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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 [괴문서] 아그네스 타키온과 맨하탄 카페의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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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 유난히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아그네스 타키온은 트레이너 군의 사무실에서 소파에 앉아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평소에는 실험실에 있어야 할 그녀였지만, 오늘은 다르다. 용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건이 있는 상대는, 트레이너 군이 아니었다. 애초에 트레이너 군은 부재중이다. 사무실은 써도 된다고 허락을 맡았기 때문에, 무단침입에 무단 사용은 아니다.



 점심을 먹고 노곤할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아그네스 타키온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또렷했다. 그녀답지 않게 홍차에 각설탕도 들이붓지 않는다. 딱 하나, 홍차의 향을 죽이지 않을 정도만 허락한다.



 창밖, 운동장의 열기가 여기까지 느껴진다. 우마무스메들의 트레이닝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꿈과 희망, 땀과 거친 호흡, 그리고 누군가의 환호와 누군가의 절망이 뒤섞여 아그네스 타키온을 자극한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달리고 싶은 기분을 억누른다. 본능이란, 우마무스메의 본능이란 히토미미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한 것이다.



 달리고 싶은 본능과,



 번식에 대한 본능과,



 그리고, 선입마 특유의 검고 질척이는 독점력.



 아그네스 타키온의 안광은 그 빛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누구 때문이겠는가, 트레이너 군 때문은 아니다. 그는 잘못이 없다. 아그네스 타키온도 알고 있다. 본능이 독점력의 화살을 트레이너 군에게 돌리려 하지만, 그녀 특유의 강인한 이성과 논리로 그 방향을 꺾어버린다.



 홍차를 한 모금 마신다. 평소보다 쓰다. 하지만 그것이 마생의 맛이고,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우마무스메의 숙명이다.



 사무실의 문이 열린다. 당연하지만 트레이너 군이 아니다. 우마무스메가 들어온다. 아그네스 타키온도 잘 아는 우마무스메다.



 머리도, 꼬리도, 입고 있는 승부복도, 들고 있는 머그컵의 내용물도, 속도, 마음도, 모든 것이 칠흑처럼 새카맣게 물들어 있는, 아그네스 타키온의 몇 안 되는 친우.



 “……어서 오게, 카페 군.”



 “무슨, 일인가요. 타키온…씨.”



 맨하탄 카페가, 금빛의 눈동자를 반짝이며 사무실 문을 닫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맨하탄 카페는 아그네스 타키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머리로, 이성적으로 깨닫는 것이 아니다. 피부로,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우마무스메의 본능과 직감이 맨하탄 카페에게 고한다.



 조심해라, 아그네스 타키온을 조심해라.



 그 심상찮은 분위기를 덩달아 느낀 것인지, 친구는 얌전히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아그네스 타키온의 눈에 보이진 않겠지만, 묘하게 이런 곳에서는 분위기를 잘 맞추는 친구다.



 “자리에, 앉게.”



 “…….”



 아그네스 타키온이 맞은 편에 앉기를 권한다. 맨하탄 카페는 하아, 작은 한숨을 내쉬며 들고 있는 커피잔을 탁자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아그네스 타키온을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승부복을 깔끔하게 정돈하며 그녀의 맞은편 소파에 앉는다.



 “트레이너…씨는, 어디에…….”



 하지만 맨하탄 카페는 아그네스 타키온보다 트레이너 씨에게 더 관심이 있었다. 애초에 아그네스 타키온이 호출한 곳이 트레이너 씨의 사무실이니까 군말 없이 왔지, 실험실이나 다른 곳이었다면 맨하탄 카페의 기분 내키는 대로 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럴진대, 트레이너 씨부터 찾는 것은 맨하탄 카페에게 있어 당연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맨하탄 카페의 말에, 아그네스 타키온은 후후, 작게 웃으며 홍차를 한 모금 더 마신다. 평소와는 다르게, 맨하탄 카페가 익히 본 적 없는, 고상한 아가씨와 같은 느낌으로, 기품있게.



