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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T 컴퍼니

폭력 전과 6범 '최무정'은, 이번에도 화를 참지 못했다.

바르게 살아보고자 취업했던 공장의 회식 날에 상사와 싸움이 붙었고, 결국 주먹이 먼저 나가버렸다.
그날 밤, 떡이 된 상사와 동료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으며 집으로 돌아온 최무정은 대책 없이 그냥 자 버렸다. 어쩌면 예상했던 일이라고, 자신의 인생은 어차피 이렇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한데 다음 날 아침, 그의 원룸 문을 두드린 건 경찰이 아니었다. 

[ 최무정씨 계십니까? 'T 컴퍼니'에서 나왔습니다. ]

" 으음...! "

숙취가 만든 인상으로 문을 연 최무정. 밖에는 깔끔한 양복 차림의 사내가 웃으며 서 있었다.
그는 가볍게 인사하며 안으로 들어갈 것을 요청했다. 최무정에겐 가당치 않은 말이었지만,

" 어젯밤 폭력을 저지르셨죠? 저희 T 컴퍼니가 경찰에게서 모든 권한을 이임 받았습니다. "
" ... "

최무정은 그에게 지저분한 방바닥의 한자리를 내어줬다.
사내는 짐짓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 이번에 드디어, 저희 T 컴퍼니가 정부의 승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최무정님같은 범죄자분을 저희가 대신 처벌하게 되었는데요-, "
" 잠깐잠깐! 처벌? 무슨 소리야?! "

인상을 찌푸린 최무정이 말을 끊고 물었다. 사내는 빙긋 웃으며, 황당한 말을 꺼냈다.

" 최무정님을 감옥에 넣는 대신에, 저희가 처벌을 한다는 뜻이지요. "
" 뭐야?! "

최무정의 얼굴이 단박에 불쾌해졌다! 감옥에 들어가지 않는 대신이라는 부분에서 굉장히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사내는 진정하시라는 손짓과 함께 설명을 이어갔다.

" 국가에서 보자면 사실 교도소라는 시설은 매우 비효율적이거든요. 운영비만 잡아먹지, 안 그래도 부족한 젊은 노동인구를 빼앗기지... 게다가 가장 중요한 교화는? 교도소 갔다 온다고 모두 선량한 시민이 되나요? 글쎄요, 최무정님의 경우만 봐도~ 하하 "
" 이 새끼가..! "
" 그래서! 정부는 저희 T 컴퍼니에게 일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교화'의 측면에서는 정말로 자신 있거든요! 최무정님 같은 몇몇 분에 대해선 말이에요. "
"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

최무정이 성질을 부리기 직전, 사내의 입에서 낯설지 않은 이름이 나왔다.

" '두석규' 기억하시죠? "
" ?! "

최무정의 눈이 흔들렸다! 그것은 그가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 너, 너 이 새끼! 그 새끼를 어떻게?! "

최무정의 반응이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인 사내가 말했다.

" 저희의 처벌 방식은 간단합니다. 최무정님이 범죄를 행할 때마다, 저희 회사는 두석규님을 행복하게 만들어드릴 겁니다. "

" !! "

최무정의 얼굴이 마구잡이로 일그러졌다.

.
.
.

최무정이 아주 어릴 때였다. 그의 어머니가 다니던 교회에 두석규라는 아저씨가 있었다.
최무정은 항상 맛있는 것을 사주던 두석규를 무척 좋아하며 따랐다. 그가 어머니와 붙어먹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루아침에 최무정의 가정은 파탄 나고 말았다. 어머니는 두석규와 야반도주를 했고, 아버지는 알콜 중독의 폭력 가장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 겨우 연락이 닿아 찾아간 어머니는, 술집 여자가 되어 있었다. 분노한 최무정이 두석규를 찾아갔을 때, 그가 말했다.

[ 교회 응접실에서 네 엄마랑 할 때, 네가 문틈으로 보고 있는 거 알고 있었다. 너도 다 알면서 말하지 않았었잖아? 내가 사주던 피자 때문이었니? 치킨 때문이었니? 지금, 네가 날 욕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

그 기억은 최무정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겨졌었다.


