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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날 마지막으로 만났던 단골손님들

(캡처 텍스트가 흐려 다른 곳에서 텍스트 찾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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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음식점 폐업하기전 주류거래처 담당자분이 전화가 오셨더라구요.


폐업하고나서 생맥주기계랑 쇼케이스랑 이런것들 반환신청을 한지 좀 되었는데


반환하시는곳이 많아서 이제야 연락드렸다면서 오늘 오후에 회수하러 올테니


가게 문좀 열어달라구요.




그래서 배달대행일 쉬고 오늘 집근처 제가 운영하던 가게로 가서 문을 열었습니다.


가게 불을 켜니 제법 그동안 먼지도 많이 쌓여있고 무엇보다 2층 창문에


"임대문의" 라고 써놓은 공인중개 플랜카드가 눈에 보여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 4시간정도 문을 열고 주류업체를 기다리는데...


한 세달여만에 가게 문을 열고 불을 켜두어서그런지 손님들이 몇몇 오셨습니다.


물론, 다들 전부터 가게를 찾아주시던 고마운  단골분들이었기에


이제 폐업을 했다고 다시한번 감사와 작별의 말씀을 드리는데 뭔가 아쉽더군요.




원래 그냥 텅 빈 가게에 혼자 주류업체 담당자분 오기만 기다리고 있던중이었는데


아무리 폐업한 가게지만 영업하는지 확인하러 찾아온 단골손님들께 먼지 쌓인


모습은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빗자루들고 바닥도 쓸고 행주적셔서 테이블도 좀 닦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폐업할때 정신도 없었고 그리고 나 망했다하고 광고하는것같아


폐업이라는 안내문을 써 붙이지 않았기에 오늘 가게에 내가 있는동안 혹시라도


찾아주시는분들이 계시면 작별인사겸 감사인사도 전하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근처슈퍼에 가서 쵸코파이 2상자와 캔커피를 한박스 샀습니다.


임대문의 라는 플랜카드가 붙어있음에도 가게 불이켜져 있으니 손님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이신지 가게로 올라와주시더군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폐업했는데 이제야 알려드리네요. 죄송합니다 라는 멘트와


쵸코파이와 캔커피를 하나씩 드렸습니다. 음식은 못드리지만 이거라도 맛있게


드시라구 말이죠...손님들은 아쉬워하시며 제가 드린 쵸코파이와 캔커피를 하나씩


받으시고 가게를 떠나셨는데 모두들 나가시면서 하는말씀이




"사장님~진짜 음식 맛있었습니다. 너무 아쉬워요" 라고 하시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제가 결국 눈물을 흘리게 만든게...


제가 가게 운영할때 단골손님중 아버지가 8살 딸을 데리고 꼭 둘이 오셔서


음식을 드시는분이 계셨는데, 제가 막 가게를 나서기 직전쯤 마지막으로


그 부녀가 가게로 올라오시더군요.




제가 기억하는게 저희가게 영업시간이 밤9시에 마감인데 항상 9시 좀 지나서


같이 오셨던걸로 기억합니다.


참고로 그 부녀손님의 아버님은 양손 손가락이 모두 절단되셨는지 2개, 3개밖에


없으시고 항상 제 가게에 오시면 아버님은 딸의 손에 이끌려 가게로 오셔서


음식을 드시곤 했는데, 8살 딸이 항상 뭐하나를 먹어도 아버님입에 먼저 넣어드리고


아버님은 젓가락질을 힘드신지 수저로만 식사를 하셨는데 수저로라도 딸에게


하나씩 뭐라도 먹이시고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단골손님이었고..


그래서인지 영업시간 이후에 찾으셔도 저는 그 부녀손님께만은 항상 다시 조리기구들을


켜서라도 음식을 해서 드렸었습니다.




근데 오늘 제가 폐업을 했다고 말씀을 드리려는데...


8살짜리...아니 이제 9살이군요...눈물이 글썽글썽해져서는...


"아저씨..이제 여기 문 닫는거에요...?" 라고 말하는데 저도 모르게 왈칵했습니다.