 아그네스 타키온의 그런 기행에서, 맨하탄 카페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낀다. 뭔가, 분위기를 풀어야 할 뭔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맨하탄 카페가 그런 것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아그네스 타키온이 히죽, 웃는다. 평소의 그 기행을 즐거워하는 웃음이 아니다. 어딘가 뒤틀리고 구겨져 있는 듯한, 그런 미소다.



 맨하탄 카페보다도 더 검은, 칠흑색의 붉은 독점력이다. 아그네스 타키온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맨하탄 카페는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무슨 독점력이란 말인가, 속으로 중얼거렸지만…어쨌든 아그네스 타키온은 정상이 아니다. 지금부터 한마디 한마디는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라이벌이자 친우에게, 좋지 못한 꼴을 당할 수도 있으리라.



 “트레이너 군은, 없네.”



 “부재중…이신가요.”



 “선발 레이스를 보러 간다고, 그렇게 들은 것 같네만.”



 “뭐…트레이너 씨는, 이래저래…일이 많으시니까요.”



 “참나, 자기 애마를 내버려 두고 바람이나 피우고 말이야, 트레이너 군은.”



 “…….”



 웃으며 투덜대는 아그네스 타키온이었지만, 맨하탄 카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트레이너 씨가 선발 레이스를 보러 갔기 때문에, 쓸데없는 독점력이라도 발동한 것인가. 하여간, 생각보다 멘탈이 약한 우마무스메다, 아그네스 타키온은.



 “어떻게 생각하나, 카페 군. 어차피 담당하지도 않을 애들, 트레이너 군이 가서 볼 필요가 있긴 한 건가?”



 “우마무스메를 평가하고, 다른 신입…트레이너분들의 선택을 도와주는 것도, 트레이너 씨의…일이니까요.”



 “누구의?”



 “……네?”



 갑작스러운 아그네스 타키온의 반문에, 맨하탄 카페는 눈살을 찌푸리며 반사적으로 되묻는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이 우마무스메는.



 “누구의 트레이너 군인데, 그런 일을 하느냔 말일세.”



 “그거야―”



 “이 아그네스 타키온의 트레이너 군이 아닌가! 왜…다른 우마무스메를 보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네.”



 “…….”



 맨하탄 카페는 황당한 얼굴로 아그네스 타키온을 바라보았다. 자문자답이 어이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맨하탄 카페의 앞에서, 당당하게 ‘아그네스 타키온의 트레이너’라는 말을 뱉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조금 기분이 나빴을까, 맨하탄 카페는 자기도 모르게 한 마디, 툭 내뱉어 버리고야 말았다.



 “제…트레이너 씨, 이기도…하니까요.”



 “……그렇지. 그랬지.”



 아그네스 타키온이 웃는다. 조금 전까지의 그런 수준의 웃음이 아닌, 소름이 끼칠 정도로 환한, 그러면서도 어딘가 망가져 버린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카페 군.”



 아그네스 타키온이 맨하탄 카페를 부른다. 그 호명이 괜스레 두려워진다. 아무것도 아니어야만 하는데, 아그네스 타키온의 눈동자를 보면, 절대 아무것도 아닐 리가 없다.



 “솔직하게 말해주게.”



 아그네스 타키온의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맨하탄 카페가 숨기고 있는 것만큼이나, 아그네스 타키온 또한 나름대로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이리라.



 “카페 군, 자네는…트레이너 군을―”



 말을 하다가 잠시 끊는다. 그리고 나선 홍차를 한 모금, 다시 마신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킨다. 천천히 내쉰다. 아그네스 타키온은 필사적으로 흥분 상태를 가라앉힌다. 찻잔을 내려놓는 손이 파르르 떨린다. 목소리도 떨린다. 다음의 말을 하려 했지만, 생각보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든 목소리를 쥐어 짜내어, 아그네스 타키온이 마음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던 의문을, 맨하탄 카페를 향한 의심을, 이 자리에 풀어놓는다.



 “―좋아하나?”



 “…….”



 평온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지만, 맨하탄 카페는 분명, 당황하고 있었다.