한데, 그런 두석규의 이름을 이제 와 낯선 이의 입에서 듣게 되고, 거기다 그 새끼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 이...! 이..! 무슨 개같은! "

벌겋게 달아오른 최무정의 얼굴!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확인해주었다.

" 예. 최무정님이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가시는 대신에, 저희가 그를 찾아가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저희 T 컴퍼니의 처벌 방식 입니다. "
" 무슨 개소리야!! "
" 자~ "

흥분한 최무정의 눈앞에, 서류첩 하나가 내밀어졌다. 사내는 서류첩을 펼치며 설명을 시작했다.

" 가령, 어제 저지르신 폭력 범죄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 결과 현재 '두석규'씨는, 스페셜 유럽여행권이 당첨되어 비자를 발급받는 중이십니다. 전과정이 완전 무료이고, 원하는 사람은 몇 명이든 상관없이 모두 함께 데리고 갈 수 있는 여행권이죠. 그걸로 주변에 뻐기시면서 지금, 얼마나 행복하실까요? "
" 이...! 이이...! "

최무정의 입가가 부들부들 떨렸다! 펼쳐진 차트에는 행복하게 웃고 있는 '두석규'의 얼굴 사진도 있었던 것이다.

사내는 짐짓 다 알면서도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 그런데 사실, 최무정님의 입장에서는 더 좋지 않을까요? 교도소에 갈 필요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
" 이 새끼!! "

크게 흥분한 최무정이 그에게 달려드려고 할 때-,

" 또 폭력을 행사하시려고요? 그럼 두석규씨는 또다시 행복해지시겠네요! "
" 큭! "

자신도 모르게 우뚝 멈춰선 최무정을 보며 싱긋 웃던 사내는, 표정을 달리하며 차갑게 말했다.

" 두석규씨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시다면, 앞으로 더는 범죄를 저지르지 마시길 바랍니다. "
" ... "

사내는 그대로 방을 나섰다. 최무정은 남겨진 서류첩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
.
.

최무정은 회사에서 잘리긴 했지만, 폭력으로 구속당하지는 않았다. 사내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 흥! 감방 안 가도 되고 얼마나 좋아? 멍청한 것들! 흐흐흐 "

거기다, 사내의 말대로라면 앞으로의 범죄도 처벌을 받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아니었던가?
최무정은 고삐 풀린 기분으로 대로를 걸었다. 여러 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최고급 식당에서 온갖 요리를 다 시켜 먹고 돈 없다고 배째볼까? 자신을 잡아넣었던 형사를 찾아가서 미친 듯이 패볼까? 자신을 짜른 회사로 찾아가 행패 부려볼까?

" 흐하하하 "

완전히 면죄부가 생긴 기분이었다. 지금 최무정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초능력자인 것만 같았다.
마침맞게도, 그의 눈에 유명 레스토랑 체인이 보였다. 

" 그래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지. "

가난한 사정으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었던 고급 식당. 최무정은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식탁 하나를 가득 메운 고급 요리들.
최무정은 예의고 뭐고, 게걸스럽게 그것들을 집어 먹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들고 여유롭게 문 쪽으로 향하는 최무정. 아주 당당하게 도망갈 참이었다.
한데,

" ... "

어찌 된 일인지, 계산대 앞에서 최무정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이대로 계산서를 던지고, 바로 옆의 문으로 도망치면 되는데? 그냥 그렇게만 하면 신고를 하든 말든 처벌은 없는데?

" ... "

그의 일그러진 얼굴은 지금 이 순간, 옛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릴 적 교회 응접실 문틈으로 보았던 두석규의 모습. 어머니의 위에서 숨을 헐떡이던 그 모습. 
다음 순간, 고갤 들어 문틈을 바라보는 두석규의 얼굴은, 어제 그 사진에서 보았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빌어먹을! "

이를 악무는 최무정.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어 계산서와 제출했다. 

" 할부 됩니까?! "

.
.
.

지난 몇 달간, 최무정은 자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준법정신을 지켜왔다. 정확한 이유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그럴만한 순간이 오면, 응접실의 두석규 모습이 떠오를 뿐이었다.
최무정은 그 새끼가 자신 덕분에 행복해진다는 건 죽는 것보다 싫었기에, 그간 담배꽁초 하나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는 말이다.

