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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남의 리벤지 1

나는 퇴근이 빠르다.
편차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으로 보자면 오후 두 세시경이다.
이 업계의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퇴근준비를 위해 회사에 들어갔는데 이미 모든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 나는 친한 동생을 불러 다이소에 물건을 좀
사러 가자고 이야기했다. 그 친구는 흔쾌히 내 요구를
들어주었다. 미안했다. 토요일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안빠지고
내 똑같은 넋두리를 들으며 지루하다는 이야기 한번 안하고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런데 오늘 퇴근 후에는 내 장까지 같이
봐 주었다.
우리는 다이소에 도착하자마자 욕실 깔개부터 그릇까지
일체를 구입했다. 다이소에서 팔만원이 나오긴 처음이였다.
그러나 나는 그 집에서 쓰던 모든 물건에 손을 대고 싶지
않았다. 수건이며 수저며 그릇이며 모두 새걸로 사자 묘한
기대감과 흥분이 들었다. 예쁜 라면그릇에 초계국수를 해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니 핫도그 하나 물래?"
"아 예 그라지예"
명랑핫도그에 들러 우리는 짐을 옮기기 전 간단하게 핫도그를
먹었다. 모짜렐라 핫도그 하나와 모짜체다 핫도그 하나를
각각 시켰다. 그친구가 시킨 모짜치즈 핫도그가 나오자마자
짐도 잊은 채 나가는 모습을 보며 외쳤다.
"마!! 니는 짐 안들래!"
"아 맞네!"
핫도그 집 안에 있던 여고생들과 주인청년이 배를 잡고 웃었다.
그 다음이 더 가관이였다.
"아! 근데 이 짐 내가 왜 까뭇지?"
"정신나간 새끼야 핫도그가 그래 좋드나!"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여고생들과 주인은 실신할정도로
웃어댔다. 나도 기분이 좋아서 마구 웃어댔다. 멋적은 표정
인건 그친구 뿐이였다.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미리 전화를 해
아직 보증금이 입금되기 전이지만 양해를 구하고 짐을
가져다놨다. 중개업자는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짐을 옮긴 뒤 우리는 다른 친구들을 불러 뒷고기집으로
향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소주 열 몇병과 고기를 먹으며
신나게 그년의 뒷담화를 했다. 일상이야기와 사업이야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2차를 가기 전에 피씨방에 들러 오랫만에 스타크래프트를 했다. 술이 다 깰 때 쯤 타코야키 맥주집으로 향해 1700잔에 소주를 섞어 마실 때 쯤 회사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니 지금 어디고"
"예 행님 xx에 있습니다."
"니 집에 안가나?"
나는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러나 곧 이성을 찾고 말했다.
"솔직히 들어가기 싫슴다."
"니.. 그라모 술자리 하고 들어올때 연락하래이 오늘은 우리집에서 자고 내일 차끌고 가가 짐챙기가 나온나"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민폐였기 때문에 나는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나중에는 화를 내며 집에 기어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선배때문에라도 발길을 돌려 그 집으로 향했다.
선배는 내가 오자마자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주며 일단 씻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람사는기 그기 아인데 참 몬때따 그년"
나는 그 말에 눈물이 나오는것을 꾹 참았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동시에 내 자신이 갑자기 비참했다.
그러나 나는 또 자리에 누워 이 글을 쓰고있다.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차지할 자리가 없도록
그들은 나를 위해 한마음으로 도와주고 있었다.
모든이가 고마웠다.
댓글
  • qetuoadgj 2017/10/17 23:18

    토닥토닥
    힘내시길.앞으로 살아갈날이 더길어요.사는동안 행복한일 많이많이 만드셔서 행복한기억으로만 채우길바래요~전시회도 가보시고 공연도 가보시고~
    챙겨주시는 분들의말들..님을 탓하거나 흉보는게
    아니니 주눅들거나 창피해하실일 아니니까
    움츠려들지 마시고요.
    다시 그 쓰래기가 돌아오려  한다고해도
    절대받아주지 마시고요.
    남은여생 행복하게 채워도 모자른시간들이니
    훌훌털어버리시길.
    새출발 하시는거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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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지기-마님 2017/10/17 23:20

    행복하세요!!!
    아니..꼭 행복해질 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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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늬 2017/10/18 00:28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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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umeria 2017/10/18 00:32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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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남자 2017/10/18 00:33

    지난번글에 이사가서 쓸물건 미리 사지마시란 글 쓴 댓글러 입니다
    솔직히 미리 사서 괜히 집에 들고 갔다가는 이삿짐 증가 + 괜시리 부정묻을까(???) 등등의 이유였는데 이사갈집에서 그런 편의를 제공해주셨군요 (제가 이제까지 이사다닐때마다 잔금 완전히 치루기전까진 미리 수저하나 못갖다놨거든요)
    ^^ 좋은 아이템 빠방하게 구매하세요
    인테리어 게시판이랑 요리게시판에도 출몰하시는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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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미그달라 2017/10/18 00:45

    주변분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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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ZI 2017/10/18 00:50

    평소에 성격이 좋으시니 주윗 분들도 남일이라고 생각않고 도와주시는거겠죠
    많은 힘이 되시겠네요. 금방 극복하시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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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탕살인마 2017/10/18 01:17

    와... 작성자분 인품이 좋으시니 주위사람들도 참 좋으신 분들만 계시네요. 쓰레기가 알아서 떨어져나가 정말 다행입니다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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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요람 2017/10/18 01:28

    주위 좋은 분들 많으시네요. 작성자님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대변해주네요. 그런 작성자님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은 하루 빨리 잊으시고 창창한 인생길 씩씩하게 걸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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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어사냥꾼 2017/10/18 01:35

    김해분이신가요? 힘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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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자개 2017/10/18 01:39

    주변사람들이 참 좋은사람들이 많으시네요. 아직은 사람에 대한 불신도 깊으실거고 누구 만나고싶다는 생각도 별로 안 드실거 같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 사람은 평생 작성자님만 사랑할 사람이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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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 2017/10/18 01:47

    그런데 작성저님 글을 잘 쓰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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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화 2017/10/18 02:07

    최고의 복수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잘 사는거라는 말이 있죠...
    행복하게 사시기를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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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Soul 2017/10/18 03:16

    좋은사람 많아요.
    이럴때 주변에 참 좋은사람들 다 찾을수 있어요.
    좋은 사람들이니까 잘 버틸수 있어요.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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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마이웨이홈 2017/10/18 03:50

    로그인 해 버렸네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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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닥터 2017/10/18 05:43

    "사람은 믿는 대상이 아니라 사랑하는 대상이다"
    미즈넷의 어느 이혼남이 올린 글이 생각 나는 군요,
    이제 새로운 사랑하는 대상이 나타날 거예요,
    지금은 쿨-하게 자고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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