 아그네스 타키온이 어떻게 알아차린 것인가. 물론, 딱히 숨기거나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트레이너 씨에게 애정을 표하고 다니진 않았다.



 언제나, 항상, 아그네스 타키온이 부재중일 때만 노려서 트레이너 씨에게 조금씩 다가간 것 뿐인데, 어떻게? 아그네스 타키온이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그리고, 그런 맨하탄 카페의 당황을, 아그네스 타키온의 독점력이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조금 더 가늘어진 눈으로 흐응…, 콧소리를 내며 맨하탄 카페의 구석구석을 관찰한다.



 커피잔을 들고 있는 손이 살짝 떨린다. 약간이지만 확장된 금빛 눈동자가, 살그머니 아그네스 타키온의 시선을 피한다. 아주 조금이지만 분명, 입술에 침을 바르고 있다. 침을 꼴깍 삼키는 것이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아그네스 타키온은 확신에 확신을 더해가고 있었다. 맨하탄 카페가 긍정하건 부정하건, 그녀 안에서의 답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이 틀리지 않으리라 단언하고 있었다.



 그런 아그네스 타키온의 앞에서, 맨하탄 카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일단 뭐라도 말을 해야 하는데, 그냥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으면, 오히려 긍정으로 바라볼 텐데.



 “……타키온 씨.”



 하지만 뭐, 긍정으로 바라보면 어떤가. 맨하탄 카페의 마음이 그리도 죽일 것이었던가. 맨하탄 카페만 자기 마음을 계속해서 숨기고 있어야 하는가.



 아그네스 타키온이 뭐라고, 아그네스 타키온이 뭔데, 고작 트레이너 씨를 맨하탄 카페보다 일찍 만났기 때문에? 트레이너 씨와 연구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까? 이미 트레이너 씨와 강제적으로 몸을 섞었기 때문에?



 맨하탄 카페가 물러나야 할 이유가, 아그네스 타키온의 눈치를 봐야 할 이유가, 합당한 이유가, 어디에 하나라도 있단 말인가.



 “저한테 왜…그런 걸, 물어보시나요.”



 “으응? 왜라니, 그야…뒤바뀐 입장이었더라면 자네도 똑같이 하지 않았겠는가?”



 쿡쿡 웃으며 말하는 아그네스 타키온의 미소가 불길할 정도로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맨하탄 카페는 더 이상 물러날, 속일 생각이 없었다. 지긋지긋한 숨바꼭질에 질렸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렇네요.”



 “…그 말은, 긍정이라고 해석해도 문제없겠지?”



 “애초에, 문제가…있나요?”



 “……없네.”



 “…….”



 아그네스 타키온이 웃는다. 맨하탄 카페도 그녀답지 않게 살짝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두 우마무스메 모두, 그것이 기쁨에서 나온 것은 아님을, 서로가 알고 있다.



 아그네스 타키온은 배신감과 분노에서, 맨하탄 카페는 후련함에서.



 아그네스 타키온이 홍차 잔을 내려놓는다. 맨하탄 카페도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두 우마무스메가 서로 마주 본다. 둘 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여름의 축축한 습기가 두 우마무스메 사이에서 끈적인다.



 긴장감이 감돌고, 둘 중 누가 먼저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의,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속된다. 맨하탄 카페가 손가락을 꿈틀거렸고, 아그네스 타키온의 귀가 뒤로 접힌다.



 “카페 군, 자네는…나와 트레이너 군의 관계를 알고 있지 않나?”



 그 침묵의 시간을 먼저 깨트린 건, 아그네스 타키온이었다. 작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연 그녀는, 방금의 무거운 분위기가 거짓말이었건 것인 양, 몸에서 힘을 빼고 있었다.



 하지만 맨하탄 카페는 알고 있었다. 이건, 태풍의 눈이다. 폭풍우가 휘몰아치기 직전, 고요한 상태일 뿐이다. 아그네스 타키온의 성격상, 이대로 조용히 넘어갈 리가 없다.



 아니, 아그네스 타키온이 넘어가려고 해도,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내재한 검고 질척이는, 피처럼 붉은 독점력이 넘어갈 리가 결코 없다.



