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오유에 글을 쓰게 되었네요
베오베에 올라온 고 2학생 고민글을 보고 저도 옛날 생각이 나서 써봐요
덧글로 남길까 했지만 꽤 긴 얘기일 수 있을것같아 글써봅니다.
저희 집은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정불화가 심했고 일방적으로 친아버지가 어머니께 폭력을 행사하는 집이었어요
아버지는 경제능력이 없으셨고 어머니가 방직공장에서 일당이나 월급을 벌어오시면 고스란히 아버지께 쥐어졌지요
말로는 생활비 관리 명목이었지만 매일 술값에 노름값에 탕진하는 것이 비일비재했고
급기야는 어머니가 월급에서 몰래 떼어낸 비상금으로 저와 6살 터울 동생을 먹어살리셨어요
제가 어떻게 힘들었다는 이만 적겠습니다. 세상에 고통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고작 이십오년을 살아왔지만 저도 참 마음약한 사람이기에 돌이켜보면 자살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지금까지 되새기며 살아온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요, 중학생 시절 들었던 어머니께 들었던 이야기에요.
제가 7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시절, 아버지의 지독한 폭력과 생활고를 참다 못한 어머니가 그날도 두드려 맞으시고
한손에는 저를 붙들고 포대기에는 갓 돌을 지난 동생을 업고서 집을 나와 자살을 결심하셨던 적이 있으셨대요.
빌라촌이었던 저희 집은 아무 옥상에 올라가서 떨어지는 것이야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옥상에서 저를 안고서 죽어야겠다 하시던 순간에, 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어린 딸이 그랬대요.
'엄마 왜그래, 우리 떨어지는거야?'
어머니는 당황스러우셔서 아무 말씀을 못하고 바라보셨는데 제가 빤히 보면서 그랬대요.
'엄마 여기 너무 높으니까 떨어지지 말자. 다치지 말자. 그냥 외할머니네 집에 가자. 차비가 없어서 그래? 내 돈 줄게'
라면서 오백원짜리 세개를 주더래요.
그때 제가 참 좋아하던 모나카가 200원 하던 시절이었고, 어머니가 없는 살림에도 가끔식 오백원 동전을 주셨거든요.
아껴서 모나카를 사먹으려고 했던 돈이었는데 그 푼돈이 택시비라도 되는지 알고 떨어지지 말자고 했대요.
(외할머니네 집은 1시간정도 거리였어요)
저를 보고 어머니가 생각하셨대요. 그래 이 어린것도 자기 죽을 걸 느끼고 살아보자 하는데 엄마인 내가 지켜야지. 살아내야지 하셨대요
저는 정말이지 기억에 없는 일이지만 그날 무사히 외할머니 집으로 피신했고 (물론 차비는 어머니가 내주셨어요. ㅎㅎ)
그때부터 어머니는 어떻게라도 살아보자 결심하셨다고 하세요.
지금도 가끔 약주 드시는 날이면 그 때 이야기 하시면서 살길 잘했다, 네 말 듣길 잘했다, 고맙다 하십니다.
근데 저도요, 그 7살의 저에게 너무 고맙더라구요.
뭘 알고 그런건지 모르고 그런건지... 살아보자, 떨어지지 말자 했던 그때 저한테 너무 고마웠어요.
왜냐하면
저희 어머니는 지금 친아버지와 이혼하시고 당신처럼 좋은 남자를 만나 뒤늦게이지만 알콩달콩 살고 계시고
그 남자분은 바로 저의 11년째 아버지세요.
살아감을 결심하고서 지금껏 지나온 삶이 마냥 행복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비록 그 후 20년동안에도 왕따도 당해보고, 큰 병에도 걸려보고, 가난과 싸우며 살아왔지만
어머니가 해주신 이 얘기를 듣고 나서는 혹여 죽고싶다는 생각이 나도, 어릴 적의 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 어떻게 이렇게까지 살아왔는데 하루만 더 참아보자, 이틀만 더 참아보자 하면서 견딜 수 있었어요.
그때마다 저한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하루 이틀 견뎌내면서 지난날을 열심히 살아준 저였던 것 같아요.
지금의 전 제가 살아있다는 게 좋아요. 어머니가 비로소 웃으면서 지내시는 게 좋고요, 가족이 생겨서 좋고요, 좋은 딸로 자라서 행복해요.
제가 그날 어머니의 무거운 결심을 돌리지 않았다면 정말 못 느꼈을 것들이에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살아가요. 살아가 주세요.
현실이 너무 무거우시다면 차라리 저 7살 아이처럼 높은곳에서 떨어지는 게 무서워, 하고 단순하게라도 생각해 주세요.
한번만 부탁이에요.
그러면 언젠가는 당신도 저처럼
'그래, OO야. 살길 잘했다. 그때 살아보길 잘했다' 하는 날이 올거에요.
저를 믿어주세요.