눈물이 나올까봐 딸에게 남은쵸코파이중 1박스를 주면서 "아저씨가 미안해" 라고


사과를 했는데 딸이.. 감사합니다 라며 결국 울더군요




아버님께는 제가 캔커피를 드리면서 "너무 죄송해서 어쩌죠?" 라고 하니


아버님이 같이 앉아서 커피한잔해요~라며 웃으며 말씀하시더군요.


같이 그렇게 폐업한 가게에 앉아서 캔커피 마시며 얘기를 하다가 아버님이


말씀하시길...




저희 식당을 유독 딸이 좋아했던게 아버님 손가락이 신경쓰이셔서 그동안은


1층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식당은 피하게 되었는데 제 가게는 2층이라서


다른사람들한테 잘 보이지도 않고 늦게와도 제가 항상 음식을 해주어서 다른사람들


눈치안보고 음식을 먹을수 있었다고 이제라도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셨습니다.


아버님이 딸이 어릴때 공장일하시다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나셨고 이혼까지


하시는바람에 딸과 둘이서 산다고도 뒤늦게 말씀해주셨구요..




그러시면서 아버님이 제게 핸드폰번호를 알려줄테니 다음에라도 음식점을


또 하게되면 꼭 알려달라고...꼭 딸이랑 찾아가겠다고 하셔서 번호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얘기좀 나누다가 부녀손님이 나가면서 아버님은 꾸벅 고개숙여 인사를


하시고 딸을 손을 흔들면서 저한테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아저씨. 아저씨가 만들어준 피자랑 돈까스가 제일 맛있었어요!!"




부녀 손님이 떠나고 가게 불을 끄고 집에 가려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던지


결국 폐업한 가게 의자에 앉아서 한참을 펑펑 울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이..."정말 맛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펑펑울고 집에 오니 와이프가 "오빠 눈이 왜그래? 그러길래 눈을 보니


뻘겋게 부어올라있네요ㅎㅎ 와이프한테 웃으면서 말해줬습니다.


오늘 가게에 잠깐 갔었는데...단골손님들이 나한테 내 음식이 정말 맛있었대~


라고 말하고 같이 웃었습니다.




다시.......제가 음식점을 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제가 빚도 다 갚고 나중에라도 정말 여유가 생겨서 다시 음식점을 하게되면


그때 제 가게에 첫번째 손님은 그 부녀 손님을 초대하고 싶네요.


아마도 그 때가 온다면 그 딸이 예쁘게 잘 자란 모습으로 아버님의 손을 잡고와서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면 참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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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그때그때 2022/01/26 14:27

    가게에 손님이 없어서 부녀가 갔었던거네
    사람들 신경 안 쓰고 먹을 수 있는곳이 최고지

    (EJPvDc)

  • 놈비바띠 2022/01/26 15:00

    이제까지 사장님이 장사했던 모습이 보이네요^^
    잘하셨던거 같아

    (EJPvDc)

  • 趙雲 2022/01/26 15:15

    운이 닿는 때 라는게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저랑 같이 운동하던 1살 위 형님도 20대때 처음 음식사업 시작했다가,
    월급쟁이 실장으로 한참 일도 했다가, 우여곡절끝에 몇 년 전에 음식점을 다시 개업했었는데,
    오시는 손님들 마다 음식에 대한 평도 좋고, 재방문율도 괜찮았는데
    찾아주는 손님들의 절대수가 턱없이 부족해서 수개월을 힘들게 힘들게 버티다
    끝내 가게를 정리하고 다른 분께 넘겼는데, 인수하시는 사장님이 형님을 고용해서 주방을 맡겼죠.
    특이한 케이스죠? 본인이 주인으로 있던 가게를 남에게 넘기고 그 가게에서 주방장을 한겁니다.
    근데! 장사가 서서히 잘되기 시작하더니 배달도 시작하고 하니 매출이 쭉쭉 오르는겁니다.
    그 형님이 개업전에 저한테 매출 얼마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매출의 2배 정도로...
    결국 인수한 사장님은 2년여간 유지하시다 여전히 한창 장사가 잘되고 있을때 보증금 두둑히 받고
    가게를 또 다른 분에게 넘기셨고 형님은 지금 다른 일을 하고계시죠...ㅠ
    가끔 통화할때마다 형님은 다시 요식업 하셔야한다고 응원하는데...
    그런거 보면 아쉽고 안타까우면서도 정말 운이 닿는 시기가 있는건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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