 “정분을 나눈 것…말인가요. 어차피 타키온 씨가…멋대로, 트레이너 씨에게…어리광 부린 거겠죠. 저는, 신경 쓰지…않습니다.”



 네가 일방적으로 들이댄 것 아니냐, 그렇게 살짝 도발 섞인 말을 해 보았지만, 의외로 아그네스 타키온은 담담하게 받아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네.”



 “무슨…말인가요.”



 맨하탄 카페의 반문에, 아그네스 타키온은 다시금 홍차를 한 모금 마신다. 여전히 귀는 뒤로 접힌 채였지만, 그래도 아그네스 타키온은 이성을 잃지 않은 채로 말하고 있었다. 아그네스 타키온이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생각해 보게. 카페 군이 아는 트레이너 군이라면, 내가 들이댄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받아줄 것 같은가?”



 “……어차피 타키온 씨가 힘으로 짓눌렀겠죠, 반항하지 못하도록.”



 “이런이런, 카페 군…카페 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의 트레이너 군이네. 트레이너 군이 정말로 나를 거부했더라면, 나는 중앙 트레센에 남아 있을 수조차 없었을 거라네.”



 “…….”



 “그런데도, 트레이너 군은 나를 받아주었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겠나?”



 아그네스 타키온이 피식, 웃는다. 맨하탄 카페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이번에는 그녀가 도발하는 것이다. 카페 군과는 다르다고, 출발점부터가 다르다고. 아그네스 타키온은 이미, 트레이너 군의 선택을 받았다고.



 아그네스 타키온의 질문에 대한 답을, 맨하탄 카페는 알고 있다. 하지만 구태여 입 밖으로 내진 않는다. 아그네스 타키온에 대한 반항심리인 것도 있겠지만, 그 말을 자기 입으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맨하탄 카페를, 아그네스 타키온은 이해하고 있었다. 맨하탄 카페 본인은 모르겠지만, 아그네스 타키온이 뒤지지 않는 붉은 역병의 소유자가 아닌가. 그녀만이 모를 뿐이다, 그녀만이.



 그 증거로, 아그네스 타키온의 도발에, 맨하탄 카페는 짐승처럼 빛나는 눈으로 아그네스 타키온을 노려보고 있지 않은가. 마치, 피에 굶주린 사냥개 같은,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것만 같은, 그런 눈빛.



 그런 맨하탄 카페에게, 아그네스 타키온은 나지막하게 말한다.



 “트레이너 군 또한, 내게 마음이 있다…라는 뜻이지.”



 “그런…가요.”



 하지만 맨하탄 카페는 흔들리지 않는다. 도발에는 도발로 응수하는 법이다. 쌍방이 동시에 도발을 전개할 때, 더 치명적인 도발이 우세를 점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타키온 씨, 트레이너 씨의…여자친구도, 아니잖아요?”



 “…….”



 “트레이너 씨에게, 사랑한다는 말을…듣지 못한 건, 피차 마찬가지…아닌가요.”



 “……카페 군.”



 “그냥, 몸을 섞었을 뿐인, 그런 관계…일 뿐이니까요.”



 “카페 군.”



 아그네스 타키온이 이를 악문다. 마지막 남은 이성, 그 한 조각을 가까스로 붙들고 있는 것이리라. 맨하탄 카페의 도발이 생각보다 더 크게 먹힌 것이다.



 여기에서 한마디만 더 하면, 아그네스 타키온은 미쳐 날뛰겠지. 폭주해서 지난번처럼 맨하탄 카페를 공격하고, 짓누르고,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지.



 아그네스 타키온의 등 뒤에서 독점력의 오라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이, 맨하탄 카페의 눈에는 보였다. 살기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독점력이라는 것은.



 하지만 맨하탄 카페는, 아그네스 타키온과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연적이지만,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캣파이트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니까.



 우마무스메의 본능대로, 삼 여신의 축복대로, 아그네스 타키온과는 언젠가, 레이스에서 결착을 지을 거니까. 교양 없이 주먹질이나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면서 싸우고 싶진 않다.



