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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여전히 아름다운 배우, "나오미 왓츠(Naomi Watts)의 재기를 바라며...(스포 포함 장문)



나오미 왓츠 (Naomi Ellen Watts).
1968년 영국 출생.
최근에 인상적인 작품이 드물었던 이 배우를
새삼스럽게 포스팅하는 이유는,
프랑스의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21세기 가장 뛰어난 영화 1위로 선정한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이제서야 보았기 때문입니다.
길었던 무명 시절,
'니콜 키드먼'과의 오랜 우정,
고인인 '히스 레저'의 연인,
'킹콩'의 그녀,
단아하고도 섹시한 고전미가 연상되는 그녀...
50세를 앞둔 나이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의
잊을 수 없는 작품 다섯 편과 그에 대한 주관적인 감상을
써 보겠습니다.
(1) "멀홀랜드 드라이브" (2001) (데이빗 린치)
에서 "베티/다이아나"
다이아나의 환상을 그리는 전반부(2시간)와
다이아나의 현실을 그리는 후반부(30분)로 구성된
데이빗 린치 감독 최고의 문제작이죠.
현실에서 문득문득 지나가는 인물들, 사물들이
환상에서 변형, 변주되는 정교함은 대단합니다.
판타지, 스릴러, 공포 장르가 신비하게 결합된
스타일리시한 이 걸작에서 나오미 왓츠는,
사랑에서 질투, 증오, 복수로 점점 변해가는 심리를
완벽하게 표현해냅니다.
화려한 스타와 빛나는 사랑을 꿈꾸었으나
결국 무너지는 주인공의 모습은
당시 무명인 나오미 왓츠에게 낯설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배역에 대한 몰입도가 어마어마합니다.
전라 노출을 감수한 헌신적인 연기로
헐리우드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킵니다.
(2) "킹콩" (2005) (피터 잭슨)
에서 "앤 대로우"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를 완성한 피터 잭슨 감독이
곧바로 뛰어들었던 작업이자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해내기 위한 작업이
바로 킹콩의 리메이크였습니다.
1976년 킹콩에서의 '앤'을 연기한 '제시카 랭'을
뛰어넘을 여배우의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했을텐데
나오미 왓츠가 그 기대를 멋지게 충족시키죠.
킹콩이 왜 앤을 위해 목숨까지 거는가라는 질문은
나오미 왓츠의 연기력에 의해
그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1920년대 뉴욕, 성공을 꿈꾸는 배우의 불안한 모습,
킹콩과 점점 사랑을 교감해가는 모습,
그리고 슬프고도 아름다운 엔딩씬까지...
당시 그녀의 나이가 37세였다니 믿어지지 않네요.
개인적인 취향의 영역이겠지만,
지금까지 보았던 수천편의 영화들 중
가장 아름다웠던 여배우는 단연코,
킹콩에서의 나오미 왓츠였습니다.
(3) "이스턴 프라미스" (2007) (데이빗 크로넨버그)
에서 "안나"
런던 어느 병원의 조산원, 안나가
출산중에 숨진 14세 소녀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러시아 마피아 조직과 맞닥뜨립니다.
음울하고도 묵직한 이 느와르는
'비고 모텐슨'의 전라 싸우나 격투씬으로
영화사의 전설이 되었지만,
(그 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경쟁 상대가
'데어 윌 비 블러드'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였음은
비고 모텐슨의 불운이었죠.)
호기심 많고 당당하고 정의로운 안나를 연기한
나오미 왓츠를 빼놓고는 언급하기 힘듭니다.
검은 가죽재킷을 입고 검은 오토바이를 몰며
폭력의 세계 속에서 번민하는 '니콜라이'에게
한 줄기 빛을 비추어주는 안나...
두 인물의 마지막 짧은 키스씬이 주는 감동이란...
(4) "마더 앤 차일드" (2009) (로드리고 가르시아)
에서 "엘리자베스"
낳자마자 입양시킨 딸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37년간 매일마다 부칠 수 없는 편지를 써 온
엄마, '카렌(아네트 베닝)'.
그런 엄마를 원망하고 증오하며
차갑게 차갑게 독립심을 키워 온
딸, 엘리자베스.
사랑없는 관계만을 원하던 엘리자베스의
뜻하지 않은 임신과 함께 자라나는 모성과 용서의 감정.
실제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촬영에 임했다는
나오미 왓츠의 연기는 사실적이고도 섬세합니다.
담백하게 절제된 연기로
끝내 눈시울을 젖어들게 하는 이 감추어진 수작에서
나오미 왓츠는 아네트 베닝보다 더 돋보입니다.
(5) "더 임파서블" (2012)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에서 "마리아"
재난을 눈요기로서 소비하지 않고
재난에 빠져든 인물의 고통스러운 내면에 초점을 맞춘
배려심 가득한 재난영화입니다.
거대한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속의 인물에게
렌즈를 맞출 줄 아는 바요나 감독의 재능은
금년도 '몬스터 콜'에서 드디어 그 빛을 발하죠.
(개인적으로 몬스터 콜은, 올해의 영화에서
블레이드 러너, 컨택트, 덩케르크 다음 4위에
높고 싶은 작품입니다.)
쓰나미에 휩싸여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너져가는
엄마, 마리아 역을 연기한 나오미 왓츠는
이 작품의 무게중심을 든든하게 잡아줍니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아들 '루카스(톰 홀랜드)'의 도움을 받아
나무 위로 오르는 장면에서의 고통은
정말 그대로 전해지더군요.
엔딩씬 나오미 왓츠의 울음과 흐느낌이
이 거친 세상, 모든 재난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였기를...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2003년작, "21g"에서 "크리스티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2011년작, "제이, 에드가"에서 "헬렌",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2014년작, "버드맨"에서 "레슬린",
장 마크 발레 감독의
2016년작, "데몰리션"에서 "캐런"으로서의 나오미 왓츠도
역시 마음에 듭니다.
최근 5년간 작품 선택에 있어서의 선구안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참으로 매력적인 이 배우의 잠재력은
아직 다 발현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배우의 멋진 재기를
설레는 기다림으로 지켜보고 싶습니다.
댓글
  • Goalone 2017/10/18 01:20

