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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GT3 (991, mk1) 시승기

안녕하세요

718 박스터 S 타다가 사고로 떠나보내고 GT3 가져온지 2주 주행거리 1000km 후 느낀 점 써봅니다.


왜 GT3 인가?

박스터를 타면서 큰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적당한 출력, 오픈 에어링, 고급감, 디자인 어느 하나 부족함을 느끼진 않았고

이 급에서는 정말 가성비 좋은차라는 걸 타면서도, GT3로 기변하고 나서도 확신이 듭니다.

다만 박스터를 타면서 그 전에는 911과 박스터 구분도 못했는데 막상 박스터를 운행하니 어쩔수 없이 911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911과 함께 있으면 특히나 뒷모습에서 오징어가 되는 느낌 ㅠㅠ

그래서 박스터에서 911로 기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인거 같습니다. 비교할 수 없는 뒷태.

 

사고나기 전에도 나중에 바꾸면 911로 가야겠다 생각을 했고 그러면 뭘로 가야할까?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서킷과 공도에서 행사나 시승으로 경험해본 신형 911 S는 디자인 만족감을 제외하곤 박스터에서 구지 업그레이드라고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출력이 좀더 센 대신 무게도 더 나가서 뭔가 무겁고 묵직한 느낌? 박스터는 깃털처럼 가벼운 느낌이구요

그래서 911 GTS 정도까지는 업그레이드라는 느낌이 안들거 같고 그러면 터보나 GT3 정도인데 지금까지 터보차만 타와서 그놈의 자연흡기 감성이 뭔지

알피엠 9천까지 돌리는게 어떤 느낌인지 그게 제일 궁금했고, 오픈카 타봤으니 이제 뚜껑에 미련 없이 쿠페로 가자 라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근데 타이밍이 참,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사고가 나버리고 강제 기변을 하게 되더라구요

차라리 잘됐다 어차피 계속 생각하던거니까 이번에 가자 하고 GT3를 미친듯이 알아봐서 후다닥 업어왔지요

원래는 GT3 신형 나올때쯤 되서 박스터에서 넘어가려고 했는데 시기가 신형을 기다리다간 그전에 죽을거 같아서 중고로 알아보다가

마침 5800키로 뛴 너무 상태 좋은 녀석을 보자마자 운명을 느끼고 정신 차리고 보니 운전중...


이미 GT3로 마음을 굳혔고 차상태도 얼마 타지도 않았으니 시승 해볼것도 없고 그냥 센터에서 큰 문제만 없다고 하면 추후에 문제 있으면

어차피 보증으로 수리 받으면 되니까 그냥 가져왔습니다.

 

지금은 박스터와 비교도 안되는 만족감을 주고 있고 아직 1000km 밖에 못탔지만 현재까지 느낀점이 있으니 적어보겠습니다.

박스터는 사고전까지 9개월간 12000km 탔었습니다.

 

1. Exterior

말이 필요 없습니다. 동그란 눈, 대형 그릴, 뱀 같은 긴 혓바닥, 과하지 않은 리어윙, 진짜 만져보고 감동한 빵빵한 뒷휀다 등등

박스터와 비교했을 때 뚜껑이 안열리는것만 빼고는 디자인은 비교불가입니다.

특히 지나가면서 봤을때랑 직접 타고 세차하면서 가까이서 느끼는 뒷휀다의 볼륨감은 말로 표현이 안됩니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PDLS+ 라이트의 디테일, 노란 바나나의 세라믹 브레이크, 군더더기 없는 센터락의 휠 디자인...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볼수록 예술작품 보는 느낌입니다.


외관에서 아쉬운 점은 배기구가 박스터랑 비슷한 가운데 두발인데, 요게 박스터보다는 가운데로 덜 모여있긴 한데 좀더 멀리 있는 두발이나

GTS나 터보처럼 한쪽에 두발씩 네발 배기구가 더 이쁜거 같습니다. 박스터에는 잘 어울렸는데 GT3는 차가 더 커서 그런지 좀 빈약해보이는 느낌...

