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성직자의 깊은 눈동자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책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작은 방. 창문 하나 없이 차가운 시멘트벽에, 어둠을 밝히는 옛날식 전구 하나.
마치 포로를 심문하는 취조실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다.
누군가를 기다린 지 꽤 된 듯, 강철 문 쪽을 힐끔거리는 성직자. 마침맞게 문이 열렸다.
검은색 양복과 선글라스를 맞춰 입은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누군가를 공손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꽤 특이한 행색의 사내였는데, 마치 사형수처럼 머리에 헝겊 자루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헝겊 자루만 제외하고 본다면-, 커다란 사슬 금목걸이에 가죽 재킷, 가죽 바지, 가죽 장갑을 깔맞춤하고, 명품 로고가 큼지막하게 붙은 구두까지 신은 모양새가 썩 허세 있어 보였다.
그는 덩치가 인도하는 대로 성직자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고, 덩치는 그의 뒤에 기립해 자리를 지켰다.
늙은 성직자는 궁금한 얼굴로 눈앞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아는지, 사내는 조금 경박한 톤으로 헝겊을 가리키며 말했다.
" 아~아 이거? 내가 영감에게 상담할 내용이 내용인지라, 내 얼굴을 보게 되면 영감을 죽여야 할지도 모르거든. "
" 으음...! "
" 아 그래, 말 나온 김에 기억해줬으면 좋겠는데, 나 말고 영감 얼굴을 가려도 됐는데 그냥 내가 이렇게 불편을 감수하고 영감을 배려한 거야 배려. 엉? "
" 그것참 감사한 일이군요.. "
성직자의 말치고는 무척 영혼 없는 인사였다. 노인은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지, 빠르게 물었다.
" 그래서, 고해성사를 하고 싶으시다고요? "
노인의 물음에 사내가 자세를 바로 하며 대답했다.
" 그래 고해성사. 내가 지은 죄를 좀~.. 당신네 종교에 용서받고 싶거든. 영감이 그렇게 유명하다며? "
" ... "
사내는 조금 뜸을 들이다가, 톤을 낮춰 말을 이었다.
"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사람을 죽였어. 이거 용서받을 수 있나?? "
" 아.. "
노인의 얼굴이 살짝 굳었지만, 연륜이 있어서인지 금세 담담해져 말했다.
" 큰 실수를 하셨군요. "
" 실수? 실수라... "
사내는 고개를 흔들었다.
" 실수가 아니야. 고의로 죽였지. "
" 으음... "
노인의 미간이 좁아졌다.
사내는 의자 깊이 몸을 묻으며 편안한 자세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사실, 나도 사람을 아무렇게나 죽이지는 않아. 하지만 그놈은 죽일 수밖에 없었어. 왜냐면... "
사내는 의자 팔걸이의 손가락으로, '톡톡톡' 리듬을 타며 말했다.
" 음~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중학교 시절까지 거슬러가야겠지? 그때 당시, 그놈은 우리 학교에 유명한 문제아였어. 나는 그때 성실한 모범생이었고! 흐하하하 정말로? "
" ... "
" 아무튼, 하루는 그놈이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걸 보게 된 거야. 나는 화장실을 나와 복도에서 마주친 선생한테 그 사실을 일렀지... 아니다, 일렀다는 말은 어딘가 비겁해 보여. 그 사실을 신고했지! 영감도 성직자니까 알잖아?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신고해야 하는 거! 맞지? "
" 예에.. "
" 근데 그놈이 방과 후에 나를 학교 뒤편으로 불러내더라고? 생각 없는 선생 놈이 내 이름을 밝힌 거지! 미친 거 아니야?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어. "
" ... "
" 그놈은 교무실에 불려가서 종일 설교를 들었다며, 상당히 빡친 상태였어. 나는 뒤지게 맞을 걸 각오했지. 그런데? 그놈이 나에게 기회를 주는 거야! 누가 그랬다나? 죄인에게도 항상 기회를 줘야 한다고. "
" 으음... "
" 내가 무슨 죄인이라고! 참~나,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얘기를 들어봤지. 그놈은 주먹을 뒤집어 쥐고 내밀더니-, "
[ 이 안에 담배가 들어있다. 왼쪽 오른쪽, 어디가 필터인지 맞춰라. 만약 반대쪽을 말하면, 그대로 불을 붙여서 너한테 지질 거다. ]
" 이러는 거야! 세상세상~,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라! 어휴~ "
사내는 왼쪽, 오른쪽 번갈아 고갯짓하며 물었다.