    21g 정말 좋았습니다.

    (Fx8SZJ)

  • JN.MN 2017/10/18 01:21

    멀홀랜드 드라이브 정말 꼴리죠..

    (Fx8SZJ)

  • ヒュンダイ유니콘스 2017/10/18 01:22

    멀홀랜드 드라이브
    인생 베스트영화죠~

    (Fx8SZJ)

  • 실속왕다리 2017/10/18 01:24

    킹콩보는데 이 누님 너무 예뻐서 놀랐던게 벌써 10년이 훌쩍...

    (Fx8SZJ)

  • 혁명전야 2017/10/18 01:26

    Goalone// 대단했죠. 숀펜에게 초점이 맞춰지긴 했지만...
    JN.MN// 매우 섹시하더군요.
    유니콘스// 왜 걸작, 걸작하는지 얼마 전에 알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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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7/10/18 01:31

    실소왕다리// 12년이 지났네요...ㅠㅠ 당시 37세, 지금 49세, 35억 여성 중에 젤 이뻤습니다.
    thesis// 다이애나와 투마더스를 보면 작품성 추구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안목이 점점 떨...

    (Fx8SZJ)

  • vlrhsgkrns 2017/10/18 01:44

    킹콩에서 나오미 왓츠의 미모란...잭 블랙의 마지막 대사에 걸맞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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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요정 2017/10/18 01:48

    나오미 왓츠는 예전부터 알고있었던 배우였는데요..
    그 당시엔 막 빠지거나 그러지않았는데 작년에 순간 막 빠져들기 시작했던 저에겐 뒤늦게 빠진 여배우네요
    정말 이쁨..링에서의 모습이 젤 이뻤던거 같아요
    마더 앤 차일드 제이 에드가 데몰리션빼고 다 봤네요..
    음...그러게요 다시 좋은 작품만나 재기했음하네요..추천 누르고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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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7/10/18 01:48

    vlrhsgkrns// 'Beauty killed the beast.'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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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7/10/18 01:50

    안녕요정// "링"도 언급할까 하다가 뺐네요...링에서도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죠. 공포에 질린 섹시한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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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중기 2017/10/18 07:54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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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7/10/18 09:09

    송중기//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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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스테이데어 2017/10/18 15:17

    흐익, 방금 "버드맨"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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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Degrom48 2017/10/18 15:21

    그 나오미왓츠가 동양에 파견나가서 병걸리고 그런내용 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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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aglesManiac 2017/10/18 15:42

    투마더스에서의 그 관능미란...하
    영화의 작품성을 떠나서 나오미와츠 보는 재미로 봤던 영화.
    서구미인치고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름다워지는 몇 안되는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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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uvius 2017/10/18 15:58

    킹콩에서 너무 예뻐서 눈을 못떼던배우..
    그래서 누군지 찾아봤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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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코 2017/10/18 16:23