그리고 생각보다 차가 큽니다. 내려서 보면 거의 중형세단만큼 큰 느낌으로 이렇게 큰 차가 운동성능이 괜찮을까 좀 걱정되는 정도.

세차시에는 외관에 디테일이 많아서 구석구석 닦다보면 꽤 힘듭니다. 특히 윙 사이사이 닦을땐.. ㅠㅠ

GT3RS와 비교하면 GT3가 좀더 클래식한 느낌인거 같고 RS는 훨씬더 과격하고 제 느낌엔 투머치의 느낌이..(사실은 돈..)

디자인만으로 봤을땐 제 눈에는 GT3가 RS보다 훨씬 예뻐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배기음은 처음에 분당센터에서 차 가지고 나오면서 2천 알피엠 이하 저속으로 나오는데 차가 뭔가 너무 이상합니다.

덜그럭거리는 소리, 쇠 갈리는 소리, 암튼 뭔가 이건 20년 된 고장난 엔진 같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엔진이었습니다.

바로 센터 들어가서 이상하다고 하려다 다시 센터 넣고 기다리고 이짓은 도저히 못하겠다. 엔진 퍼지는 한이 있어도 그냥 일단 가져가자

라고 생각하고 그냥 운행해서 고속도로 타고 내려오는데, 아 이게 모트라인 노사장이 얘기하는 그거구나, 저 알피엠에선 무슨 결핵 환자같은

고장난 엔진 느낌이다가 알피엠을 올리면 엔진이 살아난다고.

실제로 타보니 2천 알피엠 이하에선 진짜 박살난 엔진 같은 느낌이다가 3천 넘어서면서 엔진음이 부드러워지고, 3500에서 가변이 열리면서

음색이 안옥타브 상승, 다시 6000에서 한번더 2단 고음, 8천에서 마지막 3단 고음까지... 이런 오케스트라가 없습니다...

박스터 같은 팝콘은 전혀 없지만, 배기음이라기보단 엔진 자체에서 나는 쥐어짜는 기계적인 엔진소리.. 진짜 오O가즘 느꼈습니다 흑흑...

 

2. Interior

박스터도 실내 올레드 올가죽 상태라 이정도면 왠만한 고급차보다 고급지다고 느꼈는데, GT3는 전차주분이 다행히 실내 옵션을 넣어주셔서

박스터보다 더 고급진 감성이 있습니다. 일단 실내 올가죽에 레드스티치, 시트 가운데와 도어, 스티어링휠은 알칸타라, 내장재는 카본,

이런것들은 사실 박스터랑 옵션만 같다면 동일한 부분이고, 가장 큰 차이는 5개의 원으로 된 계기판, 사실 3개여도 기능적인 차이는 전혀 없는데

5개에서 오는 광활함과 만족감이 비교가 안됩니다.


그리고 에어컨 송풍구, 박스터의 약간 소심한 송풍구와 다르게 뭔가 고급세단 송풍구 같은 넢적하고 꽉찬 송풍구... 911이 뭔가 더 웅장한 느낌이 좋습니다.

또 박스터 대시보드는 밋밋하고 굴곡이 없어서 주차번호판을 놓기가 애매하고 조금만 코너링을 세게 돌면 바로 떨어지고.. 이게 은근히 불편했는데

911은 주차번호판 공간이 딱 있어서 오너들만 느낄수 있는 소소한 만족인거 같습니다.


실내 시야의 경우는 장단점이 있는데 박스터에서 가장 불편한 순간이 고속도로에서 뚜껑 닫고 달리면서 차선변경할때 입니다. 도저히 숄더체크를 아무리해도

옆차선의 사각지대가 시야에 들어올수가 없는 로드스터의 숙명이었는데 GT3는 그 사각이 없어서 차선변경시 정신적 소모를 덜하게 됩니다.

사이드미러나 앞유리 시야는 비슷하고 대신 룸미러 시야는 GT3는 그냥 없는거라고 봐야합니다.

룸미러를 보면 윙밖에 안보입니다. 뒤에 뭐가 있는지 밤에 뒷차 라이트도 리어윙이 딱 가리고 있어서 룸미러는 장식일 뿐입니다.


