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딩시절 피아노 치는 애들 정말 부러웠고, 특히 집에 피아노 있다했던 친구네 놀러가서 한참동안 피아노만 구경하다
온 적도 있었죠. 그 때 피아노는 부의 상징이자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물건이었는데 가난한 저희 집에는 피아노는커녕
멜로디언 하나 구입하기도 벅찼기에 피아노는 그냥 그림의 떡도 아닌 그림도 못 그려보는 물건이었습니다.
국딩 3학년 때부터 중1때까지 피아노 좀 사자고 졸랐지만,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였고, 중1때 엄마가 크면 사준다
해서 그 말을 굳게 믿었습니다. 대딩이 되어 엄마에게 "이젠 컸으니 피아노 사보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엄마는
저와 중1때 했던 약속을 기억하지 못하면서 "나이 들어 무슨 피아노 같은 소리 하고 있냐"고 하더군요 ㄷㄷㄷ
깊은 배신감을 느끼며 오기로 3달동안 알바해 손에 쥔 백만원 돈 되는(당시 알바해도 겨우 30~40 벌까 말까였으니ㅠ)
돈으로 피아노 가게 기웃거리며 기어코 피아노 한대를 구입했습니다.
2001년에 구입한 영창 U3라는 피아노였죠. 70만원 주고 샀던 거까지 기억나는데 살면서 물건들 구입 많이 했지만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물건 TOP 3안에 드는 물건이었어요. 지금도 그 때 피아노가 제 방에 들어오는 순간이
마치 얼마 전의 일인냥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게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네요.
그렇게 피아노를 열심히 띵가띵가하면서 십년을 치다, 결혼 후 피아노 한대가 더 필요해 또 구입하게 되었죠. 사실
집에 있던 피아노 가져오려고 했었는데 와이프가 검정색은 질색팔색하며 절대 안된다 해서 구입했어요ㅠ 하지만
이젠 가난한 대딩 알바시절이 아니다보니 무조건 싸구려 구매하려고 하지 않고 소리도 들어보고 외장도 보며 디자인
까지보고 맘에 드는 놈으로 구매했어요.
색상도 디자인도 맘에 드는 피아노로 130만원 주고 구매한 영창 UC-118이예요. 바쁘다보니 자주는 못 치지만 그래도
시간나면 띵가띵가했던 피아노였는데요, 이번에 이사를 가야 해서 피아노를 옮겨야 했거든요. 그래서 올만에 피아노
구입한 가게(공교롭게 두 피아노 모두 같은 곳에서 구매했어요) 사장님께 연락 드리고 어제 찾아갔어요.
사장님도 절 기억하시고 저도 사장님 기억하니 서로 근황도 여쭤보고 세상 사는 이야기도 좀 하고 했는데 사장님
말씀이 피아노 이제 처분할 때 되지 않았냐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직도 저는 계속 칠 생각이라고 했더니 요즘
피아노 시장이 사양산업으로 가버려 피아노가 똥값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ㄷㄷㄷㄷ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더니
이 피아노 보여주시면서 얼마나 할 거 같냐고 물어보시더군요. 피아노 쳐보니 밸런스 좋고 고음도 업라이트치고는
까랑까랑하니 괜찮더군요. 그래도 연식이 좀 있고(90년대) 영창이다보니 대략 배송비 조율 빼고 50만원정도 말씀
드렸더니 웃으시며
"조율, 배송 다해서 20만원에 판매중"이라고 하시더군요 ㄷㄷㄷㄷ
순간 너무 큰 충격을 받았는데 여기에 더해 멀쩡한 피아노들도 하루에 5대씩 부셔서 버린다고 ㄷㄷㄷㄷㄷ
사양산업이라고 하시면서 다른 일 알아봐야 할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운반, 조율 하면서 겨우겨우 먹고
산다 하시던데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나 나빠졌는지 여쭤보니 결국 중국 수출길이 막혀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제일 큰 건 중국 수출길이 막힌 것, 두번째는 디지털 피아노의 보급 때문이라고 하시던데 무엇보다도 요즘 같이
먹고 살기 힘들 때 피아노 치겠다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 없는 것도 한몫하는 거 같고요.
