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고생인데…채팅으로 5000만원 뜯어낸 프로게이머

인터넷 상에서 채팅앱을 통해 만난 남성에게 여고생인 척 접근해 수천만원을 뜯어낸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프로게이머 지망생 A(24)씨를 검거해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4년 5월 채팅앱을 통해 만난 직장인 B(28)씨에게 자신을 10대 여고생이라고 접근해 연인사이로 지내자며 ‘차비가 부족하다, 병원비가 필요하다’고 속여 올해 4월까지 315차례에 걸쳐 5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다른 여고생의 사진을 자신이라고 속여 B씨에게 보낸 뒤 이른바 ‘사이버 연인사이’로 지내자고 속여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인 B씨는 실제로 A씨와 채팅앱을 통해 연인사이인 것처럼 지내며 돈이 필요하다고 할 때마다 월급의 대부분을 송금해 주며 어렵게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또 B씨에게 일을 해 돈을 갚으려면 자금이 더 필요하다며 사기행각을 이어갔고 더이상 돈을 마련하기 힘들었던 B씨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3년여 간의 사기행각은 끝이 났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프로게이머 지망생으로 활동하다가 중도 포기한 후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한 게임사가 국가대표로 지정해 줄 만큼 실력을 갖춘 프로게이머 지망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상대방이 여성인 줄 알고 3년 동안 꾸준히 모은 월급을 전혀 모르는 남성의 생계비로 부담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앱을 통한 랜덤채팅 사기가 증가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며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는 가급적 경계하고 상대방이 돈을 요구할 경우 절대로 송금하지 말고 신속히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