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쳐먹어도 철이 없으므로 음슴체
본인은 건설회사 현장관리직으로 근무하는 사람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현장직이란 빨간 날에도 근무하고, 토요일도 정상근무에
일요일만 간신히 쉬는데, 그나마도 지방발령나면 격주 일요일 휴무로 일함.
급여는 괜찮은 편이지만, 다른 사람들 출근할 때 출근하고, 다른 사람들 쉴 때 쉬고 싶은 마음이 컸음.
그러던 어느 날 아는 지인으로부터 조그만 건설회사 사무실 근무 생각있냐고해서 냅다 한다고 함.
간단히 면접 보고 입사했음. 나름 여기서 뿌리 내려야겠다고 마음 먹고 9시 출근인데 보통 7시 40분에서
8시면 출근했음. 사실 뭐 현장 다닐 땐 4시 반, 5시 기상해서 6시 출근했기 때문에 저 정도면 일찍 출근도 아님.
처음 한 2주 정도는 6시에 퇴근도 하고, 주말에도 격주 토요일 휴무여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그 이후부터 사장과 사모(사무실에서 부장 직함 달고 있었으므로 이하 부장이라 칭함)가 본색을 드러냄.
진짜 농담 아니고 일이 너~~~무 많음. 아침 7시 40분에 출근해서 똥 싸는 시간, 점심 먹는 시간 빼고
저녁 9시까지 일을 해도 시간이 모자람. 11개 현장의 인력 및 자금관리를 나 혼자 다 하라는 거.
게다가 사장이 아침에 현장 돌러 나가서 저녁 5시쯤 들어오는데, 오면 꼭 1시간은 회의하자고 모아놓고 잡소리 함.
그 잡소리 하면서 원하는 서류가 점점 늘어나는 게 문제. 똑같은 데이터를 이렇게 저렇게 지가 보고 싶은 형태로
자꾸 바꾸라는 거임.
문제는 그 기본이 되는 부분이 아침에 들어오는 현장별 인력현황인데, 이걸 부장이 죽어도
자기가 관리 해야 한다고 손도 못 대게 하는데 있었음. 이 아줌마 애들 학교 보내고 10시 반 넘어서 출근해서
전화 좀 하다가 11시 반되면 점심 먹자고 함. 점심 먹고 들어와서 커피 마시고 경리 여직원이랑 수다 떨다가
일 시작하는게 보통 2시 정도. 그때부터 기초 데이터를 만지는데, 엑셀을 잘 못함. 나같음 그거 입력하는데 넉넉잡아 20분이면
끝날 일을 오후 5시까지 함. 그럼 난 그 이후부터 그 기초 데이터를 가지고 현장별 사장이 원하는 자료를 만드는거임.
그거하고 월말 결산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11개 현장 월말 결산 자료 만드려면 그야말로 머리 터짐.
그래서 사장이랑 면담해서 현장별로 자료 만드는 놈을 하나 쓰던지, 아니면 본사에 내 부하직원을 2명 정도 뽑아달라 했음.
알았다 하면서 미적미적 사람을 안 씀. 뭐 면접이라고 보는 게 동네에서 놀던 아줌마들 불러다 면접 형식으로 보고는
못 쓰겠다며 채용 안 함. 그러면서 매번 내가 자료 제 때 못 만든다고 타박하면서 망언을 하나 던짐. 그 부장 왈
"며칠만 밤새면 되는데 그걸 왜 안하고 그래요? 나는 그게 이해가 안 돼요."
순간 뚜껑 확 열려서 여긴 더 있어봐야 좋은 꼴 못 보겠다는 마음이 들었음.
그래서 다음 일자리 알아보느라 전화 돌리니 금세 갈 자리 나옴. 현장에선 나를 원하는데가 은근 많았음.
갈 날짜 맞추느라 머리 싸매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부장과 경리과 여직원 애가 밖에서 이야기 좀 하자면서
커피샾으로 데려감. 뭐 이러니 저러니 내가 만든 자료 가지고 흠을 잡는 꼴이 나보고 나가란 이야기 같았음.
그래서 뭐 길게 이야기 할 필요 없고, 언제까지 다녀주면 되겠냐 하니 다음 달 10일까지는 있어 달라고 하면서
그 부장이란 사람이 덧붙이는 말이
"일단 10일인데 상황이 안되면 며칠 더 일 봐줘야 하구요."라나?
그 표정... 진짜 아직도 안 잊혀짐.
