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길게 쓰려다가 나이 먹으니까 그 짓 못하겠고, 그냥 푸념이나 하고 떠나련다.
다음 합병 때 아이디 날아가긴 했는데, 햇수로도 12년이 넘었을거야. 어릴 때 인터넷 배우면서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놀았고 내 포지션도 설립자에서 유령 회원까지 다 해봤어.
난 솔직히 인터넷 커뮤니티가 꽃밭이던 시절부터 있어서 그런지 교류라는 본질적인 목적이 변하지 않는 이상 돈 버는게 최우선 과제인 기업과는 절대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내가 설립자였던 커뮤니티는 커지지 못하고 사라졌던 걸까, 기업의 잣대를 커뮤니티에 가져오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말야. 나도 어릴때였으니까 혈기나 낭만만 넘쳤던 거겠지. 그래도 난 생업 따로 구하고 거기서 만났던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남아있어. 요새야 워낙 개인주의니까 이런 정도는 거의 불가능해도, 난 이게 커뮤니티의 가치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설립자 잇속 챙기다가 규모 줄어든 곳 말고, 소멸된 커뮤니티를 본 것 중에 손에 꼽는 기억이 엔젤하이로, 그러니까 구 나무위키야. 사업적인 재능(혹은 지식이던, 아무튼 간에 깜냥이 없었던) 대표랑 그 측근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욕심 부리다 (표면상으로는) 터졌으니까. 근데 루리웹은 지금까지 살아남았으니까 살아남았기에 현명할거라 생각했어. 아니면 적어도 그때의 커뮤니티를 만들던 초심은 남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
이번 일의 결과가 이렇다면, 난 계산기만 두드리고 심장에 잔불조차 남지 않은 사람보다는 모험을 시작한 사람들을 따라가고 응원하련다. 어차피 독립하거나 당했다며? 그러면 이 곳에 들락날락해서 돈 쥐어줄 필요도 없지. 내 시간과 돈은 좀 더 좋은 사람들에게 사용되어야 해. 다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되면 다시 인사하자. 안녕.
건강해, 그리고 좋은 일들을 하며 지내자.
아디오스 아미고
아디오스 아미고
건강해, 그리고 좋은 일들을 하며 지내자.
즐거웠고 앞으로도 행복하렴!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잘 가라..
어디선가는 다시 볼거야. 그러니까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히 대하자.
앞으로는 좋은일만 있기를
이것도 좋은 일이야.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건 언제든 좋은 일이야. 너에게도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자주 찾아가길.
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