주차할때 특히 불편한데 GT3는 앞뒤 주차센서가 없고 그나마 출고후 작업하는 사제 후방카메라 하나로 주차해야돼서 아직은 주차할때 항상 긴장중입니다.

전폭도 박스터보다 넓고 앞뒤 크기도 가늠이 잘 안되서 낑낑...


승차감은 많이 하드합니다. 박스터가 세단으로 느껴질 정도. 기본 서스도 딱딱한데다가 스트로크도 엄청 짧아서 프론트리프팅 기능을 써도

박스터로 쉽게 가던길을 힘들게 지나갑니다. 벌써 하부에 브레이크 식혀주는 공기통로 양쪽은 다 부서진 상태...

데일리로 박스터는 탈 수 있어도 GT3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포르쉐는 데일리 스포츠카라 서킷 갈때 어부바 안하고 내가 몰고 가도

가능은 한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루에 300키로 이상 운전하면 몸살 납니다.

박스터는 수동 스포츠시트플러스였고, GT3는 18웨이 스포츠시트플러스인데 이상하게 박스터는 운전자세도 잘나오고 편했는데 GT3는 시트조정을

어떻게 해봐도 도저히 편한 자세가 안나옵니다. 그리고 수동시트가 훨씬 편한게, 타고 내릴때 박스터나 911이나 좁아서 수동은 그냥 손으로 땡기고

뒤로 확 제낀다음 내리고 타면 되는데 자동시트는 뒤로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기도 힘들어서 그냥 운전포지션 그대로 타고 내리는데 다음에 오더 넣는다면

꼭 수동으로 넣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이드미러가 너무 예쁘고 다 좋은데 안접힙니다. 주차하고 좁은 자리에서 사이드를 접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뭔가 옆 차에

민폐같기도 하고 저도 불안하고 그렇습니다. 인터넷에서 누구는 주차하고 나오면서 불편하면 남의차 사이드 그냥 접고 나온다는데

그런 사람이 제 옆에 주차하고 나오면서 제차 사이드 부러뜨릴까봐 겁납니다.

 

3. Performance

GT3건 뭐건 아무리 그래도 박스터가 가볍고 MR 구조니까 밸런스는 더 좋겠지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운동성능에 있어서 모든 영역에 GT3가 박스터를 압도합니다

직빨이야 마력차이가 있으니 당연한거고, 의외로 코너링도 박스터보다 좋은 느낌입니다.

물론 객관적 수치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늘 가던 같은 와인딩 코스에서 박스터로 느꼈던 한계점이, GT3로 탈때는 이정도 횡G면 박스터로는 힘들었는데

어? 쉽게 돌아나가네 정도의 기분입니다.


4륜 조향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데 사실 일상적으로 체감하는 경우는 U턴할때 회전반경이 비현실적으로 짧게 돌때만 느끼게 됩니다.

그외에 숏코너나 완만한 코너에서 특별한 이질감이나 아 후륜이 조향되는구나라는 감각은 들지 않습니다.


공차중량에서 박스터보다 약 130키로 정도 무겁기 때문에 911 S에서 느꼈던 묵직함이 GT3도 있습니다. 근데 뭔가 무겁다는 느낌보다는

박스터가 단단하면서도 대나무 같은 부드러움이 있다면 GT3는 그냥 돌덩이 느낌입니다.

차체, 서스, 운전자까지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느낌, 이런 것도 장시간 운전후 피곤함을 느끼는 원인입니다. 차체로 전달되는 모든 스트레스가

운전자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에.


GT3도 가변서스가 장착되어 있는데 기본 설정만으로도 박스터에 스포츠서스보다도 단단해 서킷 같은 정말 요철 없고 매끈한 노면이 아니면

서스 버튼을 누를 일은 없습니다.


따로 스포츠나 스포츠플러스 모드는 없고, PDK 스포츠모드는 미션반응이 좀더 과격하게 바뀌고, TC off, TC off+ESP off 가 스포츠나 스플모드랑

비슷한 개념인데 컨트롤에 아직 자신이 없어서 쓰지는 않았습니다.


