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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 목숨 구해주고 얻어맞은 일

자려다 문득 생각나네요.
좀 늦은 시각에 왕복8차선 사거리에서 좌회전 기다리고 있었는데 등산복차림 아저씨가 술취한듯 흥얼거리며 무단횡단을 하시더라고요.
버스랑 제 차 사이를 지나치시는데 반대편에서 오토바이가 고속으로 달려오고 있었어요. 버스 때문에 보행자랑 오토바이는 서로 인지하지 못했고요. 어 어 하다 사고나기 직전에 짧게 크락션을 눌렀습니다. 덕분에 아저씨는 걸음을 멈췄고 오토바이는 쌩하고 지나갔지요.
그 다음엔...경적소리에 놀라셨겠지요. 기분나빠하시길래 창문열고 오토바이가 오고 있어서 사고날까봐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토시하나 안틀리고 옮길께요.
"내가 사고나던말던 니가 무슨 상관이야. 내가 죽든말든 니가 무슨 상관이냐고!" 라고 고함치더라고요.
알았으니까 그냥 가세요 라고 했습니다. 장사하면서 별별사람 다 겪은터라... 그런데 대뜸 창문 안으로 주먹을 내지르고는 길건너 도망을.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하지요. 제가 그러더라고요. 순간 안전벨트 풀고 쫒아가서 도망가는 인간 붕 날라서 덮치고 멱살 틀어잡고 주먹들어올리는데 무릎꿇고 빌더라고요. 술이 확 깬 또렸한 눈빛으로 완전 다른사람 같았어요.
맑은(?) 눈빛을 보니 저도 정신이 들더라고요. 웃긴 게 ...그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까봐 걱정했던 마음이 찰나만에 죽여버리고 싶을만큼 미워졌다가 정신차리고 보니 그저 별일아닌거죠.
아마 쫒아가지 않았으면 생각날때마다 두고두고 억울했을 거에요. 하지만 쫒아가서 되갚아줬더라도 뭐그리 좋진 않았겠지요. 어떤 게 좋은 선택이었을지 가끔 생각해봅니다.

댓글
  • 현직_자게이 2017/07/13 05:05

    전 멱살 잡힌적이 있었는데 내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참았던 적이 있는데...고등학생때부터 주먹질을 안해봐서 제 주먹이 어떨지 아직도 모르겠음. 맞기도 싫고 때려서 깽값 물어주기도 싫고...

    (Kjcg4b)

  • 가라수 2017/07/13 05:21

    저도요. 이십대에 복싱을 잠깐 배운적이 있었는데 운동으로는 좋았지만 때리고 맞는 건 적응이 안되더라고요. 순간을 참으면 아무일도 아닌거죠. 그분도 술기운에 객기부리신거니까요. 어쩌면 반쯤은 정말 죽고싶은 마음이었을지도.

    (Kjcg4b)

  • AXMS 2017/07/13 05:22

    저사람 신고햇음 쌍방 폭행입니다

    (Kjcg4b)

  • 가라수 2017/07/13 05:30

    물론 멱살만 잡아도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제가 주먹을 내지르지 않은 상황에서 폭행범의 도주를 저지하는 정도는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반대로 폭행을 저지르고 도주하는 범인을 유형력의 행사없이 사인이 체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여쭙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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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살다섯근 2017/07/13 06:41

    참을 忍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이 나라에서는 끝도 없이 참고 살자니
    홧병으로 내가 죽을 지경이 되더군요.
    배려하고 양보하며 살아도
    돌아오는건 이기심에 눈 먼 사람들이 저지르는 횡포...
    그런것들을 하루에도 몇 번이고 고스란히 받고 삭히려니
    이건 뭐 어디에 기준을 두고 살아야할지 갈피를 잡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속된말로 손해 안보려면 그것들보다 더 해야하는데 그렇게는 못하겠고...... 어휴.

    (Kjcg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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