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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괴문서)일등성과 보이지 않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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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 출처: https://www.pixiv.net/artworks/108290181


이전 편:[1화][2화][3화]





어드마이어 베가는 나름대로 감정을 잘 숨긴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건 진짜로 잘못된 생각이었다.
-카렌쨩입니다.
“으흠~ 으흐흠~♬”
-아야베 씨가 늘 하던 정기외박을 끝내고 돌아왔는데, 왠지 조금… 이상해진 것 같습니다.
천체관측을 하고 돌아온 날 저녁.
바로 룸메이트 카렌에게 들켜버렸는데 뭐가 잘 숨긴다는 거야.
-⏲-
가지 않은 길을 향해 두 사람이 함께하기 시작한 그날 밤.
“아야베, 네가 원하는 대로 따라줄 만큼 내가 말하는 것도 따라줄 생각이 있니.”
“응?”
밤하늘 아래에서 트레이너는 꽤나 진지한 얼굴로 말하자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아야베는 고개를 갸우뚱거려야 했다.
“그래, 일단 윈터 드림 트로피도 남았고, 졸업 전까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해둘게.”
“아, 그렇지. 그때까지 기간이 남아있으니까….”
“이해해 줘서 고마워. 유념해야 할 것은-.”
곧바로 수긍해주는 모습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 그는 곧바로 즉석에서 정리한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첫째, 기자들이나 팬들에게 포착될 만한 곳에서 둘이 가까이 있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뭔가 이전과 다른 거 없지 않아?”
“어쩔 수 없지, 기사 뜨는 순간 퇴학 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지금껏 쌓은 명예가 다 박탈되니 최악의 불명예야.”
“끙,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네.”
“그럼, 다음으로.”
둘째, 친구들에게 암시해선 안 된다.
이거 상당히 중요했다.
특히 어휘력이 흥분하면 궤멸적으로 변하는 걸로 유명한 탑 로드라거나, 자조적인 말투로 할말 못 할말 다 튀어나오는 도토라거나…. 생각해 보니 아야베 친구 중에 말투나 어휘력이 정상 축에 드는 애들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유감스러웠다.
“아, 그건 당연한 거로 생각했어. 특히 오페라 오라던가.”
“맞다, 우리 패왕 폐하도 있었지.”
“그래, 걔 앞에선 진짜 입조심해야 해.”
생각해 보니 가장 중요한 폭탄이 있었다.
티엠 오페라 오의 취미 중 하나가 뭐던가, 자작 오페라 공연이 아니던가? 그 소재로 귀에 들어온 아야베의 연애를 가사로 써서 노래하는 순간 하루 만에 트레센 교내에 쫙 퍼진다. 이러면 진짜 수습 불가능한 사태 터져서 야단난다.
“그 외에는 어디 보자, 혼잣말이라도 어디서 하면 안 되는 거? 누구 귀에 들어가면 안 되니까.”
“당신, 날 너무 어린 애로 보는 거 아니야? 어디 비블로스 같은 갓 중등부 들어온 애가 아니라고.”
약간 삐죽거리는 그녀를 보면서 트레이너의 표정에 절로 쓴웃음이 났다. 이런 면에서 보면 어린 거 맞는데 왜 부정하는 걸까. 그래도 오랜 담당의 고집을 받아들인 것으로 저런 행동이 다소 달라 보이는 느낌이 들었지만, 기분 탓이겠지. 그렇게 다소 달라진 감상을 느끼던 그는 문득, 하나 넘길 뻔한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은… 뭐 이건 알아서 잘할 테니 딱히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뭔데?”
트레이너는 누가 봐도 물음표를 머리 위에 떠올리고 있는 아야베에게 말했다.
“카렌 앞에서 실수하지 않기.”
“뭐야 그건 언제나 하던 건데.”
“그래서 딱히 말 안 하려던 거야.”
평소에도 하던 것이기에 딱히 크게 비중을 두지 않은 말, 그렇게 말하며 트레이너는 대수롭지 않게 무언가를 넣어둔 주머니를 살짝 쓸어내렸다. 아야베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설마 플래그가 되었을 줄은 누가 알았으랴.
-⏲-
시간을 다시 돌려서.
옛말은 실로 틀린 것이 없었다,
입은 실로 재앙의 근원이 옳았다.
“아야베 씨, 무슨 좋은 일 있어요?”
그리고 어드마이어 베가는 눈을 반짝거리며 다가오는 카렌쨩을 보며 순간 그것을 깨닫고 말았다.
들켰나? 들킨 건가?
아니, 아무리 봐도 들킨 거 같은데?
“아니, 딱히 그런 건 없는데….”
“에-.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 분명 무언가 일이 있는 거 같은데요?”
아, 이건 확실하다.
무엇인지 파악은 못 했지만, 이건 미끼를 문 표정이다. 주제를 안 바꾸면 내막을 알아차리는 건 순식간이다. 순간 아야베의 목덜미에서 그녀답지 않게 식은땀이 살짝 스며 나오니 시작했다.
