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369493

음.. 제가 동물에게 정을 주지 않는 이유

반려동물이 죽고나서.. 다시 동물을 키우기 싫다는 감정이 들었다는 글을 보면서...
 
제 경험과 제 생각을 돌아봅니다.
 
저는 동물에게 정을 주지 않습니다. 눈길도 잘 안 줍니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보면 참 귀엽죠. 저도 심쿵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동물을 키우지도 않으려 하고, 정도 안 줍니다.
 
제가 어렸을 때,
새끼 때 데려와서 이름 붙이고 정들여 키웠던 동물들은 모두.. 잡아먹혔습니다.
도축도 집에서 이뤄졌구요.
 
수많은 복돌이들(개), 토끼, 오리, 닭(병아리부터 키운 것) 등등
 
모두 아버지와 아버지 지인들이 오셔서 직접 도축하여 잡아드셨습니다.
 
전 힘이 없었습니다.
결정권도 없었습니다.
제가 너무 귀여워하고 사랑했던 동물들은...
결국 그렇게 죽는다는 것을 목격하고 알게 된 후,
 
그걸 말릴 수 없는 제 무력함..
지킬 수 있는 힘이 없는 자는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국딩,중딩 때 수차례 반복된... 동물들의 도축&육식 목격 경험
 
저는 8살 때 돼지 도축장면을 본 후로는 고기를 먹지 못 하고 있습니다.
고기 피비린내, 누린내에 너무 예민해서 토합니다.
 
군대 다녀와서 고기국물은 먹지만..
채식주의자 분류에서 저는
페스코베지테리언과 폴로베지테리언의 중간에 해당하더군요..
 
음... 그래요.
저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지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식물이든 동물이든 다른 생명을
죽여서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슬픈 굴레,
 
보고 있으면 좀 심기불편해지는
인류의 맛을 추구하며 즐기기 위해 필요 이상 먹는 행위들
 
저는... 동물들을 보면 내가 사람이라서 미안해요.  
 
그냥 덤덤히 무던하게 냉정하게 일상적으로 지내지만
가끔 한번씩 이런 제 슬픈 감정을 꺼내어 직면할 때면 참으로 슬프고 마음이 무겁죠.
댓글
  • 블루베리나잇 2017/09/17 23:37

    저도 어렸을때 할아버지댁에 가서 염소잡는 날이면 하루종일 마음이 술렁술렁하고, 울음소리앞에서 내가 너무 무력하게 느껴지고 참 싫더라구요. 아직까지도 그 기억은 너무 생생해요
    더군다나 키우던 아이들이었으면 참...
    어떤마음인지 알거같아요 저는..

    (pnqM5h)

  • 하루종일해요 2017/09/17 23:47

    존나 부모님이 싫어질 것 같아요..

    (pnqM5h)

  • 김귀찮음 2017/09/17 23:50

    저도 그랬었고 지금도 그래요

    (pnqM5h)

  • 김귀찮음 2017/09/17 23:52

    그렇지만..
    그래서.. 더 애틋하고
    더 잘하고 싶어요 내가 만나는 동물친구들에게

    (pnqM5h)

  • 복숭아씨 2017/09/17 23:55

    부모님은 식육을 목적으로 키우셨겠지만 작성자님껜 설명을 안하셨겠죠. 그리고 그 모습을 보이는 잘못을 하셨구요. 안타깝네요. 동물은 다른 생물을 먹지 않고는 살수 없으니까요.

    (pnqM5h)

  • 염제신농씨 2017/09/17 23:57

    어린 마음에 상처가 크셨을것 같습니다 ..

    (pnqM5h)

  • 인델리 2017/09/17 23:58

    저도 아주어릴때 돼지잡는걸 본적있는데
    좁은 쇠창살우리에 넣고 찔러죽이는데
    충격이 너무 오래갔었어요
    전 지금 고기를 지금 못먹고 그런건 없지만..
    제발 그런과정들을 아이들에게는 안보여줬으면..

    (pnqM5h)

  • iloveu 2017/09/18 00:00

    저랑 비슷한 경험이네요.
    그래도 고기를 먹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예요.
    어릴적 기억이 영향을 미친건지도.
    우리집 동물들이 비명횡사한 변소 앞 감나무ㅜㅜ
    감나무에 매달려 죽어갈때의 괴음, 한동안 나무에 선명했던 피. 가끔 생각나면 고기 먹기 꺼려져요.
    아빠와 동네 아저씨들은 어떻게 걔들을 죽였을까?
    감나무에 매달아 때려죽였거든요.
    개, 염소,...

    (pnqM5h)

  • AsYouWish* 2017/09/18 00:20

    식성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면 상처를 크게 받으셨던 듯 합니다 ㅜㅜ 작성자님의 어린 날의 상처가 천천히 그렇지만 말끔히 치유되시길 기원해요 ㅜㅜ

    (pnqM5h)

  • 다같이행복해 2017/09/18 06:14

    저도 예전에 집에있던 강아지를 아버지가 잡아드셨었죠. 그 기억이 지금도 엄청 강하게 남아있구요
    전 개딸 한마리 입양해서 키운지 3년 됐어요
    제가 받는 사랑이 엄청납니다
    님도 독립하셔서 반련동물의 생명을 책임질 순간이 될때 키워보셔요
    충분한 사랑과 상처를 치유받으실수 있을겁니다
    화이팅

    (pnqM5h)

(pnqM5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