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건 쥐뿔도 없는 72년생 쥐띠
언제가 어딘가에..
꼭 한번은 풀어보고 싶었던 이야기..
요즘 몸 아프니 더 자주 드는 생각..
평강공주와 바보온달..그게 딱 내 얘기임..
고구려 평원왕과, 신흥무장세력 온달의 정치적 결합이 아닌..
진짜 동화같은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같은 스토리..
내 인생에 3대 미스테리임..
1.그녀가 나랑 결혼해 준 것..
2.내가 당뇨에 걸린것..
3.우리 애들이 공부를 너무잘하는것
가난한집 장남에 돈도 없고
키도 호빗(와이프님 보다 작음)
성격도 그닥 진심 남들 앞에 내세울 것 단 0.01도 없음..
핑계지만 어렸을적 척박하게 자라 많이 배우지 못함..
19살에 공고졸업,어차피 대학은 내 계획에 없었음,
20살 되기 기다려 곧바로 자원입대..
22살에 전역..딱 일주일 후 숙식이 제공되는 주유소 취직~
주경야독(?) 했음..
정년이 어느정도 보장되는..그리 좋은 직장은 아님
계획하고 있는 회사 취업을 위해 자격증 취득..
그래도 여기만 합격하면 무시 안 당하고
평생 밥은 먹고 살수 있을 것 같았음...절박했음
주유소사모님이 운영하는 미용실 기름 배달 다녀오는길
(미용실이 지역에서 엄청 유명한 미용실 임..
그 화려함 속 22살 나는 너무 초라했음)
서점 들렸더니.. 예상 시험일자가 딱 떠 있음..
주유소그만두고 모은 돈으로 학원등록하고
독서실 구해 하루 12시간 공부함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시험이었는데..
공고 출신이라 기초가 없으니..
정말 처음부터 막고 품어야 했음
이때 공부한 한국사 과목이 너무재미있어 평생의 취미가 됨
학벌도 그렇고 몇가지 제약으로 정식 공채 지원 못함..
기술직 비슷하게 제한경쟁채용 지원 ..생각도 안했는데..
덜컥 23살 최연소 공채 합격..
공중전화기..자동 응답기로 들려오는 “ 합격 축하드립니다” 이말이 아직도 들림..
(나중에 알고보니 그때까지는 남직원 중 역대 최연소..)
나 한명 때문에 회사차량 보험연령을 다 바꿈~
나랑 와이프세대가 IMF를 직격으로 맞은 세대임..
취직이 눈물나게 힘든시기였음..
힘들단 표현보다 채용하는 곳이 아예 없었음..
공무원도 조기퇴직 시키는 시기였음
다행이 나는 고졸이라 95년도 IMF 오기전 반짝 활황일 때..
(우리 본부에만 입사 동기 수백명)
물 들어올 때 살짝 노젓는다고..진짜 운 좋아서 합격..
와이프님 동기들은 IMF때 극소수 채용으로
기존과는 근본이 다른 엘리트..
이 시점부터 우리 회사가 정년보장 메리트로
인기가 좀 좋아짐..
와이프님..
무남독녀 외동딸에.. 아버지 일찍 돌아가심..
그렇다고 어렵게 자란건 아님....
장모님 와이프님께 모든 인생을 올인..
지금도 장모님 노후는 걱정 없고..
우리 애들도 장모님이 다 키워주심..
키(169.4),뽀얀피부, 날씬하고, 예쁘고,
성격도 상냥해..업무처리도 뛰어남..
확실히 우월한 유전자임..모든 남직원들이 선망의 대상..
심지어 살림도,요리도,육아도
이 사람은 모든게 인생 3회차 같음..신기했음..
심지어 취미가 운동, 거문고인데...
얼마전에 바프사진 찍고..거문고 공연도 다님..
심지어 노래도 가수 싸대기 날릴 정도임~
들이대는 남자가 한둘이 아님..
일단 보면 무조건 들이대고, 교묘하게 들이댐..
(난 애초 꿈도 꾸지 않아서 들이대지 않음)
내게 와이프님은 닿지도 보이지도 않는 구름속 별 이었음
와이프님 홍보파트에 잠깐 있을 때..
외부 교육 나가면..꼭 몇 명은 우리회사 인맥 총동원해서 소개시켜 달라고 난리남..
본부장 및 지사장등 관리자 분들 엄청 며느리 삼고 싶어하심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할 얘기지만, 어쩔수 없이
몇분 자제들 만나는 봤다고 함)
와이프님도 한두번도 아니고 이게 엄청 스트레스였다고 함
난 약간 까칠했음..좀 4가지 없어다고 해야하나..?
암튼 회사에서 평이 별로 안 좋았음..
혼자하는 취미를 좋아해서.. 친구도 별로 없고..
주위에 사람도 없음....지금도 친한 몇사람만 교류..
나도 나름 이유가 있었음..처음엔 정말 치열하게 성실했음..
너무 어리다 보니..모든 심부름을 다 시키고...
잡무는 다 나한테 떠 넘김..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안다고~
내가 하는게 당연하고..안하면..게으르고 나쁜놈이 되는거임
같은 29살 입사 동기에게는 그런일 없었음..
심지어 센터장이 사무실에서 좋은 물 먹자고 자기동네 지하수..출근할때 2통씩 떠오라고..그런것까지 시킴..
살기위해 좀 까칠해 졌더니..평이 좀 안좋아짐...
그러다 우연찮게..진심 우연찮게..같은 팀 근무..
나는 입사 9년차 , 와이프님은 입사 4년차 쯤..
(지금 생각해보면 불가항력적인 운명 같은게 있었음)
난 역시 한번도 들이대지 않았고..
