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2박 3일의 출장 후 집에 도착할 시간에 맞춰 나는 화장실에 숨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집에 도착해 나를 찾는다. '자기야~ 집에 왔어요~ 자기야?? 자기야~ 어디에 있어요?' 이내 내가 숨어있다는 걸 눈치챈 남편은 내가 자주 숨는 화장실로 천천히 걸어오며 나를 부른다.
남편이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나는 두 손을 남편 얼굴 앞에 들이대고 어이!! 하며 놀래킨다. 이미 알고 있는 레퍼토리라 별로 놀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남편은 마치 공포영화에서 귀신이 나올걸 알면서도 놀라는 그런 표정으로 내 허접한 서프라이즈에 격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곤 키가 큰 남편은 허리를 살짝 굽혀 나를 양팔로 감싸 안은 후 허리를 펴 똑바로 선다. 그럼 내 두 발은 공중에 뜬 상태로 남편이 나를 흔드는 방향에 따라 대롱대롱 흔들린다. 그 상태로 며칠 동안 밀렸던 뽀뽀도 잊지 않는다. 지난 2일 동안 밤마다 자기전까지 스카이프를 했음에도 서로 너무 보고싶어 했던게 분명하게 느껴진다.
곧 남편은 나를 내려놓고 손을 씻으러 가고 그 사이 나는 어젯밤 구워둔 마카롱과 생수 한 병을 들고 소파 끝에 앉는다. 손을 씻고 나온 남편은 옷과 양말을 벗고 팬티만 입은 채로 자연스럽게 소파로 와 내 무릎을 베고 눕는다. 그리고 그리웠다는 듯이 내 얼굴, 손, 팔, 다리, 등을 쓰다듬으며 출장 가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시시콜콜 얘기하기 시작한다. 그럼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카롱을 남편 입에 넣어준다. 남편은 아기 새처럼 마카롱을 받아먹으면서도 이야기를 쉬지 않는다. 하지만 중간중간 마카롱이 너무너무 맛있다는 오버스러운 리액션은 잊지 않는다. 목이 마를 것 같은 타이밍에 누워있는 남편 입에 생수를 조심히 따라준다.
그렇게 이야기와 마카롱 시간이 끝나고 남편은 슬슬 졸린 눈을 한다. 그럼 나는 남편 등을 쓰다듬으며 등에 있는 작은 좁쌀여드름 같은 것들을 손톱으로 살살 긁어낸다. 떨어져 있는 2박 3일 동안 내가 긁어주지 못해서인지 울퉁불퉁한 것들이 평소보다 많이 느껴진다. 그렇게 바쁘게 남편 등을 만지다 보면 남편은 어느새 그릉그릉 숨소리를 내며 내 무릎에서 낮잠에 빠져있다. 옆에 있는 담요를 펼쳐 남편을 덮어준다. 나보다 나이도 많고 덩치도 큰 이런 다 큰 어른이 어린아이처럼 팬티만 입고 내 앞에서 이렇게 티끌 없이 순수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 귀여우면서도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회의적이었던 내가 이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어느새 거의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요즘도 간혹 너무 행복하다고 느껴질 때에는 과연 이 행복이 평생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의 웃는 얼굴, 잠든 얼굴, 나를 바라보는 눈을 보며 이내 지금 내가 숨 쉬고 느끼고 있는 현실에서의 감정에 더욱 충실하고 이 행복에 감사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혼 전에는 잠자리에 예민해 옆에 누가 있으면 잘 못 자던 내가 남편이 없던 지난 이틀 동안은 큰 침대에 혼자 누워 잠들기가 참 어려웠다. 오늘 밤에는 남편 품에 안겨 꿀잠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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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앙ㅠㅠ 달달하다 달달해ㅠㅠ 언제나 지금처럼 행복하세요ㅠ
저도 이렇게 살고싶어요 ㅜㅜ 꺅
마카롱 한가득같은 달달함이네요
글을 너무 잘쓰세요.. 읽으면서 행복감이 전달됐어요^^
좀더 있으면 언제 출장가? 라고 물으실겁니다.ㅋ
라고 써!!!!
아름다운
훗.....
윤종신이 부릅니다.
좋니?!
ㅡㅡ
남편이 그릉그릉 하는군요. 흠.. 인터레스팅
하.... 달콤해서 토할꺼같아 ㅜㅜ 아오...
생크림케익 백 개 먹은기분 ...
크흡 ㅜㅜ
저도 출장 자주가는 편인데요 ......(한달 에1박 2일로 8회정도?)
일없는 날도 있는데...자주 안나가면
"안가냐?"
물어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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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합법적 외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장일없어도 나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