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흡연글 베글 보고 떠오르는 금연 해프닝

삼성은 국내외 여러 사업장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기흥사업장임

고속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나름 접근성 좋은 곳이지만

주변 지형은 고저차가 꽤 있는 곳이라 사업장 내외를 왔다갔다하긴 좋지 않은 곳이다

베글 베댓들 보면 알겠지만 삼성은 시업장 전체가 금연이라 담배를 피우려면 일단 사업장 밖으로 나가야 한다

담탐을 하는 장소는 여러군데가 있지만

우리가 일하던 데에서 가장 인기좋은 곳은 사업장 내부 순환 셔틀버스를 타기 좋은 후문 언저리였음

후문을 나가서 좁은 도로 하나를 건너면 바로 편의점틱한 슈퍼가 하나 있었는데

이 슈퍼 사장님은 흡연자들을 꾀어오기 위해서 가게 바깥에 일회용 라이터들을 주렁주렁 매어놓았고

당연히 라이터 따로 가지고 다니기 귀찮았던 흡연자들애게 그 곳은 핫플레이스가 된다

더불어 담배 + 음료수 + 기타 이것저것 매출이 폭등하고 슈퍼 사장님 + 흡연자들 모두 윈윈하는 훈훈한 광경이 연출된다

그런데 어느 불운한 날

한참 금연 캠페인에 열을 올리던 삼전 사장님(또는 고위 임원, 편의상 사장으로 기술)께서

임직원들 금연 성과가 좋지 않았는지

다짜고짜 이 핫플레이스에 불시방문하시게 된다

담배 피우는 것만으로 죄인 처지가 되어버린 평사원들은 전전긍긍하게 되고

삼전 사장님께서는 거기 모인 직원들에게 준엄한 시범케이스적 경고를 날리고 싶으셨는지

급기야 흡연자들의 명단을 적어가려는 시도를 하시게 된다

이걸 지켜보던 슈퍼 사장님은 극대노하시게 된다

저 훌륭한 고객분들께서 엄벌을 받고 높은 분들께서 암행순찰을 나온다는 얘기가 퍼지면

슈퍼는 핫플레이스가 아니라 추운 바람 부는 북극 그 자체가 되어버리게 되는 거다

당연히 매출은 ㅈ망할 것이고.

그리하야 슈퍼 사장님은 화웅의 목을 베러 가는 관우마냥 용맹하게 뛰쳐나오셔서

삼전 사장님께 일갈하니.

[당신이 뭔데 남의 영업장에서 고객한테 이래라 저래라 ㅈㄹ이야?]

삼전 사장님 및 수행원들은 이 묵직한 일갈에 다들 굳어버렸고

그 주변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기 그지없었으나

곧이어 터진 슈퍼 사장님의 

[상사면 부하들 보듬어주지 못할망정 혼쭐을 내기나 하고]

[당신 뭐하는 사람인데 일은 안하고 남 흠집이나 잡으러 다니냐]

[대기업 높은 사람이 주변하고 인화하진 못할망정]

등등 폭풍같이 몰아치는 슈퍼 사장님의 에미넴도 울고갈 랩질에

삼전 사장님과 일행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가운데

흡연자 당사자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더라 라는

전설같은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결국 흡연자 명단은 적어가지 못하였고

제발이 저렸던 흡연자들은 며칠 동안 슈퍼에 가길 꺼려하였으나

그만한 핫플레이스는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으매

곧 다시 북적이게 되었다 하더라

본인은 혐연자라서 당시 그 자리엔 없었으나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옆자리 동료가 하도 생생하게 전해주었고

화장실 식당 산책로 등 어딜 가나 당분간 그 에피소드가 들려왔으므로

과장이 약간 있을 순 있겠지만 실화 기반은 틀림없는 비사이다

참고로 근 10년은 된, 아주 오래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