“새 이불 건조기를 주문해서-.”
“아야베 씨, 새 걸로 교체한 지 한 달도 안 됐잖아요.”
“이불 쇼핑하고 와서.”
“새 이불 고르러 카렌하고 같이 일주일 전에 다녀왔잖아요.”
“….”
-이런 맙소사.
3년 동안 룸메이트라 그런지 몰라도 변명으로 말한 것이 차례대로 반박당했다.
“흐음, 수상한데~.”
눈을 가늘게 뜨고 스스슥 다가오는 그녀를 보고 아야베가 흠칫하는 가운데, 그 반응을 보고 룸메이트는 무언가 가닥을 잡은 듯했다.
“그러고 보니 아야베 씨, 어제 트레이너 씨랑 타카라즈카 기념 보고 오시지 않았어요?”
“어? 어, 응. 그랬지.”
카렌은 자신을 담당하는 트레이너는 ‘오빠’라 칭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아야베를 비롯하여 가까운 지인 우마무스메들의 트레이너들은 ‘트레이너 씨’들이라 확실히 구분해서 부르고 있었기에 누구를 칭하고 있는지 알기 쉬웠다. 그렇기에 쉽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해줄 수 있었다. 물론 아주 잠깐의 간격이 있긴 했지만, 오한을 느끼고 있는 일등성이 그걸 감지하긴 어려웠다.
“근데 그 이후에 바로 천체관측 외박하러 가신 거예요? 트레이너 씨랑 헤어지고?”
“….”
이어진 새로운 질문에 대답을 못 하고 자수정 색 눈길을 회피하는 모습에 카렌쨩의 머릿속에는 의문이 떠올랐다.
아니, 그 사람이랑 그녀의 룸메이트가 같이 천체관측을 가는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긴 했는데 이렇게 아예 대답을 회피하는 일은 없었는데 대체 이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설마.
설마?
트윙클 시리즈 내내 사무적인 감상을 고수하던 그 아야베 씨가 설마?
“와, 와?!”
그리고 이내 어떤 해답에 도달하고 입을 막으며 분홍색 두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이쯤에서 이미 다 들켰다고 생각한 어드마이어 베가는 체념하기 시작했지만, 나온 말은 다소 뜻밖이었다.
“역시 노력한 보람이 있었네요, 아야베 씨!”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지.
“트레이너 씨가 쓰러지신 후에 두 달 가까이 하루도 안 거르고 제대로 잠도 못 이루면서 회복을 도우셨잖아요?”
“그게 여기서 갑자기 왜 나와?!”
카렌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기다란 귀가 확 제쳐질 정도로 뜬금없음을 느끼는 가운데, 카렌은 웃는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왜 나오긴요, 전교에 소문이 퍼진 지가 언젠데요.”
그게 아야베를 석상처럼 굳어버리게 만드는 말이라 문제지.
“아야베 씨의 헌신이 히시 아마존 씨와 슈퍼 크릭 씨를 통해 소문을 탔거든요!”
“앗, 아아….”
열심히 요리를 알려준 두 사람의 이름이 룸메이트의 입에서 나와 버리자, 정신이 아찔해졌다. 뭐, 그래도 이 정도야 수습이 가능한….
“그리고 그 소문을 들은 탑 로드 씨와 오페라 오 씨가 트윙클 시리즈 동안 트레이너 씨가 어떤 헌신을 했는지도 알리면서 아주아주 유명해졌다고요?”
…취소다.
이 친구라는 이름의 웬수들 같으니.
탑 로드는 꽁꽁 묶어둔 채 이마에 틱택토, 오페라 오는 매달아 두고 저*틴 비* 노래를 틀어둔 상태로 콜라를 가득 채워둔 욕조에 담가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치솟았다.
근데 잠깐, 소문이 언제부터 뭐라고 했지?
“설마 어제보다 이전부터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고?”
“응? 모르셨던 거예요? 최소한 보름 전부터 다들 알고 있었는데?”
카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하는 가운데, 아야베의 안에서 무언가 툭, 하고 끊어졌다.
망했다.
아주 제대로 망했다.
-⏲-
트레이너실.
하루 쉬었다고 쌓인 작업을 하다가 잠깐 쉬고 있던 트레이너는 LANE을 통해 날아온 단 하나의 메시지를 본 후 얼굴을 손으로 짚고 있었다.
【from. 당신의 일등성.
 트레이너에게…. 우리 관계, 이미 학원 대부분이 알고 있었어.】
…수습, 가능할까?
-삼여신이시여, 이 난관을 헤쳐 나갈 힘을 부디!
어째 멀리서 ‘응 어린 양이 선택한 길이니, 악으로 깡으로 버티렴!’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것 같았다.








트레센의 중마장은 아야베와 그 또레나로부터 시작된다

댓글
  • 카니에타 2024/08/03 05:46

    엌ㅋㅋㅋㅋㅋ 하기사 그 아야베를 커버쳐주고 둥기둥기해줬는데 소문이 안 날 리가.
    두 사람에게 자극받은 다른 우마무스메들이 담당 또레나한테 보채는 또레나한정 지옥이 펼쳐진다...


  • 카니에타
    2024/08/03 05:46

    엌ㅋㅋㅋㅋㅋ 하기사 그 아야베를 커버쳐주고 둥기둥기해줬는데 소문이 안 날 리가.
    두 사람에게 자극받은 다른 우마무스메들이 담당 또레나한테 보채는 또레나한정 지옥이 펼쳐진다...

    (A5br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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