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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어제 현실판 마지막 잎새를 찍었습니다.(feat. 아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니까 저녁 6시 50분...


꽤, 빨리 들어왔습니다.


집에 들어가니까... 언제나 문앞에서 마중하는 큰딸은 아빠라고 반겨주고


와이프와 아들내미는 이상하게도 거실에 누워있습니다.



어제 낮에 비가 멈췄다고 씽씽카를 타던 아들녀석이 물길에 넘어지면서 양쪽 무릎이 까진겁니다.



이리저리 봐도 겉만 살짝 까진거 같은데 아들 녀석은 움직일 수 없다며 엄마한테 계속 칭엉거립니다.



뭐, 아프다고 하니까 아빠의 도리로 아들녀석을 걱정하는 시늉을 하는데...


이때, 아들녀석이 언제나처럼 한마디를 합니다.



"아빠, 오늘은 뭐 잡았어..."


바로, 포켓몬고입니다.



"응.. 바빠서 오늘은 못했어..." 라고 해도 언제나처럼 아들은 확인을 합니다.


아빠를 못믿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녀석만의 하루를 마감하는 루틴인건지 모르겠지만 매일이 그렇습니다.



이때, 딸내미도 옆에서 같이 보더니 한마디를 합니다.



"아빠... 신뇽 14km만 더 걸으면 100개 채우네... 와... 그럼 망나뇽 되는거네..."



이게 마지막 잎새의 발단입니다.



살짝 까진 무릎을 보유하게 된 아들녀석이 갑자기... 이거 만들어 오라는 겁니다.



그 순간...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고 저는 아들녀석이 무릎을 다친게 아니라 머리를 다친게 아닐까 순간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 색휘가...!!!'



그러면서도 제 머리는 계산을 해보고 있었습니다.



'말이 14km지...  9km만 걸으면 99개... 미뇽을 박사님께 진상드리면 100개를 채우면서 망나뇽 변신... 오호...!!'




그리고... 아빠의 빈말이 현실이 됩니다.



"그러면 아들... 아빠가 만들어오면 아프지 않고 벌떡 일어날거야?"라고 빈말입니다. 정말 빈말...



이러자 아들이 답합니다.



"응... 그러니까 빨리 만들어오면 좋겠어..."




와이프를 쳐다봅니다. 제가 쳐다본건 어이없음도 있고 나를 도와달라는 구원의 눈길이기도 했는데... 와이프는 웃으면서...



"아들이 원하잖아... 갔다와... 운동도 하고 좋네 뭘... 그리고 만들어오면 걸을 수 있다잖아...ㅋㅋㅋ"




밖에는 비가 온고 있다는걸 저 사람들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눈들이 비를 못보는 것인지 아니면 비 소리를 못듣는 모양인지


와이프, 아들, 딸내미가 같은 소리를 합니다.




압니다. 아들이 떼를 쓰면 그거 꺾는거 엄청나게 힘들다는거...



준비를 합니다.



먼저... 에버랜드 우의를 입어보지만 노란 형광색의 왼쪽 가슴팍에 귀여운 에버랜드가 써졌있는 그 우의는 아무래도 아닌거 같습니다.



그래서 반바지에 후즐근한 반팔티를 입고 목에는 방수팩을 겁니다.


갤럭시s8+는 방수는 되지만...


이 썪을 놈의 기기는 아몰레드 특성상 지 스스로 꺼지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방수팩을 목에 걸고 시도 때도 없이 화면을 터치하면서 꺼짐을 방지하고자 목에 걸었습니다.




밖은 비가 내리고 있고 우산을 들고 목에는 방수팩을 매고 있는... 덩치큰 아저씨가 아파트 현관 유리에 비춰지고 있네요...



아... 잊고 있었는데... 신발은 빗길에 강한 산지 1주일도 안된 신형 크록스를 신고 있습니다.



걷도 또 걷습니다.



집에서 문자가 옵니다. 정말로 내가 걷고 있는지 걱정이 되서 온 문자인지 알고 빨리 들어오라는 문자인지 알고 확인해봅니다.



"아빠... 들어올때 아이스크림... 폴라포..." 큰 딸입니다.


또, 문자가 옵니다.


"자기야... 들오올때 천도복숭아..."


또, 문자가 옵니다.


"아빠... 세훈이가 그러는데 아직 진화 안됐냐고 물어봐달라는데..."



그럴때마다 비고는 길에 멈춰서서 우산을 목에 끼고 답문자를 보내줍니다.



한... 두시간을 걸었을까요... 드디어 99개의 알을 모으고 떨리는 손으로 미뇽을 박사님께 진상 올리고...



100개의 알을 진화를 시키고 망나뇽을 얻게 됩니다.