" 저런 저런...또 폭력으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최무정씨. 블랙박스 증거 영상도 확보됐고 말입니다. "
" ... "

또다시 찾아온 사내의 방문에, 최무정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그는 억울했다.

" 시뱔 그 새끼가! 어?! 대리운전비 그거 몇 푼이나 한다고 못 주겠다고 하잖아! 어?! 내가 반말도 참고 욕도 참고 웃으며 대리했는데, 운전석 시트가 찢어졌다고 트집 잡고 돈을 못 주겠다잖아! 어?! 당신 같으면 주먹이 안 나가겠어?! 아닌 말로, 그 새끼는-. . . "

최무정이 열변을 토해냈지만, 사내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안 됩니다. "
" 이익...! "

사내는 가방에서 서류첩을 꺼내며 웃었다.

" 그래도 최무정씨는 저희 T 컴퍼니의 관리대상인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감옥에 갈 일도 없고 말입니다. "
" ... "
" 그럼 이번에는 두석규 씨가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보실까요? "

최무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 와우! 로또 당첨! "
" 무, 뭐?! "

사내가 펼친 서류첩의 사진에는, 은행에서 현금 오만원권 다발을 들고 기뻐하는 두석규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 와~ 로또에 당첨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저는 상상도 못 하겠네요. "
" 이...이...! "

악다문 최무정의 턱이 부들거렸다.

" 이번에는 동영상도 있습니다. 보시죠. "

[ 역시 착하게 살다 보니, 이런 복이 오네요! 너무 행복합니다! ]

" 이익...! "

사내가 보여준 태블릿 영상 속에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두석규의 모습이 보였다. 이를 가는 최무정을 향해 사내가 서류첩의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했다.

" 두석규씨의 근황을 알려드리죠. 외제차 한 대 계약하셨네요. 돈 문제로 관계가 소홀해졌던 여동생하고도 다시 관계를 회복하시고 예전처럼 왕래가 잦아지셨네.. 와우! 조카 대학교 등록금을 쾌척하셨네요! 존경 좀 받겠는데요 이건? 조만간 전원주택으로 이사도 가실 것 같고~! 이거 참, 정말 살맛 나시겠어요. "
" ... "

주먹을 쥐고 부들거리는 최무정.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

" 과연 여기서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궁금하시죠? 저도 무척 궁금하네요. "

사내가 떠나간 자리. 남겨진 자료들을 노려보는 최무정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
.
.

늦은 밤, 최무정은 전원주택의 담을 넘고 있었다.
그의 품에는 잘 싸놓은 사시미 칼이 들어 있었다. 목표는 두석규.

지난 며칠간, 최무정은 하루도 편안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두석규를 떠올렸고, 그때마다 가슴이 죈 듯이 갑갑하고 울컥했다.
최무정은 이렇게 살다가 미쳐버리느니, 차라리 그를 죽이고 감옥에 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교도소에서 어깨너머 배운 도둑질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손쉽게 창문을 열어젖힌 최무정은 조심스럽게 방바닥을 밟았다.
한데,

' 팟! '

" ?! "

최무정이 들어오자마자, 방 안의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그리고-,

" 너, 너는...?! "

사내가 그곳에 있었다. 웃는 얼굴로, 최무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무정의 부릅뜬 눈이 설명을 요구하자, 사내가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 당연하지 않나요? 감시해야죠. 누구라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
" ... "

최무정은 이를 악물었다.

" 그 새끼는 어딨어?! "
" 아~ 두석규 씨요? 지금 연예인들 파티에 가 있을 겁니다. 평소 동경하던 여가수 하고도 합석을 하게 될 예정인데... 얼마나 행복할까요? 최무정님의 '무단침입' 덕분이죠 뭐! "
" 이익! "

발끈한 최무정이 한발 앞으로 나서지만, 곧 방문이 열리며 들어온 건장한 사내들의 모습에 움찔하며 멈췄다.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갖춰 입은 사내들. 