이사 날짜 알려드리고 배송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니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줘 고맙다시며 배송, 조율비를 엄청 저렴
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조율만 10만원은 받는데 배송까지해서 10만원만 받겠다셔서 그러면 안된다고 말씀드리고
시세대로 받아달라고 부탁드리고 왔네요. 참 좋은 사장님이신데 어렵다고 하시니 맘이 좋지 않았어요ㅠ
아무튼 한때는 부의 상징이었던 피아노 이제는 애물단지가 되어 사양산업으로 잊혀져 가는 게 피아노 좋아했던
저는 영 씁쓸하네요. 앞으로 얼마나 명맥이 이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피아노 가게도 비디오방처럼 하나 둘 사라
지다 결국엔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ㅠ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죽을 때까지는 어쿠스틱 피아노 보유하고 열심히 띵가띵가 할 계획이라ㅎㅎㅎ 피아노 가게
갔더니 피아노 바꿀까 하는 뽐뿌가 와서 바꿀까 생각하고 있긴 하는데 어떤 피아노 사고 싶냐고 물으시길래 저는
"그래도 기왕 사는 거 야마하 한번 사봐야지 않을까요?" 했더니 사장님 말씀이 우리나라에서 판매중인 야마하 중
많은 수가 제 부품 아니고 소리 엉망인 소위 버려야 할 피아노도 팔리고 있다고 잘 모르면 중고 야마하는 가급적
피하라고 하시고 그래도 야마하 피아노 사고 싶으면 사장님이 직접 상태나 소리, 내구성 확인하고 좋은 놈으로
구해줄테니 기다려보라 하시네요 ㅎㅎㅎ
매장에도 야마하 피아노가 4대인가 있지만 전부다 별로라고 추천해주지 않으시고요 ㄷㄷㄷㄷ
그러면서 알렉스슈타인바흐라는 삼익 수출형 모델을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곧바로 시연해주시는데 일단 음색이 좋고
이렇게 저음이 강하고 맑게 들리는 업라이트 피아노는 처음 본 거 같아요. 옆에 있는 야마하 피아노랑 같이 쳐보니
비교가 안되는 ㄷㄷㄷㄷ 근데 이것도 조율, 배송 포함 50만원이라고 ㄷㄷㄷㄷ
이사하기 전까지 고민해보고 이놈으로 바꿀까 생각중인데 잘 치지는 못해도 저는 피아노가 좋아요 ㅎㅎㅎㅎ
https://cohabe.com/sisa/3608110
한 때 부의 상징이었는데 이젠 사양길로 가는군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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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창 말고 스타인웨인이 좋다든데 그걸로 사세요
2억
스타인웨이나 야마하나 영창, 삼익 등등 업라이트는 큰 차이 없대요 ㄷㄷㄷ 근데 스타인웨이 업라이트가 있나요? ㄷㄷㄷ 못 본 거 같아서 ㄷㄷㄷㄷ
사장님 말로는 야마하보다 90년대 삼익, 영창 피아노가 훨 좋대요. 우리나라에 굴러다니는 야마하 중 60년대 악기들은 제 부품 아닌 것들이 80% 이상, 2000년대부터는 일본 생산이 아닌 OEM생산이라 나무가 이미 80년대와 비교해서 너무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7~80년대는 자연건조, 요즘은 기계로 건조시킨다는데 소리 차이 너무 심하다고 최근 나온 건 어지간하면 사지 말라고 하더군요.
비싼 이펙트를 먹인 디피 음색이 피아노의 생음을 뛰어 넘은지는 오래 되었죠.
비싼 이펙트를 먹인 디피는 전문가나 쓰지 가정에서 쓸 일이 있을까요? 그리고 저는 나무에서 전해지는 피아노 음이 좋더라고요. 디지털은 밤에나 쓰지 손이 잘 가지 않아요.
싼 디피도 이미 이펙트가 다 먹여져 샘플링됩니다
낭만이 있으시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다들 이런 거 하나씩 있지 않나요? 저는 피아노, 다른 분들은 카메라 뭐 이렇게요ㅎㅎㅎ
요즘 디지털 피아노 중고 50만원만 줘도 해머스케일 건반 제법 좋습니다.
소리는 무료 가상악기 연결시 환상적이구요.
네, 맞아요. 근데 디지털은 5년 정도 되면 한두곳이 고장나다보니 많이들 버리더군요.
우리나라 주거환경에서는 사양될 수 밖에 없는
맞아요ㅠ 아파트서는 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ㅠ
느낌이 있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과찬이세요. 아무리 크고 무겁고 시끄럽다 해도 피아노가 좋아요^^
주거환경이 아파트로 바뀌면서 업라이트는 민폐물건이 된지 오래죠.. 수요가 없어지고 디피만 찾다보니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것 같습니다
네, 그건 그런 거 같아요. 하지만 그것보다 음악을 취미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보단 어릴 때 피아노 학원 가는 정도에서 끝내버리는 문화도 한몫한다 생각해요. 꾸준히 취미로 연주하고 하면 좋은데 말이죠^^
어렸을때 어머니가 피아노 배워볼래 하셨는데 그건 여자애들이나 하는거 아니냐며 거부했던게 천추의 한이 되어 나이먹고 6개윌인가 속성으로 배운 적이 있네요. 지금은 베이스 통기타 드럼 다 치지만 피아노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ㅜ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는 피아노를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악보 보는 게 제일 힘들었고 계속 연습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죠. 기타나 베이스 드럼 같은 타브 악보는 보다보면 좀 익숙해지는데 피아노는 낮은음자리부터 시작해 높은음자리까지 동시에 봐야 하니 힘들어요ㅠ 악보 볼 줄 알다가도 몇 달 쉬면 또 못하고 뭐 그렇습니다ㅠ
어렸을때 꿈이 뭐냐고 어른들이 물어보면 대통령 과학자 의사 이런 대답하고 이런 대답 안하면 꿈도없는 놈이라고 혼났었죠. 지금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유튜버 건물주 이렇게 답하죠.
세상이 바뀌면서 추구하는것도 달라지는건 어찌보면 당연한거라고 봅니다.
세상이 변하는 건 맞는데, 그래도 음악 없는 세상에 살고 싶진 않아요. 음악가가 될 필욘 없지만 취미연주자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