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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우끼끼끼! 우끼익!

예컨대, 인공지능 로봇이 소설을 쓰는 세상이 온다면 어떨까?

이미 일본에서 인공지능 로봇이 쓴 소설이 어떤 문학상의 심사를 통과했다고 한다.
가까운 미래에 그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소설가들은 모두 굶어 죽을까?
아닐 것 같다. 그런 식으로는 인간의 영역을 넘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아주 먼 미래에는 소설가가 굶어 죽는 일이 생길 것 같기는 하다. 다만 지금 같은 방식은 아니고...
아마, 이렇지 않을까?


' 나 '는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다짜고짜 나에게 말하겠지.

[ 소설을 써라! ]

그러면, 평생 소설 한번 써본 적 없는 일반인인 나는 곤란해진다. 하지만 그곳에서 내가 할 일은 없고, 어쩔 수 없이 아무거나 쓰게 된다. 영원히!
혹, 그게 싫어 내가 반항을 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아량을 베풀어 이렇게 말해줄 수도 있겠지.

[ 소설을 읽어라! ]

그러면, 평소 책 한 권 읽지 않던 나는 또 곤란해진다. 하지만 그곳에서 내가 할 일은 없고, 어쩔 수 없이 소설을 읽게 된다. 영원히!
하지만 내가 읽는 소설들은 모두 형편없이 재미없을 것이고, 어쩌다 운 좋게 괜찮은 것들을 발견할 때에야 내 희로애락이 드러날 것이다.

이쯤 되면 예상하겠지만 내가 영원히 읽는 그 소설들은, 처음의 공간에서 내가 영원히 쓰던 소설들이다. 지금의 나는 그것들을 영원히 읽으며 분류하는 중이고.

하지만 평생 소설 한번 써본 적 없는 일반인이 쓴 소설이,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혹, 그게 지겨워 내가 반항을 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아량을 베풀어 이렇게 말해줄 수도 있겠지.

[ 소설을 읽어라! ]

어? 똑같잖아? 

라고 생각하겠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확실히 그전보다 재밌는 소설들이 많아진 것을 알게 된다. 왜냐? 두 번째 공간의 내가 재밌다고 느껴서 따로 분류했던 소설들만이 내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거기서도 보는 눈이 높아져 재미가 없어진다면? 또 아량을 베풀어 다음으로 갈 수도 있을 테고, 재밌는 소설 중에서도 다시 분류된 재밌는 소설을 읽게 된다. 영원히!

거기가 끝일까? 그럴 리가! 거기서도 다음 분류 단계가 있다. 세 번째, 네 번째, 백 번째, 천 번째... 
그런 식으로 1억 번의 분류 단계를 무사 통과한 소설이 있다고 쳐 보자. 그 소설은 도대체 얼마나 재밌을까? 얼마나 명작일까?

그러면 비로써 소설가들이 굶어 죽는 시대인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바로, 무한 원숭이 정리!

라는 이론이다.

다만, 여기서 사용하는 것은 원숭이가 아니라, 컴퓨터에 업로드된 내 '두뇌'다. 
업로드된 내 두뇌는 컴퓨터의 연산능력에 따라 무한에 가깝게 복사될 것이다. 

복사된 무한한 수의 내가 소설을 쓰고, 무한한 수의 내가 그 소설을 분류하고, 무한한 수의 내가 분류한 소설을 다시 분류하고, 또다시 분류하고... 결국, 소설을 모르는 원숭이에 가까운 나일지라도, 세기의 명작 소설을 '우연히' 만들어낼 것이다.

그렇게 무한을 통해 완성된 소설들이 현실의 진짜 나에게 전달될 테고, 나는 간편히 말하겠지.

" 와~! 내가 쓴 소설 진짜 재밌네! "
댓글
  • 복날은간다 2017/03/11 03:55

    여러 가지 다양한 스타일을 좀 연습해본다는 의미로~!
    머릿속에서 했던 예상과는 달리, 막상 쓰니까 느낌이 안 오네요. 결말부에서 좀 느낌이 올 줄 알았는데 흐하하
    항상 행복하세요!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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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ㄺ빈뉴 2017/03/11 04:06

    선추천 후감상.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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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ebwbxksk 2017/03/11 05:38

    저는 선감상 후추천했네요 소설도 쓰는 공식이 있겠죠? 그래도 로봇이 소설을 쓰면 사람들 마음 하나하나 어루만져주는 섬세함은 가지지 못할 거 같아요.
    금요일 지나는 새벽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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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베 2017/03/11 07:28

    그 무한원숭이 이론에서 말하는건, 소설의 질과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매우 많은 원숭이가 매우 긴 시간동안 무작위로 타자기를 치면 무작위의 글자배열이 나오니 확률적으로 "우연히" "가나다" 가 쳐질 확률이 원숭이의 수와 시간이 증가할수록 증가하여 수와 시간이 무한이 되면 그 가능성도 1에 가까워진다. 라는 요지입니다.
    이 이론은 학습 이론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바로, 무한 원숭이 정리!" 이후부터는, 죄송하지만, 설득력이 제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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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흑형 2017/03/11 07:36

