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서 사진 생활을 했더랬습니다. 큰 아이가 태어날 때 쯤 필름카메라에서 디카로 넘어가는 과도기였습니다. 그 시기와 맞물려 와이프는 아이가 태어났으니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진생활을 접으라고 통보를 했더랬죠. 캐논 AE-1으로 시작해 펜탁스의 MX, Z1-P를 거쳐 결국 니콘 F4S를 마지막으로 필름카메라를 접었습니다. 렌즈들은 펜탁스를 빼고는 기억이 잘 안나네요. 중고로 거래했어도 많은 돈이 투자되었습니다. 와이프가 반대할만 했습니다. 카메라 이외에도 필름, 인화, 필름 보관, 스캐너, 하다못해 모니터까지 바꾸는 등 돈을 잡아먹는 곳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결국 필름 카메라를 모두 정리하고 아이 사진 찍어주는 용도의 캐논 똑딱이 디카를 구입하는 것으로 사진생활을 접었습니다. 하지만 똑딱이 카메라는 제게 맞지 않았습니다. 그냥 셔터만 누르면 되는데 뭔가 허전하고 속이 터지는 느낌이 들었죠. 결국 아이 사진은 화질이 떨어지는 폰사진으로 찍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아이도 커가고, 하나가 더 태어나고, 스마트폰이 나오고, 기술이 발전해 그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똑딱이 디카를 마구 따라잡기 시작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여전히 허전한 점은 있었지만 휴대가 간편하고, 터치만으로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매력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둘째가 리틀야구를 하게되면서, 스마트폰의 카메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야구장에서 경기를 하거나 연습을 하는 아이들을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되며, 디지털 줌으로 당겨 찍으면 화질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렸습니다.
카메라에 대한 욕구가 마음 속에서 꿈틀댔지만, 와이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작년 11월 우리 아이들이 결승전에 올라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결승전이 열린 장충리틀야구장에 사진을 전혀 찍을 줄 모르시는 학부모 한분께서 빌려오신 캐논 EOS 750D에 18-55 IS렌즈. 그것으로 우리 아이들이 경기를 치르는 모습을 하나 찍기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를 다뤄본 사람이 없다보니 제가 찍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냥 조리개 우선으로 맞춰놓고 찍기시작했습니다. 망원이 아니다보니 많이 아쉬움이 남지만(크롭바디가 이럴 땐 좋았네요) 그래도 열심히 카메라에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복병으로 돌풍을 일으켜 결승까지 가버렸습니다. 비록 져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제게는 다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구에 불을 지른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카페에 올린 사진들을 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연사속도도 그렇고 망원렌즈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컸습니다. 조금 더 잘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열심히 카메라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동영상도 되면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 DSLR이나 미러리스를 열심히 알아봤습니다. 사진이 주가 되지만 동영상도 가능한 되도록이면 동영상 화질도 괜찮은 중급기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물가가 오른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카메라 가격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비싸더군요. 필름카메라 시절을 생각했을 땐 정말 헉~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소니와 니콘 그리고 캐논 사이를 몇달을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동영상도 쓸만하고(소니보담은 아니지만), 주가 되는 카메라 성능도 쓸만하면서 가격도 부담이 안가는 선에서 결국 캐논 EOS 80D와 두개의 STM렌즈로 정했습니다. STM렌즈를 선택한 것은 가격도 그렇지만 동영상의 비중도 생각해서 고민 끝에 고른 것이긴 한데 잘 선택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100%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닙니다. 제 마음에 100% 마음에 드는 EOS 5D MARK Ⅳ에 L렌즈들을 사게 되면 좋겠지만 아이가 셋인데다가 와이프가 처음부터 크게 지르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테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했습니다. 솔직히 실력도 없는데 카메라 장비만 좋아서 뭐하냐라고 자기암시를 하고 있습니다. ^^;
집이 인천이고 주말이면 애를 따라 야구장에서 사는 까닭에 직접 가서 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한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매일 인터넷을 떠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가격도 거의 매일 변동하는데다가 정품여부의 체크도 해야하고, 믿을만한 인터넷 쇼핑을 찾는 것도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더군요. 가격비교사이트와 인터넷 쇼핑몰을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필름카메라시절 가입했던 이곳 SLR클럽(휴면계정 푸는 것도 한참 걸렸네요. 나이가 들어가나봐요~ ㅠㅠ)의 도움을 받아 나름 적정한 가격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사진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지 6개월만인 이번 주 화요일 구입하여 어제 도착했네요. 앞으로 계속 장비에 대한 욕구가 꿈틀댈텐데 그것 또한 문제네요. 와이프 몰래 적금이라도 들어야 할까봐요~ 우선은 삼각대부터 어케 사야하는데 걱정이네요. 예전에 처분하지 못한 맨프로트 모노포드가 집에서 굴러다녔는데 이제 써먹을 수 있겠네요. OK캐쉬백 포인트로 11번가에서 모노포드에 쓸 볼헤드도 하나 장만했습니다. 이 녀석은 아직도 배송중이네요...
사진을 찍는 재미를 느끼면서 실력을 키우고 총알을 모아서 예전에 필름카메라 시절처럼 하나씩 모으는 재미도 느껴보려 합니다. 다시 사진 공부를 한다는 설레임도 있고, 예전과 틀려진 것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동영상을 위해서 프리머어 공부도 해야하고,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앞으로 많이 바빠질 것 같습니다.
기분좋은 설레임과 기대감을 가지고 글을 마치려 합니다. 앞으로 응원 많이 해주세요~
https://cohabe.com/sisa/18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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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글을 읽는데 왜케 공감이 가는지...
렌즈는 어떤거 구입하셨나요?^^
18-55mm IS STM 하고 55-250mm IS STM요. 아무래도 동영상 쪽에도 신경을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찍으셨던 실력은 어디 안가시니 좋은 작품 기대해 봅니다
에전에도 잘 찍지는 못했어요 ㅠㅠ
안팎으로 부지런한자만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지만 쉽진 않지만요. 즐거운 사진 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80d에 18-135 stm 쓰고 있어요 ㅎㅎ
깊은 공감을 느끼게 하는글입니다
좋은 사진 많이 남겨주세요
저도 서브바디로 80D 사용중인데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