만들었습니다.




이 기쁨에 뛰어들어가려고 했는데...



아까.. 온 문자를 잊으면 안됩니다.



마트에 가서 폴라포와 천도복숭아... 그리고 이 빗속에서 수고한 저를 위해서 참이슬 후레쉬와 안주거리를 사들고 들어갑니다.



들어가니까 대충 9시 30분 정도가 되었네요...



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까... 움직이지 못하겠다던 그 살짝 양무릎이 까진 아들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 뛰어오는 겁니다.



흥분에 발을 동동 구르며 말입니다.



망나뇽이 누워있던 어린 생명을 일으킨겁니다.



'저 색휘... 엄살에 뺑끼는 하...'



그리고 아들의 마음에 흡족한 모양입니다...


그대로 2000이 넘는 cp ...



망냐뇽을 눌러보며 망냐뇽이 짖어대는 소리를 감상하더니 졸립다며 들어가서 자버리고



마지막 잎새는 끝을 맺습니다.



비에 쫄딱 젖은 저는 샤워를 하고 소주를 마시는데...


좋았네요...




댓글
  • 금곡동똘츄 2017/07/04 06:11

    ㅎㅎ 욕보셨습니다 유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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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격살인 2017/07/04 06:12

    아 흐뭇하면서도 슬프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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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격적존슨 2017/07/04 06:16

    교훈이 있죠... 빈말도 사람 봐가면서 해야 한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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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산단풍 2017/07/04 06:30

    그시절도 지나갑니다.. 행복한 추억 쌓으셨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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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진방아 2017/07/04 06:31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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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워터 2017/07/04 06:32

    이래서 제가 결혼을 안하는겁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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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나이글 2017/07/04 06:34

    제 아드님 하고 똑같네요 인사가 오늘은 뭐잡았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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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토이 2017/07/04 06:44

    제 이야기 같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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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라이트 2017/07/04 07:28

    따뜻하고 유쾌한 글 잘 봤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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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503감 2017/07/04 07:56

    몸은 고생하셨지만 글에서 행복이 뚝뚝 떨어지네요. ㅎㅎ 아빠의 숙명이죠.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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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멀한녀석 2017/07/04 09:50

    ㅋㅋㅋ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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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면수 2017/07/04 09:57

    좋은 아빠시네요 ㅎㅎ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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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사용법 2017/07/04 09:59

    공격적존슨님은 고생하셨겠지만^^; 절로 웃음짓게 만드는 글입니다ㅎ
    애기들이 귀여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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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성팬 2017/07/04 10:09

    필력이 좋으시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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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애예요 2017/07/04 10:41

    우리애들은 언제 저렇게 클려나 ㅠㅠ
    좋은글 잘봤씁니당
    게임을 아예 안해서 뭔말인지는 모르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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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hnexen 2017/07/04 10:45

    이럴 때가 좋을 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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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한맛커리 2017/07/04 11:38

    게임툴즈 사용하시면 포켓몬go할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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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짭짤한나쵸 2017/07/04 13:24

    ㅋㅋㅋㅋㅋㅋ 잘봤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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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rk61 2017/07/04 13:28

    산문 수필은 추천이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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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y-Ho 2017/07/04 13:29

    세훈 망나뇽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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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격적존슨 2017/07/04 13:41

    ㅋㅋㅋ 아들내미 강한 포켓몬 나오면 지 이름 다 붙여달라고 해서요 딸내미는 이쁜 캐릭터는 죄다 지 이름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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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넛버러 2017/07/04 13:55

    행복한 가족이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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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드볼 2017/07/04 14:09

    별로 좋아보이진 않네요.
    맘충이라 욕할 것도 없다는 생각 들고요.
    개인적으론 굉장히 안좋은 교육법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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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ffogato 2017/07/04 14:11

    제목만 보고는 비극적인 내용일 줄 알고 두근거리며 들어왔는데, 글을 너무 재밌게 잘 쓰셨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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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부왕철수 2017/07/04 14:17

    [리플수정]따뜻한 글이긴 하지만 원글님과 가족분들 안전의식 좀 높이셨으면.. 날 좋은 날에도 포켓몬고 하다가 사고 나는 사람이 많은데 비오는 궂은 날 포켓몬고라니요... 그러다 큰일 나십니다. 홀몸도 아니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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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기옥 2017/07/04 14:52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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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뇌뇌 2017/07/04 15:14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ㅎㅎㅎ 남의 집안 가정교육까지 신경쓰는 오지라퍼는 무시하세요. 글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는데 얼마나 더 좋은 가정교육이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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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21 2017/07/04 15:37

    애초에 포켓몬 곳를 안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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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휴라잉이 2017/07/04 15:44

