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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신, 팔자라는 게 정말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여행갔다가 신기한 경험을 해서 모두와 의견 나누고 싶어 글을 씁니다.
제가 원래 혼자 여행다니는 걸 좋아하는데요,
도시보다는 자연 속에서 노닐 때 가장 행복하고, 언젠가 그렇게 살고싶어서 1~2달에 한 번은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이번에는 숲길, 바닷길을 좀 실컷 걷고 싶어서 목적지 없이 조그마한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흰 개가 갑자기 나타나더라고요.
햇살이 엄청 뜨거운 날이라 헥헥대면서 오는데 불쌍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우쭈쭈 하면서 쪼그려앉아 손을 대니 처음에는 슬금슬금 피하다가 이내 할짝할짝 핥았어요.
마침 가지고 있던 물을 줬는데, 마시지는 않더라고요. 경계하는거 같기도 하고..
매우 말라있어서 안타까웠지만, 요기할만한 거리는 가진 게 없어서 "안녕~" 인사하고 다시 걷는데, 그때부터 저를 계속 따라왔어요.
첨엔 조금 따라오다 말겠더니 했는데, 근 2~3시간 가량 꽤나 먼 거리를 계속 따라오더라고요;;
주인이 없는 개 같았지만 그래도 원래 살던 동네에서 너무 벗어나면 인적도 없는 숲길에서 굶어죽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마침 바닷가에 휴게소 같은게 보이더군요. 거기에 할머님들이 앉아계셨는데 그곳에서 작별했어요.
사실 이 개를 만난 게 신기한 일은 아닌데, 일단 이날 있었던 일들이 모두 조금 평범하진 않은 느낌이라 서술했고요.
이 개가 아니었다면 중간에 멈춰서 점심식사를 했을 것 같아요. 근데 이 개를 일단 인가에 데려다줘야할 것 같아서 계속 걸은 거거든요.ㅎㅎ;
신기한 경험은 이 다음부터 시작됩니다.

저는 계속 걸었어요. 한 10분 가량 걸었을까?
아까와 같은 휴게소같은 곳이 보였어요. 절벽 위에 있는 작은 해녀의 집(?) 느낌이었는데요.
해삼, 멍게, 전복 등을 판매하는 허름하고 작은 곳이었어요. 하지만 아래로는 아득한 절벽으로 이어지고, 바위에 파도가 철썩이는 무진장 멋진 곳이었죠.
경치에 감탄하여 "한 잔 하고 갈까?"생각을 했지만, 얼핏 보니 테이블이 없더라고요. 
딱 한 자리 남아있는데 파라솔이 없는 자리라 너무 뜨거워 보였고, 결국 그냥 지나쳤죠.
그렇게 지나쳐서 조금 걷는데, 왠지 너무 아쉬운거예요. 왠지 저기 가야할 것 같은 느낌??
무언가의 끌림에 찜찜한 마음으로 다시 발길을 돌려 그곳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렇게 해삼 한 접시를 시켜 소주한 잔 하며 옆 테이블 아줌마 아저씨들과 수다를 떨었던 것 같아요.
1시간 가량 수다를 떤 뒤 옆 테이블 사람들은 모두 자리를 떴고, 저는 아직 남은 소주와 안주를 먹고 가려고 잠시 한숨 돌리고 있는데
50대 초~후반 정도 되어보이는 민머리의 아저씨께서 다가오시더라고요.
첨엔 이상한 사람인 줄 알고 경계했는데, 알고보니 그 가게 사장님이었고 동네에서 '법사'님이라고 통하는 분이었대요.
암튼 그분이 오셔서는 자기가 원래 이런거 상관 안하는 사람인데, 하도 시끄러워서 왔다고 하시더군요.
전 어리둥절 ㅋㅋ 혼자 얌전히 경치 보고 있었는데 뭔 소린가 싶었어요.
그런데 이어서 하시는 말씀이, 너 뒤에 조상신 두 분이 하도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팔자대로 못살고 헛짓하는거 보고 하도 안타까워서 얘기좀 해주려고 왔다고 하시더군요;
무슨소린고 하니... 

너는 원래 무당도 될 수 있는 팔자라고.. 근데 거기(여기서 거기란 도시를 말하는 듯)서 그러고 있으니 가슴이 안답답하고 배기겠냐고..
너네 엄마도 하늘에서 슬퍼하고 있다고(여기서 소름; 울 엄마 어릴때 돌아가심;;)..
지금 엄마랑 너랑은 안 맞는 팔자고, 너네 아빠한테 조상신께서 불만이 많다고.. (지금 새엄마 있는데 연락도, 인사도 안함. 나도 새엄마도 서로한테 상처주는 말 많이 해서 이제 돌이키고 싶지도 않고, 그냥 남남처럼 지내고픔..; 울 아빠랑 나랑은 사이 좋은데 아빠가 독실한 크리스찬이라 원래 집안에서 지내던 지사를 없앤 장본인임.. 나도 어릴 땐 교회다녀서 제가 안지내는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걍 암생각없음.. )
너 술 먹으면 끝장 보려는 것도(취해서 잠들때까지 많이 마시는 스탈이라 고치려고 엄청 노력함;;) 너 따라다니는 조상신땜에 그런거라고..
술먹고 인성 변하는것도 그 조상신이 그런거라고...(술이 들어가면 뭔가 화가 남.. 그래서 앞의 사람을 엄청 면박줌.. 이것도 고치려고 엄청 노력중이고 지금은 거의 고침.. 정신 똑바로 차리면 안그러더라고요..)
너네 할아버지랑 똑같은데, 그게 네 조상신 때문이라고.. (울 할아버지 술버릇 더러웠음.. 지금은 돌아가셨고, 돌아가신게 천만다행이라 생각했을 정도..)
물에서 살아야 네가 산다고.. (여기서 또 소름돋았던게 전 늘 물을 그리워하고 좋아했거든요. 지금도 사실 직장 다 관두고 바닷가로 이사하려고 고민중.. 이 고민이 그냥 뜬구름 잡는 고민이 아니라 실제 땅값이나 집값도 알아보는 중인데, 현실적으로 진지하게 알아본 것은 1년 가량 되었어요. 직장이 아무래도 젤 맘에 걸려서 여행으로 허한 마음을 달래곤 했는데, 이제 못 참겠단 생각이 들어서요. 아버지랑도 상의했고, 이번 년도 안에 떠나는게 목표..)

