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닌쟝 교양수업 듣던 시절
'종교와 유럽문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40대 중후반쯤 되어보이는 여자 교수님이셨는데
막 냉전이 끝나가던 90년 초에
쏘비에트유니온에서 석박을 나온 분이셨다.
사실 전공은 러시아 종교 문학 관련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러씨아 문학이야기를 해주시다
"니들 고골의 외투라는 소설 알지?
그 사람이 외투뺏겼다고 계속 불평하고
인생을 걸고 되찾으려고 하잖아.
그게 찌질한게 아니고
그 외투가 우리가 생각하는 외투가 아니다
거기서 말하는 외투는 이런 생가죽으로 만든 외투다.
이 외투는 거의 노동자의 몇 달치 월급에 해당될만큼 비싸다.
그럼 왜 이걸 입어야 하느냐?
안 입으면 죽기 때문이다."
라면서 본인의 썰을 풀기 시작하셨다.
대학을 나온 후 집에서 반쯤 점지해놓은 상대와 결혼을 하기 싫었던 교수님은 도피성으로 이제 막 허가되기 시작한 쏘비에트 유학을 충동적으로 갔다고 한다.
결정한 이유중에 하나는 집에서 잡으러 못올테니까..
여튼 그래도 당시에 여전한 냉전의 향기때문에
대도시로는 안보내주고 깡촌으로 가게되었다고 했다.(지금은 무슨 공국? 자치령? 이라고 하더라)
당연히 추울거라 생각하고 당시 시장에서 제일 품질좋다는 패딩을 사서 갔는데 거기 도착하자마자 9월인데도 영하 10도를 찍고 있는 날씨에 속수무책으로 덜덜 떨었다고 하더라.
대충 이런곳에서 홈스테이를 시작하게된 교수님은
동네에서 최근에 죽은 할머니의 남는 '외투'를
동네사람들이 챙겨줘서 살아 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썰1 : 니들은 이게 안개로 보이지?
사실은 안개가 아니라 공기중의 수증기가 얼어버린거다.
-30°C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안개처럼 공기가 얼어붙는다.
그럼 손을 뻗어 허우적 거리면 공기가 느껴진다.
썰2 : 낚시를 하면 바구니를 가져가지 않는다.
꺼내자마자 물고기가 얼어죽는다.
들고와서 창고에 널어 놓는다.
여름까지 얼어있다고..
썰3 : 사냥을 가서 엘크를 잡으면
가죽을 벗기고 창고에 매달아 놓는다.
그럼 봄까지 얼어았단다.
겨울에 먹을때는 도끼를 들고가서 고기를 잘라온다고 한다.
그뒤에 냉장고에서 '해동'을 거친후에 요리한다고..
같은 원리로 사장에서 아이스크림은 밖에 내다 두고 팔고
병에 든 음료수는 냉장고에 넣어 놓고 판다고 한다.
여튼 교수님은 이런 모자를 쓰지않으면 실제로 급사할수도 있는 곳에서
석박을 보내고 서류를 내기 위해 들른 모스크바에서 실시간으로 레닌동상 모가지가 쳐지는걸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왜냐? 냉전이 끝나면 가족들이 잡으러 올까봐 ㅋㅋㅋㅋㅋ
근데 그러고 결국 박사따고 돌아왔는데
집에서 반쯤 정해준 사람이 자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어서 그게 맘에 들어서 그 사람이랑 결혼하고 잘 살고 있다고..
우와 말만 들어도 춥네...
그니까 레닌의 목을 자르면 결혼할 수 있다?
고골의 외투는 영화도 있어요.
유튜브에서 볼 수 있어요.
흑백 무성영화에요.
기괴한 느낌을 잘 살린 영화에요.
에이 설마 하고싶어도 반박시 너 대학원 이럴까봐 하지도 못했을듯
러시아인 : 정말 얼어죽어도 아이스아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재밌게 읽었는데....
블라디보스톡에서 영하 30도에 얼어붙은 바다를 가로지른 기억이 있는데, 블라디보스톡보다 1시간 북쪽의 도시에서 유학하던 친구말이
영하30도면 정말 따뜻해서 다들 팬티만 입고 나가 눈속에서 수영 할 정도라고 합니다.
영하40도를 넘어야 학교가 휴강하고 영하 50도가 넘어야 길거리에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니 한국의 겨울은 따뜻한거죠.
300짜리 라이터 하나도 목숨 걸고 찾던데…
연변에서 공부할때도 기숙사 방에 머리맡에 두고 잔 콜라가 얼어 터지는거 보면서 나도 얼어죽겠다 싶었어요
유난떠는거 말고, 진짜 그렇게 춥다면, 걔네 왜 거기 살지? 하는 의문이 가끔 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