인 여러분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댓글
  • 꽃과칼날 2017/10/21 18:45

    2편 올라오기 넘 기다리고 있었어요. 행복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얘기를 읽다 보면 정말 운명이라는 게 있구나 싶어요. 늘 지금처럼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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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loved줴리 2017/10/21 19:41

    부러워요 글쓴님 그동안 힘들었던거 위로해주려고 남편이 뿅하고 나타났나봐요 이상형의 남자가 실존하덥니까.....ㄷㄷ 사는동안 행복하시고 부모님께도 효도하며 건강히 사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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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쇠JSY 2017/10/21 20:43

    이분전에글보니 기린보고싶다고 서울랜드가신분이네요 기억나요
    귀여운 부부라 생각남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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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둡장수 2017/10/21 20:59

    흐어어 넘 행복해 보여요!! 이런거 보면 인연이 다~ 있나봐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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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니쨔응 2017/10/22 00:34

    지금쯤이면 M자탈모가 상당히 진행되셨을것같아서 흡족해졌습니다 우리신랑보다 더완벽할순없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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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야 2017/10/22 04:56

    부러워서ㅠㅠㅠㅠㅠㅠ 죽겠다ㅠㅠㅠㅠㅠㅠㅠㅠ 행복하세요 진짜 물론 제가 이런 말 안해도 행복하실테지만 지금 행복한 것보다 더더더 행복하세요ㅠㅠㅠㅠㅠㅠㅠ 제가 배아프니까ㅠㅠㅠㅠ 제가 더 데굴데굴 구를정도로 행복하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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