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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동시에 가족이 바뀌는 거라는 글을 보고

 아래 제목과같은 글이 있는데, 너무 공감되어 제 경험을 몇자 적어봅니다.
 덧붙이자면, 부부당사자가 아니라 자녀의 입장입니다.
 저 스스로 돈을 벌기 전까지 정말 지지리 궁상맞게 살아왔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은 여유롭게 산다는 건 아닙니다.)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흔한 국민/초등학교 우유급식도 제대로 못 먹을 만큼요.
 어느정도 커서야 알게 되었지만, 아버지가 장남으로 삼촌1/고모3의 학교(교복까지도) 및 시집장가도 다 보내셨죠.
 어머니말에 따르면, 월급 12만원 10만원을 친정에 보내고나서는 2만원만 어머니를 줬다는데,
 그걸로 월세/세금을 내고나면 쌀한톨 살수도 없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걸 IMF 즈음까지 하시다가는 IMF 이후로는, 정리해고되시고는 여태까지 제대로 된 소득을 가져오신 적이 없었죠.
 그 와중에, 삼촌/고모결혼할때는, 대출받아 몇100만원씩 결혼자금까지 마련해서 주셨다고 하더라구요. 아버지라는 사람이.
 (그때 당시 집값이 200-300만원 했다고 하더라구요.)
 이러다보니, 저는 어릴때 못먹고, 못입고 대학교도 학비걱정에 시달리며 살았습니다. (저의 형도 비슷합니다.)
 삼촌/고모들 다 시집/장가를 가고 서울에 집에서 살고 있을때도, 우리는 전세신세였고, 저와 형은 친척들에게 가방하나 받은 적이 없습니다.
 언젠가 한번 어머니께서 친척들과 할머니/할아버지께 그런 일을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당연한거였지." "우리가 해달랫냐" 대답하는데,
 그 순간부터, 서러움은 증오로 바꼈습니다. 이제는 그냥 남으로 여깁니다. 사실 남보다도 못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서글픈 것이 종종 어릴때 좋았던 추억을 묻는 때면, 즐거웠던 기억이 없어 고민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30이 넘었습니다만, 그때의 영향이 저의 마음뿐아니라, 인생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네요.
 이번 추석에, 아버지께 이제 시골친척들을 보지 않을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나에게 "할아버지할머니의 아들"/"삼촌과 고모의 형 오빠" 였지, 나의 아버지인적이 없었다고,
 지금와서 아버지인척 하는 거 연기하는 거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네요.
 30년동안 고통받고, 30년동안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봤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더라구요. 저는.
 
 저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모르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세대가 지나서 저의 경우만큼은 아니겠지만,)
 새로운 가정을 꾸릴 경제적/심리적 준비가 안되신 분들에게,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심각한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어,
 이렇게 글남겨 봅니다.
 
댓글
  • 야옹요미 2017/10/11 06:34

    마음고생 심하셨겠어요 에후.. 저도 대학 다닐때 학비때문에 알바3개에 진짜 돈이 하나도 없어서 점심밥 굶어가며 버텼는데.. 외국에 사는 고모 한국 왔을때 아빠가 소고기사주고 용돈까지 몇십만원 줬다 하더라구요 물론 고기먹는 자리에 저는 없었구요ㅎㅎㅎ 제가 기억하는 모든 순간들이 돈에 허덕인거 같아요 뭐라도 하나, 정말 꼭 필요한게 생기면 제일 싼데가 어딜까? 찾느라 길게는 며칠씩 검색하던 그 모든날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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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사과 2017/10/11 06:57

    생각보다 굉장히 흔하게 일어나는 더욱더 가슴아픈 일이죠.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나는 왜 결혼하는가?'
    '나는 왜 새로운 가정을 만들려고 하는가? 그리고 왜 나는 아이를 가질려고 하는가?'
    '나의 결정으로서 만들어진 이 가정에 대해서 나는 아버지 혹은 어머니로서 어떠한 책임을 지니는가?'
    '나는 위와 같은 책임을 경제적, 심리적, 육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인간인가?'
    과 같은 정말로 기본적인 철학적, 심리적인 질문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안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왜 결혼하는지 모릅니다. 왜 아이를 낳는지 모릅니다. 아이를 낳게되면 무엇을 어떻게 어른으로서 해야하는지 전혀 모르고 관심 조차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가장으로서 누릴 권리와 존중은 모두 다 요구하죠. 한명의 인간으로서 철학적, 심리적 깊이에 대한 성장이 전무합니다. 실질적으로 심리적으로 봤을 땐 아이가 아이를 낳는 것하고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무책임의 극치인데 정말 너무나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슬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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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똘구 2017/10/11 08:47

