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282015

시간가지기로 한 남자친구 만나러 가요. 저 결심했어요!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남자친구가 제가 너무 애정표현을 갈구해서 지쳐서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는 글을 올린 슴여섯 여성입니다.

사실 사귄지도 한달도 안되었고.. 따지자면 2~3주 정도? 근데 그 중 6일을 서로 시간을 가지기로 했으니 ㅋㅋㅋ
어찌 보면 굉장히 짧은 만남이네요 근데 왤케 굴곡이 많을까요?ㅋㅋ

남자친구가 시간을 가지자고 했을 때, 저는 그 말이 헤어지자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해서 필사적으로 잡았어요.
그러지 말라달라고 톡도 하고 전화도 하고...
그래서 시간을 가지기로 한 첫날 밤, 전화로 이런 이야기로 했죠.
내가 3년 전에 연애를 크게 실패하고나서 오랜시간 사람들과 담을 쌓고 정말 고독하게 혼자 있다가 이렇게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니까 적응이 안되어서 너무 애정표현을 갈구한 것 같다구. 정말 미안하다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남자친구는 
내가 기대했던 연애관과 니가 바라는 연애관의 차이지 이건 니가 나한테 잘못한 일이 아니라구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한테도 잘못했다고만 하지 말고 니가 바라는걸 내가 못해주고 있는 거니까 너두 우리 관계에 대해 잘 생각해보라고.
그냥 그랬어요~ 저는 끝까지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만 했죠..
통화 끊으면서 톡은 해도 된다고 했지만 차마 그런 일이 있고 나서 톡을 보내기가 힘들더라구요.
저도 할 공부가 많은 사람이라 늦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데 손에 잘 잡히지도 않고 겨우 공부 끝내고 나면 너무 우울해져서 계속 혼자 술마시고 이별노래, 이별 글 읽고... 청승을 떨었습니다.
용기내서 하루에 딱 한개씩 톡을 보냈어요. 밤에 자기전에 오늘도 수고 많았고 잘 자고 내일도 힘내자 이렇게요 ㅋㅋ
근데 읽긴 하는데 딱히 답장은 안하더라구요.
계속 핸드폰만 들여다 보긴 하는데 연락은 없고 톡은 하자는 이야기는 왜했나 혼자 엄청 울적해지고 ㅋㅋ

그렇게 오늘이 4일째네요!

오늘 오랜만에 제가 어렸을 때 친하게 지냈던,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동네 오빠랑 우연히 연락이 닿았어요.
이 오빠랑 저랑 뭐 특별한 관계는 아니고, 같이 힘든 공부를 같이 했었어서 친해졌는데 성격적인 부분이 굉장히 비슷하고 잘 맞아서 친하게 지낸 사이에요. 서로의 심리를 마치 자신의 심리처럼 잘 알 수 있는?ㅋㅋ 그래서 예전에 여친 상담도 제가 해주고 그랬거든요.

무튼, 4년만에 연락이 되어서 반갑게 톡을 하는데, 이 오빠가 자신은 하던 일을 그만두고 뒤늦게 군대를 갔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하던 일이 (저랑 비슷한 분야에 계신 분이라 제가 잘 알거든요) 저희 분야에서는 굉장히 누구나 선망하는 쪽이었어요.
제가 기억하기로도 이 오빠가 고등학교때 부터 그 일을 굉장히 하고 싶어했구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놀라서 괜찮냐고 안아깝냐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이 오빠가 하는 말이, "굳이 힘들게 살고 싶지 않았어. 행복하게 살고 싶었고 지금 무척 행복해. 짐을 내려놓으니까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되었고 지금 이 삶에 너무 만족하고 살아."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저한테도 "너도 나처럼 미래에 대한 강박이 있는 애라는 거 알거든 ㅋㅋ 나도 처음으로 미래를 포기해봤는데 나쁘지 않다. 너도 행복하게 사는게 얼마나 좋은건지 알면 날 이해할꺼야."라고 하더라구요.

