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터넷 기사였었습니다 .
대학을 휴학하고 복학을 준비하려고 하니
IMF 로 인하여
집에서 등록금을 받을 수가 없는 형편이었죠 .
일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던중
'KX 인터넷 설치기사 모집 -1 만원 / 건
초보자도 하루 세 건은 함 '
이라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
한 달 25 일을 일하면 25X3=75...
' 일단 편의점 보다는 많다 !'
라는 생각에 면접을 보러갔습니다 .
다행히 군대서 통신병을 하였고 , 대학생이라 하니
선로와 컴퓨터를 잘 안다고 생각하셨는지
합격이 되었습니다
뭐 .. 통신병이었으나 무전병이었다는 것과 대학생이나 계산기도 버겁게 다룬다는
사실은 목구멍에서만 맴돌았죠 ..
그렇게 시작한 설치기사 일을 6 개월 일하고 6 개월 복학을 하고
다시 6 개월 휴학하고 일하고 다시 6 개월 복학을 하고
이렇게 5 년이란 세월을 보냈습니다 .
인터넷 설치기사라는 게 항상 처음 보는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
한 시간 가까이 방안에서 컴퓨터를 만지작거려야 하는 직업 이다 보니
처음에는 이 사람 저 사람 집 다니며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
벌써 5 년이 넘게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
첫 번째 , 밥 차려 주신 할머니
한창 바쁠땐 하루에 열 집 이상을 돌아야 합니다 .
물론 10 만원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
그중에는 무상 A/S 도 있고 설치가 안 되는 집도 있고
기타 등등이 많아 운이 좋으면 6~7 건을 하는데
그나마도 한 달내 해지를 하면 설치비가 나오지 않아 ..
생각처럼 때돈은 안 벌립니다
8 시에 출근해서 오더를 받고 전화를 일일이 드려 시간약속을 잡고
장비를 수령하고 총알같이 튀어나가도 9 시를 보통 넘깁니다
방문해 달라는 시간도 제각각이라 황량한 동네를 하루에도 몇 번씩 가로 지르며
점심을 굶기 일수죠 ..
그날도 아마 길거리 표 햄버거를 먹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설치를 갔을 겁니다 .
90 도 배꼽인사를 하고 들어가서 인터넷 설치를 하고 있습니다 .
( 설치후 기사평가를 하는데 불친절 뜨면 곤장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
자식들은 모두 출근했는지 할머니 혼자 계셨습니다 .
컴퓨터가 있는 방을 안내받고 들어가서 사부작 사부작 설치를 시작했습니다
설치를 한참하고 있는데 밥상을 들고 들어 오시더라구요 ..
" 젊은이 ... 먹고하지 ?"
머슴밥처럼 고봉으로 쌓은 밥이 새로 했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고
반찬도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
국과 밥이 한 개인걸 보면 저만 먹으라고 일부러 지으신 밥이었습니다 .
차마 " 어르신 제가 오기 전에 햄버거를 먹어서 배가 부릅니다 "
라고 말할 수가 없더군요 ..
또 배는 불렀지만 어르신의 정성이 배속의 햄버거를 ' 좌우로 밀착 ' 시켰습니다 .
우물쭈물하던 제가 밥숟가락을 드는 것을 보신 후에야 밖으로 나가시더군요
고마운 마음에 남김없이 밥을 먹는데
목이 메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
' 이런 분이 아직도 계시는 구나 ..'
하지만 밥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들분이 드시는 보약이라며 대접에 데운 보약을 가져다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 젊은이 기술이 좋구먼 힘든 일 하는 것 같은데 몸이 재산이여 "
그 당시에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일단 먹고 마시고 봤는데 ..
시간이 지나도 그 어르신이 차려주신 밥상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
“ 다신 뵙지 못 했지만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 어르신 !“
두 번째 , 합동설치
K* 인터넷은 전화국과의 거리가 인터넷 품질과 많은 연관이 있습니다
전화국에서 직접 신호가 나가기 때문에 거리가 가까우면 신호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
(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 .)
제가 있던 전화국에는 전화국에서 먼 그것도 상당히 먼 지역에
소위 말하는 달동네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곧 재개발 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던 지역이기 때문에
선로에 대한 정비나 투자가 빈약한 곳이었죠
한 번은 그곳에 인터넷 설치를 하러 갔습니다 .
주소가 ' 산 108 번지 아무개씨네 댁 ' 이렇게 나옵니다 .
오토바이를 몰고 108 번지 통장집을 찾아갔습니다 .
그리고 댁에 인터넷 설치를 왔다고 하니 저를 데리고 직접 집으로 안내를 해 줍니다 .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
대문이자 + 현관문이자 + 안방문인
창호지 바른 미닫이 문이 스르륵 열립니다
실내로 들어가니 두 평 남 짓 되는 방 입니다 .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고 주방은 방문 옆에 버너가 놓여져
있는 게 전부 였습니다 .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거기서 세식구가 산다고 합니다 원래는 제법 살았는데
IMF 에 아저씨의 사업이 망하고 집은 경매에 들어가서 세간 살이만 겨우 챙겨
도망치다시피 나왔다고 하셨습니다 .
없는 살림 이지만 아들은 공부를 시켜야 하기에 인터넷을 신청하신다 합니다
컴퓨터는 다행히 들고 나오셨는지 집과는 묘한 대조를 이루는 최신형 컴퓨터입니다 .
