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오늘(미국시간 3/15) 제가 직접 보고, 겪고, 찍은 것입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짧지 않는 미국 거주 시간 동안 느낀 점도 포함했습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태평양 건너 있는 나라지만, 교민, 학생 등 한국 사람들이 이미 200만 명 가까이 되고(주변에 미국에 사는 사람, 건너 건너에 많을 겁니다), 특히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상황보다, 미국의 상황이 한국의 입장에서는 간과하기 힘든 곳임이 분명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2달 남짓 중국과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 상황을 매일 주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國
뽕'이라기 보다는 한국인임을 떠나, 현재 한국의 진행 상황이 현재 코로나 19 상황에서 적어도 다른 나라보다는 상황이 낫고, 곧 나아질 거라는 희망감이 강해서 한국의 상황과 비교한 점이 적지 않음을 밝힙니다.
1. 트럼프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지, 3일째입니다. 몇개 주가 우선 학교 문 닫기 시작했고, 말 많던 뉴욕시(맨해튼, 퀸즈, 브롱스, 브루클린, 스테이튼아일랜드) 공립학교도 내일부터 닫는다고 긴급 문자가 왔습니다. 바로 연이어 온 문자 내용은 '밥은 도시락으로 학교에 와서 받아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드 블라지오 시장이 학교 문을 닫지 않은 큰 이유 2가지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하루 두끼 주는 학교 급식에 의존하는 서민층이 많지요). 그 다음 온 긴급 문자는 23일 월요일부터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위한 컴퓨터를 가지고 있지 않고, 심지어 집에 인터넷이 들어오지 않는 집이 많습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가장 큰 이유겠죠)
2. 뉴저지주 티넥(Teaneck) 타운(인구 4만 정도)이 오늘부터 lockdown(봉쇄)에 들어갔습니다. 많은 타운들도 곧 lockdown될 거라 믿습니다. 호보켄(뉴욕 바로 옆 부촌,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뉴욕으로 출퇴근 하는 젊은층입니다. I live in Hoboken이라고 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며, 호보켄에 산다는 건 그만큼 '있다'라는 것을 뜻합니다)은 야간 통행 금지에 들어갔습니다.
- 뉴저지는 미국 내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주에 속합니다. 많은 주민들이 맨해튼 등 뉴욕시티로 출퇴근을 합니다. 위에 언급한 티넥 역시 버스를 타면 30분이면 맨해튼 미드타운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차가 안막히면 승용차로 타임스 스퀘어까지 25분만에 갑니다. 티넥의 인구밀도와 거주 형태를 봤을 때 뉴욕시티에서 전파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티넥에서 뉴저지 최초 사망자가 발생하고, 현 시각 기준 21건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크기는 서울의 동 하나 만합니다. 지역은 아파트는 거의 없고, 많은 지역들이 개인주택이며, 유럽계 백인들이 거주민의 대부분이고, 이 외 한국인, 유럽, 유태인들이 살고 있는 중산층 이상 급 동네입니다. 오늘 이 곳을 자전거로 돌아봤는데, 상업지구도 그다지 크지 않고, 거의 모든 지역들이 개인 주택이며, 버겐 카운티에서 손 꼽히는 규모의 병원(홀리네임)도 위치해 있는 동네입니다. 한국인들이 거주민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팰리세이즈파크와 경계를 두고 있으며, 포트리에서도 운전으로 10분 내 도착하는 동네입니다. 뉴저지 상원의원인 와인버그와 하원의원인 고든의 사무실도 이 곳에 있습니다.
# 티넥 중심가 거리; 일요일이라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상점이 다 닫았습니다. 주차된 차도 거의 없습니다. 거리의 차도 거의 없습니다.
- 일요일이 원래 좀 조용하긴 합니다만, 오늘은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티넥의 lockdown은 여러 조건이 있는데, 중국처럼 길을 막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통행은 자유롭지만,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 외 약국이나 슈퍼마켓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상업지구를 문 닫게 했으며, 경찰 한 명이 걸어다니며 체크하고 있었습니다. 슈퍼마켓은 10명, 혹은 20명 등 실내 인원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설사 추수감사절 시즌 사람 수를 세어가며 매장 내 인원을 통제하는 시스템 같습니다.
식당은 To go(테이크 아웃)나 배달만 된다고 합니다. 한 아이스크림 가게 앞 입간판이 인상적입니다.
- 약 1시간 동안 머무는 동안 약 100여 명의 사람(약국을 가는 사람 혹은 산책하는 사람이 대부분)을 봤으나, 역시나 마스크 쓴 사람이 1명도 없었습니다.
- 경찰관 한 명이 가게가 문을 닫았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모든 상점을 돈다고 합니다. 사회적 거리 충분히 두고 약 10여 분간 이야기 했습니다. 물론 '마스크 쓰자'가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 상점 상황 확인 중인 경찰관
# 티넥 중심가 거리 오늘 모습 직찍
3. 많은 대형 병원은 물론이고, 중소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일 나오고 있습니다. 마스크 부족은 물론이며, 진단키트 조차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트럼프는 곧 진단 키트를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얼마나 걸릴 지 모르며, 그 사이 확진자는 이탈리아 못지 않게 증가할 것입니다. 진단 비용을 무료로 하겠다라고 하는데,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며 하원만 통과한 상태입니다.
또한 패밀리 닥터를 통해야 진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화 한 통 후에 차 끌고 가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진단 비용이 무료라고 해서 사람들이 가서 마음 편히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올시다'입니다. 양성 반응 후 병원비는? 미국 개인 가정의 파산 1순위가 의료비입니다. 중산층 이하도 받지 못하는 검사, 수많은 불체자들은?