" 그래서 내가, 어느 쪽을 골랐을 것 같아? "
" 글쎄요...? "
" 오른쪽이었어! 잊지도 않아. 정확히 오른쪽을 골랐지. 그런데 그놈이 손바닥을 펴보니-, 망할! "
[ 틀렸군. 맞췄으면 그냥 보내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
" 그놈은 바로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이더군. 그 과정 하나하나가 아주 느리게 보였어. 그 새끼는 기회를 줬다고 지껄이며, 내 오른손 손등 위에 담배빵을 지졌어. 더럽게 뜨겁더라! "
" ... "
" 그날의 그 담배빵. 그 담배빵 때문에, 그놈을 죽인 거지. "
" 으음...! "
노인은 그런 이유로 살인까지는 좀 과하다 싶은 얼굴이었지만, 말을 잘 골라서 했다.
" 그날의 아픔이 정말로 많이 크셨나 봅니다..살인까지 저지르시다니요. "
" 컸지! 내 인생을 좌우할 만큼 말이야. "
" ...? "
" 모범생이던 내가, 왜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어 있겠어? 다 그 담배빵 때문이야. 그 담배빵 자국이 나비효과가 되어서, 지금 내가 이렇게 된 거라고! "
" 그게 무슨..? "
" 오른손 손등 위의 담배빵 자국은 너무 눈에 띄었어. 선생이든 친구든, 내 손등만 보면 묻는 거야! 어디서 놀던 놈이냐? 왕따 당하던 놈이냐? 담배 피우는 놈이냐? 아주 지긋지긋해!! 너~무 짜증 나서, 고등학교 때부턴 그냥 그들이 의심하는 대로 막 나가기로 했지. 그래서 결국 이 신세가 된 거라고. "
" ... "
" 핑계라고 생각하지 마 영감! 영감이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니까. "
" 아닙니.. "
" 아무튼! 그놈이 지진 담배빵 때문에 내 인생이 요 꼴이 났는데, 얼마 전에 만난 그놈이 어떻게 되어 있었는지 알아? 하! "
사내는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 성직자가 되어있더라고! 영감네 종교 말이야! "
" 으음...! "
노인의 얼굴이 굳었다. 죽은 자가, 같은 종교인이었다니?
사내는 오른팔로 턱을 괴며 지루한 톤으로 말했다.
" 무슨~ 뭐~, 어릴 적부터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바른길로 이끌어주신 스승님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느니 어쩌니~ 막 떠들더니... 나에게 사과를 하더라고? 자신이 어릴 때 저지른 일을 용서해달라고 말이야.. "
" ... "
" 아쉽게 됐어. 내가 영감네 종교인이었다면, 용서를 알았을 텐데...나는 용서를 모르거든. "
" 으음... "
노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사내는 왼팔을 뒤편 덩치 쪽으로 세워 들며-,
" 나는 애들을 시켜서 그놈을 납치했어. 그리고 그놈을 '오크통'에 산채로 구겨 넣고 못을 박아버렸지. "
" 저런...! "
" 그대로 바다에 던졌을까? 산에 묻었을까? 아니! 나는 기억하고 있었거든! 그놈이 내게 기회를 줬던 것을 말이야. "
사내는 마치, 재밌는 부분이라는 듯 몸을 앞으로 숙이며-,
" 나는 오크통의 양쪽에 구멍을 뚫고, 담배를 하나씩 꽂았어. 왼쪽, 오른쪽. 그리고는 말했지. "
[ 그 안에 있는 라이터로, 둘 중 하나에 불을 붙여라. 하나는 기름과 이어져서 오크통째로 너를 태워버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안전할 거야. ]
" 기가 막히지? 어때? "
" ... "
들뜬 목소리의 사내와는 달리, 침묵하는 노인의 얼굴이 무겁게 굳었다.
사내는 대답이 없어도, 신나서 말을 이었다.
" 나는 중학교 때의 일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놈은 아니었나 봐! 글쎄, '오른쪽'을 고르더라고?? 그쪽이 꽝인 걸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
" 으음...! "
" 맞췄으면 그냥 보내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더군! 나는 너에게 분명 기회를 줬다고 말하며, 화형식이 진행되는 걸 지켜보았지 뭐! "
" ... "
노인은 미간을 좁힌 채 말없이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다시 의자 깊숙이 몸을 묻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 후~ 그런데 내가 지금 미치겠는 건... 요즘 내가 자꾸만 악몽을 꾼다는 거야. 그놈이 나를 담뱃불로 지져 죽이며, 너는 분명 지옥으로 떨어질 거라고 저주하는 꿈 말이야. "
" ... "
" 어쩌다 밤에는 그놈 귀신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영~ 몸이 허해. 그래서 말인데...영감네 종교는 용서를 해주잖아? 내가 그~ 좀, 용서받고 싶단 말이지... "
" 으음... "
" 공짜로 해달라는 말은 아니야! 헌금도 많이 낼 거고, 내가 또 지금 영감을 배려해주고 있는 것도 기억하고 있지? 응?! "
노인은 굳은 얼굴로 이렇다 할 말을 꺼내지 않았다. 사내는 대답을 재촉하듯 물었다.
