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외계인과 결혼했습니다.
" 어이구~ 우리 선생님, 경위서 첫 줄을 아주 멋있게 시작하시네~? "
그래서 바람을 피웠습니다.
" 얼씨구? 점점 더 흥미로워지네요 선생님? 경위서로 소설 한 권 나오겠는데요? "
그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인간과 똑같았지만, 인간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내에게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그래도 인간 여성에게 끌리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 아니 술도 적당히 깨신 것 같은데 왜 이러실까~! 저기요 선생님! 경위서 쓰셔야죠? 지금 선생님의 아내분이 외계인이든 요괴든 전혀 중요하지 않고요~! 지금 중요한 건 선생님께 맞은 여성분이 병원에 누워계신단 거거든요? 이거 되게 심각한 상황이에요 선생님~! 정신 바짝 차리셔야죠~ "
처음 바람을 피운 상대는 술집에서 만난 아가씨였습니다.
" 하이고 이 아저씨가 진짜? "
술기운도 있었고, 인간 여자가 궁금하기도 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외계인 아내가 첫 관계였던 지라...
궁금했죠. 다를까? 인간 대 인간은 정신적인 어떤 감응이 일어날까?
" 허~거 참...!그래서 뭐, 좀 다르던가요? "
달랐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죠. 거의 밤을 새울 정도로 너무나 황홀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저는 이렇게까지 생각했었습니다.
역시 인간은 인간끼리 살아야 하는구나!
그 정도로 제게는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하.
아침에 모텔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제 옆자리에는 아내가 누워있었습니다.
" 엥? 그게 무슨...? "
그 아가씨가 온데간데없고, 제 아내가 있었단 말입니다.
저는 비명을 질렀고, 잠에서 깬 아내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어젯밤 너무 좋았어. 신혼으로 돌아간 기분이던걸? ]
" 네에?? "
저도 형사님처럼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젯밤 나와 함께한 아가씨는 어디로 가고 아내가 여기에? 그리고 아내는 왜 발가벗고 침대에 누워있지? 어젯밤 좋았단 말뜻은 또 뭐지? 내가 어제 너무 술에 취해서 착각했다는 건가? 술집부터 아가씨까지 모두...?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던 저는,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 아내가 외계인이란 사실을 말입니다.
" 엥? "
아내는 당황하는 내 표정을 즐기는 듯하다가... '변신'을 했습니다. 저와 밤을 보냈던 그 아가씨로 말입니다.
" 잠깐, 잠깐만요, 변신이요? "
예. 아내의 체형이 바뀌고, 머리카락이 길어지고, 얼굴이 바뀌더니 그 아가씨가 되어 있었습니다.
놀란 제가 말을 더듬자, 아내는 웃었습니다.
[ 당신이 나 말고 다른 여잘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
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건, 미안한 마음보다 겁에 질려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내가 무서웠습니다. 사람이 눈앞에서 변신하는 모습을 보신다면..아니, 외계인이 눈앞에서 변신하는 모습을 보신다면 형사님도 저와 같을 겁니다.
" ...하! 이 아저씨 술 안 깨셨네!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를 지금? "
그날의 충격 때문에 저는 진심으로 바람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 얼씨구? "
저는 아내의 변신을 본 이후로 점점 아내를 멀리하게 되었고,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연구실의 조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친구였는데, 정말 저희 아내와는 정반대였습니다.
그것을 인식하고 나자, 그 친구가 갑자기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끌렸습니다.
아내와 정반대인 인간 여자, 그것이 제가 꿈꾸는 이상향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원래 그 친구와는 일 때문에 온종일 붙어있던 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는 그 친구도 저도,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면서도 모른 척했지요. 겁이 났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내가 눈치챈다면? 내가 이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애매한 관계만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더 애가 타는 법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는 점점 더 간절해졌고,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것처럼 깨달았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말입니다.
" 어우~ "
아내와 결혼했을 때, 저는 제가 아내를 사랑하는 줄 알았습니다. 외계인이든 뭐든 상관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아니었습니다. 제 진정한 사랑은 그 애였습니다.
저는 앞뒤 잴 것도 없이 빗속을 달려가 그 아이를 만났습니다. 제 마음을 고백했고, 그 아이도 울면서 저를 받아주었습니다.
뒷일은 생각나지도 않았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저희는 그날 밤 뜨겁게 서로를 품었습니다.
저는 그날, 마음과 마음이 연결된다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하. 다음 날 아침, 제 곁에는 또 아내가 잠들어 있었습니다.
" 엥? "
저는 아내가 그 아이를 죽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당황하는 제 모습을 즐기다가, 그 아이로 '변신'했습니다.
" 뭐라고요?! "
저와 몇 년 동안 함께 연구를 함께한 조교가, 사실은 아내였던 겁니다. 저는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항상 아내와 함께하고 있었던 겁니다.
"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
아내는 제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살덩이를 바닥에 한 줌 떼어냈습니다. 그러자, 그 살덩어리가 하나의 인간으로 자라났습니다...그 애였습니다.
" 헐...? "
저는 두 여자를 번갈아 보며 충격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진실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사실은 아내였다니?
