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학이 더 낫다 한국대학이 더 낫다" 뭐 이런 글을 쓸 생각은 없고요.
다만 제가 경험한 동경대의 "이런건 좋은거 같다" "이런건 별로다" 뭐 이런걸 적어보려 합니다.
어느정도는 일본대학 전체에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저는 동경대 교육학연구과에 있구요, 전공은 사회학(교육사회학) 이고요 현재는 박사과정 3년차입니다.
일단 좋았던점을 써보겠습니다.(간편한게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갖고있는 경험에 한한 이야기 입니다.
1. 교수들의 학문적 겸손함
가장 새로웠고 또 좋다고 생각하는 점은 교수들의 학문적인 겸손함.
학문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굉장히 열성적이고 또 권위적이지 않음.
에피소드1: 스탠포드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선배(당시 박사3년차)가 귀국후 교수님 세미나(10명내외의 수업)에 참가함.
수업도중에 최신이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옴.
교수 "어..이건 내가 최신 논문을 자세히 안봐서, 더 읽지 않으면 정확히 여기서 말 할 수가 없는데, 누구 아는 사람 있어요?"
스탠포드 선배 "제가 몇편 관련된 논문을 봤는데 제가 아는데로 설명드리면..." 하면서 화이트보드로 걸어나옴.
그리고 교수는 옆으로 비킴.
선배는 강의 시작하고 교수는 옆에서 메모적음. 선배한테 질문도 함.
그리고 수업 끝..
그 이외에도 교수의 저서나 논문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질문을 할 경우,
거기에대해서 교수들은 대체적으로 성실하게, 전혀 권위적이지 않게 답변하려 애씀.
"아 그건 확실히 지금 말한게 맞네요. 다음 논문에선 수정하겠습니다."라고 수긍하는 경우도 꽤 봐왔음.
그리고 타 대학에서 청강생이 많이옴.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요청해서 청강하러 오는 타 대학 학생들이 꽤 많음.
맞담배는 기본으로 가능함.
수업끝나고 교수님이랑 흡연소에서 맞담배 피면서 얼마나 많은 토론을 했던지ㅋㅋ
2. (대학원) 학생들의 학문열
특히 대학원에서는 종종 보는 괴물같은 녀석들이 있음.
동경대의 경우 그런 괴물들의 출몰 빈도가 높음.
대체로 눈이 풀려있고, 혼잣말을 많이하고, 베이지색 면바지와 체크셔츠, 아식스 런닝화를 신고 있음.
옆동네 아키하바라와 상당히 비슷하지만, 다만 오덕질의 대상이 이쪽은 학문.
또 자발적으로 결성된 연구회, 공부회가 굉장히 많고 역사가 긴 경우도 있음.
대학 교수들이 학생때 속했던 공부회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경우가 몇몇 있음.
학부, 학과별 터울이 낮음.
교육학과 수업에 수리학과 대학원생이 오거나,
동아시아 문화인류학 수업에 교육심리학과 학생이 옴.
그냥 교수한테 청강 요청하고 교수는 오라고함
3. 선후배 관계의 부재(특히 대학원)
학부생 대학원생의 터울이 낮음. 특히 학문에 관련한 내용이라면 더더욱 그럼.
대학원 수업의 경우, 학부3학년부터 박사3학년까지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있음.
학부3학년에겐 박사과정과 함께 수업을 듣는 신세계, 박사3학년에겐 가르침의 연습과 복습의 기회가 됨.
게다가 후배가 선배보다 더 잘 아는 경우도 있음. 그런 내용이 있으면 선배는 질문하고 후배는 설명함.
선후배에 관한 권위서열이 없기때문에, 오래있다보면 누가 몇학년이고 이런걸 잘 모르게됨.
대신에 누가 어떤 분야에 어떤 업적을 남기고 있는지는 잘 암.
4. 국내파 교수진들의 분포.
미&영 학위취득자보다 국내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교수들의 비율이 꽤 높음.
동경대를 예로들면, 7~80%는 동경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있음(이건 반대로 폐쇄적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함).
국내파가 많기때문에, 그 뒤를 따르려는 자들도 나름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질 수 있고, 또 대학별로 각자의 학파가 꾸준히 유지되는 경향도 있음.
다음은 아쉬운점..
1. 대학 밖의 업계(산업계)에서 대학교육을 깔봄
이건 동경대라도 어느정도 맞는 해당됨.
예를들어서 4학년 졸업후 취업하는 "신졸"들의 거의 대부분은, 채용시 대학 성적이 거의 고려되지 않음.
"신졸일괄채용&연공서열&종신고용" 이라는 일본적 고용시스템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을 갓 졸업한 (말잘듣는) "백지"상태의 젊은 인력을 채용해서 사내교육을 시키고, 그 인재를 오래 써먹는게 관행이었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도 이런 운용을 하고있음.
그렇기때문에, 대학에서의 졸업논문, 성적등은 별다른 고려대상이 되질 않음.
덕분에 취업으로 진로를 결정한 학부생들의 대부분은 졸업논문에 대한 열의가 낮음.
2. 대학원 진학=취업포기의 등식이 꽤나 들어맞음(특히 문과)
한국도 그럴 수 있지만,
위에서 말한 "신졸채용&연공서열&종신고용"의 관행때문에, 대학원에 졸업해버리면 취업의 문이 꽤나 닫혀버림.
왜냐면 기업들은 대학 갓졸업한 순수한(순종적인) 아이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래서 대학원 진학은 상당히 리스키한 선택이 될 수 있고,
학부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러한 위험부담때문에 연구의 길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음.
3. 영어를 못하는 학생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음.
유학파가 적은 이유일 수도 있음.