" 살인을 저지른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는 거 맞지? 진심으로 사죄만 하면, 죄를 용서받고 천국도 갈 수 있지? 응? "
" ... "
" 왜 대답이 없어? 안 돼? 진심으로 사죄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거야? 영감네 종교가 그런 종교야? 엉? 영감의 생각을 말해봐! "
" ... "
노인은 한참 동안 굳은 얼굴로 침묵을 지키다가, 어렵게 어렵게 입을 열었다.
"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정말 진심 어린 뉘우침이라면... "
" ...정말로 그래? "
" 그렇습니다. "
순간! 사내는 갑자기, '푸핫!' 웃어 버렸다!
" 으하하하하! "
" ? "
" 하하하하하! 아~, 정말 멋진 종교야! 하하하하! "
" ... "
한참을 웃던 사내는 또, '뚝!' 웃음을 그쳐 버렸다.
노인의 얼굴이 의문으로 찌푸려졌다.
사내는 가만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그동안 나를 정말 괴롭힌 질문이었어.. 살인마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죄를 고백하고 뉘우치면 천국에 갈 수 있을까? "
" ... "
" 이제야 알겠군.. 용서받는 게 가능한 일이었어.. 가능했었어.. "
중얼거리던 사내는 손을 올려, 머리에 쓴 헝겊 자루를 벗었다.
" ?! "
순간, 노인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헝겊 안에는-, 얼굴이 화상으로 다 뭉개진 사내가 있었다-
" 아...아아...! "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복잡하게 흔들리는 노인의 눈동자! 벌어진 입으로 그 어떤 말도 뱉어내지 못할 때-,
사내가 뭉개진 두 눈 가득 흐르는 눈물로,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 그가 신을 믿겠다더군요. 저는 이젠, 신을 믿지 않을 겁니다. "
" ... "
노인은 형제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항상 행복하세요. 저도요!
... 사실 죄같은 건 없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해 입지 말자고 적당히 정한 거죠.
... 시간이 지나 문명이 더 나아가면 아예 힘의 우위로 서열을 정하는 원시적인 방법이나, 존엄한 서로의 권리를 방해하지 않는 식으로 싹 바뀌겠지만요.
와..오늘도 대박
복날님 항상 글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네요.
복날님글은 항상 저로 하여금 사유하게끔 하는 힘이 있어요 덕분에 바쁜 일상속에서 잠시나마 깊은 생각을하곤 합니다.
항상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머리가 나빠서 그러는데 손등이 아니고 사실 얼굴에 담배빵을 맞았다는 건가요?ㅠ
사실은 대화하던 사내가 오크통 속에서 화형될뻔한 사내라는 거죠.
영화 밀양에서 비슷한 주제가 나온걸로 기억합니다.
주인공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종교에서 힘을 얻었었지만
나중에 가해자의 근황을 보니 자기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않고
종교를 통해 셀프용서 받고 잘 살고 있는 걸 보고 절망하죠.
으앙ㅜㅜ이해가 안가요ㅠㅠ그가 신을 믿고 저는 이제 믿지 않는다는게 무슨 뜻이죠? 복날님 애독자. 탈락인 것인가ㅠ으아아앙ㅠㅠ
기독교에서 말하는 교리와 다르네요. 기독교에서 회개와 용서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책임으로 구성됩니다. 저지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거죠. 죄에 대한 책임을 말입니다. 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자기 반성은 곧 하나님에 대한 모독 하나님을 조롱하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개독교인들이 말하는 자기 반성? 입으로만 말하는 자기반성 헌금으로 말하는 믿음 그건 하나님과는 전혀 연동관계가 없습니다. 나쁜 짓한놈들은 그만한 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며 자기 죄에 대한 죄갚음이 있고 당사자간들의 합의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피해자가 그래요. 인정합니다. 이게 될때 하나님과의 나와의 관계도 풀립니다. 그러니 신부가 저렇게 가르치는 것은 잘못 가르치는 겁니다.
