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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석 전 기자 페북..비판적 지지와 팔랑귀

돌 맞는 우리 편 놔두고 저쪽으로 가서 같이 돌 던지는 겁니다. 라는 말이 확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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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비판적 지지라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경우 도종환 장관의 경우는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비판을 접할 수 있었고, 아마도 최소한 걱정했던 것 만큼의 이상한 일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같은 프로 쉴더도 내부에서 비판하는 분들이 있어야 제대로 된 쉴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언론에 나오는 딸랑 몇 줄 의혹을 가지고 진위 여부, 맥락 등은 안중에도 없이 너무도 쉽게 입장을 정하고 비판이라는 것을 하는 행위입니다. 이것은 비판도 아니고, 비판적 지지도 아닙니다. 이것은 작은 일에 이랬다 저랬다 하는 그냥 팔랑귀입니다.

비판이란 게 쉬운 게 아닙니다. 좀 심한 예를 말씀드리면 지난 대선 때 송민순 전 장관 까려고 (다행히 관심 분야라서 재미없지는 않았지만) 560쪽에 이르는 "빙하는 움직인다"를 다 읽어야 했습니다. 물론 누구나 이렇게 할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불쑥뿔쑥 터지는 인사 관련 의혹은 부지런히 관련된 논의와 정보를 찾고 싶어도 그 정보라는 게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알아볼 만큼 충분히 알아보고 조금 생각을 숙성시킨 뒤에 비판을 하든 뭘 하든 하는 게 좋겠지요. 주로 그런 의혹을 터뜨리는 자들의 속성을 지난 십수년 간 뼈에 못이 박히도록 경험했으면서도 뭐 하나 나오면 "이거 안 되겠네!" 하면서 바로 반응하는 건 비판도 아니고 그냥 내지르기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런 내지르기는 야당에 언론에 십자포화를 퍼붇기 시작하면 "이러다 난리 나겠네. 알아서 그만 두든지 해야지. 검증한다는 놈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라는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자칭 "충고성 비판"으로 발전합니다. 비판이랍시고 하는 게 비판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충고도 아닙니다. 돌 맞는 우리 편 놔두고 저쪽으로 가서 같이 돌 던지는 겁니다.

우리가 대통령을 지지하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게 프로야구팀 응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죠? 우리의 삶과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진지하게 염원하고 갈망하는 것입니다. 얘기하고 싶은 거 한 템포 죽일 수만 있어도, 저들의 십자포화에 지레 겁먹지 않을 수만 있어도 우리가 대통령을 지지하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을 통해 얻고 이루고자 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힘은 수십 배 커집니다.

말 그대로의 충실한 비판 말고, 기사 쪼가리에 흥분해서 마구 내뱉고, 일단 내뱉었으니 그냥 밀고 나가고, 그냥 밀고 나가기 뭐 하니 더 세게 욕하고, 자꾸 이러면 우리의 뜻이 아무리 원대해도 우리는 그냥 오합지졸 되는 겁니다.

p.s.

따로 글을 올리기는 그렇고 그냥 덧붙여서 한 말씀 드리면, 니네가 과거 정권에서 위장전입 문제 같은 거 나왔어도 이랬냐, 박사모와 다를 게 뭐가 있냐, 이런 소리 많이 들으시죠? 누가 이렇게 묻지 않아도 스스로 내면으로부터 이런 자문을 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글쎄요... 저는 일단 지난 정권에서 위장전입 하나로 죽네 사네 하는 꼴을 본 적이 없어서 그때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은 의미 없다고 보구요. 박사모와 다른 게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박사모가 무슨 짓을 어떻게 했는지 관심가져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역시 마찬가지로 박사모가 위장 전입 하나로 죽네 사네 하는 꼴을 보고 쉴드치려고 덤빈 적은 없었을 겁니다. 그런 일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우리도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 전입에, 병역 회피에, 빼도 박도 못하는 논문 표절에, 그냥 지들이 거짓말이라고 우기는 거 말고 진짜 거짓말에, 이런 의혹이 겹겹이 쌓여 있는 후보자가 나오면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한 번 살펴보죠. 그럼 아마 비교가 될 겁니다.

댓글
  • 죽떠리 2017/06/17 23:56

    고기자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제생각에 팔랑귀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바로 관심러죠.
    뻔히 보이는 분탕러의 약간의 낚시질에도 너도 나도 댓글을 달고싶어하고 논쟁을 하고싶어 한다는 겁니다.
    분탕러들은 댓글마다 너무너무 친절하게 댓글로 답해 주더군요. 재밌어하는 모습이 너무 훤하게 보여집디다.
    병신에겐 역시 먹이를 주지 않는것이 최고의 대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먹이를 주다 못해 과식을 시켜 주더군요.
    조용한 비공과 먹이 금지만이 그들의 재미를 없앨 유일한 방법 아니겠습니까.

    (LPQN31)

  • 세노테 2017/06/18 00:01

    돼먹잖은 선비질한테는 적절한 지적임.. 사실 적폐 부역자들이겠지만

    (LPQN31)

  • 파쳄 2017/06/18 00:12

    그쵸. 비판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죠. 공정하게 사실을 전달하는 언론도 없는 마당에 말이에요. 기레기들 선동과 날조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오보 내도 변명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한 사건에 대해 스스로 그 맥락과 진위 여부를 다 판단한 후 비판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참 언론만 멀쩡했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텐데 화가 나네요.

    (LPQN31)

  • †카라칼† 2017/06/18 00:13


    저는 전략적 지지, 전폭적인 지지를 하겠습니다.

    (LPQN31)

  • 맛난고등어 2017/06/18 00:35

    모든 국민이 어떤 정치적 사실에 대해 명확히  알고 비판하라는 것은 어떤 정권이든 비판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런 비판이나 옹호를 통해 정치인 정부의 해명 그에대한 기자들의 취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는거죠
    막말로 기자가 정부가 발표한 어떤 사실에 대해 자세히 알고 판단하고 글 쓰려면 전문가 두세명만 만나도 하루가 지날겁니다
    제일좋은건 기자들의 전문적취재를 통해 사실판단의 근거를 기자들이 제공해야하는거죠
    이건 국민들 스스로 자기검열하라는 소리에요

    (LPQN31)

  • 염제신농씨 2017/06/18 01:22

    큰 배움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LPQN31)

  • 에디머 2017/06/18 01:26

    뭐 일반적인 중도층은 제외 하겠지만..
    이번 일은 야당과 메갈의 승리였다는게 화가 납니다.

    (LPQN31)

  • 각도기요정 2017/06/18 03:51

    이제 하나 낙마시켰으니 더 신나서 날뛸듯.
    진짜 지능문제인가.. 상황파악 못하네.  지 불구덩이에 떨어져있는데 누가 구해주려 손내밀면 손내민놈이 거지같다고  안잡고 뒤지겠다는 인간들 참 많은듯.

    (LPQN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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