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즈니 여성 서사에서 보이는 선택.JPG

"너는 원래부터 특별하고 강력한 존재였다.

너가 소외받았던 이유도 너가 그런 위대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스스로 당당해져라."

사실 이런 서사와 주제 자체는 문제될 게 없음.

오래 전부터 쓰여왔던 근본 있는 영웅 서사니까.

내 안의 특별함을 찾고 위대함을 인정받는 것.

다만 정치적인 올바름이 섞여들어갈 때 이 주제는 상당히 거시기해짐.

개인적으로 잘 만든 PC는 환영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이런 주제는 반대하는 편임.

'너는 특별하다. 너의 다른 부분이 탄압받아서는 안된다.'

까지는 아주 훌륭하고 인정받을만한 PC 서사임.

저 메시지는 비주류의 인간들 또한 주류의 인간과 다를게 없다는,

PC를 떠나서도 인간이라면 당연히 공감되는 영역이기 때문.

모든 인간은 다 소외 받을만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어서 저런 외침에 감동받고 공감할 수 있음.

다만 아예 '너는 특별하고 강력한 존재다.' 라고 외치는 순간 작품의 핀트가 살짝 어긋나버림.

이건 아예 '특별한 자신과 그렇지 않은 타인을 분리해버리는' 해석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

'특별해진 자신'이 훨씬 강조되어버리면 모두를 위한 메시지의 밸런스가 깨져버림.

'내가 소외받는 이유는 내가 저들보다 나은 존재라 저들이 나를 두려워하기 때문.'

이러면 PC 서사에는 전혀 어울리지도, 도움이 되지도 않음.

'다르고 특별한' 것은 '남들보다 나은 것' 이 아니기 때문.

우리의 다름이 남들보다 우월하게 만들어주진 않으니까.

저런 메시지도 '다른 존재', '비주류 계층'에게 감동과 위로의, 위안의 메시지를 주겠지만

다소 모두에게 공감받긴 어려운 주제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큼.

공감의 영역에서 차별화의 영역으로 나아가면

올바른 PC에서 살짝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함.

사실 저건 평범한 여성 서사에 판타지적 히어로 요소를 부가하다보니 생기는 문제일 가능성이 높음.

판타지적 특별함이 부각되면 고전적인 영웅성이 부여되는 것이니까.

제작진들이 일부로 저랬다기 보다는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 안했던 것에 가까울 듯함.

하지만 개인적으로 PC를 더 많이 넣을 예정이라면

더더욱 세심한 연출을 위해 고심하고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함.

그냥 오락영화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되니까.

그래서 나는 이런 주제를 다소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고 생각함.

나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남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존재다'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나는 다르지만 그래서 특별하다'라는 주제가 더 비주류를 주목하는 작품에 어울린다고 봄.

나는 저런 서사 유행이 단순히 과도기적 실험으로 끝나거나

더 나은 서사로 발전하기를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