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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꿀 채밀 (2) - 꿀 내리기 ^^^^^^^^^^^^^^

벌집이 모아 놓은 대야에 선풍기 바람을 쏘여서 벌을 쫓아 냅니다.
벌통에서 벌집을 들어내는 과정에서 벌들이 꿀에 파묻히게 되지요.

벌집 속으로 왕왕거리며 들어가 꿀에 파묻힌 벌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 줘야 합니다.
남편이 벌을 꺼내는 이 과정을 보니.. 거의 반 나절 걸리는 듯. 정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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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을 나무주걱으로 으깨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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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반에 받쳐서 1차로 꿀을 걸러냅니다.
비닐로 밀봉해서 3~4일 두면 꿀은 90% 이상 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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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로 걸러낸 꿀입니다.
올해에는 상강을 열흘 정도 지나서 채밀했더니ㅡ
꿀은 농축이 되어서 진한데 벌집 부피에 비해서 꿀의 양이 적네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올해 꿀농사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리..
제가 기관지가 예민해서 잔기침을 하곤 했었는데
토종꿀을 장복하고 말끔하게 나았습니다.
매일 아침 두 숟가락 정도를 꾸준히 먹고 있습니다.
저희 내외가 일년 동안 먹을 꿀은 2.4Kg 병으로 약 4~5병 정도 됩니다.
워낙 허약체질인 동생도 걸리고, 맛보기로 조금씩이라도 드리고 싶은 분들도 있는데.. 웅웅..
거둔 벌집이 양이 많길래 예년에 비해서 올해는 꿀이 좀 되겠다, 싶었는데
잘해 봐야 5병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망한 해에는 2병 나온 적도 있고 잘 된 해에는 7병 나온 적도 있는데 보통 4~5병 정도 나옵니다.
아.. 일 년 동안 남편의 위험을 무릅쓴 노동력의 대가치고는 너무나 빈약한 수확입니다.
매상으로 치면 2백만원도 되지 않는 금액이지요.
이웃과 친지에게 조금씩 나누면 두 내외가 먹을 꿀의 양이 언제나 부족합니다.
그러면 남편은 '남은 토종꿀은 당신만 먹으라'며 후반기부터는 양봉꿀을 구입해서 먹습니다.
자기는 '본래 튼튼하니 당신만 좋은 거 먹으면 된다'고.

1차로 거름망에서 거른 꿀을 큰 병에 담습니다.
90% 정도는 걸러진 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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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러내고 남은 벌집은 망사에 담아 묶어서 남은 꿀을 내리기 위해 매달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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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와 연결된 계단 아래 공간엔 전기배전 콘트롤 박스와 보일러 분배기가 있습니다.
이 공간은 보일러 분배기 때문에 훈훈합니다.
따뜻한 곳에 매달아야 벌집에 남아 있는 꿀이 잘 추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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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먼지나 날벌레가 들어갈까봐 비닐로 잘 싸줍니다.
보름 정도 매달아주면 남아 있는 소량의 꿀이 거의 내려집니다.

꿀이 내려지고 남은 벌집은 소주를 부어 토종벌집주를 담급니다.
프로폴리스는 알콜에 용해가 되기에 약성이 좋은 벌집주가 됩니다.

벌집주는 주방에 두고 요리할 때 맛술로 쓰기도 하는데
특히 고기 재울 때, 생선요리, 조림요리, 초고추장, 양념된장.. 등에 넣으면 맛깔납니다.
여름에 손님 오시면 내놓기도 하고 선물로 드리면 좋아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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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진 꿀은 큰 유리병에 담아서 후숙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꿀의 양이 줄어듭니다.
한 달 정도 뚜껑을 살짝 열어두면 화분과 벌집 부스러기들이 떠오릅니다.
부유물을 걷어내고 유리병에 담습니다.
화분과 벌집 부유물은 남편이 먹습니다.
저는 진꿀만 먹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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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오양골金完起 2023/11/07 11:01

    근데. .벌꿀은 오래 묵힐수록 약효가 난다고 하는데..
    실감 되시는지요?

    (dlpKuN)

  • 고래공주 2023/11/07 11:10

    양봉꿀은 여러 번 땁니다.
    아카시꽃과 밤꽃 철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도 따지요.
    반면에 토종꿀은 일년에 딱 한 번 상강 절기에 땁니다.
    벌들이 숙성을 시켜서 꿀이 진합니다.
    양봉벌은 꽃만 탐하지만,
    토종벌은 버섯, 나무진액, 흙.. 등 식성이 다양합니다.
    양봉벌은 프로폴리스와 화분을 채취해서 판매합니다.
    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 새 여왕벌이 분봉하지 못하게 왕대를 제거하거든요.
    그러니 새끼들 먹이기 위한 화분도 입구에서 채취합니다.
    토종벌은 식성이 다양하고 프로폴리스와 화분을 채취하지 않기 때문에 약성 성분이 더 다양합니다.
    대신 벌집도 지어야 하고 새끼들도 키워야 하고 겨울 양식도 남겨 주어야 하기에 꿀양이 많지 않습니다.
    토종꿀이 귀하고 비싼 이유입니다.
    그런데 토종꿀은 생산성과 사업성이 없습니다.
    지리산, 오대산.. 등 토종꿀 명가가 다 손 턴 이유임.
    현재는 취미 정도로 하는 사람이 대부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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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양골金完起 2023/11/07 11:16

    아 토종꿀 얘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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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공주 2023/11/07 11:28

    아, 구입한 꿀을 오래 묵히면 더 좋지 않겠냐, 는 거쥬~?
    꿀을 오래 묵히면 수분 증발로 조금 더 진해질 수는 있겠지만, 향도 증발할 테고 약간의 휘발성 유효성분도 증발할 테니..
    음.. 꿀은 당분과 항균성분 때문에 상하지는 않겠지만, 그 해 꿀은 그 해에 드시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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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2023/11/07 12:12

    일딴 추천 ~
    이단 고래공주님을 사랑하는 ~ 고래왕자님을 자랑하는 ~
    자랑 글 이군요 ~ ~ ~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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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공주 2023/11/07 12:33

    미울 땐 엄청 미운데..
    음.. 그래도 늙어 죽을 때까지 내 옆을 있을 단 한 사람입니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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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공주 2023/11/07 12:37

    아참! 팁 하나 드릴게요~
    저만의 방법인데요.. ㅋㅋ
    남편(아내)가 꼴 보기 싫을 정도로 미워질 때,
    남편(아내)의 신발을 마구마구 밟습니다.
    신발 위에서 깡총깡총 뛰시면 더 효과적입니다. ㅋㅋ
    (단, 고급 신발은 제외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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