집밖에 선을 끌어다 모뎀에 연결하니 신호가 잡히지 않더군요
그래서 전봇대에 올라가 선을 끌어왔습니다
그래도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오래된 선들이 정비도 안 되고 야외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물을 많이 먹은 것 같았습니다 .
쩔 수 없이 내려와서 말씀을 드렸죠 .
" 아주머니 인터넷 신호가 잡히질 않네요 . 설치가 불가능 합니다 ."
그러자 아주머니가 눈물을 훔치십니다 . 제 앞이라 그런지 목놓아
울지는 못 하시고 흐느끼시며 부모를 잘 못 만나 아들이 공부를 못 한다며 ..
저는 어쩔 줄 몰라 했고
아주머니는 몇 분을 우시더니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
사실 우리를 부르기 전에 다른 인터넷 설치 업체도 불렀는데 지번만 듣고는 설치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
그래도 방문해서 한 시간 넘게 애쓰셨다며 저한테 오천원짜리 한 장을 건네셨습니다 .
뭉클 하더군요
" 안 받으면 더 섭섭하니까 꼭 받으시고 담배 값이나 하세요 "
돈을 받아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해봤습니다
받아서 돌아가기도 뻘줌하고 그렇다고 성의를 무시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
' 뭐 조카같은 녀석을 위해서 하루 쯤 투자해 보자 '
는 생각이 들더군요
" 아주머니 제가 한 시간 단위로 하루종일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
오늘은 도저히 시간이 안되구요 .. 내일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다시 한 번 오겠습니다 .
내일 개통이 되면 그때 받겠습니다 ."
이렇게 말씀드리고 달동네를 내려오면서 전봇대 숫자를 세어 봤습니다 .
아랫동네까지 족히 10 개가 넘는 전봇대가 있더군요
평균 20~30 미터 단위로 세워져 있으니까 한 300 미터면 될 것 같았습니다 .
다음 날 아침 ,
소장님께는
" 오늘 한 건만 설치하겠습니다 "
라고 말씀들 드렸죠 .
첨엔 황당해 하시더니
뭐 , 건당 돈 받는 녀석이 일을 적게 가져가겠다는데
크게 말리시지는 않더군요
또 나름 좋은 일이라 생각하셨는지 선뜻 케이블 한 박스를 내어주십니다 .
오토바이에 모뎀 한 개와 케이블 한 박스를 싣고 달려갔습니다 .
' 오늘 전봇대 10 개를 타야한다 이 악물고 타자 !'
아침 일찍 방문을 두드리니 아주머니가 나오십니다 .
" 밑에 동네에서 부터 선을 끌고 와야 하니 얼마나 걸릴지 모릅니다 . 좀 기다려 주세요 "
라고 말씀을 드리는데 옆 평상에 앉아 장기나 바둑을 두고
계시던 아저씨들이 그 이야기를 들었나 봅니다
" 아무개 씨네 댁에 인터넷 설치해 ?"
" 그럼 우리가 도와야지 ~"
하시더니 동네 어디선가에서 사다리 등을 꺼내 오십니다 .
제가 더 어리둥절 합니다 .
당시는 IMF 로 일용직 근로자분들이 새벽에 일을 못 구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그 분들 인거 같습니다 .
그중에는 전기 기술자 분들도 계시고
형님 뻘 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
아랫동네에서 선을 이어 온다는 얘기를 들으시더니 전기기술자 한 분 두 명이
양쪽에 전봇대에 올라가고 한명이 선을 올려 주면 금방 될 것 같다고 하십니다 .
저는 아랫동네에서 인터넷 신호가 들어 오는 선을 찾고 아저씨들이 선을 전봇대에 묶습니다 .
좌충우돌 우왕좌왕처음 해 보는 작업인지라
빗자루를 장대에 묶어 선을 끼워 올려 보기도 하고
뭐가 잘 안 되면
이래라 저래라 소리를 질러가며 일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
정말 8 시간을 모두 쓸 각오로 왔는데 두 세시간만에 일이 끝나버렸습니다 .
제가 더 어리둥절 했습니다 .
아저씨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상으로 돌아가 장기를 두려고 합니다 .
아주머니는 그런 관경에 또 우십니다 .
아주머니가 다시 내민 5 천원을 받고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데
저 역시 눈물이 날려고 합니다 .
많은 것을 배운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
짠하네요 힘들었지만 좋은 추억이 있다는건 행복한겁니다.
메가패스 ADSL 시절..
하....
KT 보다 더 진짜 KT인 분
정말 이 놈의 나라가 못 망하게 하는 사람 중에 한 분이시네요!
감사합니다 매번 신세 톡톡히 지고잇네요
눈물이..ㅠㅠ
전봇대 아무나 타는게 아닌데....한번에 수백명 모집해서 한번에 올라가야 하는 작업인데...
일당보다 더 비싼일을....
그렇게 그 아들은 게임 폐인이 되고. ㅠㅠ
전화세가 몇만원씩 나오고ㅠ
공부하라고 사준 콤퓨터가 채팅기계가 되고ㅠ
ㅜㅜ
이런글이 베오베로 못가면 어떤글이 베오베에 가야하는가…
예전에 봤던 글이네요
그때도 참 기분 좋고 감동 적이였는덕
수년이 흘렀지만 지금 또한 기분 좋고 감동적이네요
몇년이 흘러 이글을 다시봐도 감동은 사그러들지 않을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