4. 장학금 제도가 완전 헬.
일본에서 통칭 "장학금" 이라고 불리우는 것은 한국의 학자금 대출에 해당함.
일본인 대상으로 한 "정상적인" 장학금은 개수도 굉장히 적을 뿐더러 액수도 적음.
5. 상위계층 출신자(도련님 공주님)들이 너무 많음.
참고로 동경대생중에 부모의 연수입이 1억원 이상인 학생들의 비율은 전체의 70%를 넘음.
6. 동경대출신 교수의 비율이 상당히 높음.
학은학부 같은 학과 출신의 교수가 임명되는 경우가 상당함.
뭐 그냥 생각나는데로 적었는데 제 생각은 위와 같습니다.
학문적인 측면으로는 전 나름 축복받은 환경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 이외의 부분에선 좀 빡쎈면이 있네요.
외국인으로써, 특히 대학원으로의 입학은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생각있으신 분들은 꼭 도전해 보시길!
멋지네요... 내지는 놀랍네요...
장점들이 너무나 부럽네요
글 진짜 깔끔하게 잘쓰셨다...머리에 쏙쏙들어와요.....!!
1억엔 오타려나요...?
담배는 그냥 일본 문화가 그런걸로 들었어요.
여고생이 식당에서 아버지 앞에서 담배피는 일도 있다 들었거든요.
일본어를 혼또니 좃또 못해요...ㅠㅠ
4. 국내파 교수진들의 분포.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일..
전 한국에서 학부졸업했는데, 저희학교도 학부때 대학원 수업 들을 수 있었어요!
전공에 정말 관심있고 열의가 있는 학생들한텐 그 분야에 대해 좀 더 깊이있는 공부도 하고 대학원 수업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것같아요.
4학년인데도 대학원 수업을 몇개씩 듣던 선배는 결국... 대학원에 진학을 하더군요ㅎㅎ
아쉬운 점의 3번을 읽다 생각이 든 건데...
영어 다음으로 문서 형태의 지식이 가장 많은 언어가
독일어나 프랑스어가 아니라
일본어라고 들었습니다-
고전 작품들에 대한 번역도 상당하고요-
굳이 원전을 반드시 보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문과로 치면 한국은 아직 플라톤 완결 전집도 하나 없는 현실...
현재 일본에서 취업해서ㅠ일한 지 3개월 째인데요.
학비를 벌어서 대학원을 가고싶다는 꿈을 조금씩 꾸고 있습니다.글쓴님 글을 읽으니 내게도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단점들 상당수가 우리나라에도 있는 것들이네요...
장단점이 일맥상통하네요. 내부결속력이 탄탄한데, 거기서 생길 수 있는 폐쇄적 문제들..
한국 대학의 경우 내부 결속력은 똥망인데 폐쇄적이기만 한 그지같은 케이스가 종종 있죠. 주로 주임교수들 성향에 따라 그렇습니다만. 꼰대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얼마나 자기멋대로이고 갑갑한지 스스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학문적 성취와는 별개로, 교육자로서는 꽝인 교수가 대부분입니다.
'교수'라는게 연구자 신분이면서 후학들을 위한 교육이 업인건데, 교육자로서 자질들이 많이 떨어지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교수들이 많아요.. 이게 섣부른 일반화가 아닌게, 두 자질에다가 인격까지 갖춘 분들은 교수들 정치질에 밀려나거나 스스로 더러워서 떠납니다. 그 틈바구니에서는 조국 교수처럼 압도적으로 우월하지 않은 이상 힘들어요. 훌륭하신 분들은 이미 '교수'가 아닌 분들이 많은거죠. 열 명 중 두 명 정도 깨끗하게 버티면 대단한겁니다.
한국 기성 학계는 고인물이 썩어가면서 썩은물만 계속 빨아들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 진지하게 대학원 때려치울지, 학위라도 따고 나갈지 고민중이에요.
저런특징을 종합해보면 정말 일본의 대학은 오직 학문을 위한 전당이란 느낌이 강하네요 일본의 어마어마한 기초과학 역량이 여기서 나오는듯
최근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누군가가 일본어로만 공부했고 논문도 일본어로 쓴다는 분 아니었나요 (기억이...) 어떤 분은 이걸 학문의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라고 표현하더군요
저는 일본 대학에서 천체물리학 연구원으로 일하는 사람이고요 본글의 단점중 이공계전공자를 위한 보안입니다.
""안은 원글
"2. 대학원 진학=취업포기의 등식이 꽤나 들어맞음(특히 문과)"
천체물리로 박사 대학원진학은 취업 포기맞습니다만 하지만 천체 물리전공으로 석사해도 취업걱정없습니다.
우리 연구실 석사 졸업생 3명 모두 자동차 회사갔고요
유학생에다가 석사면 해당사항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일본인은 석사만 마치면 패널티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석사라도 천체물리전공하고 대기업갈려면 문턱이 좀 높아요.
"3. 영어를 못하는 학생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음,
4. 장학금 제도가 완전 헬"
두개를 묶은것은
일본은 언어의 장벽때문에 고립을 우려하여 돈투자를 많이합니다. 외국인을 위한 장학제도 혹은 펠로쉽이 따로 마련되어있고요.
일본인 대학원생이 역차별이라 생각할정도로 특혜가 많다고 하네요.
우리연구실 박사과정 외국인 대학원생 (스페인어권) 등록금 전액를 연구비가 아닌 일본 국비 장학금으로 받고다니고 있어요.
영어 문제는 장단점이죠.
전공 서적도 자국어로 번역되어 잘나와 있어서
전공에 대한 접근도가 좋은 반면,
세계화 시대에 타국과의 교류가 힘들다는 단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