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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유일하게 사랑해준 남자 어른

우리 외할아버지.
오늘따라 넘 보구싶네요.
엄빠랑 떨어져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랑 3년 정도 살았어요.
 크리스마스만 되면 울 할아버지는 그 시골 동네에서 어디서 구하셨는지
과자로 만든 집에 산타랑 루돌프 사탕인형이 가득 놓인 과자집을 선물해주셨어요.
어린 제 눈엔 그게 너무너무 크고 멋지고 세상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어요.
 
어떤날은 하교하는 저를 데리고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 들어가서는
"니 원하는거 하나 사라! 할아부지가 사주꾸마!" 하셨는데
제가 거기서 장난감 노래방 기계를 골랐대요. 카드 넣으면 노래가 나오는 ㅎㅎ
그 당시 그 문방구에서 젤 비싼 거였는데~ 그거 고르니까
"요놈 고르라니까 여기서 젤 비싼걸 골랐네~"하면서 가족들한테 자랑하셨대요 ㅋㅋ 우리 손녀 골라도 암거나 안고르구 젤 비싼거 고른다구 ㅋㅋ 
간 안 좋으시면서 술 좋아하는 울 외할아부지
청하를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제가 청하 2병이랑 제 과자를 사서 쫄래쫄래 집에 오면
할머니랑 이모가 청하 반은 주전자에 따라버리고 물을 섞고는 제게 할아부지 갖다드리라구 하셨죠
분명 아셨을텐데도 ㅋㅋ 우리 애기가 가져다줘서 훨씬 맛있다고 즐겁게 드셨어요.
오늘 청하 한잔 했어요.
전 소주는 못 마시는데 청하는 잘도 술술 넘어가더라구용ㅎㅎ
우리 외할아버지 생각도 나고.
살아계셨으면 같이 청하 먹어드릴 수 있는데. ㅎㅎ
오늘따라 넘 보고싶네유.. 
댓글
  • 이명기 2017/08/17 23:32

    아휴 ㅠㅠㅠ 맘이 예뻐요 정말

    (SsOi3m)

  • 쌩쥐족장 2017/08/17 23:32

    외할아버지께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계실거에요...ㅠㅠ

    (SsOi3m)

  • 보라곰 2017/08/17 23:33

    글만 읽어도... 얼마나 좋은 분이셨을지 짐작이 가네요 ㅠㅠ 문방구 얘기 들으니 뭔가 마음이 저리먄사도 몽글몽글?? 해줘요

    (SsOi3m)

  • 오로라고래 2017/08/17 23:34

    작성자님 기억에 살아계시네요.
    좋은글 잘읽었습니다:-D

    (SsOi3m)

  • 나에게바나나 2017/08/17 23:36

    엄마야 갑자기 올리자마자 추천이 포풍 눌려서 깜짝 놀랐어요ㅠㅠ
    제가 너무 어릴때 돌아가셔서 추억이 많지 않아 조금 슬퍼요.
    할아버지한텐 제가 유일한 손주라서 엄청 예뻐하셨는데..
    조금 더 오래 사셔서 더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았겠다.. 막 그른 생각이 들어요ㅠ 술 마셔서 그런가봐요ㅠ

    (SsOi3m)

  • 김귀찮음 2017/08/18 00:27

    할아버지님 참 멋지시네요

    (SsOi3m)

  • 무역학도 2017/08/18 00:38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계시네요. 그 추억을 가슴속에 새기고있는 동안, 할아버지 역시 님 가슴속에서 살아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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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no 2017/08/18 01:45

    눈물이나네요 ㅠㅠㅠ
    할아버지가 엄청 사랑하시는게 눈에보이고
    저도 외할아버지가 철 없을때 돌아가셔서. 괜히 못해드려서 죄책감두 들공...
    할아버지가 하늘에서도 많이 생각하고 있으실거에요

    (SsOi3m)

  • 허니밤 2017/08/18 01:50

    저도 외할아버지랑 추억이 너무 많아요. 돌아가신지 곧 2년되는데 너무 보고싶어요. 제가 스무살때 대통령선거를 처음으로 했는데 할아버지랑 같이가서 투표 하고 밥먹으러 갔는데 식당에서 우리 손녀가 오늘 처음으로 투표했다고 축하해달라고 그래서 거기있던 모든사람들에게 축하받은 기억이나요 ㅎㅎ... 생전에 담배랑 커피를 너무 좋아하셨는데 조만간 가서 담배 태워드리고 같이 커피도 한잔 마시고 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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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적인변태 2017/08/18 01:51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생각이 나요...ㅜㅜ
    저도 작성자님 글 제목처럼 속으로 표현하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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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라레스 2017/08/18 01:54

    오우 말그대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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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랄염병하네 2017/08/18 02:08

    아..진심 눈물 광광 쏟았어요ㅜㅜ
    저도 즤 외할아버지한테 받은 사랑이 너무나 커서..
    돌아가신 후론 할아버지 닮으신 분들 뒷모습만 뵈도 왜케 눈물나던지..
    순대국밥 집에서 신랑이랑 둘이 밥먹다가 어떤 할아버지께서 혼자 드시는 뒷모습 보구선 밥먹다 폭풍 오열한적도 있네요ㅜㅜ
    그 귀한 사랑 가슴에 잘 간직하고있고..
    그 사랑 덕분에 제가 이렇게 이쁘게 잘 살고있다고 감사해하고 있어요..
    할아버지..
    미치도록 그립습니다..
    온화한 얼굴로 환히 웃으시면서 안아주시던 그 모습..
    진짜 딱 한번만 보면 좋겠어요ㅜㅜ
    보고싶고 안아드리고싶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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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자서 2017/08/18 03:03

    착한 아가~
    할애비가 아가 끝까지 수호해 줄 테니, 행복히 살으렴.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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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산똥쟁이 2017/08/18 03:07

    산소에도 찾아뵙고 인사와함께 소원을 비시면 들어줍니다.. 저도 소원성취한 이쁨받는 손주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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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님아래 2017/08/18 03:54

    외할머니 생각나서 한참 울었네.. 돌아가신 지 20년이 다 됐는데 요즘도 가끔 꿈에서 뵙는... 할머니, 그 철없던 손자가 이제 중년 아저씨가 됐어요. 결혼하는 거라도 보고 가시지.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의약분업화 얘기 한창 나왔을 때, 주위에 다들 약 마음대로 못 산다고 귀찮다고 반대했는데, 저는 외할머니 생각나서 무조건 찬성했었죠. 거기서는 잘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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