" 보시다시피, 두석규 씨는 확실하게 보호될 것이고, 최무정님의 행동도 늘 감시될 겁니다. "
" 이...! "

최무정의 얼굴이 마구잡이로 구겨졌다.
사내는 고개를 흔들며 최무정을 타박했다.

" 간단한 일 아닙니까? 그냥 앞으로는 선량한 시민으로 살면 되잖습니까. 그럼 더이상 두석규 씨가 행복해질 일은 없을 겁니다. "
" ... "

사내는 여전히 굳어있는 최무정의 얼굴을 읽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 아무래도 포기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 가령 최무정님이 두석규씨를 죽였다고 칩시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최무정님이 감옥에 들어가게 될까요? 아니요~ "
" 뭐? "
" 그때도 최무정님은 저희 T 컴퍼니가 처벌합니다. "
" 무슨 소리야?! "

최무정의 미간이 의문스럽게 일그러졌다. 두석규를 죽여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고? 그럼 자신을 어떻게 처벌한다는 것인가? 자신은 두석규만 아니라면 누가 행복해지든 전혀 상관없었다.
사내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 저희 T 컴퍼니가 행복해지게 됩니다. "
" 뭐야? "
" 최무정님과 두석규씨의 관계를, 저희가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그 사정을 다 알고 있었을까?? "
" !! "

최무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사내는 웃음을 유지한 채, 비밀 얘기를 하는 양 톤을 낮췄다.

" 사실... 원래 저희 T 컴퍼니는 국가 산하의 비밀 연구기관이었습니다. 연구하는 것은- '어릴 적 트라우마가 사람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
" 뭐? 무슨..? "
" 전국에 천 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연구를 했지요. 어떤 트라우마를 심어주었을 때, 과연 그 아이는 어떻게 자라날까? "
" 뭐...? "

사정없이 흔들리는 최무정의 눈동자! 
사내는 상관없이 자기 말을 이었다.

" 놀랍게도, 어릴 적 트라우마가 사람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은 엄청났습니다. 범죄, 우울증, 자살, 정신장애, 폐인... 수많은 아이들이 망가진 어른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비율은 일반적인 아이들에 비해서 확실히 눈에 띄는 차이였지요. "
" 뭣... "
" 저희는 연구성과를 낸 것이죠. 어릴 적 트라우마가 사람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
" 이 새끼! "

부들부들 떠는 최무정! 

" 그 말은 지금...내가 그 실험 대상이었다고...? "
" 예! 두석규 씨는, 당시 저희 회사에서 고용한 직원이었습니다. 그의 역할은, 아이 어머니와 관계를 하는 장면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 "
" 뭐... "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멍해지는 최무정!
사내는 무용담을 늘어놓듯이-,

" 많은 분들이 있었지만, 두석규씨는 정말로 탁월했죠! 훤칠한 외모에 말발도 좋고, 여성분들 마음도 잘 얻어내시고! 그분 혼자서 수십 명의 트라우마를 만들었었습니다. 정말로 일을 잘하셨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중간에 최무정씨의 어머니와 진짜로 감정이 드시는 바람에 일을 그만두셨다는 거? 안타까웠습니다. "
" ... "

최무정의 입에서 떨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 그, 그러니까...어릴적 그 일이... 우리 집안이 그렇게 된 게 다... 너희들의 실험 때문이었다고? 그 일이 다.. 그렇게 꾸며진..그렇게 만들어진...! "
" 예~예 정확히 그렇습니다! 저희의 실험을 위해서, 최무정씨 어머니가 불륜을 저지르게 만든 것이죠. "
" ... "

얄미울 정도로 깔끔하게 인정하는 사내. 
최무정은 부들부들 떨다가 일순간, 비명을 지르며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 이 씹새$&*@%-! "

그러나-, 검은 양복의 덩치들이 손쉽게 달려들어 최무정을 제압했다.