천주교 개신교 교리 전부 다 성경에 근거하는 것들입니다. 천주교 교리와 개신교 교리는 상당히 다르지만 원죄 부분과 회개 교리에 관한 부분은 동일합니다. 다만 개신교의 경우 고해성사가 없고 천주교는 있습니다. 성경에서 원죄 부분을 가르칠때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이 먹지 말라는 선악과를 먹어서 에덴 동산에 쫓겨나 남자는 죽도로 밭을 갈아 먹고 살아야 하고 여자는 출산을 해야 하며 죄를 가르쳐준 뱀(사탄)은 기어다님을 당해야 했습니다. 모두가 하나님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성경 어느 부분에서도 죄갚음 없이는 회개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말로만 용서를 구하는 사람은 하나님이 용서하지 않습니다. 다윗의 경우에도 우리야의 밧세바를 취하고 우리야를 전장에 내몰아서 죽인일이 있었는데 하나님은 밧세바가 낳은 아들을 죽게 만들고 너의 집에서 영영 칼이 떠나지 않으리라. 하고 말씀을 합니다. 그래서 압살롬의 반란이 일어나고 압살롬이 대낮에 아버지의 후궁과 O스를 하죠. 뿐만 아니라 구약에서 솔로몬이 이방여인을 취하고 이방종교를 위하여 산당을 지으니 하나님이 그 나라를 쪼개어 버립니다. 하나님은 적당한 하나님이 아니라 우는자의 하나님이요. 약한자들의 하나님입니다.
다만 하나님이 악한자들을 그냥 두시냐고 외칠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가라지 비유를 통해서 알곡이 다치지 않게 가라지를 나두었다가 추수할때 한번에 불태울거라고. 그렇기에 악한 자들을 두시는 거라고. 알곡이 다쳐서는 안되니까. 악한 자들에게는 자비가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은 죄에 대한 값을 치룬 사람들 죄가 있다고 용서를 구하고 봉사하고 죄값을 치룬자들에게는 하나님이 용서해주지만 악한자들에게는 가차 없는 징벌을 내립시다.
이번작품도 참 좋네요
으아 이런...마지막에 가죽 장갑 먼저 벗었어야 했는데, 마무리를 너무 급하게 갔네요; 수정하고 싶다 으아아아아
예상도 못했어요 이번꺼는
아 정말 명작입니다!!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자기 전 공게들리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많은 글 부탁드려요.
복날님 예전부터 글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방문수 3이지만 올드유저였음)
복날님 브릿g 라는 플랫폼 한 번 해 보시는거 어때요? 황금가지에서 만든건데 지금 베타 운영중이거든요. 공모전 정보때문에 저도 알게된건데, 단편 연재 작가들 위한 공간도 따로 있는거같고, 자체 펀딩으로 출판지원도 계획하는거 같던데. 장르소설 중심이라 복날님 경쟁력 있을거 같아 보여서 생각나더라구요. 거기 작가 등록하고 연재해보시는거 괜찮을 거 같아서.
복날님 팬인데요ㅡㅋ교보문고왔는데 톡소다 이벤트라고 웹소설 이벤트하길래 문득 생각나서 글올려요
ㅇㅅㅇ
혹시,스토리작가로 이미 웹툰그리고 계신것 없으신가요?
가해자는 '종교빨'로 죄책감 없이 편하게 살고 피해자는 그걸 보고 더욱 고통받는다는 이야기는 실화로든 창작물로든 이미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이 글에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학교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복수가 용서받는다는 말에 억울해한다는 데에 그 묘미가 있는 것 같네요.
화자에게 감정이입하며 읽다가 사실은 화자가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게 드러나고 나니 가해자였던 놈이 어떻게 자신이 진짜 피해자였던 것처럼 리얼하게 피해자의 감정 묘사를 할 수 있었던 건지 소름끼치고, 헌금을 들먹이며 용서를 종용하는 부분에서 가해자놈의 이기적인 본성이 드러난 거였나 싶기도 합니다. 한편 오크통에 갇힌 사내가 오른쪽 담배를 고른 것을 서술한 내용에서는 피해자는 평생 못 잊지만 가해자는 기억도 못 하고 살더라는 씁쓸한 현실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오.. 서술하신 종교(아마 천주교겠죠?)를 믿고 있어 더 와닿는 소설이였습니다..!!! 깊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추천 놓고갑니다!!
저 남자가 무슨생각으로 저 종교인을 찾아간걸까요.
자기가 했던 일은 이미 용서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당하고 나니 용서가 안되어서?
그사람을 용서해야 자기가 용서받은 사실이 당위성도 인정되는걸 견디기 힘들어서?
애초에 자신은 용서받았다고 생각하긴 할까요?
우와 진짜 잘봤습니다
몰입도 진짜 최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