마침 남자친구 문제로 고민하던 저에게는 속이 후련해지고 머리가 뚫리는 것 같은 이야기었어요.
저는 지난 4일동안 남자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좋은 여자친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만 했거든요.
생각의 기준이 상대방의 감정여부에 맞춰져 있었어요.
하지만 저 말을 듣고 나서 비로소 생각이 확 바뀐거죠. 내가 좋을 것 인가, 내가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내가 행복할 것인가. 이 생각을 해야 하는구나라고.
남친에게 어떻게 하면 차이지 않을까, 다시 한번 날 좋아해줄까가 아니라
내가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이어나감에 있어서 후회없을 것인가, 좋을 것 인가를 생각하게 된거죠.
그렇게 빠르게 생각이 정리되어나가고
결론이 나왔어요.
저는 아직 남자친구에 대해 잘 몰라요. 그래서 당장 이 사람이 나와 잘 맞는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죠. 
하지만 저는 남자친구를 더 알고 싶고 더 사랑해 보고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요.
비록 만나서 이 이야기를 전함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가 저와 만나고 싶지 않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솔직히 내가 생각하는 바를 "나의 감정"을 위주로 전할 생각이거든요. 그렇다면 남친이 저를 밀쳐내도 후회 없이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나의 감정을 이야기 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은건 온전히 상대의 선택이고 상대의 후회가 될 거니까?ㅋㅋ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고 나니 너무 홀가분했어요. 앞으로 뭘 해도 다 될 것 같고 사랑이 끝나도 날 위한 삶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연락했습니다. 난 생각 정리 되었으니 주말에 만나보자. 
그래서 일요일에 만나기로했습니다! 
지금 너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려서 기분이 좋네요. 응원해주세요!

댓글
  • Nesly 2017/06/29 21:19

    크 정말 부럽네요!
    전 연락했지만 딱 끊겼거든요!
    꼭 잘됐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
    안되더라도 후회는 안남을거에요
    파이팅!!

    (8jHx6r)

  • imcomputer 2017/06/29 21:28

    멋있네요
    사람이란게 쉽게 흔들리고 번복합니다. 지금 생각을 필사적으로 유지해보세요
    아들러 라는 심리학자 가 주장하는 거랑 비슷하네요.  나는 내입장에서의 최선을 다하면되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상대방의 과제 이다
    결과가 실망스럽더라도 어쩔수없다며 웃어넘길수있는 자존감만 있다면 어려울게없죠!!
    작성자분의 애정갈구 까지 좋아라 하며 받아드리는 남자가 분명 있을겁니다 저희 한사람한테 매달리지 않기로해요 굳이 내가왜요!! 이정도 구질구질했으면 최선이었어요 그쵸?

    (8jHx6r)

  • 꼬들면 2017/06/29 22:22

    전에 글을 보고 왔는데 이 모든게 2,3주만에 일어난 일이라니 놀랍네요.
    서로 알아가는 단계에서 결혼하자면서 애정 갈구하고 달려들면 저 같아도 너무 당황스럽고 도망가고 싶을 것 같아요.
    마음은 알겠으나 초반에 그렇게 러쉬하면 설령 상대가 도망가지 않더라도 을의 연애하기 딱 좋아요.
    그나저나 아무리 애정표현이 과했어도 2주만에 남자가 카톡을 씹다니.. 심지어 먼저 대쉬한 남자가.
    주말에 좋은 결과있으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탁 털어버리세요. 절대 매달리지도 말구요.
    초반부터 이런 관계 작성자님 엄청 괴로워져요.

    (8jHx6r)

  • 프리스트리퍼 2017/06/30 07:36


    오랫만에 제가 토해드렸으니
    좋은 일들 생기실 겁니다.

    (8jHx6r)

  • 1그램의용기 2017/06/30 07:43

    일요일이즐거운 날이되기를 바래요
    가기전에 꼭 이 글한번더 읽으시구 가시면좋겠어요

    (8jHx6r)

  • prosaic 2017/06/30 08:05

    맞아요 내감정에 충실해야죠 상대가 받아주고 안받아주고는 내맘과같을까는 다음문제고 그건 내가 어쩔수없는거니까 내가 할수있는건해봐야져 누가 연애를 한다고 하면 해주는말이 최선을 다해서 사귀라고 해요 미련남지않게 ..아무리 둘의 관계라는게 연애라지만 감정의주체는 나고 상대를 아는데는 한계가있으니까요 상대가 거절하면 멈춰야겠지만 그전까지 내 감정표현하는거 아낄게 아니죠

    (8jHx6r)

  • 달두루 2017/06/30 08:16

    아 ㅡㅡ행복한 결말인줄알았는데 에이

    (8jHx6r)

(8jHx6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