" 이, 이 @#^!#@-! "

발악하며 악을 쓰는 최무정!
사내는 얼굴을 가까이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 거기서부터 발전시킨 저희 연구는 쓰일만한 곳이 참 많았습니다. 독재 정치를 위한 사상교육이라든지, 요주 인물들에 대한 이차적 안전장치라던지... 한데, 정권이 바뀌면서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몇십 년을 바친 연구가 휴지조각이 되다니, 얼마나 허탈했겠습니까? "
" 야이 씹! "
" 그래도 저희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자! 그래서 최근.. 저희 연구팀은 정부에게 딜을 걸었습니다. "
" 뭐 이!@#%^!~ "

사내는 열성적으로 톤을 높였다!

" 이 아이들! 인생이 망가진 천 명의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정부의 이름으로 행해진 비인륜적인 행위들이 드러나면 어쩐단 말이냐! 우리가 이들을 책임지겠다! 이들의 인생을, 정상인으로 돌려놓겠다! "
" !@%!@-! "

" 범죄자가 된 아이들은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하겠다! 약물 중독인 아이들은 약을 끊게 하겠다! 우리에겐 그럴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잘 아시죠? 하하 "
" 이 @#^!@~! "

사내는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

" 제가 왜 이 말씀을 드리는 것 같습니까? 다 최무정님을 위해서 드리는 말입니다. "
" 뭐 이 새끼야?! "
" 앞으로 최무정님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시면, 두석규 씨는 물론이고 저희 회사도 행복해질 겁니다. 솔직한 말로, 차라리 최무정님이 범죄를 저질러주시는 게 고마울 지경이겠죠. "
" 이...이...! "
" 그러니까 그게 싫으시다면, 선량한 시민이 되십시오.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시면 됩니다. "
" 이 씹-#!%!#@^!@#! "

최무정의 마구잡이 욕설에, 사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 왜 그렇게 화를 내십니까? 예전의 저희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 저희는 좋은 일을 하고 있는데? 범죄자인 최무정님을 구제하려고 노력하는 거라고요. "
" 뭐 이! "
" 안 그렇습니까? 저희로 인해 최무정님이 다시 선량한 시민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게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교도소에서도 못하는 교화를 저희가 해내겠단 말입니다. 과거는 잊고, 현재를 생각하세요. "
" 이 개같은-!! "

사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러났다.

" 마음대로 하세요. 최무정님이 범죄를 저지를수록, 저희는 행복해질 테니까요. 저도 두석규 씨처럼 해외여행도 다니고 로또도 맞아보고 그러고 싶네요! 하하하! "
" 이이 @%!@!@ "

사내가 먼저 돌아서 떠나고, 덩치들이 최무정을 제압해서 집 밖으로 끌어냈다.

얼마 뒤, 강제로 자신의 동네로 떨궈진 최무정. 그의 얼굴이 참담했다.
분노, 무력감, 억울함, 슬픔... 풀어낼 방법 없는 수많은 감정이 최무정의 얼굴에 떠올랐다.

.
.
.

3년 뒤. 

" 어이~ 최 씨~! 술도 얼마 안 마셨는데 무슨 대리를 불러! 그냥 가~! "
" 미쳤어?! 음주운전도 입건 대상인 거 몰라?! "

동료의 말에, 최무정은 펄쩍 뛰며 성질을 냈다. 

" 하여간에 법 참~ 잘 지켜! 세상 사람들이 다 최 씨만 같으면 법이 필요 없을 텐데~ 쩝! 먼저 들어간다~ "

동료의 말대로, 최무정은 절대로 법을 어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전과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깜짝 놀랄 정도였다.

대리운전으로 집까지 도착한 최무정은, 계단을 올라 집으로 향하다가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 너...너...! "

문 앞에 잊을 수 없는 사내가 빙긋 웃고 있었다.

" 너, 너 이 새끼! 난 아무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
" 알고 있습니다. "
" 뭣?! "

눈을 찌푸리는 최무정을 향해, 사내가 물었다.