그러나 그 달 말에 나는 때려치고 나오게 되는데, 이유는 사장이 현장 돌면서 내가 일을 못해서 짤랐다는 식으로
현장 사람들에게 모두 떠들고 다니다 나한테 걸린거임. 내가 현장출신이라 현장사람들은 나랑 이야기 잘 통한다고 좋아했음.
왜 그만두냐며 더 다니라고 나한테 이야기 해서 사장이 현장에서 떠들고 다닌 걸 알게 됨.
인간적으로 이건 아니다 싶어 부장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 보라 했음.
그랬더니 뭐 어쩌다가 이야기가 샌 모양이라며 엉뚱하게 운전기사 탓을 하고... 그러면서 끝까지 미안하다 소리 한 번을 안 함.
난 사과를 원했음. 그래서 계속 따졌더니만 부장이 그럼 마음대로 하라고 하며 사무실을 나가버림.
그래서 나도 내 마음대로 가방 싸들고 집으로 왔음.
집으로 오고 며칠간은 전화 한 통 왔음. 그 경리부 여직원이 어떻게 된건지 묻더니 내가 상황 이야기 하니 한숨쉬며 알았다고 함.
그리고 일주일 후부터 전화에 불이 남. 이건 어떻게 되는거고, 저건 어떻게 되는거냐고... 사장이 전화하면서
이렇게 나가면 안된다고 다시 나와서 일 좀 봐달라고... 그래서 내가
"일 못하는 사람 붙잡고 뭐하세요? 일 잘하는 사람데려다 쓰세요."
했더니 아무말 못함. 내가 먼저 전화 끊어버림. 또 며칠 후 전화가 옴. 경리부 여직원임.
며칠만 나와서 도와주면 안되냐고 함. 부장이랑 사장이랑 머리 싸매고 하는데 안된다고 함.
그래서 그 여직원한테도 똑같이 말해줌. 일 잘하는 놈 데려다가 쓰라고... 니들이 짤라놓고 왜 나한테 지랄하냐고.
일 못한다고 그렇게 모멸감 주고 자를 때 이런 상황 생각 안 해봤냐고...
부장 말마따나 며칠만 밤샘하면 되는 일이니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 며칠 밤샘 하라고 말 전해 달라고 이야기 함.
그리고 한 두 세달쯤 지났나? 그 경리부 여직원한테 전화 왔음.
자기도 그 회사 그만 둔다며 갑자기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함.
그래서 일 어떻게 돌아가냐고 물었더니, 내가 혼자 하던 일 지금 4명 새로 뽑아서 돌리고 있다고 함.
그나마도 현장일을 잘 몰라서 현장이랑 사무실 사람들이랑 맨날 싸우고 난리라나?
아유~ 그러게 내가 사람 둘만 붙여달라고 그랬을 때 말 들었으면 다 좋았을 것을 그 부장이란 인간이
세상 물정 모르고 지랄하다가 난리 난 경우.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거기 곧 망할 것 같다고... 새 현장 파서 다른 현장 마이너스 난 거 메우는 식인데
그거 얼마 못 갈 듯 싶다고 함.
나한테 거기 소개시켜준 사람... 이제 연락 끊고 삼.
한 1년 전 이야기인데, 그런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게 고구마인 듯.
ㅋ.. 꼭 되먹지 못한 인간들이, 유능한 사람이 일해주면 사람 귀한줄 모르고 몸값 깎을 생각만 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현장 11개에 기절하고 갑니다. ㅎㅎㅎ
부장은 도대체 뭔가요??? 혈연으로 맺어진 거 아니면 납득 안되는 존재...
이쪽일은 안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현장 11개면 최소 몇백명 단위 아닌가요?
그 몇백명 중에 오래하는 사람 추가수당도 있을거고 안나온 사람 돈 빼야되는것도 있을거고 일이 적지가 않아보이는데.ㅋㅋ
그 사람들 임금이랑 근무계획 같은걸 혼자서 다 시켜놓고 며칠만 밤새라니..ㅋㅋ 인성 어지간하네요
실력이 없는 무능한 사람이 상사가 되면 벌어지는 일.txt
어휴.. 깝깝하다 사이다 터지니 너무 좋네요 ㅎㅎ
대한민국에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갑질을 하더군요..
ㅋ~~~~~ 사이다.......감사합니다.^^
건설현장 약 20여년 설계사무실 약3여년 있었지만 지금은 자영업하는 아재가 볼때 건설현장 급여가 괜찮다는 이야기는 말도 안되는 뻥임
근무시간 따지면 많은것도 아님 아니 오히려 열악함 혹시나 해서 건설현장에 환상을 가질 오징어가 있을까 싶어서 현실을 이야기 함
보통 주당 근무시간이 60시간 이상임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