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로, 진보정당의 경우를 보지요. 여기서 진보정당이란 노정권보다 상대적으로 더 진보적이란 의미입니다. 노정권 당시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이었습니다.
민노당은 한 마디로 ‘전선 치기’를 잘 못 했습니다. 자신들의 주요 공격전선을 노정권과의 사이에 쳤던 것입니다. 물론 노정권은 권력의 일부나마 장악하고 있으므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노정권은 권력의 일부를 장악한 데 불과했습니다. 공고한 보수수구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권력과의 투쟁이라는 훨씬 더 중요한 전선을 거의 망각했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이전 글들에서 밝힌 대로 노정권의 과오가 더 큽니다. 다만 민노당의 책임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노통이 탄핵에 몰릴 때나 전효숙씨의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생트집을 잡을 때 민노당은 거의 방관했습니다. 천정배 법무부장관과 검찰이 맞부딪쳤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노정권과 노조 사이에서 중재노력을 시도한 바도 없습니다. 심지어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공조한 적도 있습니다. 노통의 대연정 제안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행태였습니다.
아마도 민노당은 노정권을 찌그려 뜨려야 자신의 힘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지지기반이 노정권과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 중에서도 민노당을 찍는 유권자는 극히 일부니까요.
그런데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공산당이 사회민주당에 대해 그놈이 그놈이라고 격렬하게 공격함으로써 나치스의 집권에 한몫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200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듯이 노정권의 지지율이 높을 때 민노당의 지지율도 높아지는 비례관계에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노정권과 민노당은 일반국민들이 볼 때 정도 차는 있으나 다 같은 좌파였습니다.
국민들이 인식하는 주요 대치전선은 ‘(노정권 + 민주노동당)/한나라당’이었던 것이지 민주노동당이 희망하는 바의 ‘민주노동당/(노정권+한나라당)’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습니다.
과거 중국에서 여러 세력들이 경쟁할 때 원교근공(遠交近攻)과 국공합작(國共合作)이라는 상이한 전략이 시행된 바 있습니다. 원교근공은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이고 국공합작은 항일전쟁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원교근공은 지리적으로 먼 세력과는 친하게 지내고 가까운 세력을 먼저 공략한다는 것이고, 국공합작은 국민당과 공산당이 서로 다투지만 일단 민족의 적인 일본과의 투쟁을 우선시한다는 것입니다. 전자가 패권을 추구한다면 후자는 민족의 이익을 앞세웁니다. 민노당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했을까요.
물론 민노당이 무조건 노정권을 지지했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는 노정권의 2중대로 전락하는 것이고 국민대중의 이익에도 반합니다. 노정권이 잘못할 때는 공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노정권이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수구세력과 싸울 때는 열린우리당보다 더 치열하게 그들과 싸워야 했던 것입니다. 필요할 때는 ‘노정권의 2중대’가 아니라 노정권을 끌고 가는 ‘국민대중의 선봉대’가 되어야 했던 것이지요. 이게 ‘일면 투쟁, 일면 견인’ 전략입니다.
민노당이 성장하려면 열린우리당을 욕하는 게 능사가 아니었습니다. 열린우리당 의원보다 진정성과 실력이 앞서고 대중과 더 열심히 호흡하는 게 정답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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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경제학자 故 김기원 교수께서 2012년 대선 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글을 보니 이번 2차 토론회에서 보았던 심상정 후보 태도와 그것에 대한 일반 시민들과 당원의 비판을 문재인 편들어달라고 땡깡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의당 내부인사들의 태도가 왜 그런지 대충 이해가 됩니다 십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의 진보정당은 아무 반성도 변화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진보정당에 대한 내용만 발췌하느라 앞 뒤 부분을 잘랐습니다 노조, 진보언론에 대한 내용도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일면 투쟁, 일면 견인’ 전략입니다. 공감합니다. 거기에 퍠쇄성의 자기양심을 벗어나야만..실제로 대범하게 투쟁에서도 신뢰와 지지라는 국민민자본 얻을 듯.(다른 방법으로는 실현 못함). 작은 당이라서 항상 내부 사람들이 중요할텐데...거기에 영향을 많이 받고요... 그럴수록 내부 개혁과 관리를 해내야만.. 지지 받을 정의당인것 같습니다.
100% 공감되는 글입니다...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지지기반을 아직도 못깨닿는건지 아는데 외면하는건지 모르겠으나, 모른다면 무능한것이고 외면하는거라면 당내 정치하느린 시대정신을 무시하는것이지요.
비공받더라도 짚고 넘어갈껀 짚고 할말은 해야겠네요
전선이 아니라 정체성을 포기하라는 소리밖에 안됩니다.. 이명박정부때 용산참사 가슴 아프게 생각하시죠? 노무현정권때 한진중공업 배달호열사를 시작으로 노동자들의 분신자살 정국이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에대한 살인적인 손배배상청구가 시작된거도 그쯤이었고 정부는 강경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명박근혜의 강정마을 파괴를 가슴 아파하셨죠?
평택대추리는 그것보다 훨씬 폭력적으로 빼앗겼습니다
바이마르공화국이야기 잘했네요
수정주의정당인 사회민주당은 세계1차대전을 동조했습니다 독일과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당시 노동자들도 애국이나 나름의 정의의 문제로 지지했구요..
공산당이 2차대전 직전 독일사민당이 나치당도 별차이없음을 그대로두면 또다시 전쟁에 찬성할것을
지적하는것은 당연한일입니다
전선이야기는 사실상 진보정당의 정체서을 포기하고 2중대가 되어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될수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문재인좋은 사람이고 저역시 그에 대한 뜨거운 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지지때문에 요즘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비이성적인 안타까운 글들이 많이보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 과거의 안타까움이 배타적 지지로 표현되는건 알겠지만 차후 이것이 문재인대통령에 대한 맹종이 될까 걱정됩니다
좋은 글 소개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