    [리플수정]아들이 효자네요 아버지 건강하시라고 운동도 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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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라부세 2017/07/04 15:53

    술 한잔 하시고 아내분에게 가장과 남편으로서의 강한 힘을 보여주셨나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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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화라떼 2017/07/04 16:17

    글 재밌게 잘쓰신다 ㅋㅋㅋ 넘 재밌어요 ! 아빠 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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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격적존슨 2017/07/04 16:31

    술먹고는 자야죠 ㅋㅋ 어휴 강한힘 찾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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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작크리스 2017/07/04 16:41

    세훈이 요녀석 아빠 닮았겠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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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포봉숙 2017/07/04 16:55

    ㅋㅋ 필력이 원작자 O.헨리 보다 나으시네요.
    감동깊게 읽고 갑니다. ㅋ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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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얌얌 2017/07/04 17:46

    아드님 마눌님 모르게 gps조작 어플까세여.. 마기라스 잡아달라면 어쩔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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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컴 2017/07/04 18:43

    작가님 필력 ㅋㅋㅋ
    사랑스러운 가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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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쿨럭쿨럭쿨 2017/07/04 19:46

    좋은 아버지시네요 ㅎㅎㅎ 활짝 미소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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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이니 2017/07/04 19:57

    아 화목해보여요 ㅋㅋㅋ아빠 오늘은 뭐 잡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아빠시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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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람사더워 2017/07/04 20:13

    좋은 수필이다. 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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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GRA 2017/07/04 20:32

    불펜 작가분들 왜이리 많나요 필력이 ㄷ ㄷ ㄷ
    행복한 가정의 아이들 웃음소리가 글에서도 느껴집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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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쑥골 2017/07/04 20:37

    필력좋으시네용... 글구 포키몬은 하지말아야겠군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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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뒷집아재 2017/07/04 20:56

    [리플수정]아빠 최고!! 추억 많이 민들어주세요.
    아이들 금방 크더군요. ㅎ
    제 주먹만하던 아들놈이 어느 새 187cm의
    고딩으로 자라 저를 내려다 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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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goyang 2017/07/04 21:05

    아빠랑 놀았던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나 떠올려도 행복해지더군요. 자녀 분들도 분명 그럴 겁니다. 참 좋은 아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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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동호랭 2017/07/04 21:27

    아 슬픈얘기일까봐 긴장하면서 봤네요ㅜㅜ 훈훈해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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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리넌 2017/07/04 21:30

    어이구.. 잘 읽었습니다.
    둘째이기는 부모는 없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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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재인 2017/07/04 21:43

    좋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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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ch 2017/07/04 21:58

    재미있고 따뜻하고
    가정에 좋은 일만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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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arCAT 2017/07/04 21:59

    웃기는 위트와 훈훈한 추억과 깨알같은 PPL까지 완벽합니다 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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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케이 2017/07/04 22:36

    아빠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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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핸드크림 2017/07/04 22:53

    잘 읽었습니다~ 자상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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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타이머 2017/07/04 23:19

    한때 새벽마다 시속 10km로 빈공터를 돌았네요..
    다음날 아들에게 칭찬받고.. 무한반복 한달쯤 한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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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yrion 2017/07/05 00:00

    슬픈 내용인줄 알고 일부러 클릭 안했다가 이제야 봤네요. 사랑스러운 가족이십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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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루뚜 2017/07/05 00:33

    글잘쓰시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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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삼봉 2017/07/05 00:40

    올해 불펜춘추 응모작이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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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la 2017/07/05 01:10

    재밌게 읽었어요 ㅋㅋㅋ 정말 부럽네요 행복한 가정이 있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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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Oubli 2017/07/05 01:58

    글을 읽고 옛날 우리 아이들 어릴적이 떠올라 저도 행복해 지는 글이네요. 님의 아들은 아버지 나이가 되어서 또 그 아들에게 그 만큼의 사랑을 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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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설적화법 2017/07/05 02:25

    와.. 마지막 잎새에 아픈 아들이라길래.... 조마조마하며 스크롤 내렷네요 ㅋㅋㅋㅋ 다행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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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투라맨 2017/07/05 03:32

    개인적으로 올해본 글중에서 가장 좋은 글인거 같음...ㅋㅋ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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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주스마일 2017/07/05 04:38

    좋은 글 흐뭇한 글에 쓰레기 댓글들이 몇 개 있네요. 가족의 소소한 행복을 모르니 저런 쓰레기 댓글들을 달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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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말잔치 2017/07/05 16:18

    좋은 아버지이신거 같아요. 나중에 아들이 커서 아부지 옛날에 그랬자나 라고 같이 추억할수 있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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