" 어려서 방황하실 때, 폭력을 자주 휘두르셨죠? 그게 누군가의 트라우마가 되었을 거란 생각은 해보셨나요? "
" 뭐?? "

" 축하드립니다. 이번엔, 행복해지실 차례입니다. " 
" ... "

최무정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상념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 당신이 행복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로 행운이군요 "

최무정은 사내가 방금 말한 말의 뉘앙스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해낼 수가 없었다.
댓글
  • 복날은간다 2017/03/14 18:26

    왜 빵 터지는 이야기가 안 나올까요! 저도 답답합니다! 으아아아아

    (vyFUof)

  • Loverror 2017/03/14 18:31

    ... 어 음. 다음 이야기는 뇌를 뽑아서 보호한 다음에 사회를 다듬어 제공하는 컴퓨터가 죄와 벌이 모두 없다 말하는 게 될까요...?
    히익

    (vyFUof)

  • dagdha 2017/03/14 18:41

    헐........ 센세이셔널한 전개네요. 진짜.

    (vyFUof)

  • 하연화 2017/03/14 19:37

    사내는 그대로 방을 나섰다. 두석규는 남겨진 서류첩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두석규가 아니라 최무정인듯..

    (vyFUof)

  • 앙개 2017/03/14 20:41

    결국 최무정도 타인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줬다는 이야기네요...

    (vyFUof)

  • 벚꽃향기 2017/03/14 21:55

    T컴퍼니 . . .
    트라우마 컴퍼니. . . .
    제목이 복선일줄이야 ㄷㄷㄷㄷ
    작가님 천재!!!

    (vyFUof)

  • 배고파밥좀줘 2017/03/14 22:04

    작가님 글은 항상 '나라면 어땠을까'생각하면서 보게되고, 그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여운이 남아요. 진짜 대단한 능력..

    (vyFUof)

  • 신이내린미모 2017/03/14 22:10

    와우!!!! 너무 좋은 이야기네요 마지막 부분이 특히 더요!!!
    그나저나 복날프로덕션?의 두석규 신인배우가 요즘 뜨네요ㅋㅋ 한때, 유일한 여배우였던 임여우는 어느새 잊혀지고.. 홍혜화가 대세인듯 하지만.. 가끔 임여우도 캐스팅해 주세요 으하핳

    (vyFUof)

  • 통화는밖에서 2017/03/14 22:32

    헐.... 본문도 정말 흥미진진하면서 충격적이고 생각이 많아지게 하네요
    나도 누군가에게 행복해지면 안될 대상인가? 혹은 내가 범죄를 저지르면 누가 행복해질까? 많은 생각이 드네요..

    (vyFUof)

  • 사랑따윌하고 2017/03/14 22:37

    그럼 두석규를 죽이면 어떻게될까...생각했는데 애초에 죽일수없게..하긴 당연한거네여

    (vyFUof)

  • 애기미 2017/03/14 22:53

    진짜 신박한 이야기네요 어쩜 그렇게 아이디어가 많으신지!!!ㅎㅎㅎㅎ잘읽었습니다!!!!

    (vyFUof)

  • Milanistar 2017/03/14 23:13

    와!! 이번작은 읽는 도중에 생각한 결말이 맞아떨어졌어요!!
    저도 가끔씩 내가 이전에 했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트라우마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했었는데..
    세상은 역시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다방향 인것 같습니다

    (vyFUof)

  • 죠르노_죠바나 2017/03/14 23:25

    T컴퍼니가 잘못된 곳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전?직원이던 두석규 역시 마찬가지.
    최무정은 어릴적 비인간적인 실험대상이었다는 과거가 있으나 그래도 결국 전과6범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죠.
    어쩌면 최무정에게 트라우마를 가진 누군가도 다른 사람에게 비슷한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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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ROLINE 2017/03/15 01:52

    와.. 이번 글 너무 좋아요
    이해하기 쉽고 단순한 전개인듯하다가
    마지막에는 띵 하고 뒷통수를 치고
    스스로 생각할 거리도 남겨주네요
    좋은글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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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시렁구시렁 2017/03/15 03:23

    두석규?? 새로운 인물의 출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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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날은간다 2017/03/15 04:28

    두석규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여기서 밝히는 비밀! 사실... 두석규는, 초창기 '두더지'에게 붙여준 이름입니다!!
    게다가 첫 출연은 이미 몇달 전,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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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ne0422 2017/03/15 09:58

    재밌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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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常識大韓民國 2017/03/15 10:14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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