세라믹 브레이크는 초반 답력이 엄청 약합니다. 시내에서 일반차량으로 천천히 가다 살살 브레이크 밟아서 서는 정도로 밟으면 브레이크가

안들어서 생각보다 깊게 밟아야 멈춰서 적응하는데 꽤 오래 걸립니다. 아직 서킷에서 풀브레이크를 밟아보질 않아서 얼마나 잘 듣고

열에 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브레이크 소음은 진짜 심해서 시내에서 돌아다닐때 엔진은 덜덜덜 고장난거 같은 소리에 덜컹덜컹 차체에서 삐그덕삐그덕,

브레이크는 계속 끼익끼익 소리나지, 고물자동차 타고 다니는 느낌인데, 이게 단점일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순수한 기계에 타고 있는 기분이 들어

아주 즐겁습니다. 매드맥스에서 주인공 여자가 타는 큰 트럭 같은 딱 그런 감성입니다.


박스터와 GT3의 가장 큰 차이는 차량구조에서 오는 느낌인데요. MR과 RR의 차이가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일반 911S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요. 그냥 비슷한데 좀더 단단하고 묵직하구나 정도 차이.

근데 GT3는 까레라와 완전 다른 차라고 생각됩니다. 공랭식이나 옛날 911을 타보지 못해서 그당시 어땠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확실히 노말 까레라보다

훨씬 뒤가 무거운게 체감됩니다.

특히 고속으로 올라가면 스티어링휠이 흔들흔들 엄청 가벼워서 박스터에 비해 공포감이 느껴지고, 일반적인 도로에서도 핸들이 노면을 그냥 다 읽으면서

휙휙 지멋대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항상 핸들을 양손으로 꽉 쥐고 운전해야 되서 더 피곤이 느껴지기도 하구요. 오래타면 팔이 뻐근합니다.


고속주행을 하면 수온 유온이 90도 이하에서 유지되고 9천 알피엠 근처에서 와인딩 등 좀 혹사시키면 수온 90도 유온 107도정도까지 오르는거 같은데

강남 같은곳에서 거북이 시내주행하면 수온 유온이 108도 정도, 잠깐 5분정도 공회전 해도 100도 이상으로 올라가서 이 차는 무조건 달려줘야

엔진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것 같습니다.

 

 


그랜저 TG 타다가 520d 처음 탔을때 안정감과 고급스러운 주행감을 느끼고 와 이래서 수입차가 좋구나 했던 충격이 100이라고 하면 그 다음

A6 50tdi에서는 6기통 디젤과 풀옵션 차에서 느끼는 넉넉한 힘과 화려한 기능에 매료됐지만 감흥이 그전과 같지는 않고 수치로 따지면 20정도였고,

박스터를 타면서 코너링과 기계적 완성도를 보고 처음 수입차를 탔을때의 100정도의 충격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번에 GT3로 넘어오면서 진정한 운전재미와 또다른 신선함을 느꼈지만 처음 수입차로 넘어왔을때나 박스터로 왔을 때 정도는 아니고 50정도의

추가적인 만족감이 더해졌습니다.

GT3를 타면서 박스터가 정말 가성비 좋고 대단한 차라는걸 생각하게 되었고, 그만한 가격에선 정말 대안이 없는것 같습니다.

이제는 뚜껑에 대한 환상은 없어졌고, 박스터 탈때는 비만 안오면 무조건 열고 다녔는데 오픈이 안되는 단점보다는 이외 운전재미 등 모든 부분에서

박스터보다 만족감을 주기에 더 운행하면서 GT3와 좀 더 친해질 부분이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박스터는 정말 운전이 재밌고, 어떻게 내가 운전하든 차를 믿을수 있었는데, GT3는 이전보다 훨씬 전자제어도 많아지고 운전이 너무 쉬워졌다라고

하지만 그나마 퓨어한 스포츠카의 감성이 많이 남아있어, 아직은 한계점까지 밀어붙이고 내 몸처럼 다루게 될때까지 박스터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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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JKm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