 그리고 그 마음은, 아그네스 타키온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숨을 크게 들이셨다 내쉬며,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하려 애쓴다.



 “말조심하게, 카페 군. 나도 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네.”



 “그렇네요. 그래서, 이런 결론이 나지 않는…이야기나 하려고, 여기로 저를 부르신 건…아니시겠죠, 타키온 씨.”



 “그래. 카페 군이 트레이너 군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눈치채고 있었으니까. 솔직하게 말해서, 자네를 배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만…정말로 그랬다간 트레이너 군이 슬퍼할 테니까.”



 “…….”



 “물론, 개인적으로도 카페 군을 꽤 좋아하기 때문에, 내 손으로 카페 군을 처리하길 바라지도 않아.”



 “결론이…뭡니까.”



 말이야 트레이너 군이 슬퍼하네, 맨하탄 카페가 좋네, 라고 하지만, 결국엔 요점으로 다가가지 않고 빙빙 돌려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 맨하탄 카페의 반응에, 아그네스 타키온은 잠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카페 군이 트레이너 군에게 어필하는 것, 내가 이해해 주겠다는 말이네.”



 “……네?”



 독점력에 먹혀버리기 직전의 우마무스메라곤 생각할 수 없는 말에, 맨하탄 카페는 커피잔을 집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아는 걸까, 이 우마무스메는.



 “나는 우마무스메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자로서, 카페 군, 자네의 가능성도 탐구해보고 싶은 것뿐이네. 나와는 다른, 맨하탄 카페만의 가능성.”



 “……이해가 가질 않는군요.”



 “카페 군의 가능성을, 한번 마음대로 펼쳐 보라는 말이라네. 아, 그래도 내 눈앞에서 어필하는 것은 자제해 주지 않겠나? 아무리 그래도 독점력이라는 이름의 가능성은 굉장히 감정적이어서 말이지.”



 하지만 맨하탄 카페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타키온 씨는…제가 그래도, 괜찮나요?”



 “홍차에 커피 몇 방울 떨어진다고, 홍차가 커피가 되지는 않네.”



 “…….”



 트레이너 군은 결국, 아그네스 타키온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 자신감에서 나온 발로다.



 그래, 아그네스 타키온은 맨하탄 카페를 이해하고, 선심 쓰는 척하고 있지만,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맨하탄 카페를, 얕잡아보는 것이다.



 맨하탄 카페가 얼마나 들이댄다고 해도, 트레이너 군은 분명, 아그네스 타키온을 선택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 그 믿음에서 나오는…우월감.



 어지간한 도발보다 더 모욕적인 말이었지만, 맨하탄 카페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입꼬리를 올리며 아그네스 타키온에게 응수할 뿐이었다.



 “그럴지도…모르죠. 하지만, 홍차의 맛은 분명히…변할 겁니다.”



 “하지만 마시는 자는, 홍차를 마시는 거라네.”



 “커피도…섞여 있겠지만요.”



 “…….”



 “…….”



 두 우마무스메가 조용히 웃는다. 아그네스 타키온이 홍차를, 맨하탄 카페가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신다. 서로의 눈동자가 서로를 바라본다. 후회하게 될 것이다, 서로가 속으로 같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에 합의한 것이다. 아그네스 타키온은 한발 양보했고, 맨하탄 카페는 한발 나아간 것이다.



 축축한 여름의 공기가 폐를 찌른다. 두 우마무스메가 각자의 잔을 내려놓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벌컥, 사무실의 문이 열린다.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트레이너 군의 발소리를 듣지 못했으리라. 두 우마무스메 모두 화들짝 놀라 황급히 굳어 있던 표정을 말랑하게 푼다.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역시나 트레이너 군이었다. 아그네스 타키온이 인사를 하려 했지만, 맨하탄 카페가 한발 빠르게 입을 연다.



 “트레이너…씨, 다녀오셨나요.”



 “아, 카페. 타키온. 마침 사무실에 다 있었네.”



 “사무실 조금 쓰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애마의 말을 그렇게 흘려보내면 안 된다네, 트레이너 군.”



 “미안, 지금까지 남아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해서.”