    우리나라는 결혼이라는 개념이 부모님과 가족에게서 독립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대를 이를 자손을 낳고 양가가 결합한다는 개념이 강한 것 같아요. 그러니 이렇게 자신의 본가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새로운 가족 구성원까지 희생시키는 경우가 많은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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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cky 2017/10/11 08:51

    아버지는 그렇다치고 형제들이라는 사람들 진짜 나쁘다...내가 그렇게 해달랬냐고? 정말 염치도 없고 감사할줄도 모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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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뽀찰 2017/10/11 09:29

    제가 아는 집은 고모들 도박빚 갚아줄 몇천만원은 있어도 타지로 대학간 딸이 단칸방 보증금 5백만원은 없다는. 그집도 수십년간 고모삼촌조카들한테 들어간 돈 합치면 서울 아파트 두세채는 샀을 듯. 그러고선 정작 그 집 힘들어져 거리 나앉게 생겼을 때 도와달라 하니 그 많던 동생조카들 단 한푼도 안도와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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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ushin 2017/10/11 09:36

    아버지분이 노답인데... 그냥 저런 마인드면 결혼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인건데... 결혼을 해서 미쳐가지고 애는 왜 싸질러놓고 아 노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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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뉴월같아라 2017/10/11 09:38

    사실 가족 바뀌는것 맞다구 생각해요. 전직현직대통령 같은 느낌인건가 .. 주 가족이 둘이면 안되거든요 보통 그런 경우에 트러블이 많음. 부모님은 소중하고 예우 갖춰야 할 부모님이고 내 가정은 지금 여기라고 생각을 해야하는것 같아요 이제까지 모든 갈등들은 그게 아니어서 생기는 경우죠. 그래서 결혼할 때 남의집 가장 빼오면 안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이미 그집에 그아들그딸이 가장인 경우에 그사람이랑 새로 가정을 꾸릴수가 없게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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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마시쪙 2017/10/11 09:39

    철없이 어렸을땐 큰언니가 옷이며 맛있는거 사주는게 그리좋았는데, 생각해보면 언니도 한참 예쁘게 꾸밀 나이에 본인 옷이면 화장품하나 턱턱 못사면서 동생들..부모님한테만 돈쓰고.. 근데 그것이 당연하듯 하는 부모님이 싫어지대요.. 엄마는 뭐만 보면 언니한테 사달라고 전화하고.. 경조사 있을때마다 돈 맡겨놓은것 처럼 언니한테 징징징.. 장녀가 무슨 호구도 아니고.. 맨날 동생들한테 양보만하고 희생만하는 울큰언니.. ㅠ ㅠ 안그런집도 있겠지만 형제자매 많은집은 장남 장녀들이 희생을 많이하는것 같아요. 부모님도 의지를 많이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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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맛우유 2017/10/11 09:50

    전 가족이 바뀌는게 아니라
    가족이 늘어나는거라고 생각해요.
    올해 결혼했는데 솔직히 별 느낌 없었거든요?
    근데 엊그제 시어머님이 시아버님 핸드폰 바꾸면서
    핸드폰 패밀리로 묶는다고 말씀하시는데
    아.. 시부모님도 이제 가족이구나.. 하니까
    나한텐 엄마랑 아빠만 있었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바뀌는게 아니라 늘어나는거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렇지 않다면 너무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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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칼렛오함마 2017/10/11 10:08

    가족이라고 꼭 영원히 죽을때까지 함께하리란 법은 없더라구요...
    인연의 끈을 놓아버린 가족들 이야기 참 많아요.
    어릴때는 무작정 엄마찾아 삼만리 해야만 하고 애틋하게 잘 살줄알았는데
    찾고보니 ...흠...
    이제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그냥 인연 끊고 살고 있습니다.
    손주가 둘이나 나왔는데 연락 한번 없었고 저 역시 연락할 맘이 없네요.
    어느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문제 입니다...
    정신적으론 죽을때까지 놓을 수 없는 문제이지요.
    멈춰져 있는 문제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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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니아찌 2017/10/11 10:12

    영원한 가족은 자기 배우자밖에 없어요..
    자녀도 결국 분가해서 새로운 가족을 꾸리기 때문에.. 결혼한 이후엔 부모든 자식이든 혈연관계, 즉 친족이 되는거죠..
    그게 자기 배우자가 모든 상황에서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는 이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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