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에서는
"어차피 과실치산데 뭔 상관이오, 대충합시다."
"과실치사... 괗흐흐... 니는 가혹행위치사죄야, 고문치사!"
라는 대사가 있다.
여기서 검사는 살해의 의도가 없었으니 '(과실)치사'라는 표현을 씀에 이의는 없으나 사망 원인이 가혹행위에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고문치사라고 부연한 것은 우리 형법 제정이래 '고문죄'라는 죄목은 없었고 고문보다 좀 더 포괄적인 단어인 가혹행위죄를 써왔으나 대부분의 가혹행위 사건이 곧 고문 사건이기에 통념적으로 가혹행위죄를 고문죄라고 부르던 점이 반영된 것이다.
여중대장 고문죄를 왜 안넣냐니... 이미 원하는대로 고문죄의 정식명칭인 죄목을 넣어줬다.
그리고 직권남용, 학대 같은 죄목은 왜 안넣냐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가혹행위죄와 특별관계이기 때문이다.
군형법상 가혹행위죄의 조문을 보면 가혹행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직권남용 또는 위력 행사가 있어야 하고 학대 또는 가혹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직권남용은 학대말고 다른 데에 쓸 수 있고 학대 또한 직권남용 없이 발생할 수 있다. 둘을 같이 저질러야 하는 가혹행위죄가 더 요건이 복잡하고 구체적이다. 따라서 가혹행위죄만 적용한다.
이는 칼로 사람을 찔렀을 때 특수상해죄만 적용하고 상해죄는 적용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논리이다. 학대죄는 가혹행위죄를 넣음으로써 이미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처벌도 더 쌔고.
과실치사와 가혹행위는 특수관계가 아니다. 가혹행위를 한다고 무조건 다 죽는 건 아니고 가혹행위가 아닌 과실치사도 있으니 이 둘은 상상적 경합관계다. 두 죄목 모두 적되 형량계산은 형의 장기가 더 큰 가혹행위죄를 기준으로 잡고 좀 더 가중한다(미국은 가중 필요없고 걍 따로 계산하고 단순덧셈때린다).
과실치사 부분에서 의료진 책임인지가 자꾸 물려서 그쪽으로 관심이 쏠리다보니 이견의 여지가 없는 가혹행위가 상대적으로 묻히는 경향이 있는데 가혹행위가 과실치사보다 형량이 더 쌔고 님들이 생각하는 고문죄다. 가혹행위라는 표현을 고문이라는 더 직관적인 단어로 대체해보면 몹시 중대한 사건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사건의 중대성이 높으면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번에 구속된 것도 이 사건이 단순 과실치사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일 수 있다.
다만 1987의 모티브이자 고문치사의 유명한 일례인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경찰 등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에 의한 가혹행위를 처벌하는 '형법'상 가혹행위로 과실치사가 발생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특가법의 적용을 받아 징역 3년은 기본으로 먹어준 반면 군인에 의한 가혹행위인 '군형법'상 가혹행위는 특가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처벌이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죄목은 똑바로 넣었으니 수사랑 재판만 잘 되어 약한 처벌이라도 실형이라도 뜨기만 빌면 된다.
추가로 제목같은 데에 과실치사·가혹행위도 아니고 걍 과실치사 혐의라고만 적는 그지발싸개 같은 워딩을 가진 일부 언론들이 있는데 가혹행위치사 내지 고문치사라는 바람직한 표현을 쓰자.
경찰에서 혐의올린게 그지랄이라그래
벌레박멸자
2024/06/22 12:41
경찰에서 혐의올린게 그지랄이라그래
배신하고싶어라
2024/06/22 14:50
이래도 안죽어? 하는 수준으로 굴린거면 고문 맞지
치즈버터
2024/06/22 14:52
어쨌든 중대장 나쁜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