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마이크로포서드에서는 F2.8 조리개도 어두운 곳에서 많이 힘겹다는 생각은 여전히 같습니다.
어두운 공연장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무용수들을 찍는데 F2.8도 버거운데 F4는 정말 넘 힘들죠.
감도를 1.5 크롭은 커녕 풀프레임에서도 버거울 정도인 ISO 4000-5000 이상 올려야 그나마 쓸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근데 마이크로포서드에서 그 정도 고감도를 쓰면... 제가 암튼 이 문제 때문에 이 렌즈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질 않았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렌즈로 생각지도 못한 사진들을 너무나 많이 찍을 수 있게되네요.
물론 감도를 그 정도로 올리니 정갈한 느낌으로는 절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기술적 화질은 그냥 포기해야 합니다만... 참으로 신기한게 저는 후지에서 ISO 2500 위로는 사진 결과물이 어떻게 해도 맘에 안 들어서 절대로 안 올리는데요, 오히려 올림푸스에서는 ISO 6400까지도 올려 쓰기도 합니다. 물론 화질은 많이 나빠지는데, 쓰기에 따라서는 그게 나쁘지가 않습니다.
렌즈가 워낙 커버리지가 좋은데다 (환산 24-200mm) 휴대가 간편하고, 내장 OIS가 좋아서 주밍과 패닝 조작에 엄청난 능력을 발휘합니다. 저속셔터 촬영도 마찬가지구요. E-M1 mk3 같은 기종과 함께 사용하면 엄청납니다. 물론 저속셔터로 움직이는 대상을 찍으면 당연히 모션 블러가 작렬합니다만 이 렌즈의 사용법에 익숙해지면 그 모션 블러를 조정할 수가 있어서 자신의 표현으로 만들 수가 있습니다.
몇 달 쓰면서 손에 슬슬 붙기 시작하니 이 렌즈에서만 가능한 사용법을 발견하게 되네요. 방진 방적도 좋구요.
특히 줌 범위가 넓기 때문에 플래시 촬영용으로 쓰기가 굉장히 좋습니다. 대상과의 거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플래시 파워를 고정시킨 상태로)도 화각을 아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서요. 이게 왜 좋은가 하면, 매뉴얼 직광 플래시 촬영 머신이 되는 것입니다. TTL 플래시가 편할 것 같지만 실제 사용해 보면 결국 노출 보정을 해주지 않으면 맘에 들게 쓰기 힘들고, 카메라 내부 노출 기준이 막 바뀌기 때문에 일정하게 촬영하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TTL은 예비 발광이 있기 때문에 플래시 퍼포먼스를 많이 잡아먹습니다. 다른 슈퍼 줌 렌즈도 있지만 어쨌든 24-200mm를 F4로 한 번에 커버하는 렌즈는 이것 하나뿐이니까요. (풀프레임에서는 보통 24-105mm 정도이니, 망원이 2배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쓰고 리프레시가 아주 빠른 프로포토 A1 플래시를 사용 중인데, 이런 플래시를 이 렌즈와 조합해서 사용하면 카메라를 엄청난 줌 범위에 AF되고 빠르게 고광량 플래시 연사를 때릴 수 있는 초 슈퍼 울트라 인스탁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당연히 인스탁스보다는 슈퍼 고화질이고, 심지어 필름 값도 안 들고요.
다만 이 렌즈는 그래도 크기가 좀 큰데다 망원이 200mm나 되어서 파인더가 따로 있는 카메라가 있어야 됩니다.
액정 모니터만 보고 찍는 카메라로는 무게중심도 좋지 않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도 올림푸스를 도저히 놓을 수가 없는 이유인데,
올림푸스 기종들을 썼을 때만 나오는 느낌이 확실히 있습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카메라의 하드웨어 자체는 외모를 제외하면 솔직히 대중적이라고 할 수 없는게 맞는데...
결과물은 지나치게 대중적이라는 뭔가 굉장한 개성을 가지고 있네요.
후지나 소니 기종들같은 워크호스 카메라는 솔직히 찍히는 이들 아무도 관심 안 가지는데
E-PL9 같은 단순한 기종을 들고 찍으면 다들 카메라 기종을 물어보고 갖고 싶어합니다. 사진 결과물도 그렇구요.
어디까지나 제 사견이고 우스개소리 같지만, 올림푸스의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는 기술적 화질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순간 그에 부응하는 엄청난 가치를 돌려주는 것 같습니다. 더 큰 센서 카메라 대신으로 쓰려고 하지 말고, 더 큰 센서 카메라보다 기술적으로 화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 카메라로 잘 나오는 사진과 촬영 방법을 생각해 보는 순간, 작고+가벼워서 자유롭고, 상대적으로 저화질이지만 감성은 작렬하고, 그럼에도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보다 압도적으로 쓰기 편하고, 폰 카메라와 비교불가능의 고성능 고화질인 카메라의 신세계가 열리는 듯 합니다.
스펙에 드러나지 않은 이러한 가치가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면
기술적 스펙 대비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는 가격에도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https://cohabe.com/sisa/2507971
12-100 Pro 엄청난 렌즈라는 걸 이제야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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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님 손에 연장타령은 무의미한 것 아니신지요? ^^;
12-100은 저도 매우 만족했던 렌즈였습니다
괜히 방출했.... ㅠㅠㅠㅠ
정말 좋은 렌즈예요! 올림푸스를 쓰는 한 팔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시 구하려면 귀하고 비싸지요 ㅠㅠ
동기부여가 되는 글 감사합니다. 취미진사이지만, 저도 12-100 데리고 이것 저것 시도를 해 봐야겠습니다.
저는 유럼여행때 데려가서 완전히 만족하며 썼었네요. 벌써 근 5년 전이라는 것이 믿어지질 않습니다 ㅠ_ㅠ.
http://www.slrclub.com/bbs/vx2.php?id=olympus_e10_forum&no=541348
아시겠지만, 접사배율도 아주 좋습니다. 음식 사진 찍을 때 자두 한 알까지 클로즈업 해서 찍을 수 있었네요. 코로나 끝나면 어서 다시 데리고 멀리 여행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