아내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 당신이 나 말고 다른 여잘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
...그날의 충격으로, 저는 술에 빠져 살았습니다. 아내는 그런 제 모습이 보기 싫었는지, 저를 의사 앞으로 데려갔습니다.
아내와 그 의사는 친자매같은 관계였습니다.
그 날, 아내와 친하게 떠드는 여자 의사를 본 순간, 저는 몹쓸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와 친한 저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면, 아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 아...! "
솔직히 말해서 아내에 대한 한심한 반발심이었습니다. 그래서...
"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
...저는 적극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했습니다.
처음에는 만 원도 안 하는 선물 하나. 다음에는 밥 한 끼. 차근차근 관계를 쌓아나갔습니다.
저는 결국, 입으로만 거절하는 그녀를 안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 서, 설마...? "
예, 이번에도 침대에서 깨어난 건 아내였습니다.
아내는 저를 보며 또다시 웃었습니다.
[ 당신이 나 말고 다른 여잘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
아내는 자길 꼬시려고 노력하던 제 모습을 보며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오랜만에 옛날 생각나는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종종 이렇게 해야겠다고 하더군요.
" 허... "
저는 정말 미칠 것 같았습니다. 세상 어디를 가도 아내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여자들 모두가 아내로 보였습니다. 밖에서 밥을 먹다가도 어디선가 아내가 날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연구실의 다른 여자들은 또 아내가 아닌지, 매력적인 여성을 볼 때마다 아내의 덫이 아닌지!
하-아...
그런데 바로 오늘 말입니다. 그 여자가 제게 접근했습니다.
" 예? 그 여자...? 아~! 이 피해자분? "
예. 그녀가 저에게 나가서 따로 술을 마시자고 유혹하더군요? 하하하! 아시겠습니까?
그녀는 제 아내입니다.
제가 그녀를 쳤다고요? 사람을 쳤다고요? 아니요. 저는 외계인을 쳤습니다. 외계인에게는 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저는 사람이 아닌, 외계인을 술병으로 내려쳤을 뿐입니다.
" 허... "
저는 오늘 그녀를 치면서 결심했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으리라! 이제 난 그녀에게서 벗어나리라!!
저는 싸울 겁니다. 이젠 두렵지 않습니다. 아내에게서 벗어날 겁니다.
이 지긋지긋한 외계인에게서 벗어나, 언젠가 진짜 인간과 사랑을 할 겁니다!
반드시, 세상 끝까지 찾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진짜 인간과! 사랑을 할 겁니다.
" ...하~아. 선생님, 솔직히 말씀이 재밌어서 다 듣기는 했는데.. 도대체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선생님이 폭행한 그 여자분이 지금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요! 외계인이 무슨 입원을 합니까? 망상도 정도가 있는 거지 정말...! 어휴~ 내 참, 형사 생활 10년 만에 이런 분은 또 처음이네. "
...
" 그 여성분 앞에서 이런 이야기 했다간 합의고 뭐고 없어요~! 선생님 지금 정신 차리셔야 한다고요! 예?! 예?! 이제 선생님 할 말 다 하셨으면, 경위서 작성합시다. 제발요 좀! "
...이름 김남우. 나이 42세. 직업-. . .
.
.
.
형사는 김남우의 경위서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 당신이 나 말고 다른 여잘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
경찰서 안의 다른 경찰, 잡혀 온 범인, 그들 모두가 하나같이 형사와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병원의 피해자도, 의사도, 간호사도, 거리의 사람들도 모두가, 똑같은 표정을.
제게 여자의 마음은 외계인처럼 복잡합니다. 그런 심정으로...흐하;
항상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꼭이요~
오 +_+
애니메이션 영화 '아노말리사' 생각났어요!! ㄷㄷㄷ
김남우의 착란일까요, 아니면 진짜 외계인일까요 ㄷㄷ
항상 감사합니다~ :-D
또 참신합니다~~~~
좋아요~
김남우한테 꼬릿말로 빅엿 선사ㅎㅎㅎ
호시 신이치 플라시보시리즈의 골동품을 수집하는 여자편 줄거리가 생각났어요. 하지만 내용과 결론이 달라서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봤어요ㅎ!
오늘도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글도 좋지만, 출처에 새긴 말이 진짜 멋진데요?!
인간 모두가 새겨보아야 할 말인듯...ㅎㅎ
토....토미에! ㄷㄷㄷ.....
잘봤습니다 ㅜㅜ
...?
수집광인가....
이분 영화만드시라고 오유펀드 만듭시다~
음... 어떤 남자들은 너무너무 좋아할 상황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예를 들면 TV를 보다가 : "여보, 오늘은 이 여자로 변신해줘" 라던가...
ㅇㄷ을 보다가 : "여보, 나도 이렇게 해 줘" 라던가...
아... 안돼, 더이상 얘기하면 위험하겠네요.
축구팀이나 아이돌그룹도 만들 수 있겠네요. "마누라스"
오~ 흥미로운 컨셉이네요!
ㅠㅠㅜㅜㅠㅜㅜ 김남우 ㅜㅠㅜ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