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초저녁에 기절했다 꺠니 잠이 안 와서 이상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F3를 구입하면서 바디 늘리기 싫어서 장터에 내놨던 F2가 예상대로 빨리 팔리지 않더군요. 필름도 없겠다 공셔터 날리며 놀고 있었는데, 셔터 감는 느낌이 너무 좋은 겁니다. 옆에 있는 Pentax MX 하고도 많이 차이나게 손에 잡는 느낌이 좋아요. GSW690도 감는 느낌이 좋긴 하지만 손에 착 감기지 않는 거대함 덕에 가끔만 만지고 있습니다.
여튼 상태가 너무 깨끗하고 셔터감도 좋고 해서 그냥 팔지 말고 공셔터 장난감으로 소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F2 는 셔터음이 조금 불만이었습니다. 정확히는 마지막에 '팅~' 소리가 납니다.
휴대폰 촬영이라 첨부 동영상에서는 마지막 팅~ 소리가 작지만 실내에서는 실제로 조금 크게 들립니다.
이전에 우연히 lseo 님의 글을 보고 이게 미러 홀더에 붙은 스프링 옆의 스펀지가 삭아서 떨림음이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https://www.slrclub.com/bbs/vx2.php?id=film_forum&no=101076
그래서 언젠가부터 한 번 수리해볼까 생각하다
1. 전면 타이머 분해 실패
2. 와인딩 레버 분해 실패
3. 전면 가죽 떼어내기 실패
로 아예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거 확인하느라 깨끗했던 바디에 작은 생채기가 생겼네요 ㅠㅠ)
다음 동영상을 보고, 가죽만 떼어내면 다른 부분은 굳이 분해가 필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예~
최근에 찾아본 자료에서는 인조가죽 접착에 사용하는 접착제는 순간 접착제를 제외하고 노랑이 본드, 에폭시, 양면테이프등 모두 열/알코올/아세톤으로 제거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습니다.
드라이로 가열하는 방법, 무수 알코올을 옆으로 주입, 메뉴큐어 리무버, 라이타 기름 등등 여러 방법으로 가죽을 제거해보려 하였으나 모두 실패
틈으로 아무리 액체를 주입해도 속으로 스며들지를 않는 것 같더군요. 또 스며들어도 그게 살짝 들춰줄 정도는 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라이기를 이용하여 인조가죽 앞부터 차근차근 가열해서 말랑말랑해진 상태에 핀셋으로 들어보니 이게 들립니다? 이후로는 무수알코올을 살짝살짝 주사기로 뿌려주며 잘 들어내니 큰 상처 없이 가죽을 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상태를 보니 처음 공장에서 사용한 노랑 접착제가 그대로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네요
.
.
스펀지 부분을 확인하니 역시나 삭아서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원래는 조금 높게 남아 있었는데 살짝 건드리니 덩어리와 가루가 우수수 떨어지고 저렇게 되었습니다)
가죽 뒷면의 접착제를 조금이나마 제거하고, 스펀지도 무수 에탄올로 닦아내기까지 2시간이 후딱 지나갔네요
임시로 다른 완충제를 대어보니 1mm짜리만 틈에 넣어도 소리가 사라지는 것 같지만 원래대로 2mm 이상 스펀지를 덧대기 위해서는 하루를 기다려야 합니다.
분해된 모습만 봐도 흐믓하니 좀 병입니다.
이로서 제 F2는 영구소장 품목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삼각뿔이나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를 구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리가 완료되면 다시 후기 올리겠습니다.
제발 조립에도 문제가 없어야 하겠는데..
사족.
사실 니콘 홈페이지에 오버홀 공지가 있길래 서비스 센터에 관련 문의를 해봤습니다. 니콘 F4 이하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라더군요
그리고 서울의 어떤 수리업체에도 문의를 해봤는데, 기능이 정상이면 분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미러박스 분해까지는 생각도 말라는 반응이더군요. F2의 미러에서 팅~소리가 나는 문제는 잘 모르시는 느낌이었어요. 뭐 그래서 ... DIY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손재주가 대단하십니다.저걸 .........
내가쓰는 F2A도 언제부턴지 몰라도 그런소리가 납니다.
셔터 끊고나면 티~~~이이~~잉 하는 아주갸냘픈 짧은여음(餘音)이.....
내귀엔 듣기싫은 소리도 아니고 이것도 F2만의 매력인가...? 하고 그냥사용하고 있습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제가 F2 구입 당시에 판매자분이 F2A 만 4개 갖고 계셨는데, 4개가 모두 동일해서 F2의 특징인가 했습니다.
안자님의 팅~소리가 가냘프고 짧다면 아직 스펀지가 남아있나봅니다.
저도 사실 실외에서 촬영하는 경우 들리지도 않습니다만, 불행히도 실내에서 공셔터를 누르는 일이 더 많아서 이렇게 일을 저지르게 되었네요
소리가 안들린다고 댓글 썼다가 볼륨 잔뜩 높이고 다시 들어보니 끝부분 티~잉 하고 들리네요.^^
저도 링크 걸어주신 lseo님꺼 하나 갖고있는데 오늘 퇴근하고 만지작좀 해줘야겠습니다ㅎㅎㅎ
수리 잘 되시기 바랄께요.
말씀 감사합니다. F2를 lseo에게서 사셨으면 상태는 확실하겠네요.
제 영상은 휴대폰 녹음이라 노이즈 캔슬이이 되거나 아니면 일부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잘라주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철컥 만큼은 아니라도 팅 소리가 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