두서 없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아쒸... 님 이야기를 보니까 제 고민은 겁나 하찮잖아요... ㅠ
각설하고, 저도 자살 기도한 적 있습니다. 제 커리어 상 중요한 자격시험이 있었는데, 연거푸 물을 먹어서... 그 뒤에 조울증 증세로 정신과 감정 받았었고, 다행히도 약물처방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만, 그 때는 진짜 세상이 끝났었던 것 같았는데, 지나보니 딱히 그건 아니네요.... ㅎㅎㅎ
힘내십쇼.
아침에 눈 떴을때부터 감기 전까지 살기싫다만 되새기던 저인데 이 글 읽고 저도 모르는 사이 울고있어요
저.. 이대로 버티면.. 이대로 살아가다 보면..
님처럼 살아있기 잘했다 느껴지는 날 올까요.. ?
제게도 그런 날이 올까요..?
진짜 올까요 그런날이...
얼마전 모친상을 당한뒤 주변사람들이 뭐라해줄말이 없다고 하는게 현실이라 어떤위로도 지금 저에겐 그져 흘러가는 말들 뿐이네요.... 가끔 안좋은 생각을 하기도 하고 멍하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엄마의 빈자리가 크네요. 고생만하시다 가신 우리 엄마... ㅎㅎ... 보고싶다
저도 이분들 보다는 힘든일이 아니겠지만 저도 살기 싫다고 생각한적이 많았어요.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바람피고 가정 풍비박산 나고 어머니도 장애인을 데리고 와 가족으로 거두었어요. 그 영향으로 저는 중 고등학교 때 사랑을 못받고 자라서 거의 반장애인으로 지냈구요. 수업시간에 항상 멍하게 있었네요. 게다가 얼굴도 못생겼지, 키도 작지, 안경썼지 그래서 만화책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어요. 대학교 와서도 마찬가지라 이성 한번 못사귀어보고 공부만 좀 하고 이렇게 살다 죽자 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네요. 왜 이렇게 사는게 고된지 ㅎ. 지금은 없는 돈으로 로또 약간 사는거하고 만화보는거에 위로를 받고 있네요. 항상 비참했고 사는게 죽도록 싫었는데 언젠가는 좋은일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글쓴님도 모두.
어릴 때 겪은 트라우마들..쉬이 사라지지 않고 알게 모르게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더군요..
네 살아야죠... 살아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11년째 아버지 가 참 감사하네요. 님도 대견해요. 고마워요.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존버' 라고 첨에들었을땐 못알아 들었는데 '존나 버티기' 라네요 ㅎ 웃음이 나오는 은어이긴 한데 요즘 저한텐 힘이되는 말이에요..
다들 힘 내요~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글이네요.
우리모두 화이팅하며 행복합시다!
작성자님의 진심이 묻어나는 좋은글이네요
잘 읽었고요 솔직히 안쓰러워서 울뻔 ㅜㅜ
눈물나는 글 이네요...
이글 전에 고등학생이 쓴 글도, 수 없이 달린 댓글들까지 다 읽어보았네요.
저도 그 고등학생과 비슷한 시기에 그런 생각들 많이 했어요소심하게 실행에도 옮겨봤구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지만 그 당시에는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았죠.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니 지금 남편을 만나게되고 아이도 낳고 가난하지만 행복이란것도 소소하게 느끼며 살고 있네요.
한번씩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죽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싶어요.
저도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글이네요 ㅜ.ㅜ
고맙습니다. 살아서 우리 모두 행복합시다.
행복합시다를 자꾸 항복합시다로 바꿀려는 이 아이폰 자슥아...ㅜ.ㅜ
앞으로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빌어요
이글읽고도 님은 그렇게나마 나보단 괜찮았구나 생각되는 제인생이 참 싫네요... 그생각속에서 나를망치는 생각들을하는 내가너무싫어요 힘내세요 우린아무잘못이없잖아요.. 근데 그생각들때문에 계속저를망쳐가는제가너무싫어요 난 다잊은줄알았는데.. 아닌가봐요..
사실 내가 이정도로 힘들었는데 님들도 극복할수 있다..는건 각자의 삶의 무게는 본인마다 다르기때문에 결국엔 스스로 극복해야합니다.저 또한 6살~18살 까지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과 학교에서 폭력...18살 기숙사학교에서 동성의 성폭O을 당하고..24살에 할아버지의 자살..그리고 작년에 누나의 자살..그리고 사회에서의 실패로 개인회생까지...사주를 보면 원래 18살에 전 이미 이 세상 사람 아닌 사주였다네요..그래도 삽니다...나의 소중한 가족을 자살로 내몰아간 원흉이 우리 가족중에 있지만...정작 그 원흉은 눈물 없이 남탓 우울증약탓만 하는..너무 괴롭고 분노가 치밀고..30대 중반에 결혼 못한 지금이 제 모습이 비참할때도 있지만..그래도 언제가 딛고 일어서 당당해질때 저의 경험들을 자서전으로 써보고 싶은게 꿈입니다..사실 회사사람들은 저의 이런 과거에 대해 모르죠..가면을 쓰고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하지만..삐에로 웃음일지라도..최대한 웃으며 살고싶네요
박제해 놓고 두고두고 보고싶은 글이네요.
좋은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