뭐,여자 혼자 바닷가에서 쓸쓸하게 경치 감상하고 소주 먹는거.. 흔한 풍경은 아니라 그냥 대충 찍었을 수도 있겠지만..
엄마 돌아가신거랑, 술버릇같은건 제 정말 친한 지인들 몇몇만 알거든요.
평소에는 술도 자제하고, 엄마 돌아가신것도 별로 떠벌리고 다니는 스탈도 아니고..
새엄마랑 사이 안좋은것도 알고..
뭔가 저를 알지 않으면 모르는 사실관계들이 딱딱 맞아서..
그리고 저 얘기를 듣는데 갑자기 막 눈물이 나는거예요. 이때 소주 4잔 마셨나? 그리 많이 마신 상태도 아니고 (저 2병까진 멀쩡한 스탈이라.. 3명 이상부터 술취함 ㅠ)
뜬금없이 눈물이 막 나는게 너무 황당해서 "어. 제가 왜이러죠? 갑자기 눈물이 난다고."했더니
"다 보인다고. 내가 니 맘을 알아주고, 네 조상신이 알아주니까 위로를 받는 거라고.."
이렇게 말하시더군요.

여기까지 대화를 하고 좀 이따 자기 친구가 와서 한 잔 할테니 술이나 한잔 먹고 가라고 하셔서
회랑 술 얻어먹구 왔습니다.
막 다정하게 말씀하신건 아니고 툭툭 던지듯 무심하게 말씀하시는데 왜이리 위안받는 느낌이 든건지;;
저 기독교인이라 무당같은거 안믿었거든요.. 귀신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성격에도 나옴) 그게 나와는 관계없는 거라고 생각했었고..

그 법사님께서 "뭘 어떻게 해라"라고 말하신 건 없고요. 그냥 이러이러하니 이건 알아두고 잘 살거라. 이런 뉘앙스였어요.
길을 딱 말해주면 오히려 편할 것 같은데, "조언은 해주지만, 판단과 결정은 네가 하는거다"라는 느낌?

혹시 이런 쪽으로 아시는 분이나, 비슷한 경험 하신 분 있나요?
글로 써서 별로 안 신기해보일 수 있겠는데.. 막상 그때는 뭔가 귀신에 홀린 듯한 느낌이었달까..;



댓글
  • 다잘될거야!! 2017/05/26 17:20

    전 있다고 믿어요... 어릴때 키워주시던 할머니가..
    늘 절 지켜주신다고 믿으며 살아갑니다..
    갑자기 할머니가 보고싶어지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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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사=슈레딩거 2017/05/26 17:21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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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맛쵸파 2017/05/26 17:24

    저도 크리스챤이고 어쩌다보니 무속인 형이랑 동거중인데 사주니 조상신이니 확실히 있는거 같아요. 옆에서 보면 절대로 통계적으로 때려맞추기 불가능한 것들도 맞추고 나만알고있던거도 알때도 있고 하는거 보면.. 물론 그런걸 맹신? 하는건 안좋겠지만 조언삼아서 듣고 참고 해서 나쁠건 없다고 봅니다 ㅎ 종교를 떠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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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님이^^* 2017/05/26 17:28

    신점보러가면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신점보러가서 앉아있으면 앞에앉으신 무당께서 저에대해 쓰신글처럼 막 이야기하세요..
    주저리 주저리.. 절 알고있는사람처럼.. 신기한일 많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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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견우별 2017/05/26 17:31

    저는 가끔 저 혼자 부끄러운짓 할때 조상신이 보고 있으면 이거 어떻게 하나....이런 생각 들때마다 혼자 부끄러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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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부기냥 2017/05/26 17:36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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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nceux 2017/05/26 17:37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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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겨찾기(A) 2017/05/26 17:38

    옛날에 흰 개가 귀신 보는 개라고 해서  귀신 쫓을 용도로 많이 키우긴 했죠.   사람이 죽으면 나비가 나타나 휘 돌아보고 가거나 하는 일화 혹시 들어보셨나요?  그런 거 처럼 단순히 개는 아니고 님을 인도하려고 개의 모습을 빌어 나타난  조상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님을 많이 아끼시나봐요.
    시간나면 언젠가라도 괜찮으니 밤 10시 넘어 새로한  밥과 새 국으로 수저라도 놓아보면 약식의 제사가 될지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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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셋별넷 2017/05/26 19:15

    있어요.  없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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