4. 티넥과 경계하고 있는 오버펙 카운티 공원(overpeck county park)는 인근에서 가장 큰 공원입니다. 축구장이 5개, 야구장이 4개, 테니스코트가 15면이 있는 거대공원입니다. 호수같은 큰 강을 끼고 있고, 삼성 북미 본사도 이 공원 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공원 둘레를 걸으면 1시간 30분이 넘게 걸리는 곳입니다. lockdown된 동네가 바로 옆인데도, 놀이터에서 마스크 쓴 아이들이 전혀 없습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면, 소리도 지르고, 부딪히고...
# 초상권 문제가 있을 거 같아 멀리서 찍었습니다. 좌측에 정글짐 같은 것이 있는데 애들이 엉커서 놀고 있었습니다. 부모도, 아이들도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lockdown된 동네가 5분 거리에 있습니다. 21건의 확진자가 생긴, 사망자가 2명 벌써 나온 동네 옆...
5. 사재기
이 곳 사람들은 사재기가 일상입니다. 폭풍이나 허리케인, 폭설 예보가 있으면 무조건 사재기입니다. 물론 부자들에게는 상관 없는 이야기죠. 마스크 없다? 세정제 없다? 비싸게 팔릴 뿐이지, 구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재기 하는 이유 중 주된 것은 '구할 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놓는 것'입니다.
방금도 어떤 할머니가 길게 줄을 서는 사람들 뒤로 카트를 가지고 줄을 서는데, 젊은 아저씨가 "지금 내가 선 위치로 오시고, 전 맨 뒤로 다시 줄을 설게요"라고 했답니다. 물론 이런 사람들도 있죠. 사람 사는 곳인데. 대신 보기 힘든, 로또성 미담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6. 뉴욕, 뉴저지는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전파되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개인 프라이버시라는 부분과 더불어 예방의 중간 단계를 무시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몹시 공포스럽습니다. 연방정부나 주정부에서 업데이트 하는 확진자 숫자(진단 숫자 없음, 사망자만 발표)도 몹시 늦습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들도 업데이트 숫자나 시간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 3일이나 되었지만, 자동 문자메시지도 개인들이 신청해야 하루에 2-3건 문자 받을 수 있습니다. 뉴욕은 뉴욕시 공식 문자, 뉴저지는 뉴저지에서 가장 큰 신문사. 문자 내용도 뻔합니다. 집에 머물라(세월호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요), 손 씻어라, 사회적 거리 유지하라, 확진자 몇 명이다. 이 것이 전부입니다. 동선 안내, 확진 이유 안내 절대 없습니다.
오늘 약 10 여명의 미국인들(대부분 백인)과 이야기하면서 마스크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다들 주의 깊게 듣고 있었지만, 오늘 이야기 한 사람들 중 단 한 명만이라도 마스크를 구해서 썼으면 좋겠습니다. 그 정도로 아직까지 여기는 마스크의 중요성에 무지합니다.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함은 아니었지만,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환자가 죽으면, 가족 중 한 명만 방진복 입고 들어가서 시신 확인만 하고, 나중에 유골만 받는다라고 이야기 했는데도 "We will be okay"라고 트럼프가 언급한 말만 합니다. 트럼프가 이번 사태에서 얼마나 말을 바꾸었는지 이 사람들은 아마 모르겠죠?
오늘 시카고 오헤어 공항 등 유럽에서 급하게 들어오는 미국인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겠지만, 아직 여기 사람들은 심각함을 잘 모릅니다. 신천지 대구 교회와 오늘 오헤어 공항의 모습이 뭐가 다를까요?
미국 사람들은 단합을 잘한다? 위기일 때 뭉친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론 '절대 그렇지 않다!'입니다. 특히 이런 혼란 상태에서는 말입니다.
물론 희생하고 봉사하고 단결하는 사람들이, 어느 사회에서처럼 있습니다만, 절대 다수는 그렇지 않습니다. 매우 개인적입니다. 엄청, 아주 많이 개인적입니다.
한국이 한참 하루 확진자 최고를 찍을 때, 한국에서 입국한 사람들 말에 의하면, 미국 입국 시 공항에서 특별한 체온 측정이나 검역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간 유럽에서 드나 든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이 곳 저 곳 보는데, 날씨는 14도로 개나리와 벚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쓰지도 못하고, 안쓰지도 못하는 상황. 자전거 헬멧을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스카프로 코까지 가리니 요 며칠 간 받았던 눈총에서 해방된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스카프는 라이더를 위한 용품으로 취급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스카프 안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게 먹혀드니 내일부터는 자전거를 타던, 안타던 쫄쫄이 자전거 바지에 헬멧 쓰고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마스크를 스카프 안에 쓴 채...
# 잠시 바람 넣으러 들린 자전거 빵. 역시 마스크는 없고, 사회적 거리 그런 거 없습니다. 대부분의 바이커가 뉴욕 맨해튼 지역에서 건너옵니다.
하루 하루 나아지는 한국 상황에 안도감이 듭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 어떤 국가보다 현명하고 빠르게 이 사태를 마무리할 거라 믿습니다.
# 뉴욕시 첫 확진자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3월 3일 맨해튼 차이나타운(바로 옆이 리틀이태리) 영상 직찍. 이 때만 해도 이 상황이 될 지 몰랐겠죠? 손 소독제 주머니에 넣고 속보로 이동했습니다.
사실 미국이 이 지경이 될 거라고 한달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생활 물자는 사재기 수준은 아니지만 평소 구매한 양의 두 배 정도 구매해놨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바램은 없습니다만, 트황상께서 딱 한마디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Wearing a mask is not bad".
끝.