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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강아지를 훔쳐갔어요'의 작성자예요

전 무능력하고 생명을 책임질 자격이 안 되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충분히 알고 있어요
근데 동거하는 친척들이 자꾸 개를 데려와요
제가 아무리 길길이 날뛰어도 가장 어리고 무일푼인 제 말은
집안 내에서 힘을 가진 적이 없어요

몽순이는 지난 초여름에 어머니와 함께 본가에서
살고 계시는 아버지께서 덜컥 데려오셨어요
귀에 진물이 있고 몸에 벼룩을 달고 온 아이
돌려보내든 그러지 않든 한국에서의 견생은 알만 하니까,
어차피 내 말은 무시될 게 뻔하니까,
제 형제들이 받아들이고 키우는 걸 지켜보고만 있었네요
그래요 사실 실질적인 주인은 제가 아니라 그들
그게 살다 보니 우리가 되더라고요

근데 어째서 데려오거나 키운 그들보다 지켜본 제가 정이 들어버린 거죠?
왜 몽순이를 잃고 오열하는 제가 이상한 애가 되어버린 건지
먹고 살기 바쁜 건 이해하지만, 일 외적 시간에
몽순이를 찾는데 투자할 수 있는 건데
일로도 스트레스인데 괜히 더 스트레스 주지 말라네요

아버지께 데려온 책임을 지라
형제에게 옆에서 강아지를 데려가도 몰랐던 부주의에 대한 책임을 지라
건넛방에 있었지만 제 할 일에만 몰두해 몰랐던 나도 지겠다
또 다른 형제에겐 이제껏 키운 것에 대한 책임을 지라

이렇게 얘기했더니 너 잘났다 넌 책임감이 아주 많다라며 조롱하네요
전 대답했죠 내가 책임감이 많은 게 아니라 당신들이 책임감이 없는 거다라고
하지만 제 말은 그들에겐 아직도 사회생활 안 해봐 뜬구름 잡고,
무엇이 우선 순위인지 모르는 정신 나간 주절거림에 불과해요

요 며칠 집들을 오가며 싸웠어요
글을 올린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죠
이렇게 싸우고, 싸우고, 싸워도 늘 그렇듯 도돌이표네요
매번 이웃들이 듣는다 부끄럽다며 주의줘요
전 항상 문제가 있으면 숨기기 급급한 가족이 더욱 부끄러운데
이건 정상이 아냐라고 하면 그렇게 말하는 네가 비정상이래요

저도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을 완전히 믿진 않았어요
정말 그럴 수도 있는 사람이긴 해서 헷갈리긴 했지만
근데 아버지께선 그걸 확인조차 못하게 하시네요
엄마를 범인으로 몰아 경찰 기록에 남기지 말래요

네가 자꾸 일을 부풀리면 내쫓아버리겠대요
이제 죽든 말든 상관 안 한다면서
따로 살긴 하지만 부모 소유의 집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멀리 갈 것 없이 그냥 여기서 죽이라고 했어요
이대로 가다가 길거리에 버려지는 다음 순번은 절지도 모르겠네요
대들었는데도 전처럼 맞거나 뭔가 부서지지 않은 게 용해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는데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자주 눈팅하던 오유에
처음으로 가입하고 글을 올린 건데
저도 제 삶이 그냥 소설에 불과했으면 좋겠어요
공부를 놓고 싶지 않아서 정신줄을 부여잡고는 있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하고, 사는 게 사는 거 같지 않아요
댓글
  • quekkoo 2017/09/16 22:49

    참 마음이아프네요ㅠ 조언은 제몫이아니고, 언젠가는 평온을 찾으시길 바래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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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뾰족한오징어 2017/09/16 22:55

    참..뭐라고 답글을 달아야 할 지 모르겠네요...이럴 때 멋진 위로나 조언 딱 해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말빨도 없고..그냥 공감 누르고 같이 가슴아파 하고 같이 화내주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네요..직접 발로 뛰어 강아지를 찾아줄 수도 없고..미안합니다,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KOfmYg)

  • 개판일세 2017/09/17 00:48

    ................. 진짜 저럴때
    니죽고 나죽자 하면서 몽둥이 렌치 들고 그냥 다 던져버리는 충동이 들 정도로......... 후우........
    사람 아닌것들이 진짜 많아요 요즘

    (KOfmYg)

  • n흰수염고래n 2017/09/17 01:28

    뭐라 위로와 응원의 말을 해드리기가 어렵네요
    참 마음이 아픕니다. 잘 해결되시길 바랫는데.....
    마음이 아픔니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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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쨘쨘짜라라 2017/09/17 01:37

    강아지도 중요하지만
    작성자님 상황에서 부모님 행동이나 말씀하시는게 섬뜩해요
    집안에서 인간적 감정이 무시되고 부모님은 강압적이신것 같습니다...
    현재 작성자님이 봉순이 잃어버리고 스트레스 받는걸 고려해도
    너무 벼랑 끝에 내몰리신 것 같아요
    봉순이 찾는것도 중요하고 바쁘시겠지만
    그리고 고작 넷상에서 댓글 달기에는 제가 너무 오지랖이겠지만
    작성자님 상황도 고민하시고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봉순이를 찾아서 데리고 온 후나
    다른 강아지들이 무책임하게 집에 오게 된 후나
    작성자님이 폭력 (맞으셨다는 구절이 있어서..)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나 전부..
    상황이 절망적이고 아무것도 못할것 같고 나약하게 느껴지고
    죄책감이나 찢어지는 슬픔이나 전부 여러가지 느끼실텐데
    체념하지 마세요
    작성자님은 노력하셨고 노력이 반드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지만
    앞으로의 길을 선택하게 도와줄거에요
    그리고 봉순이가 사람 좋아하는 귀여운 강아지였으니
    누군가 지나치지 않고 알아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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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낙타 2017/09/17 01:47

    전에 심한 덧글을 썼다가 지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갈 충분한 이유와 가치가 있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힘들고 지친 일상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을거예요.
    부디 이루고자하시는 일 잘 되시고
    그후에 적당한 거리두시면서 사셨으면 좋겠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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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님이시다 2017/09/17 01:59

    전에 쓰신 글을 읽고 왜 엄마라는 사람이 아무 동의 없이 저런 행동을 했을까 하며 의아해 했습니다
    혹시 작성자님이 가정에서 홀대 받는건 아닐까 무슨 이윤지 모르겠지만 따로 나와 살고 아직도 부모의 영향력 안에 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역시나 그렇군요
    작성자님 나이가 얼만지 모르겠지만 아닌건 아닙니다
    이젠 맞지 마시고 성인이라면 아니 미성년 자라도 자신의 의지를 표명 하세요
    내 인생은 부모가 살아주는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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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고리선장 2017/09/17 02:38

    인정... ㅜㅜ 나도 순듕이개 데리고 오지 말라고 발광했었눈데... 이제는 내가 견공을 더 좋아하고, 병때문에 죽을 것 같아서 맨날 우네여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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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샵샵 2017/09/17 04:14

    에구....
    이쁜 자식을 부모님이 망치시네요 ㅠㅠ 왜 그러실까 ㅜㅜ 같은 인격체로 봐주시지 않는게 느껴져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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