    멀홀랜드 드라이브 얘기가 나와서 이 영화를 개인적으로 01년 년말에 극장에서 봤었는데... 이 영화 보고 극장에서 나올 때가 새벽 2시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때 영화에서 느꼈던 충격과 영화관 나오면서 느꼈던 한기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 뒤로 영화에서 나오던 거리를 찾아서 당시 데이트하던 처자랑 미친듯이 드라이브 다녔던 기억이 나요. 밤새도록 헤매이고 빙빙 돌다 결국 아침이 다 되서야 산타모니카 해변 뒷 산길로 빠져나오던.. 그 때 그 젊음이 그립네요 지금은 ㅎㅎ
    여튼 살면서 한 3번쯤 본 영환데 아직도 처음 볼 때 그 어안이 벙벙한 느낌과 나오미와츠의 완벽한 미모, 그리고 로라 해링의 관능적인 아름다움이 잊혀지질 않네요. 둘 다 첨보는 배우들이었는데 다행히 나오미 와츠는 그래도 잘 풀린 편이지만 로라해링은 결국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인생작이 된거 같구요. 이 영화 뒤로 나오미 와츠 나오는 영화는 꽤 챙겨봤는데 확실히 아직도 더 포텐있는 배우라는 얘기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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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PM/APT 2017/10/18 16:25

    멀홀랜드 얼마전에 영화관가서 보고왔습니다 대단한 영화긴 한데 해석이 없으면 너무 힘들더군요. ㅎㅎ 독립영화계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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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7/10/18 17:21

    유스테이데어// 버드맨...좋은 영화죠.
    JDgrome48// 에드워드 노튼하고 함께 나온 "페인티드 베일"을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EaglesManiac// 투마더스 좋아하시는 분들도 은근히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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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7/10/18 17:29

    Pluvius// 진짜 넘넘넘 이뻤죠.
    니코// 미국 현지에서 보셨고 직접 장소를 찾아 드라이브 데이트까지 하셨다면 인생 영화가 되겠네요. 3번 보셨다는 말 공감하고...나오미 왓츠도 그렇지만 로라 해링의 관능미도 진짜 대단하죠. 이 영화보다 더 에로틱한 영화를 찾기 힘들 정도로...
    CAPM/APT// 저도 이동진 라이브톡으로 보았고 보고 와서도 분석글들 두시간 넘게 찾아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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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쑥쑥이 2017/10/18 17:31

    킹콩에서 그녀를 처음보고 완전 반했죠.
    멀홀랜드는 못본 영화인데 이번주 꼭 챙겨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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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7/10/18 17:44

    쑥쑥이// 난해하기는 하지만 두 배우의 관능미를 포함해서 진짜 황홀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영화랍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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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류암살자 2017/10/18 18:16

    올해 넷플릭스에서 오픈한 집시라는 드라마에 제작에도 참여하고 주연으로 출연하길래 정주행 했습니다. 연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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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원킨트 2017/10/18 18:17

    넷플릭스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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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7/10/18 18:25

    풍류암살자, 동물원킨트// 우연히도 두 분이 동시에 "Gypsy"를 말씀해주셔서 지금 예고편 동영상 보았는데 넘 끌리네요. 빌리 크루덥도 나오고...시즌1이 10부인것 같은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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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wall 2017/10/18 19:09

    [리플수정]제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죠
    멀홀랜드드라이브보고 킹콩에서의 엘레강스한 모습에 반한 저에게 충격적인..
    지금도 이상형에가까운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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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7/10/18 19:16

    newwall// 어떻게 보면 클래식하게 아름답고 또 어떻게 보면 모던하게 아름답죠. 저 역시, 미모만 따진다면 이상형이 나오미 왓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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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어학개론 2017/10/18 19:33

    우디 앨런 감독 '환상의 그대'라는 작품에서의 나오미 왓츠가 전 제일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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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7/10/18 19:40

    언어학개론// 셰익스피어 "한 여름 밤의 꿈"을 떠오르게 하는, 네 커플의 소동극이죠. 아기자기하고 연극적인 작품, 저도 잼있게 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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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드홀릭 2017/10/18 21:47

    킹콩 보고 너무 예뻐서 킹콩 하면 계속 보게되고 영화 보다 인터넷으로 누구인지 찾아본 몇안되는 여자 배우 였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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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7/10/18 22:11

    호드홀릭// 역설적으로...~"킹콩의 여자"라는 이미지가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방해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뻤고 연기 훌륭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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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earhead 2017/10/18 23:07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미모도 미모지만 그 할아버지 배우랑 밀땅 사랑 연기연습하는 장면. 진짜 이게 연기인가 실제인가 헷갈릴 정도로 엄청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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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7/10/18 23:20

    Gearhead// 오디션 겸해서 연기력 보여주는 씬이었죠. 멀홀랜드 드라이브 본 지 3주쯤 됐는데 다시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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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채 2017/10/18 23:42

    데뷔작(맞나요?) 탱크걸에서의 안경 낀 모습이 엄청 매력적이였던 기억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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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7/10/19 00:04

    레채// 이 집단지성과 집단감성 땜에 제가 불펜을 사랑합니다.^^;; 찾아보니 1995년 영화네요. 지금은 볼 수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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