그리고 친절하지도 않았음
(울 와이프도 나 처음봤을 때 유부남인지 알았다고..ㅠㅜ)
그냥 저냥..근무하다 업무 때문에 티격 태격도 많이함..
그러다 대화중~ 우리가 같은 초등학교 나온거임
이때부터 추억돋는 얘기도 좀 하고.. 쬐끔 친해짐
(썸은 전혀 없었음)
그리고 수십번의 회식이 있었고..
운명의 어느 회식날, 3차까지 가서 여차저차 하다..
팀장님이 늦었으니 와이프 집에 데려다 주라고 함..
(후일 팀원 전체가 오래전부터 모의된 작전 이었다고 함)
우린 그전에 썸같은 전혀 없었음..
집이 멀지 않아.. 둘이 도란도란 얘기하며 걸어감..
약간 취기가 올랐음..크게 심호흡 한번했음..
내가 상상할수 있는 모든 우주의 에너지를 모았음..
심지어 어렸을적 살려준 개구리에게도 에너지를 부탁했음..
(농담 아님)
최대한 자연스럽게 “툭“ 한마디 내뱉음..
여O씨 낼 드라이브 갈래요...?
그랬더니..
그랬더니..
그랬더니..
그말 한마디가 내 인생을 바꿈..
”그럴까요“ 이럼
..순간 내 귀를 의심했음..태연한척 했지만..
심장은 이미 안드로메다..잘못 들었나 하고...
재차 확인 "10시까지 집앞으로 갈까요..?"
짧게...네” 한마디...여기서 다리 풀림..
우리 집은 멀었는데, 걸어갔음,근데 신기한 경험을 함.
걸어가는데 꿈속 마냥 뒷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거임..
봄날 봄꽃같은 노란투피스 그녀는 산들산들 했음
산수유 흐드러진 19번국도 섬진강변 드라이브 다녀옴
그렇게 첫 번째 데이트가 시작됨..
난 내 도끼가 날카롭지 않기에 몇번 더 찍어볼 생각..
단 1도 없었음..
날카롭지 않은 도끼로 찍어봐야 서로 아프기만 함..
그리고 4번째 드라이브
개심사목장길 들려 해미읍성 코스였음
고즈넉한 해미읍성 걷는데,. 그녀가 처음 팔짱을 껴줌
난 아직도 심장 터질듯한 그 순간을 잊을수 없음
그렇게 조심스런 사내 비밀연애가 시작됨..
사내 비밀연애는 복사기도 안다지만
그래도 우리는 직렬이 달라 사무실이 분리되어 있어 비밀을 오래 유지할수 있었음..
(솔직히 사무실이 달라 그런것도 있지만..
도저히 상상할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렇게 비밀연애 몇 개월 하다..서서히 꼬리가 밟힘..
둘이 결혼다는 소문이 회사에 돌 때..
거의 만우절 거짓말 같은 분이기였음..
설마..설마..그러다 그것이 진실임이 밝혀질 때
수많은 남직원들이 허탈감과..
일부 황당하게 안좋은 소문도 나고 그랬음..
와이프님 안쓰럽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대다수 아닌
모두의 의견..
시간좀 지나고 직원들 나한테 비결을 물어봄..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고 함..솔직히 지금도 모르겠음..
이 말은 한건 기억남..
”한밤중에 감 하나 딸려고 장대를 뻗었는데..
별이 들어 있었다고”
그렇게..
2004년 3월26일 첫 드라이브를 했고
2005년 3월26일 결혼함..(1주년에 결혼한건 우연임)
그렇게 결혼후 애 둘낳고 사내커플로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음..
회사에 사내커플은 정식규정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상피제가 적용되서 서로 다른 지사 근무해서 회사에서 얼굴 볼일은 없음..
지금도 가끔 물어봄..
그때 왜 나랑 결혼해줬냐고..?
와이프님 웃기만 함..
또 물어봄..
지금까지 들어본 유일한 한마디는
“그땐 내가 순진해서 그랬어” 이말임..
몸이 병드니..
와이프님께 제일 미안함..
장담은 못하지만..
와이프님께 멋진 노후를 선물하고 싶음..
협심증이나 당뇨합병증으로 ~
와이프님 고생 안시키기 위해..
난 매순간 최선 을 다 할거임..
https://cohabe.com/sisa/2271293
그녀는 왜 나랑 결혼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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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 다 못읽엇지만 행복하세요.
평생 업고 다니시란~~~
햄볶스시고요~~!!!
멋진 표현이네요.
축하드립니다....전생에 안시성을 지켰던 성주였을겁니다.
행복하게 사세요.
나중에 멋진 노후 글도 올려주세요~ ^^
전 다 읽었습니다. 뷘님의 눈은 정확하군요. 행복하세요 :)
”한밤중에 감 하나 딸려고 장대를 뻗었는데..
별이 들어 있었다고”.....이부분이 확 와닿네요.
전생에 거북선 조타수
“한 밤 중 감 하나 따려고 장대를 뻗었는데 별이 들어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왜 아내분이 시집가셨는지 알겠네요 ㅎㅎ
당뇨병은 생활습관을 고치면 낫는 병임.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
행복하세요
건강하시구요
저도 다읽음
내얘기 하는줄ㅎㅎ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 듯 합니다 !! ㄷㄷㄷㄷㄷㄷㄷㄷㄷ
와이프님께서 사람보는눈이 탁월하셨군요 ㅎ
아...정말 너무 잼나게 읽었습니다. 오래오래 행복하셔요 ㅎㅎㅎ
글 속에 행복함이 전해지네요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