 멋쩍게 웃으며 트레이너 군은 사무실 문을 더욱 활짝 연다. 아그네스 타키온의 눈동자가 커진다. 맨하탄 카페의 눈동자 또한 따라서 커진다.



 그도 그럴 것이, 트레이너 군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손님이었다면, 아그네스 타키온과 맨하탄 카페가 이렇게까지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마침 잘됐네. 소개할게. 이쪽은 오늘부터 추가로 담당하게 된, 정글 포켓.”



 “정글 포켓이다. 달리기라면 언제든 상대해 주지. 뭐, 최강의 자리는 양보 못 하지만!”



 “그리고 이쪽도 마찬가지로 담당하게 된, 단츠 플레임. 인사해.”



 “에헤헤, 단츠 플레임이에요.”



 “담당이 네 명으로 늘어서 굉장히 바빠지겠지만, 그래도 너희들한테 소홀히 하지는 않을 테니까.”



 “…….”



 “…….”



 아그네스 타키온과 맨하탄 카페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트레이너를 바라본다. 그리곤 다시, 서로를 바라본다. 눈과 눈이 맞으며, 서로의 생각이 통한다. 아그네스 타키온으로부터 독점력의 오라가, 맨하탄 카페로부터 스태미나 그리드의 오라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다.



 “카페 군.”



 “……타키온 씨.”



 서로를 마주 본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성이 점점 사라져가고, 우마무스메의 검고 질척한 본능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운다.



 “죽여버리지.”



 “네, 죽이도록…해요.”



 “뭘 죽여…너희 뭘, 무슨…! 야―! 잠깐만, 잠깐, 뭐 하는 거야―!!”



 “죽어버리게나 이 여심이라곤 눈곱만큼도 모르는 대가리 빈 트레이너 새끼군.”



 “얌전히 뒤지세요, 트레이너 씨…발. 아니, 죽어도 제가 영원히 반복해서 죽여 드릴 테니까요.”



 아그네스 타키온과 맨하탄 카페 둘이서 어떻게든 합의를 봤더니, 이 강아지가 여자 두 명을 더 데리고 와? 너는 오늘이 제삿날이다. 두 우마무스메가 트레이너에게 달려든다. 눈에는 이미 하이라이트가 없다. 소스라치게 놀란 트레이너가 도망간다. 하지만 도망가 봐야 히토미미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잡혀, 사무실로 질질 끌려온다.



 아그네스 타키온이 정글 포켓과 단츠 플레임을 사무실 밖으로 쫓아낸다. 안쪽에서 트레이너가 살려달라는 듯이 손을 뻗었지만, 맨하탄 카페가 냉정하게 사무실 문을 쾅! 닫아버린다.



 곧이어 사무실 안에서 영 좋지 못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글 포켓은 어깨를 으쓱였고, 단츠 플레임은 에헤헤 멋쩍게 웃는다.



 여름의 햇살이 사무실을 비추고, 붉은 피가 창문에 흩뿌려진다.



 중앙 트레센의, 평온한 날이었다.

 

 

 

 ==========

 

 

  타키카페에 금발태닝장복개와 단쮸쮸쮸를 소환

댓글
  • 린성신관알타 2024/08/07 23:25

    ??? : 눈치없는 또레나들은 진즉 죽거나 긴빠이 당하는게 말딸성체다?

  • 메에에여고생쟝下 2024/08/08 00:00

    어우 질척질척해

  • KaidoHKS 2024/08/07 23:45

    오우.....극장판 멤버들이 전부........
    이제 4명을 상대하게되는 또레나........살아남기를(...)


  • 린성신관알타
    2024/08/07 23:25

    ??? : 눈치없는 또레나들은 진즉 죽거나 긴빠이 당하는게 말딸성체다?

    (q6E821)


  • KaidoHKS
    2024/08/07 23:45

    오우.....극장판 멤버들이 전부........
    이제 4명을 상대하게되는 또레나........살아남기를(...)

    (q6E821)


  • 메에에여고생쟝下
    2024/08/08 00:00

    어우 질척질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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