    글 자주 읽게 되네요
    이제 중편 장편을 도전해보시는게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디어가 좋으시고 단편은 자주 쓰셨는데
    작가로서의 기량을 느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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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evrolet 2017/03/11 08:59

    그놈의 확률게임 ㅎㅎ 개인적으로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재료를 이것저것 넣다보니 결국은 김치찌개가 우연히 완성됐다 요런 간단한 카테고리라면 모를까.. 햄릿이라니 그게 무슨 귀신시나락 까먹는 이론인지 모르겠어요..
    컴퓨터 부품 다 분해해서 넣어놓고 1억년 동안 흔들면 조립이 될까요? 아니죠 다 마모되고 부서져서 쓰레기가 되죠 하물며 간단한 조립이 이럴진데 애초에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창조가 1억년동안 우연히 일어날 일은 그놈의 확률을 아무리 확장시켜도 그냥 0입니다 0
    확률게임에 속지 맙시다 아무리 몇십억년이 지나도 당신이랑 100% 일치하는 생명체가 태어날 확률도 0입니다 인생이란 확률게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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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기억해 2017/03/11 09:20

    읽으면서 저도 확률게임에 대한 논리적 결함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개인적으로 스타일은 맘에 들어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ㅎㅎ 이런 느낌으로도 정말 잘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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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wiMyWaifu 2017/03/11 10:32

    아 그거네요,
    판사님! 이글은 고양이가 우연히 쓴 겁니다! 는 개뿔 내가쓰면 어쩔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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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닉넴진짜대충 2017/03/11 10:43

    음 작가님은 아이디어가 정말 좋고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정말 재밌고 흥미롭습니다.
    다만 소설을 읽다보면 맞춤법을 소홀히 하시는거 같습니다. 일반인들과 다르게 작가님은 글을 다루시는분이라 조금더 신경써주시면 작가님한테도 발전의 기회가 될거 같습니다.
    비로써 - 비로소
    작가님의 팬으로서 드리는 말이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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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gdha 2017/03/11 18:49

    두번째 읽을 때 더 재미있는 소설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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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_알겠지? 2017/03/11 20:44

    쫄깃하네요.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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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verror 2017/03/12 14:33

    일단 말은 컴퓨터로도 짜맞추는게 가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야기가 쭉 이어질 것인가? (정보짜서 논리구조 만들 먹이 던져준다 해도 어렵죠.)
    더 나아가 현실을 이해하여 이야기를 쓰는 것이 쉽나? 순으로 가고
    그러다보면 인간과 같거나 우월한 지능을 띄게 될겁니다.
    감정이 없이 좋은 소설을 쓰려면 인간의 본능과 사회구조 등에 관해 학습해야하기에 우월한 축에 드는 지성이 필요한 셈입니다.
    그런데 고려해 볼 것 여섯 개.
    1. 소설같은 매체가 영영 지금 수준에서 머물까요?
    2. 인간이 생명학적 진화발달을 멈출까요?
    3. 단순 도구로 분류되지 않을, 인간과 비슷한 뿌리를 기반삼아 감정을 갖춘 인공지능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건 옳은 일일까요?
    4. 사회는 이상적이게 되고 수명도 늘어나 가치관과 기억주기도 확실히 바뀔겁니다. 다만 만약 충분한 자료정보와 원리를 가지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인공지성이 인간과 동등하지 않은 형평적 도구의 위치에선다면 충분한  알 것들을 제한해야 할 상황이 올 텐데, 그럼 인간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문제 삼을 논리 목록 예시: 내가 하지 못하면 그건 의미 없는 것이다:무기력에 빠지진 않지만 무의미한 처리는 작업에 이롭지 않다. 일단 저지르면 알게 될 것이다:정보가 충분하면 더 나은 이야기를 작성할 수 있다. +할 수 있기에 한다. 등등)
    5. 처음부터 분명 도구가 아니라 전체가 기입한 상대힘을 뛰어넘는 적이 될 확률이 있는 지성은, 그런 의미없는 역할을 맡지 않을겁니다. 오히려 경쟁도 문제도 없는 미래 사회에선 존재 자체가 없겠죠.
    6. 지능이 오른다 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성 문제로 처리 가능한 정보 (예시: 사회기능이 가져다 오는 정보)량에 제한이 걸린다면, 사람들은 지능을 높이려는 의욕을 잃고 말 겁니다. 더 쉽고 빨라봤자 뭐하나요. 기억이 유지되는 한 훨씬 낮은 지능수준에서도 이해한 건 계속 생각할 수 있는데요.
    +현실은 과학이 아직 다 정복 못했고 가상세계로 피하려 해봤자 의미없다. 왜냐하면 충분히 질 높은 가상세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 '사회 전체 구성'은 거짓보다는 현실을 파고들어 삶을,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데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조치만으로도 인간은 넘치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는 반복해도 똑같이.
    사람들이 아주 까탈스럽고 철없어진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생존과 권한 보장을 제외한 경우에서 최선의 구성은 위험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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