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F1은 그야말로 F1의 대격변기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해였다
V6 터보엔진의 도입, 순수 내연기관에서 하이브리드로의 전환, 대대적으로 수정된 공기역학 설계 규정 등등
몇몇 팬들은 F1은 2014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근래들어 가장 극적인 규정변경이 이루어졌다
이런 격변기 속에서 메르세데스나 레드불처럼 떡상에 성공한 팀이 있었던 반면 르노나 윌리엄스처럼 적응을 못하고 말아먹는 팀들도 수두룩했지만
사실상 모든 팀들이 이 시절에 새로운 규정에 적응하느라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F1 전통의 명문팀 스쿠데리아 페라리 역시 이 대격변급의 규정 변경에 면밀히 대응한 팀 중 하나다
페라리는 2014년이 오기 몇 년 전 부터 엔지니어들을 갈아넣으며 새로운 규정에 맞춰 레이스카를 철저히 재설계하기 시작했고
2007년 페라리에게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안겨준 핀란드의 베테랑 드라이버 키미 라이코넨과 2005~6년 르노 소속으로 더블 챔피언을 따낸 페르난도 알론소를 데려온 역대급 라인업을 이뤄낸다
제 아무리 자동차 공학의 정점이라는 F1 레이스카라 해도 결국은 인간이 운전하기 마련이라 레이스카의 개발에는 그 차를 운전하게 될 드라이버의 피드백이나 의견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문제는 페라리의 새 레이스카는 여기서 난관이 생기게 된다
우선 잠깐 설명을 하자면, 자동차가 코너를 돌 때 발생하는 현상에는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라는 것이 있다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언더스티어는 핸들을 돌리는 정도에 비해 차량이 덜 돌아가는 것, 오버스티어는 반대로 핸들을 돌린 것에 비해 차가 더 돌아가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유게이가 코너를 돌아야 되니 핸들을 돌렸는데 '차가 왜 안 돌아가?' 하면 언더스티어, '차가 왜 확 돌아가?' 하면 오버스티어다
현대의 자동차 공학으로도 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니 F1 레이스카도 어느 정도의 오버스티어나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차량을 제작하는데
문제는 이 당시 페라리의 두 드라이버였던 라이코넨과 알론소의 성향이 정 반대였던 것.
라이코넨의 경우는 오버스티어 성향이 강한 차량을 타면서 차량 뒤쪽을 날리며 달리는 쪽을 선호했고
알론소의 경우는 반대로 언더스티어 경향이 있는 차량을 타면서 다소 안정적으로 성적을 뽑아내는 걸 선호했던 것
차라리 이게 어느 한 쪽이 단점이 명확하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고 두 선수 모두 자기가 선호하는 방식대로 챔피언을 따냈다보니 무작정 한 쪽이 틀렸다 하기도 뭣한 상황이라
페라리의 새 레이스카 개발은 이 핸들링 문제 하나 때문에 난항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던가? F1 그 자체인 팀 페라리가 아니던가?
결국 2014년 완성되어 출격한 페라리 F14T는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데 성공한다
바로 위 움짤처럼 코너를 돌 때 마다 오버스티어와 언더스티어가 연속으로 일어나는(...) 기묘한 차량이 탄생한 것
이런 어메이징한 레이스카의 성능을 등에 업은 페라리는 드라이버 챔피언십 6위 & 12위,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4위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2014년 시즌을 마무리했고
F14T는 이후 페라리 F1 역사상 최악의 레이스카를 뽑으라면 무조건 나오게 되었다
....2020년까진 말이다
(To be continue....?)
Ranpo!
2024/10/04 21:43
역시 트레이드 오프를 다 해결한다는 넘들은 사기꾼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